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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6
  • 2006.02.10
  • 1149
들어가며

서울행정법원은 2006. 1. 5. 항생제 오남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보건복지부는 2002년부터 2004년의 기간 동안 지역별, 요양기관종별, 의원급 표시과목별 급성상기도감염 ¹의 항생제 평가등급에서 1등급(상위 4%)과 9등급(하위 4%)에 속한 요양기관의 수, 명단 및 각 요양기관이 사용한 항생제 사용지표에 대한 정보공개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피고인 보건복지부는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래에서는 이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 및 정보공개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에 대한 재반론 및 향후 과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항생제 오·남용의 공개 필요한 까닭?

참여연대는 국민의 주요 질환인 감기에 있어서 항생제 오·남용을 막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2005. 3. 29.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제사용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01년부터 실시한 항생제, 주사제, 약품비 3가지 항목에 대한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중 급성상기도감염(단순 감기)에 대한 항생제처방율 정보의 공개를 보건복지부에 청구했으나 거부하자, 이에 대한 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특히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처방율은 요양기관별, 의원별, 급성강기도감염 등 상병에 따라 동일 그룹별로 백분위등급평가를 실시하여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의료기관의 자체적인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등급으로 산정된 평가결과와 평가군별 평가지표를 해당 요양기관에 개별통보하고 있었음에도 2002년 이후 항생제 처방율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생제 오남용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의료계를 포함한 전 국민 누구나 항생제 오남용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항생제 내성율 1위 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 대부분은 단순한 감기나 독감에 걸려 병원에 가면, 항생제 주사 한방 맞아야 감기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항생제가 들어 있는 강한 약을 처방하는 병원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감기환자의 95%를 담당하는 의원들 상당수는 감기환자가 내원하면 상담이나 대증요법을 하면서 24시간 정도 관찰기간을 갖고 폐렴 등으로 전이되었는지 여부를 지켜보지 않고, 바로 항생제를 포함한 감기처방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의료계와 의료소비자의 이율배반이 우리나라 국민의 항생제 내성률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참여연대는 판단했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5년 2월 발표한 급성상기도감염 질환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항생제 처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원인을 분석한 논문이 있는데, 그 원인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습니다.

첫째, 과학적인 지식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의료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1990년대 이후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표준 교과서나 미국 등 다른 선진국들은 감기나 독감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바이러스에는 항생제가 적응증이 없으므로 항생제 처방을 하지 말라고 함에도, 일부 의료계는 감기에는 항생제 처방이 유용했다는 경험에 근거해 항생제 처방이 계속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둘째, 의료소비자들이 감기치료에 있어서 항생제가 들어간 강한 약물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한사람 한사람을 불러놓고, 항생제 오·남용 문제있냐고 물어보면 다들 그렇다고 대답하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감기가 걸려 병원에 가시면 주사 한대 맞아야 병원 갔다고 생각하고, 아이가 아파도 약이 강한 소아과를 찾아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 감기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을 때, 병원에서 기대하는 것은 상담치료, 교육 및 휴식을 통한 감기의 자연치유보다는 약물투여를 통한 빠른 치유를 원하는 환자의 높은 기대가 또 다른 원인임을 지적했습니다.

셋째, 열악한 병원의 경영환경입니다. 1일 70명 이상의 외래환자를 진료해야 병원운영이 가능함을 호소하는 의사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의사들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감기환자와 상담을 하고,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들이 약이 강한 병원을 쇼핑하기 때문에 병원 간에 경쟁이 붙어 환자 유치를 위해 항생제 등이 포함된 약효가 강한 약을 선호함을 지적했습니다.

의료계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의사 고유의 영역인 처방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며, 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항생제 과다처방여부가 좋은 병원과 나쁜 병원이라는 오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또한 의료행위가 의사가 가진 과학적으로 검증된 의료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전인격적 판단영역임을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번 소송과정 중 제출된 2003년도 1분기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율 상위 10개 의원의 항생제처방율은 모두 98.87%에서 99.61%에 이르고 있습니다(2003년도 국정감사자료).

다음은 이번 소송에 제출된 증거들인데,

'2005년도 1분기 급성상기도감염의 평가결과'² 는 세균감염 가능성이 높은 종합병원이나 종합전문병원에 비해 일반 의원의 항생제 처방율이 가장 높았으며, 급성상기도감염을 처방한 의원 중 항생제 처방율이 0.3%에 불과한 의원부터, 99.3%에 이르는 의원까지 의료기관간의 표준편차가 31.09에 이르러 비정상적으로 차이가 났으며, 특히 이비인후과와 소아과의 처방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단순 바이러스가 원인인 급성상기도감염은 항생제가 전혀 효능이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표준교과서에 기재된 과학적 진실로 미국을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은 감기에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의료비전문가인 원고 대리인이나 재판부 모두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적어도, 의료계는 의사의 고유영역인 처방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항변 이전에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진정 노력했는지 책임있는 답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혹, 건강전문가집단인 의료계로서 약물투여를 선호하는 의료소비자들의 잘못된 요구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보다는 환자 유치, 진료시간의 압박 등 열악한 의료경영환경에 편승해 수동적으로 순응해오지 않았는가 자성이 필요할 때입니다.

외국의 사례

재판에 제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질병관리센터(CDC)나 미국식품의약청(FDA)에서는 항생제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식품의약청(FDA)는 이미 감기와 독감에 대해서는 항생제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호주는 의사가 급성호흡기감염에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일정한 양식에 항생제를 사용하여야 할 이유를 보고까지 하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항생제오남용을 막을 대책

국민의 기초질환인 단순 감기에 있어서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계가 직접 만든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심사원칙 및 평가원칙을 잘 정비하고 이를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 심사원칙에 의하면 단순 감기에 있어서 항생제를 적응증 ³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항생제가 비급여가 됩니다. 감기환자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면 약제비 총액이 10,000원 이내인 경우에는 본인부담금이 1,500원을 내고 있는데, 비급여가 되면 환자들이 내는 본인부담금이 대폭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통상 약값 중 항생제가 1알에 1,000원 이상의 고가의 약이 많기 때문에 환자부담이 커지면 처방하는 병원 입장에서도 많은 부담이 될 것입니다.

또한 축·수산물의 사료에 쓰이는 항생제 양도 적지 않습니다. 음식물 섭취시 간접적으로 인체에 투여되는 항생제 양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축·수산물에 대해서는 수의사나 어의사의 처방 없이 생산자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항생제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여 할 것입니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을 통해 감기는 항생제가 치료효과가 없다는 의학계의 검증된 진실을 국민에게 알렸습니다. 또한, 약물투여와 빠른 치유를 원하는 환자의 기대를 완화시킬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답할 차례입니다.

이번 명단 발표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결구도로 몰아가서 공개여부에 불필요한 힘을 쏟지 말고, 정보공개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과 의료계 모두에게 알려, 국가적인 수준에서 감기 뿐만 아니라 축산물·수산물 등에 광범위하게 투여되고 있는 항생제 오남용을 막을 처방의 적정성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항생제오남용을 줄이는데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각주>

1) 급성비인두염(감기), 급성편도염, 급성인두염, 급성굴염, 급성후두염 등을 포함하는 상기도의 감염질환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상병코드상 J00-J06의 질환으로 통상‘감기’로 통칭됨.

2) 피고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사건 소송 계속중인 2005. 10. 20. ‘2005년도 1분기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평가결과’를 발표했고, 이날 항생제 처방율이 낮은 의원 2,603곳의 명단을 공개했으나 항생제 처방율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3) 약제나 수술법 그 밖의 치료법이 질병에 적용되어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질환이나 증세

서순성 / 변호사,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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