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의 실업대책 : 공공부조를 중심으로

김대중 정부의 정책기조는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위기로 증폭된 경제위기,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나고 있는 대량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기본적인 정책기조는, 대외개방의 확대와 이를 통한 외자유치, 신속한 기업의 구조조정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자는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을 통한 대처라는 방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따라서 실업자의 생계문제에 대응하는 핵심적 정책은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이며, 이를 위한 두 가지 중심축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로 설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보험에서는 고용보험이 주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고용보험이 작동하지 못하는 계층에 대해서는 공공부조가 안전망으로 작동하여야 한다.

김대중 정부 1년 동안 공공부조의 성격을 지닌 정책이 급격히 팽창하였고,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생활보호대상자 외에 실업으로 인하여 생계가 어려워진 저소득계층을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공공부조 대상자를 확대하였다. 1998년의 경우 1,88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33만3천명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며, 1999년에는 5,76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57만 명을 지원할 계획으로 있다.

현재의 실업 대책 중 또 하나의 공공부조적인 성격을 지닌 프로그램은 공공근로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근로사업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라기 보다는 실업자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공공부조에 가깝다. 고용보험에서 포괄하지 못하는 저소득 계층의 실업자이거나 장기 실업자에게 노동을 조건으로 한 부조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노동강도의 측면이나 일다운 일거리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속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생계비 지원의 차원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담당공무원의 답변이나, 전문가들의 평가에서 그러한 점은 확인되고 있다. 제도화된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상태에서 공공근로사업은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서 그 기능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1998년 실업대책 예산은 간접적인 실업대책을 제외할 경우 5조 6,486억원에 달하며, 이 중 공공근로사업에 투입된 예산이 1조 44억원으로 전체 실업대책 예산에서 거의 1/5에 달할 만큼 단일 사업으로서 그 비중이 크다. 그리고 이 예산은 1999년에는 2조로 증가될 예정으로 있다.

이상과 같은 예산의 확대와 고용보험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안전망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며,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반응한다. 참고로 모 일간지가 98년 12월 27일자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분야가 실업대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현재의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거나, 다른 한편에서는 투입한 예산이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자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비효율성의 문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난 1년간의 경험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기조아래 최소한의, 임시적인 안전망의 구축이 현재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얼마나 역부족인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실업자를 양산하지 않는 실업대책(일자리 나누기, 노동자의 해고를 최소화하는 구조조정 등)이 보다 더 중요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실업자를 지원하는 예산이 더 과감하게 증가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의 사용은 책임성을 전제로 한다. 그 규모가 커질수록 정당한 사용에 대한 책임성은 더 증가하며, 이는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임시 방편적인 공공근로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쏟아 붓기는 어렵다. 사업의 근본 목적이 모호하여 상호 모순되는 목적들이 중첩되어 있고, 예산의 집행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취약하여 책임성의 근거가 불분명하다. 임시적인 사업의 성격은 체계적인 사업 시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그 결과 담당자의 업무는 과중할 수밖에 없고, 혜택을 받아야 할 표적집단을 정확하게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공공근로사업이 포함하고 있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적 사업과 저소득 실직자의 생계보장을 위한 부조적 성격의 사업은 분리되어야 한다. 생계지원사업은 공공부조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하는 방향으로 제도화되어야 하며,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의 기능은 민간의 노동 시장을 교란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체계화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공공근로사업의 생계지원사업을 대체하고 생활보호제도를 획기적으로 확대 개편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사각지대가 없는 사회적 안전망의 제도적 구축을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통과는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현재의 생활보호제도는 노동능력이 있는 빈곤계층에 대한 생계지원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실업상태에서 고용보험의 실업급여를 3-6개월까지 지급 받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장기 실업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실업자들이 상당수 존재하며, 이들 중 저축이 충분하지 않은 저소득계층은 현재와 같은 생활보호제도하에서는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노동능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계층의 사람들에게 최저생계비 미달분의 보충급여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우리사회의 안전망은 보다 완전한 형태로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현재 보다 훨씬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또한 제도의 체계적인 시행을 위해 담당인력이 확대 배치되어야 할 것이며, 관련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의 실업문제의 심각성과 사회적 안전망의 취약성을 고려한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며,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할 비용인 것으로 생각된다.

정원오/성공회대학교사회복지학 교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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