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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3
  • 2003.05.02
  • 862
해병대를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을 하고 다닌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굉장한 말이다. 이 말 안에는 "자부심"과 "독립성"이 들어있다. 해병대를 나온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해병대 나온 것에 대한 투철한 자부심이 있고, 사회적 결속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군 생활을 했던 사람의 대부분은 제대하고 나서도 계속 부대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다시 군대를 간다면 차라리 죽을 것이다', '군대가 있는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라고 하는 것에 비해 해병대를 나온 사람들은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라는 구호 아래 해병대를 나온 사람끼리 만나면 몇 기 몇 기 물으며 철저한 군대식 규율을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실천하고 있다. 엄청난 단합력이다. 과연 이들의 소속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며, 그 단결된 모습은 무엇으로부터 나오는 것일까?

나는 사회복지사를 설명하기 위해 해병대를 차용해 왔다. 혹 해병대 출신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노하지는 말라. 왜냐하면 분명 해병대의 좋은 점을 빌리고자 했을 뿐이니까. 짧게 정리하자면 해병대의 단합력은 바로 "자부심", 그리고 "강력한 자는 이 세상에 단 하나" 그것이 바로 해병대 정신이다. 동일하게 사회복지사에게도 이런 정신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사의 존재 이유

아기에게는 어머니가 필요하다. 학생에게는 선생님이, 차를 운전하려면 운전사가 필요하다. 만약 아기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기를 돌본다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고 선생님이 아닌 다른 사람이 지식을 전달한다면 물론 지식을 전달할 수 있겠지만 학교라는 배움의 공간은 없을 것이며, 운전면허도 없는 사람이 운전을 한다면 사고가 날 것은 뻔하다. 물론 운전 면허가 없어도 운전을 할 수 있고,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지식이 있다면 가르칠 수 있고, 어머니가 아니어도 아기를 잘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 그리고 특수성은 바로 전문과 비전문의 차이를 낳는다.

해병대는 바로 자부심, 사명감,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것이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사회복지사 역시 자부심, 사명감,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명감과 특수성은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자부심은 부족하다. 즉 사회복지사 자신이 사회복지에 대한 마인드 성립은 잘 되어 있지만 그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부족하다. 한국에서의 사회복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로 인식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토대가 미약하다.

파르라니 깍은 옆머리, 다른 부대와는 다른 각모자, 빨갛고 노란 제복의 표시, 위엄스럽게 보이는 용무늬, 그리고 해병대라는 커다란 한자의 나열. 해병대 군인들을 보면 복장이 화려하다. 화려하다 못해 요란하다. 어디서고 그들이 해병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그들이 해병대라고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인다. 크게 아주 크고 다양하게. 그게 그들만의 PR방식이다. 그들을 보면 용맹해 보인다. 총알을 맞아도 죽지 않을 것 같다. 왠지 적군이 쫄아서 도망갈 것 같다. 그들 자신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표리동동(表裏同同)이러고 한다.

사회복지사 역시 이런 것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사만의 상징 말이다. 그렇다고 제복을 입거나 머리를 깎을 것인가? 사회복지사의 상징은 우리보다 복지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리는데 있다. 어디서 당신 직업이 뭐냐고 묻는데 상대방이 사회복지사에 대해 모른다고 해서 그냥 회사원이라고 하면 그 사람은 회사원 밖에 될 수 없다. 사회복지사라고 말하고 그 다음엔 사회복지에 대해서 일장 연설을 풀어놓는 것이다. 만약 듣고 있는 사람이 지루해 한다면 좀 더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법을 개발하면 될 것이고 잘 듣는다면 그 사람은 나중에 문제가 있을 때 사회복지사를 찾을 것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선전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사 자신이 해야 한다. 검사 변호사는 법원에 있고, 의사는 병원에 있고,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에 있다. 누가 활동 영역이 더 넓은가? 사회복지사가 더 넓다. 지역사회에서 넓게 활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도 사회복지사뿐이다. 이렇게 보면 사회복지사 역시 해병대와 같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위치에 있다.

동급최강(同級最强)

군인이라고 다 같은 군인은 아니다. 육해공군의 역할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는 군대는 해병대뿐이다. 그래서 귀신 잡는 해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까지 잡을 수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동급 최강이다. 사회복지사를 한다고 해서 모두가 사회복지사는 아니다. 때로는 의사도 될 수 있고, 변호사도 될 수 있고, 상담사도 될 수 있는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복지사뿐이다. 그래서 슈퍼맨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역할이 변하는 가제트 같은 사회복지사라면 그 사람이야말로 동급최강이다. 간과하지 말자. 누구나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다면 난 결코 사회복지사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해병대에도 고문관은 있다. 겁이 많거나, 게으르다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상대적으로 약한 해병이 있다. 하지만 그런 해병은 해병 집단에서는 쳐주지 않는다. 그것은 그만한 자질을 갖추어야만 진정 해병인 것이지 해병대 옷을 입었다 해서 해병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 안에는 역경과 고난 수많은 혹독한 훈련 속에서 살아남은 자만의 자부심이 있는 것이다.사회복지사라 해서 모두가 만능은 아니다. 다가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거부하면 그건 사회복지사라기보다는 클라이언트에 가깝다. 사회복지사로서 그만한 자질을 갖추어야만 진정 사회복지사인 것이지 사회복지학과를 나왔다 해서 자격증이 있다 해서 사회복지사인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필드에서의 수많은 경험과 고민을 통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고 한 분야에서든 여러 분야에서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해야만 사회복지사라고 할 수 있겠다.

사회복지는 경험 학문, 현장 학문이다. 탁상공론의 학문은 아니다. 따라서 다른 분야보다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대한민국 사회가 사회복지사를 전문직으로 쳐주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이며, 사회복지사로서 너무 겸손을 떨었기 때문이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봉사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너무 정저지와(井底之蛙)가 좌정관천(坐井觀天) 했기 때문이다. 이젠 그 우물 속에서 나와 더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껴야 할 것이다. 수많은 경험과 공부 그리고 고민 속에서 강력한 사회복지사가 태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사회복지사로서 자부심, 사명감, 특수성을 모두 갖추어 이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복지의 천국으로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마치 해병대가 우리가 아니면 조국을 지킬 수 없다 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경국 / 오산자활후견기관 실장, lgk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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