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9-10   609

‘쪼바서 우찌 사노? 그래두 저런 방이라도 있으면 조켓다’

올해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비를 좋아해서 제 혼자는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갖가지 병충해와 홍수에 시달리면서 힘들었을 것입니다. 희망의집(노숙자쉼터)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은 대개 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여름에 비가 오면 시원할 거라 생각되지만 공공근로를 공쳐 주차도 못 받지 쉼터에 모두들 함께 있다보니 다툴 일도 많아 짜증이 납니다.

그러고 보면 살아가는 게 급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에 처음으로 농촌봉사활동이란 것을 하고 돌아오던 길에 누렇게 익은 들판을 바라보다 기특하게도 ‘언제 저걸 다 수확하나?’하는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을 보며 느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색함을 달래는 말다툼

어제는 새로 들어오신 분이 한 잔 하시고는 시끄럽게 말썽을 피워 모두들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왜 그랬는지 여쭈어보았더니 이러시는 겁니다.

“아니 이빨을 어찌나 갈던 지 ‘씨끄러워 죽겄네’ 라고 했는데 나보고 시끄럽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뭐 잘못된 겁니까?”

아마도 처음 들어와서 어색하기도 했거니와 정을 붙이려고 술 한 잔 먹고 한 두 마디 한 게 서로 시비가 벌어졌나 봅니다. 이분이 화풀이를 한답시고 술기운에 한참 떠들었고 그러다 보니 다들 잠을 설치게 된 겁니다. 분위기도 낯설고 혼자라는 설움이 북받치기도 했을 겁니다. 쉼터에서는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전에는 한 사람이 밤에 슬리퍼 끄는 소리 좀 내지 말라고 하니까 그 말을 들은 사람이 “맨날 방귀를 뽕뽕 뀌어 싸서 냄새나서 잠 한숨도 못 자겠네”하며 대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웃을 일이 아닌데 어찌나 우습던지 한참 킥킥대다가 두 사람을 화해시킨 적이 있습니다. 방귀, 이갈기, 코고는 소리, TV채널다툼, 변기 똥 안 내리기, 샤워 오래하기, 선풍기 차지하기, 문 세게 닫기, …… 참 자잘하게 다투는 일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작은 공간에 스무 명 가까이 사람이 한데서 살아가니 서로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좌우로 고개만 돌리면 모든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이 한눈에 다 들어오거든요. 잠시라도 혼자서 쉬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그렇게 까지 피곤하게 살 이유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부러움의 대상, 박사감의 작은 방

생활지도하는 하는 저를 두고 아저씨(제가 부를 땐 선생님이라고 합니다)들이 박사감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자는 방은 아저씨들이 사는 방 옆에 사무실 겸해서 따로 있습니다. 조그만 공간이지만 한번은 한 아저씨가 제 방을 보고 “쪼바서 우찌 사노?… 그래두 저런 방이라도 있으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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