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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1
  • 2001.06.10
  • 831
사회개혁운동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서 행동하는 것이다.
깡마른 체구에 투명한 눈빛, 노동운동가로서는 드물게 사회개혁현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 민주노총의 허영구 위원장을 만났다. 의료개혁 문제로 한나라당 앞에서 시위를 하는 날이라 분주한 민주노총의 회의실 한쪽에서 허부위원장을 만났는데, 결국 이야기 도중 시위에서 연설을 하고 오느라 인터뷰가 잠시 중단되기도 하였다.

허부위원장이 사회진보운동의 가시권에 들어온 것은 96년경 의료보험통합연대회의 시절부터였다. 98년에는 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아서 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의보통합을 합의하는 주역이 되었고, 그이후로 의약분업, 의료개혁에까지 허부위원장은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그런데 허부위원장은 그 역사를 사뭇 앞당긴다.

"93년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전노대 시절부터 사회개혁투쟁이 시작되었어요. 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하면서 '국민과 함께 하는 민노총'를 내걸었고 따라서 사회개혁투쟁에 적극적이었어요. 그러다가 98년 2기 집행부에 들어오면서 아이엠에프로 인해 상황이 변화된 상태에서 사회개혁투쟁에 한계를 느꼈지요. 사회개혁이슈들이 국회입법과정에서 무시되는데 그렇다고 힘으로 밀어부칠 강력한 산별노조도 없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뒷받침되지 못하므로 유럽식 사회개혁투쟁 노조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전국연합, 전농, 도시연구소 등 민중기구와 연대기구를 만드는 것으로 전환했습니다."

사회개혁투쟁이냐 민중연대투쟁이냐가 양자택일로 이야기되는 것을 보니, 아마도 사회개혁투쟁이란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것, 민중연대투쟁은 반대집회나 시위로 힘을 보여주는 것으로 구별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과연 민노총이 사회개혁투쟁에 한계를 느낄만큼 그렇게 열심히 하였던가, 그리고 아이엠에프로 인하여 오히려 사업장 내의 임금협상에서 벗어나서 사회보험문제나 신자유주의의 견제 등 사회개혁투쟁으로 나아갈 필요성은 더 커진 것 아닌가, 또 사회개혁투쟁은 정책적 접근과 조직적으로 압박하는 접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무언가 내부적인 상황이 작용했으리라는 짐작이 갔다. 그래서 사회개혁투쟁을 하는데 있어서 민노총 내부의 한계는 없는지 물어보았다.

"민주노총은 기업별노조의 느슨한 연합일 뿐입니다. 그래서 조합원들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복잡한 문제는 조직을 분열시킬 우려가 있다고 해서 피하려는 경향이 있지요. 지금은 산별노조 건설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정된 인력과 예산하에서 사업을 정하다보니 투쟁우선순위에서 임금인상이나 고용안정문제에 밀리게 되지요. 그것이 실제로 사회개혁투쟁이 잘 진척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전보다 나아진 점도 있어요. 민주노총 산하의 대기업노조들에서 예전에는 기업내복지가 잘 되어있기 때문에 사회복지마인드가 거의 없었고 논의도 추상적인 수준에 그쳤는데, 지금은 기업복지가 줄어들고 고용불안이 상시화되면서 노조원들간에 사회복지문제에 대해서 현실적인 동의와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다만 투쟁으로 가져가기에는 현실적 역량의 한계가 있을 뿐이지요."

그러면서 그는 민주노총 내에서 사회개혁투쟁에 대해서 개량주의적 접근으로 치부해버리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덧붙이면서 정책능력의 부족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민노총 내부에 정책적인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도 사회개혁투쟁을 어렵게 하는 점입니다.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기본적으로 취약해요. 정책은 임원과 실장들이 참여하는 상집위원회에서 결정되고 실무적으로는 정책실에서 만들어지는데, 정책실에는 실장, 국장 2명, 부장 이렇게 4명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도 여타 다른 일들이 많아서 정책에 전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요. 정책자문위원이 현실적으로 가동되고 있지를 않아요. 대우차 문제만 하여도 산업정책 전반을 알고 확실한 대안을 갖고 있어야 국민이 민노총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을 터인데, 현실적으로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결국 대우자동차 개별노조에 맡겨두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개별노조에서는 전체적인 틀에서 생각하기보다 당장의 인원정리에 대한 반대차원에서 접근을 하게 되니 국민에 대한 설득력에 한계가 있는 셈이지요. 함께 하는 전문가그롭이 전노협 시절보다도 훨씬 적어요. 민노총의 입장에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면 배척하는 태도 때문에 토론회 자체가 구성이 되지 않고 운신의 폭도 자꾸만 좁아져버리는 것 같아요. 정책에 자신이 없으니 자꾸만 방어적이 되는 것이지요."

대안으로 제시할 정책마련이 취약하고 한편으로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순간 힘에서 밀리게 된다는 조바심에서 무조건 반대하는 식의 결정이 나오게 된다고 하였다. 최근 민주노총에서 정권퇴진을 올해의 사업목표로 정한 것도 그런 차원인 것 같았다. 지금까지 정권퇴진을 그해의 사업목표로 세운 적은 없었는데, 대우자동차 문제로 정권퇴진으로 가닥을 잡았고, 그러자 전국연합 등 민중연대 측에서는 수구보수세력에게 빌미만 주는 것이라며 연대투쟁을 거부했다고 한다.

예전의 정권퇴진운동은 상대적으로 더 진보적인 정권으로 교체될 수 있으므로 퇴진운동 자체로서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더 보수적인 정권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데 대안없이 퇴진만을 내세우는 것이 무책임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정권퇴진이 분노를 조직하는 선동선전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는 쪽도 있는데,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조직의 결단과는 다른 것입니다. 만약 이회창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신자유주의정책을 펴면 계속 퇴진투쟁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정권은 어느 정권이든지 거부해서 우리가 희망하는 정권이 들어설 날을 30년에서 25년으로 앞당기자는 것입니다." 부위원장이라는 조직상의 위치 때문인지 이 부분에서는 개인견해를 드러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조직의 결정만을 이야기하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허부위원장은 이러한 조직적 상황을 설명해 줌으로써 민노총이 사회개혁투쟁에 적극참여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전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최근 참여연대와 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이야기되던 사회권연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일단 저 개인적으로는 적극적입니다. 계급적인 문제가 노사간의 관계로써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고 사회임금이 시장임금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조직적인 고민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왠만하면 하려고 하지만 역량이 부족해요. 민노총 집행부의 입장은 필요성을 인식하고 조직적으로 반대를 안하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정권퇴진운동에 전 역량이 실리는 상황에서는 사회권연대를 정책단위로 하거나 조직단위로 하거나간에 마찬가지로 역량이 실리지 않을 것 같고 오히려 분열의 소지가 있다고 견제를 받을 것 같아요. 결국은 조직의 최고대표의 생각이 매우 중요한 것 같고, 그래서 오늘의 이 인터뷰는 단병호 위원장과 하는 것이 더 나았을 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가 생각만큼 진척이 안되어서 옛날 이야기부터 되짚어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료보험통합을 추진하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였다.

"직장의보와 지역의보의 통합과정에서 전체총액은 같지만 조합원들간에 보험료의 조정이 있었어요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들은 대기업노조들이 많아서 통합이 될 경우 보험료 조정으로 인해서 보험료가 상당히 인상되게 되었지요. 그런데 결국 민노총과 산하 노조들은 의보통합을 찬성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김용익 교수님이나 조홍준 교수님 그리고 제가 대공장들을 위주로 강연도다니고 노조측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노동형평문제로 접근해서 설명하면 노조측에서 완전동의는 아니지만 간부들 수준에서 소득재분배의 당위성에 동의를 해주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참 경이적이라고 느낍니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말이지요." 허부위원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매우 뿌듯해했다. 민주노총 소속의 직장의보노조가 의보통합과정에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민노총을 탈퇴해서 한국노총으로 옮기고 그러자 노사정위원회에서 의보통합에 합의한 한노총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의보통합 반대로 돌아선 것에 비한다면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 만도 할 것이다.

"결국은 얼마만큼 정성을 들이느냐에 따랐다고 봅니다. 정성을 들이면 어렵더라도 이룰 수 있는 것이지요. 의약분업에 대해서는 개별조합원들에게 당장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어떤 당위성과 정당성과 효과가 있는지 충분히 홍보하지 못하였다는 자성을 하게 됩니다. 의료통합에서 파생된 자영자소득파악, 세제개혁 등은 민주노총 중앙단위에서 추진 중이고 주요사업으로 배치되고 있기는 하지만 의보통합만큼 정성을 들이지는 못하고 있고요. 교육이나 언론문제 등도 요구만 걸어두었지 해당노조에 맡겨두고 민노총의 자기사업으로 받지를 못해서 잘 안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의보통합을 계기로 사회개혁투쟁에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언론문제나 교육문제도 해당노조에서 민주노총의 주요사업으로 배치하라고 강하게 요구가 들어오고 있어요. 특히 교육은 사교육비가 시장임금을 상당부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어필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전교조의 집요한 요구에 의해서 개별노조 단위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에의 참여가 점차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택이나 주거문제도 중요하고요. 이렇게 전반적으로 다른 과제들로 확대해나가면서 전사회적 총자본과 총노동의 관계로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한 운동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분배투쟁에서 사회개혁투쟁은 당연하다고 힘을 주어 강조했다.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이 합해져서 임금이 되는데 지금은 너무 시장임금에만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개별노조단위의 시장임금에 매몰될 때 사회임금을 놓치게 되기도 하고 또한편 국민으로부터 멀어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적으로 전교조 이수호 위원장에게 충언을 하고 있어요. 전교조에서 임단협으로 들어가서 교사들의 자녀대학학자금만 따낸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나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수업료 면제 등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지요. 결국 나보다 못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가 여부에 따라 정책이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봅니다. 현재 비정규직은 사실상 퇴직금이 없는 실정에서 공기업노조에서 퇴직금 누진율 폐지에 반대하고 대기업노조에서 기업복지 축소를 반대하면 비정규직으로서는 딴나라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노동시간 단축문제도 그래요. 향후 몇 년간의 임금인상률을 조정한다든지 노사정 3자간 또는 노동자들간의 고통분담이 구체적으로 이야기되어야 진전이 되는데, 아무런 양보없이 정책을 내려고 하니 진전이 안된다고 봅니다."

그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소속이다. 91년부터 전국전문노련 위원장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지식노동도 육체노동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력의 정당한 대가를 주장하는 노조가 지식인의 노동에 대해서는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려는 것은 자기모순입니다. 물론 민노총이 가난해서 제대로 지불을 못하는 점도 있지요. 개별노조단위로 되어 있어서 지부에서 마음에 안들면 조합비도 안 보냅니다. 위로 올라오는 조합비도 매우 적어요. 형식적으로 산별노조가 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지부에서 권한을 다 가지면 의미가 없습니다. 조합비가 직접 민노총으로 원천징수되어서 토론회의 발제비나 정책에 대한 연구용역 등에 돈을 쓸 수 있게 되어야 전체적으로 접근해서 정책화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 같아요."

단위노조 현장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지도부에서 '투쟁이나 조직'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적극적인 요구가 많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어요. 보수진영은 정보통신이다 인공위성이다 하면서 혁명적으로 변화해가는데, 진보진영은 지금도 죽창의 끝을 갈 뿐 계속 보수화된다는 것입니다. 현장교육을 가보면 노조간부들의 요구가 달라지고 있어요. 단체협약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지 않으면 힘있게 대응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구체적인 대안을 가지려면 지식인노동에 대해 충분히 투자도 해야겠지만 또한 열린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다음에 취사선택을 해야하지, 처음부터 닫힌 마음으로 필요한 것만 요구하면 발전이 없고 왜소화되고 마는 것이지요." 그는 프랑스에서 실업자수당을 100% 요구하는 것이 우리가 볼 때에는 납득이 안되는 것 같지만, 국민을 국가가 고용하는 것이고 따라서 실업시 고용창출을 못한 국가에게 책임이 있다는 그들의 논리는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면서, 이렇게 한발 앞서 가면서 구체적인 사회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이 있어야 운동이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의 닫힌 자세를 고쳐나가겠다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전문가그룹은 반성할 점이 없겠는가. 사회개혁투쟁에 함께 할 수 있으면서, 전문적이고 구체적이며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가는 데 열심인 전문가들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 것인가 스스로 자책해 보았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에게서 우리가 기대했던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들을 볼 수 있어서 안도감이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노총은 사회진보운동의 큰 축이 아니던가. 그 조직에 오랫동안 뿌리박고 있으면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의 존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도 될 것 같았다. 77학번으로 79년부터 아동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다녔다는 그의 이력에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측은지심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신뢰의 한 근거가 될 것이다. 그런 그에게서 확인할 일이 하나 남았다. 얼마전 성희롱 관련으로 100인위원회로부터 지적을 받은 일이다.

"4-5년전의 이야기인데요. 당시 민노총조직과정에서 매일같이 술자리가 이어졌어요. 저는 기억을 못하고 있는 사항인데 그날도 행사가 끝난 후 2차 3차까지 갔겠지요. 만취된 상태에서 행사에 함께 참석한 여성간부 2명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가는데 세사람이 다 뒤에 타고 제가 가운데에 탔다고 해요. 제가 만취된 상태에서 몸을 양쪽으로 부딪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탄 여성이 불쾌하게 생각하고 중간에 내리자고 제안해서 함께 내렸는데 제가 술 한잔 더 하자고 추근거렸다고 해요. 저는 그 여성이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로 인해 불쾌감을 가졌다면 사과라도 할 수 있게 누구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 일로 인해 민주노총 선거시에 여성간부들로부터 후보에서 사퇴하라는 요구도 받았고 당선된 후에 민주노총이 남성중심조직이어서 문제후보를 1등으로 당선시켜 주었다는 비난도 들었습니다. 4-5년전에 비해서 우리술자리문화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지금도 더많이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쨋든 그 여성분이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그후로 술자리를 매우 조심하고 여성들에게 2차, 3차를 권하는 것도 조심하고 있어요." 중 3인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둔 중년남성의 사과하는 태도로서는 납득할 만 하였다.

끝으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바램은 없는지 물었다. "민중운동 사회운동이 분열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자본측은 똑같이 이야기하는데 우리쪽은 스스로 너무 세분화시켜서 힘을 잃는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민노총을 비롯한 대중조직 운동이 대안없는 원칙을 내세우고 정서에 맞지 않는 과격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면한 생존권 문제 때문에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운동의 조급성이나 거친 부분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충고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라는 노래가 있다. 뭐뭐 해야 한다라는 말이 노래제목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 한데 만나야 한다라는 제목만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동안 우리 서로간에 대화와 나눔과 수퍼비젼이 너무 부족해서 마음이 메말라버리고 생각이 편협되고 운동의 감동이 사그라들었는지도 모른다. 발품을 파는 만큼만 얻는 것이 인생의 진리일진대, 현장과 학계가 시민단체와 사회단체가 대중조직과 정책집단이 서로에게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열린 자세로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어야 운동이 건강해지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합리적인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사회권연대에서 함께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의 깡마르고 구부정한 그러나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킬 것 같은 편안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박주현 / 변호사, 본지 편집위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 공동모금회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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