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4-10   567

2006지방선거장애인연대와 장애인복지정책을 생각하며

우리 사회는 모두 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면 이상한 말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 장애를 가진 사람과 앞으로 장애를 가질지도 모를 예비장애인으로 우리 사회가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우리 사회에서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장애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도 강추위로 인해 수도관이 동파되고 그 수돗물에 젖어 장애인이 동사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삶의 현장에서, 노동현장에서, 교육의 현장 등에서 정신 차릴 수도 없이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데도 우리 사회는 ‘어떻게 장애인분야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또한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장애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누가 장애를 가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람’이 장애를 가졌는지 ‘사회’가 장애를 가졌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출근을 할 경우 타인의 도움 없이 공공교통을 이용하고 회사에서 근무하고 퇴근 후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면 그는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나타난다. 빈곤장애인들은 전동휠체어를 구입할 수도 없는 상태이고, 설사 갖고 있더라도 전동휠체어를 놓아둘 장소도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한 전동휠체어를 타고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데에는 무수히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도대체 우리 사회는 왜 이리 장애가 많은지 모르겠다. 오늘은 제발 장애인들이 지하철 리프트나 지하철 철로에 떨어져 다치거나 죽지 않았으면 하는 기도가 절로 나온다.

굳이 장애인의 시각으로 보지 않더라도 장애인의 현실을 바라보면 착잡해진다. 교육, 복지, 노동, 정치외교, 환경, 경제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집단의 시각과 이해가 상호경쟁 속에서 조정되고 합의될 때 만들어질 수 있다. 계층 간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장애인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인가? 어떻게 장애인의 문제를 사회 전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조정과 합의의 과정으로 이입될 수 있게 만들 것인가?

장애인문제가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문제로 거론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특히 선거철에는 실천되어지 않는 수많은 공약이 발표됨에 따라 장애인계가 배운 중요한 경험 하나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약’이 아니라 ‘참여’라는 것이다.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미흡한 사회전체의 발전을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직ㆍ간접적인 정치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린 그동안 지겹도록 ‘참여’란 말을 들어왔다. 그러나 진정한 참여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지 아무 데서도 들어보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인 진행과정에 있어서 사회적인 능력의 개발을 통한 공동의 작업과 공동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참여다. 진정한 참여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사회가 스스로의 결정 속에서 문제당사자의 삶의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자원들을 발견하고 개발시킬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형성하여야 한다. 또한 문제의 당사자들이 정책결정과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여 타인과의 연대 형성을 통한 사회적 환경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손쉽게 장애인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2006지방선거장애인연대(이하 장애인연대)는 활동의 기반에 바로 ‘참여’가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2005년 중반부터 준비했고 작년 11월에는 활동메뉴얼이 작성되어 전국에 배포되었다. 현재 12개 지자체에서 지방연대가 구성되어있다. 장애인연대는 5ㆍ31지방선거를 통하여 낙후된 지방장애인복지정책의 발전을 원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발표한 2005년 16개시ㆍ도 장애인복지 지수에 의하면 서울과 지방간의 복지 격차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더욱이 2005년 시행된 지방분권에 의한 장애인복지예산 지방이양은 지방장애인복지정책의 축소를 야기시키고 있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표심을 잡기위하여 장애인복지문제는 안중에도 없는 정책축소를 시도하고 있다. 마치 경제발전 5개년계획 아래 긴 세월 수많은 노동자를 비롯해 사회주변계층이 억압을 당했던 과거가 지금 지방장애인복지정책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연대는 3가지의 세부목표를 세워놓고 활동하고 있다.

▣ 2006지방장애인선거연대 활동흐름도 – 생략

첫 번째로는 “지역 정책과제 개발 및 추진계획 평가”이다. 지금까지 장애인복지는 정책과제 개발 등 중앙에 치중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농어촌 장애인에 적합한 장애인정책은 거의 전무함에도 아무런 정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장애인 스스로 분석하여 지방특성에 적합한 장애인정책과제가 개발되어 발표되었고, 이의 해결을 위한 주요 5개 정당의 대책을 알아보기 위하여 질의서를 발송하여 답변을 받아 발표하였다. 그동안 장애계는 선거 때마다 수많은 空約에 희롱 당해왔다. 각 당의 公約이 空約이 아닌 실천 가능한 구체적 계획으로 장애인복지정책이 실시될 수 있도록 지역당과 후보자에게 2차 질의서를 발송할 예정이고 이의 답변을 분석하여 평가 자료집을 제작하여 전국 500개 장애인단체 등에 배포할 것이다. 지방장애인유권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정당선택의 기준으로 활용할 것이다.

두 번째는 “장애인정책참여 환경개선”이다. 비례대표제는 우리 장애계를 비롯한 사회소외계층의 문제를 의회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정책적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 장애계가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례대표로 지방의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매우 제한되어있다. 각 당에 문의한 결과 여성과 노인 등은 할당제도로 지방의회참여를 보장받고 있지만 우리 장애계는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지방의회의 차원에서 비례대표가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 이는 지방장애인의 생존문제의 근본적인 해결통로가 차단되어있다는 뜻이다.

17대 총선은 비례대표제도의 실시로 인해 두 명의 장애인이 국회에 진출함으로 정치참여를 이룰 수 있었다. 이를 두고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인관련법의 제개정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장애인문제가 사회공론화되는 성과를 이루고 있다. 장애인연대는 이러한 정치참여가 지방의회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 당에 장애인 우선 배려를 위한 지침 유무와 시ㆍ도별 구체적 장애인배정의 수치 등 장애인우선배려정책에 관한 질의서를 발송하여 답변내용을 분석하여 공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각 정당은 장애인 비례대표후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말들은 하고 있지만 “노력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장애인비례대표 당선권내 배정이 선거의 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지 못하다. 이는 지금까지 정치권이 선거 때마다 장애계에 보여준 空約을 재현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방의회 공천추천 장애인후보자를 전국 12개 연대에서 발표하고 각 당에 장애인 비례대표 당선권내 배정 촉구를 위한 정책건의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비례대표 할당제가 시행되고 장애인비례대표가 당선권내 배정받기를 목표로 삼고 있다. 장애인연대는 장애인이 직접 지방의회에 진출함으로 장애인의 감수성이 담긴 상향식 복지정책 패러다임의 개혁을 이루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장애친화적 장애인참정권 확보하고자 한다. 장애인은 이동권이 보장되고 편의시설이 제공되어진 투표장에서 투표권을 행사하길 원한다. 또한 후보자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투표하길 원한다. 그러나 1층에 투표장을 마련했다고 하나 계단을 올라가야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전동휠체어 장애인들은 남의 등에 어렵게 투표해야 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야 하고, 산꼭대기에 투표소가 있는 경우 이동장애인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투표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유권자에게 제공되는 선거유인물이나 후보자 전단지 등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용은 의무적으로 제공되고 있지 않다. TV선거유세에서는 수화가 제공되지 않아 청각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일 때가 허다하다. 어떻게 누굴 찍으란 말인가?

장애인연대는 중앙선관위와 참정권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시ㆍ청각장애인들의 선거정보 습득, 투표소 편의시설 등 장애인의 실질적 투표참여가 보장되는 장애친화적 선거환경의 지속적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더욱이 이동권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들의 투표권행사를 위하여 이동봉사대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정치참여는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참여민주주의 확장이란 우리 사회의 정치사회적 목표에 부합되는 것이며, 장애인 스스로가 그 주역임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실현을 통해 장애인복지정책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장애인 스스로의 정치적 주체의식의 성장, 시민사회의 의식개혁과 아울러 정치적 조직화를 통한 이해실현의 기회확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문희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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