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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3.10
  • 513
사회복지 개혁의 기대

1997년 말 헌정사상 초유의 평화적 정권교체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을 때, 복지분야에서도 상당한 정도의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 기대되었다.

이러한 기대의 근거는 첫째, 현정부가 금세기 마지막 정권으로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선진국형의 복지제도를 추구하리라는 점, 둘째, 세계적 차원의 자본주의 경쟁이 현실화되면서 그에 대응하는 복지안전망의 필요성이 증대된 상황적 요인, 셋째, 복지제도의 양적 발전에 따라 제도운영의 효율성 향상 등 내적 합리성을 제고하는 개혁의 요구가 증대된 점, 넷째, 민중의 복지욕구가 증대되고, 이를 반영한 복지운동이 활발해진 점등이다.

그리고 현 정권의 상대적 진보성이 이러한 개혁을 담보할 것으로 기대되었는데, 김대중 후보는 매년 30% 정도의 복지예산 증액을 공약하는 등 사회복지에 대한 진취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취임 초기 복지분야 핵심 관료의 인선 파동(주양자 복지부 장관 건, 청와대 복지수석 비서관 인선 잡음 등)은 현정권의 복지인식이 구태를 못벗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도 하였다.

경제위기가 시작되면서 사회복지의 전망에 관해서는 위기와 기회라는 상반된 인식이 공존하였다. 경제위기가 예산상의 제약과 함께 신자유주의적 보수화를 통해 복지위축을 결과할 것이라는 위기론과, 반대로 미증유의 경제위기가 복지제도의 취약성을 노출시키면서 획기적인 복지발전의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역설적 전망이 그것이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실업문제에 대한 대응이 거국적으로 진행되면서, 복지이슈가 일상화되고 사회안전망이란 용어가 보편화됨에 따라 상당한 복지발전이 이루어진 듯한 분위기가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응변적 대응을 넘어서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과제에 대한 이행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 성과는 매우 미흡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사회복지의 개혁과제를 비판적으로 살펴보면서 이를 기준으로 지난 1년간의 성과를 간략히 평가하고자 한다. (지면의 부족으로 보건분야 및 복지전달체계 문제 등 많은 중요한 부분을 생략할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혀둔다)

사회복지 개혁의 과제

사회복지 개혁의 과제는 한마디로 기존 제도의 양적, 질적 확충이 중심이 된다. 이는 기존 제도가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그러한 결함은 복지대상의 보편성 및 급여의 포괄성과 적절성의 부족이라는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대상의 보편성은 복지제도의 적용범위(coverage)가 복지 급여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나아가 원칙적으로 전국민에게 확대되어야 하다는 것이다. 급여의 포괄성은 예상 가능한 모든 종류의 사회적 위험, 즉 실업과 노령, 장애, 질병, 재해, 부양자 사망, 아동양육, 출산 등과 같은 모든 종류의 위험상황에 대응하여 개개인의 대처능력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급여의 적절성은 급여수준이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에 충분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는 이와 같은 기준에서 볼 때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결함의 원인으로는 낮은 수준의 복지비 지출, 관리운영체계의 비효율성, 그리고 이를 이념적으로 뒷받침하는 소극적 복지의식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결국 사회복지 개혁의 과제는 이와 같은 원인의 치유를 통해 사회복지를 양적, 질적으로 개선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정부 복지정책의 평가는 이와 같은 제도적 결함과 원인의 치유가 어느 정도 진척되었나 하는 것을 가늠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현정부 복지정책의 변화와 평가

1) 복지예산의 문제

복지수준이 낮은 가장 원인은 정부의 복지비 지출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정부지출 중 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은 1993년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선진국의 1/3, 중진국(우리 나라와 경제력이 비슷한)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정부는 복지예산을 매년 30% 이상 확충할 것을 약속하였지만, 출발부터 재정상의 제약으로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98년 8월에 시행키로 한 경로연금은 예산이 53% 삭감되면서 제도의 내용이 지극히 형해화되기도 하였다. 결국 지난 1년간 실업대책을 위한 예산은 비교적 대규모로 집행되었지만, 이를 제외한 복지예산의 증가폭은 미미하며, 예년에 비해서도 저조한 수준이다. 그리고 실업대책 예산은 98년 2월의 추경예산에서 5.6조원 이상으로 극적으로 확충되었고, 이후 실업문제가 심화되면서 계속 늘어났지만, 이 경우에도 기존의 생활보호예산과 고용보험 지출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며, 기본적으로 임시적 성격임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다.

99년도 복지예산의 경우도 전체적으로는 20.6% 정도로 적잖게 증가하였지만, 실업대책과 관련된 공공부조 예산의 증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그 외 보건과 복지 예산의 증가는 매우 저조하다. 즉, 공공부조는 공공근로사업을 포함하여 58.1%로 증가하였지만, 사회복지서비스 6.6% 증가, 사회보험 4.4%, 보건의료 10.8% 감소로 나타났다.

2) 사회복지 제도의 확충

위에서 언급한 대로 복지제도의 보편성과 포괄성 및 적절성을 제고하는 것이 실질적인 개혁과제일 것이다. 보편성의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매우 폭넓은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회보험의 경우를 보면, 국민연금은 도시지역 자영자를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주요 과제인데, 그동안 계속 지연되어 오다가 99년 4월에 확대될 예정이다. 고용보험은 대량실업 사태로 인해 지난 1년간 급격히 적용범위를 확대하여 10월부터는 일용직, 임시직, 계절취업자 및 시간제 노동자에게까지 적용되었다. 그러나 행정적 실효성의 문제가 남아있고, 공무원, 사립학교 교직원, 선원 및 일부 외국인은 제외되어 있다. 산재보험은 2000년에 5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를 포괄할 예정인데, 그 경우에도 전국민 재해보험으로의 발전이 과제로 남아있다.

급여의 적절성 차원에서도, 1995년에 공포된 사회보장기본법의 의무조항(최저생계비 공포)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수준이 인간다운 생활인지에 대한 공식적인 선언이 정부차원에서 이루어진 적도 없으며, 아울러 1952년에 이루어진 ILO의 "사회보장의 최저수준에 관한 조약"도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복지부 산하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국민복지기본선 설정에 관한 연구가 지난해에 이루어진 것이 고무적이다.

3) 사회안전망의 제도적 정착

대량실업에 직면하여 사회안전망의 정비가 공공연한 정책목표로 등장하였다. 기존의 고용보험은 1995년에야 출범하여 적용범위가 매우 협소하고, 생활보호사업은 노동무능력자를 대상으로 생계급여를 행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저소득 실직 노동자들은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공공근로와 한시적 생활보호 등 임시적인 대책을 중심으로 이에 대응하였다.

그러나 앞으로의 사회가 고실업이 일상화되는 사회임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응급대책을 넘어 제도화된 사회안전망을 구성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고용보험의 확대는 이러한 의미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발전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를 보완하는 실업부조제도는 전혀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회안전망 정비의 중요한 관건은 98년에 제출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안의 통과여부이다. 이 법안은 기존의 생활보호법을 획기적으로 개혁하여 일정 소득 이하 빈곤층의 최저생활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화된 사회안전망의 성격을 가지는데, 예산상의 곤란을 명분으로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였다.

4) 관리운영과 전달체계의 문제

우리 나라의 복지제도들, 특히 사회보험제도는 도입과정에서 국민의 복지욕구보다는 상황적 여건과 정치적 논리 및 행정편의주의에 지배됨에 따라 제도간 그리고 제도내의 통일성이 결여된 채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백 개의 조합으로 분리운영되던 의료보험의 경우처럼 제도의 규모가 커질수록 비효율성은 증폭되어 왔다. 참고로 우리 나라 사회보험의 관리운영비는 급여지출 대비 9.1%로서 OECD 평균 3.1%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비효율적이다.

제도운영의 분립현상은 정책결정 차원(복지부와 노동부 등), 제도관리 차원(관리공단), 업무수행 차원(하부관리조직-사무소, 조합 등) 등 정책운영의 전과정에 걸쳐 존재한다. 이러한 비체계성이 가져오는 결과는 단순히 제도 운영의 비효율성에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정책의 사각지대가 폭넓게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 보다 큰 문제이다.

관리운영체계 개혁에 있어 가장 큰 당면 과제는 의료보험의 통합과 4대 사회보험의 통합 문제이다. 의료보험의 경우는 98년 10월 공·교 및 지역 의료보험이 1차로 통합되었고, 2000년 1월로 예정된 직장의보와의 최종 통합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4대 사회보험(연금, 의보, 산재, 고용보험)의 통합은 98년 9월 추진기획단이 출범하여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지만, 주무부서인 노동부와 복지부의 입장 차이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5) 복지파라다임의 변화

낮은 복지수준의 이념적, 정신적 근거는 복지병에 대한 과도한 염려를 바탕으로 한 소극적 복지주의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노동능력에 따른 대상자 구분과 열등처우 원칙의 무차별 적용으로 나타난다. 전자는 노동능력 유무에 따라 복지대상자를 구분하여 무능력자에게만 최저생활 유지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 결과, 노동능력자가 긴급한 위험에 처할 경우 위기극복을 지원하는 복지제도가 결여됨으로써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소득보장의 결여로 인해 사회복지서비스도 취약계층의 물질적 생활을 보조하는 데 치중하게 되고, 다양한 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보편적 서비스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열등처우의 원칙(less eligibility)은 노동능력자에게 주어지는 원조의 수준은 제일 열악한 근로자의 형편보다 낮아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이는 낮은 복지수준을 결과할 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장애인 등 노동능력이 없거나 취약한 계층들의 경우에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닌 것이 일반적이다.

복지이념의 전환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정권의 복지정책 평가와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지만, 최소한 기초생활보장법안과 같은 개혁입법이 성공한다면, 이러한 방향으로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6) 주요 집합적 소비수단의 사회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사회보장제도와 쌍벽을 이루는 것이 주거와 의료, 교육과 같은 주요 집합적 소비부문인데, 우리 사회는 이 부문의 탈상품화가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고통을 강요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붇기 같은 이 소비 영역들은 우리들의 삶을 옥죄는 족쇄이며, 우리 사회의 모든 부정부패와 타락의 원천이다. 이러한 소비가 온전히 개인의 능력에, 그리고 시장에 맡겨짐으로써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 또한 고이윤, 고임금, 고비용 구조로 정착되었고, 결국 경쟁력 약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삶의 질의 향상은 물론, 경제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이러한 소비영역의 탈상품화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이지만, 영구임대주택 건설의 부분적 재개 등 지엽적인 개선 이외에 지난 1년간 이러한 방향의 탈상품화가 진전되었다는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맺음말

이상에서 살펴본 현정권 1년의 정책변화의 주요 측면에 대한 평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예산 문제에 있어서는 임시적인 실업예산의 확충과 달리 복지예산 자체는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둘째, 제도의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고용보험의 확대는 뚜렷하였지만, 다른 부분은 신속하게 진전되지 않았다. 셋째, 사회안전망의 제도적 정착이라는 과제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부정적인데, 기초생활보장법안의 통과와 실시가 관건이 될 것이다. 넷째, 관리운영체계의 개혁에 있어서 의료보험의 통합은 진전되고 있지만, 4대 보험 통합작업은 이제 막 시작된 정도이다. 다섯째, 복지파라다임의 변화와 집합적 소비수단의 탈상품화에 있어서는 눈에 띄는 변화를 찾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현정부는 상대적 진보성과 전향적인 복지지향에 바탕하여 복지개혁을 향한 기본 바탕은 마련하였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아직 가져오지 못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글은 지난 2월 10일 "99 학술단체협의회 정책토론회 "김대중정부 1년을 평가한다" 에 토론원고로 제출된 것임)

이영환/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참영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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