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1-10   480

2천년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제정추진연대회의

2000년에는 더 이상 배고파 서글픈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지 않으면 좋겠다. 산동네 서너 평 작은 집이라도 맘 편히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병원비가 없어 꾹꾹 참다가 더 큰 병을 키우고마는 어리석은 슬픔이 없어지면 그 또한 얼마나 좋을까?

늙은 것도 서러울진대 홀로 남은 외로움에 점점 깊숙이 파고드는 몸과 마음의 병을 어루만져줄 '노인의 벗'(도우미)들이 서로 다투어 찾아들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고급스러운 것은 바라지도 않는 일, 따뜻한 손길과 마음이 있는 양로시설들이 곳곳에 있고 연금이 잘 정비되고 풍성해져서 미래를 안심하고 더욱 열심히 젊음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장애우들이 걷거나 휠체어를 타고 전국 어디든 자유롭게 갈 수 있고, 열심히 땀흘리며 직업재활 훈련을 받고, 몇 군데 회사소개서를 들고 어디를 선택할까 고민하는 모습을 본다면, 장애우들이 더 이상 산 속으로 밀려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밥을 굶는 아이들, 가출한 아이들, 가정이 해체되어 떠도는 아이들을 위한 쉼터와 따뜻한 공동체들이 적어도 시/군/구에 하나씩이라도 생겨난다면, 아니 그러기 전에, 가정이 깨지기 전에 실업대책, 자활대책, 각종 부조정책들, 가정폭력에 관한 대책들이 완비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의보통합도 의약분업에 관한 문제도 공급자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그리고 국민들의 건강문제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관점에서(물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다들 주장은 하지만) 해결되어 이 땅에 참으로 존경받는 의사, 약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복지를 업으로 하는 분들의 삶이 더욱 풍성해져서 오로지 참된 봉사만을 생각하고 전문적 지식을 제고하는 데 힘을 쏟을 수 있게 된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덩달아 행복해지겠지. 그러기 위해 복지계 스스로 닫혀 있는 '전문성의 신화'를 깨고 시민사회, 약자들의 사회적 운동과 폭넓은 연대를 이루어 시민적으로 역사적으로 공인되는 열려 있는 '전문가집단'으로 발전되기를 염원한다. 종교계도 구각을 깨고 더욱 적극적으로 시민사회 영역으로, 약자들의 구체적 삶의 현장, 복지영역으로 성큼성큼 큰 걸음을 내딛어 존경받는 집단이 된다면 기가 막히게 좋을 텐데. 사회운동을 통한 복지실천을 해온 집단들이 복지공부를 열심히 하고 복지문제로 새롭게 조직되고 그래서 복지문제가 사회운동의 주요한 추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한다면 … .

민간차원의 복지기금들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쌓이고 쌓여 어떻게 쓸까 고민하고 돈을 벌면 무조건 복지를 위해, 공익을 위해 헌금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문화가 된다면 … . 정치인들이 정책의 제일순위를 복지와 삶의 질 향상에 두고 경쟁적으로 정책을 만들어내느라고 의원회관의 불이 꺼지지 않고, 복지이슈가 선거의 최대쟁점이 되어 정권이 바뀔 수도 있는 그런 시절이 시작될 수 있다면 … . 산재환자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보호받을 수 있고 주거문제도, 산업의 구조조정 문제도 정책수립과 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복지적 관점이 개입되고 한 발 더 나아가 검증된다면 … .

이런 소망으로, 아니 이런 모습을 꿈꾸어 보기라도 하기 위해서 복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이 어설프게 이리저리 겁도 없이 부딪치고 급기야는 지난 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라는 참으로 중대하고도 역사적인 법률제정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우리 사회의 복지역량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한 해였고 작은 출발(정말 작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에나마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이제 이런 꿈들의 현실화를 위해 민주노총, 한국노총, 장애계, 복지협의회, 복지사협회, 복지학계 등 각종 복지관련 단체들, 참여연대, 경실련 등의 시민단체, 빈민단체, 종교계, 여연, 여협 등의 여성계, 언론계, 보건의료계, 전국 각지의 지역사회 단체들, 인권단체, 법조계 그리고 같은 꿈을 꾸는 수많은 국민들 등이 힘을 합쳐 참된 '복지사회'를 향해 힘차게 진군하는, 정말 좋고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염원하고 기도한다면 헛된 꿈일까?

송경용 신부 / 국민기초생활보장법제정추진연대회의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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