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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2.10
  • 1531
일본 사회복지의 여명, 아사히(朝日)소송

사회복지에 관한 판례소개를 맡은 뒤, 제일 어려운 점은 뭐니뭐니 해도 소개할 만한 판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판례검색프로그램에 사회복지, 사회보장, 생활보호, 연금, 의료보험 등의 임의어를 넣어 보면, 결과는 대개 이렇게 나왔다. "찾으시는 자료는 없습니다."

일본은 어떨까? 나는 일본이 우리나라와 법체계가 유사한데다가 사회복지의 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그러나 웬걸? 법원도서관을 뒤지던 나의 손은 매우 바빠지기 시작했다.《사회보장판례백선》, 《사회보장판례》, 《판례연구사회보장법》,《사회보장법판례》 등등. 판례해설서만 해도 이미 여러 권이 출판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이처럼 일본이 우리보다 많은 사회복지판례를 축적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아사히(朝日)소송 덕분이라고 한다. 그럼 일본 사회복지 소송을 물꼬를 튼 아사히 소송에 대하여 살펴보자.

턱없이 부족한 600엔의 생활부조는 위헌이다!

아사히(朝日)는 국립요양소에서 요양 중인 중증의 폐결핵환자였다. 가족도 없고 아무 수입도 없었던 그는 생활보호법에 의해 의료부조와 생활부조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받는 생활부조는 600엔의 일용품비가 고작이었다. 600엔으로는 옷 2년에 1벌, 팬티 1년에 1벌, 휴지 1달에 1묶음 등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던 형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것을 관할 복지사무소가 알아내고는 형에게 "당신은 아사히에 대한 민법상의 부양의무자이므로 매월 3000엔을 동생에게 보내라"고 요구하였다. 형은 형편이 어려우니 깎아 달라고 사정하였고 매월 1500엔을 동생에게 송금하게 되었다.

그러자 관할 복지사무소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1500엔을 아사히의 수입으로 인정하고, 아사히가 송금 받은 1500엔에서 600엔을 일용품비로 충당함으로써 종래 지급하였던 생활부조를 폐지하고, 잔액 900엔을 의료비의 일부로서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보호변경결정'을 하였다. 그 결과 형이 보낸 돈은 아사히에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아사히는 불복신청을 하였으나 각하되었고, 다시 후생대신(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불복신청을 하였으나 이 역시 각하되고 말았다.

이에 아사히는 후생대신을 피고로 지급되는 일용품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중증 결핵환자에게는 요양소의 급식 외에 계란, 과일 등의 보식비가 절대로 필요하다고 하면서, 후생대신의 보호기준에 의한 일용품비 600엔의 기준금액이 헌법과 생활보호법이 규정하고 있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위법한 것이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때가 1957년 8월이었다.

1심에서 승소하다

1심인 동경지방재판소는 1960년 10월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다. 1심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첫째, 국가가 국민의 생존권을 실현하여야 할 책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때에 그 행위는 무효이다.

둘째, 후생대신의 생활보호기준 설정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셋째, 본건 보호기준은 요양소 환자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함에 부족한 한도에서 생활보호법을 위반함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헌법을 위반하였다.

넷째, 최저한도의 수준은 결코 예산의 유무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최저수준 생활보장의 원칙이 예산을 지도 지배해야 하는 것이다.

다섯째, 따라서 위의 위법한 보호기준에 기초한 본건 보호변경결정도 위법하다.

2심과 3심에서 패소하다

제 2 심 동경고등재판소는 요양소 환자에게 요구되는 일용품비를 월 670엔으로 인정하고, 600엔은 이것에 약 1할 정도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아사히는 상고하였지만 병이 악화되어 1964년 5월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사망 직전 양자를 두었고, 그 양자는 상속인으로서 소송의 승계를 주장하였다. 그런데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본건 소송은 원고의 사망과 동시에 종료되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때가 소송이 시작된 지 꼭 10년 만인 1967년 5월이었다.

최고재판소의 다수의견은 방론으로 다음과 같은 의견을 표명하였다.

첫째, 헌법 제 25 조(우리 헌법의 제 35 조)는 직접 국민에 대하여 구체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생활보호법에 의하여 구체적 권리는 비로소 부여되었다.

둘째, 무엇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인가의 판단은 후생대신의 자유재량에 맡겨져 있어 그 판단의 잘못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문제될 수는 있어도 직접 위법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다만 후생대신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경우에만 위법한 행위가 되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셋째, 이와 같이 후생대신의 재량권의 범위가 넓게 인정되는 근거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은 국가의 재정상태, 예산분배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본건 생활부호기준이 요양소 환자에게 최저한도의 일용품비를 지출함에 있어 충분하다고 하는 후생대신의 판단은 그에게 부여된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

아사히 소송의 의의

아사히 소송은 최고재판소에서 비록 패소하였지만, 일본의 사회복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우선 1심 판결이 내려진 다음 해에 보호기준의 획기적인 상승이 있었다. 생활보호기준은 18%, 입원환자의 일용품비는 47%가 실질적으로 상승하였다.

또한 무엇보다도 제일 큰 성과는 국민들에게 사회보장을 시혜가 아닌 권리로 인식시켰으며, 헌법전에 묻혀 있는 생존권을 살아 있는 권리로 부활시켰다는 것이었다. 이 소송을 계기로 무수히 많은 사회복지소송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아사히 소송으로 인해 사회복지운동이 활성화되었다. 중앙과 지방에서 사회보장추진협의회가 탄생되는 등 사회보장운동의 주체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임성택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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