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고용보험 1년의 평가와 과제

머리말

97년 말 외환 위기와 함께 우리 나라의 실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98년 12월 현재 실업자가 1백 66만명(실업률 7.9%)에 이른다. 우리 나라에서 실업이 특히 문제가 되었던 것은 장기간 2% 정도의 낮은 실업률을 유지해온 관계로 실업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산업구조조정기에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기제들을 효과적으로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95년 7월 문민정부가 출범시킨 고용보험의 존재는 그나마 현정부가 제도적으로 실업에 대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적 수단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는 지난 한해 동안 고용보험을 통한 계속적인 대책을 내놓았으며 그런 만큼 제도의 내용 또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고용보험제도의 변화

(1) 전 사업장으로 적용 확대

98년 10월부터 적용대상자가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다만 개인이 경영하는 4인 이하 농.어업, 소규모 주거용 개인 건축물 공사, 일정금액 이하의 건설공사 등 일부는 제외되었다. 이는 부실 기업.은행 등으로부터 퇴출자가 증가 등 경제위기와 산업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계속 증가하는데 따른 대응책이며 2002년으로 예정되었던 확대시기를 4년 앞당긴 것이다.

이로써 적용사업장은 기존 20만2천 개소에서 105만5천 개소로 증가하였고 적용 근로자수는 625만7천명에서 858만6천명으로 증가하였다. 적용근로자의 경우 공무원, 교직원 등 연금 혜택을 받는 자를 제외한 근로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임시.시간제 근로자의 경우 월평균 근로시간 80시간(주당 18시간) 및 1개월 이상 근로한 자에 대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들에 대하여 실업급여, 고용안정 및 능력개발사업이 모두 적용되며 99년 4월부터 급여가 지급된다.

(2) 보험료.급여 산정 기준 및 수급자격 조정

임금대장 미비, 임금자료 확인이 곤란할 경우 고시한 기준임금을 적용하며 기준임금에 의거 보험료 납부액 및 급여를 산정한다. 또한 실업급여 수급 자격의 경우 99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피보험단위기간(6개월)을 2000년 6월 30일까지 연장하였다. 또한 임시.시간제 근로자의 수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수급자격 인정 기준을 완화하였다.

(3) 구직급여 확대와 여성에 대한 배려

최저 구직급여일액을 최저 임금의 70% (84,00원)으로 최저지급일수를 60일로 상향조정하였다. 또한 이직시 퇴직금, 임의퇴직수당 등 1억원 이상의 고액금픔수령자에 대해서는 3개월간 지급을 유예하도록 하였다. 98년 7월부터 한시적으로 구직급여 수급자격을 지난 12개월 중 6개월로 단축하였고, 실업률(5%이상)과 낮은 퇴직금 수령액을 고려하여 60일간의 특별연장급여제도를 두었다. 또한 여성 수급자격자가 분만시 질병.부상 등과 같이 취업이 불가능해 실업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 특례구직급여를 분만일로부터 30일간 지급한다. 또 부양가족이 있는 여성실업자에 대해 채용지원금을 신설하였다.

(5) 행정인프라 확대 및 고용안정 사업과 직업능력개발사업

영세사업장에 대한 보험사무지원제도를 확충하였고 인력은행과 고용안정센터를 128개소로 확대하였다. 또한 시행령과 지침을 통하여 고용조정지원을 확대하였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산업에서 고용유지 지원금, 채용 장려금, 고용촉진 지원금, 보육시설 지원금 등에 있어서 지원이 확대되었다.

국민의 정부와 고용보험

지난 1년간 국민의 정부는 고용보험 운용에 있어서 크게 세 가지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실업으로 인한 근로 계층의 단기적 생활 안정 수단으로 고용보험을 적극 활용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98년 한해 동안 고용보험의 확대과정을 보면 1월에 10인 이상, 3월에 5인 이상, 10월에는 4인 이하 사업장까지 적용대상자를 확대하였다. 이와 함께 고용안정과 능력개발사업에 관한 내용도 계속 변화하였다. 비록 IMF 체제라는 돌발 변수가 계기가 되었지만 국민의 정부 1년 동안 고용보험제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노사정 삼자 협의에 대한 노동계급의 유인책으로서 활용된 측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위기 시대에 국가의 재정 지원이 없이 고용보험의 재정을 확충한다는 것은 결국 재계의 부담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재계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자 확대시기를 앞당기고 급여 및 지원을 늘린 것은 정리해고 등을 합법화시키기 위한 반대 급부로서의 성격이 짙다.

셋째, 고용보험과 관련해서 국민의 정부는 신경제로 대표되는 문민정부와 마찬가지로 사회보험에 대한 국가부담을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용보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의 정부가 전 근로자 혹은 실업자 입장에서 고용보험을 운영하기 보다 정부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고용보험을 수단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이상과 같이 고용보험 제도는 급격하게 증가한 실업에 대하여 제도적 개선과 함께 실업자 보호장치로서 순기능을 담당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가가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면서 노동계급을 노사정 합의체로 흡수하고자 함으로써, 고용보험제도는 새로 출범한 정부의 정당성 확보 수단으로 기능한 측면 또한 존재한다. 이렇듯 급증하는 실업 위기를 단기적으로 해소시켜 사회적 안전을 도모하면서 정권 출범 초기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이중 전략이 고용보험을 결과가 눈에 보이기 쉬운 실업급여 중심의 정책으로 성격지웠다.

즉, 현재의 고용안정사업이나 능력개발사업의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출되는 실업자들에 대하여 재취업 기회 및 능력개발기회를 효과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개정법에 고용지원을 위한 여러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의 집행은 단기적 처방에 기울어져 있다고 판단된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기술 및 작업장 조건의 변화는 현재의 실업자들에 대하여 계속적인 기술습득과 적응기술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현정부의 고용보험 운용이 너무 단기적이어서 장기적으로 고용보험 본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고용보험의 문제점 및 과제

1) 영세사업장의 재정 부담 가중

지난 1년간 고용보험의 확충과정을 보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필요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고용보험제도가 정부실업대책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급여 대상자와 수준을 확충시킨 결과 각 사업장의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영세 사업장의 경우 IMF 체제하에서 기업경영조건이 악화된 처지에 고용보험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고용보험을 회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하의 영세 사업장에 대해서는 국가가 일반 회계를 통해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낮은 가입률

98년 10월부터 모든 사업장에 고용보험을 적용하고 있지만 신고율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앞에서 제시한 재정 부담일 것이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금융부담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의 재정이 상당히 압박 받고 있었다. 다행이 98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내려갔지만 침체된 경제 조건으로 여전히 힘든 기업이 많은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은 일정 정도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 따라 상당 부분 개선이 가능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국가에 의한 재정지원이 필요함은 물론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고용보험법 제 86 조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엄격한 재정심사절차를 거쳐 재정적으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좀 더 무거운 벌칙을 두어야 한다. 또한 어려운 영세기업으로 하여금 재정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사정이 어려운 경우 국가가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3) 비효과적인 능력개발 사업

98년 고용보험법에서 다양한 고용 지원 및 능력개발 지원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실제 운용의 중심은 실업급여에 두어졌다. 하지만 실업급여는 노동 시장에 대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의 기업들은 다운사이징과 함께 기업의 생산구조와 경영구조를 혁신해야하는 내외의 압력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생산의 효율성 내지는 경쟁력 제고와 관련된 것으로 노동시장 내에서 근로자에게 요되는 기술 조건이 변화하고 변화 주기도 점점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실업급여에 의존하거나 고용보험 이외의 실업 대책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수많은 실직자들이 경기가 호전된다고 해서 곧바로 취업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이들이 변화되는 작업장 요건에 새로운 기술과 지식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실업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부의 고용보험 정책이 장기적이면서도 산업구조조정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99년 고용보험 적용사업장 실직자 14만 1천여 명(1천 7백 85억)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줄 계획이다. 하지만 약 800만 명이 넘는 대상자를 고려할 때 너무 작은 규모이고 효과 또한 의심스럽다. 앞으로 서구 선진국처럼 5% 이상의 실업률을 유지한 채 경제를 운용해야 하는 경우에 사회복지 측면에서는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능력개발사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4) 행정 인프라 구축 미비

최근 국민연금의 도시자영자에 대한 적용대상 확대 과정에서 행정 인력의 부족으로 인한 준비부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고용보험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98년 10월부터 대상자가 약 230만 명 정도 증가했다. 과연 현재의 고용보험 행정인력으로 실업급여 및 구직급여 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또한 고용안정과 능력개발사업에 대한 지도.관리를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예를 들면 직업안정기관을 확대하기 위해 인력은행과 고용안정 센터를 128개소로 확대하였는데, 이 조직들이 1,055개의 적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따라서 좀 더 공격적인 운영원칙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즉, 하부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인력의 전문성을 늘려야 한다. 또한 현재 전국에 난립해 있는 무허가 직업소개소들을 정리하고 직업 알선 등 국민들의 고용 관련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맺음말

상기한 것처럼 고용보험은 돌발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실업자 대책 중요한 수단으로 대두되었다. 국민의 정부는 1년간 고용보험 확충을 통하여 실업자들의 소득 상실에 대해 단기적 욕구에 비교적 잘 대응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적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고용보험이 계속적인 구조조정과 5% 이상의 상시 실업률이 예상되는 시대에 능력개발사업 등과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제는 단기적인 소득 보장은 정부의 실업부조와 같은 다른 형태의 제도로 그 기능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고용보험은 장기적인 노동수요, 기업들의 기술 수요, 그리고 구조조정에 따른 작업장의 변화 등에 노동자들을 재배치하고 취업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로서 탈바꿈시켜야 한다.

진재문 /층남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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