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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7
  • 2007.05.01
  • 630
한미FTA와 사회복지

이 태 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정부는 한ㆍ미 FTA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찾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ㆍ사회적 제측면을 고려할 때, 실제로는 한ㆍ미FTA체제가 시작되면 우리 경제 내의 산업간ㆍ기업간ㆍ노동계층간ㆍ지역간 격차를 격화하는 순효과(純効果)가 적어도 단기 및 중기적으로 초래될 것이 자명하다. 즉, 한ㆍ미 FTA로 인해 경제 전체의 GDP 총량은 늘어날 수 있고 선도적인 기업과 산업, 기술력 보유자에게는 ‘승자’로서의 파이(pie)가 보장되지만, ‘패자’ 그룹에게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 야기될 것이다.

한ㆍ미 FTA가 사회양극화를 해결하는 지렛대가 되는 유일한 길은 성장부문의 잉여가 효과(tricking-down effect)를 통해 경제 주체에 골고루 영향을 미치는 경우인 데,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구조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알다시피, ▷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사이의 분절 구조,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구조 취약, ▷ 금융의 국제화를 통한 국내 잉여의 해외 유출 가속화, ▷ 차상위계층이나 실직자,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근로자 등 경쟁 약자에 대한 정책 취약, ▷ 연금제ㆍ건강보험제ㆍ각종 사회서비스ㆍ공공부조 등 사회보장제도의 수준 미비 등이 그 구체적인 근거이다.

이러한 부실한 기반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조세정책과 사회보장정책을 통해 야기되는 소득재분배효과가 매우 미약하다는 사실이다. <표 1>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OECD 15개국 평균치의 7분의 1정도에 그치는 소득재분배 기전을 지닌 우리 사회가 한미FTA 이후 격화되는 경쟁과 시장의 논리 앞에서 어떻게 골고루 잘 사는 사회상을 구현해 나갈 수 있겠는지 전망이 어둡기만하다. 다른 한편 이런 엄연한 현실을 둔 채, 한미FTA를 통해 우리사회의 양극화가 해소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정부 내 경제관료들의 태도가 두렵기까지하다.

<표 1> 조세와 사회보장제도의 소득분배 개선 효과 비교 - 생략

분명한 것은 성장의 파이를 키운다고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성장의 굵은 동맥을 찾아낸다 해도 특정집단, 특정산업, 특정기업이 최대의 수혜자가 되고만다면 대중의 박탈감은 더욱 우심할 뿐이다. 전체 고용인구의 10퍼센트도 안되는 대기업ㆍ금융산업 종사자에게로, 내수산업과 하청기업의 이익과는 길항관계에 있는 수출기업으로, 지대의 형식으로 타인의 부가가치를 점유하는 임대업자들에게로 추가되는 성장의 파이가 유독 집중되는 구조라면 대중의 상대적 궁핍과 양극화의 망령은 현실이 되며, 한미FTA는 국민 일반에게 질곡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사회보장지출수준에서 우리와 꼴찌를 서로 다투고 있는 멕시코가 외환위기와 NAFTA의 이중 충격에 의해 실업율은 뛰고 실질임금은 격감한 상황을 가벼이 여길 것은 아니다. <표 2>에 정리된 바와 같이 멕시코는 1994년 NAFTA 체결 이후 경제성장율에 있어서는 2001년 IT 버블 붕괴 국면에서 잠시 제로 성장률까지 하강한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나쁠 것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율이나 실질임금의 측면에서 현저히 불량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표 2> NAFTA 체결 이후 멕시코의 주요경제지표 추이 - 생략

우리나라가 멕시코의 전철과는 달리 한미 FTA 이후 사회양극화가 확대재생산되게 하지 않으려면 몇가지 조건을 구비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조세형평성 제고와 조세기반 확충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 자영자소득파악율 2010년까지 50% 이상 확보

▷ 조세감면 규모 현 20조에서 10조 이하로 축소

▷ 간이과세제의 폐지 등 세원투명성 제고

▷ 주식양도세, 부동산세 등의 적극적 시행

등이 그것이다.

둘째, 경쟁 약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정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ctive Labour Market Policy)

; 직업재훈련 강화, 취업알선 강화, 실직자 재취업 프로그램 활성화, 이와 관련된 인프라 정비 및 강화 등

▷ 실직자의 생활 및 가정보호 프로그램 강화

; 실업부조제도 도입, 실직가정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 상의 부분급여 발동, 실직 가정을 위한 사회서비스 강화

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비자발적 실업자들이 분야별로 양산될 수 있으므로 실업부조제도를 도입하고 실질가정을 위한 사회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복지제도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셋째, 사회보장제도의 충실화 측면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 가족부양 부담의 완화

; 주거ㆍ교육ㆍ의료ㆍ자녀양육ㆍ노인수발 등에 필요한 가정내 지출을 경감시키는 각종 정책 필요. 구체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교육의 추가적 지출 억제, 의료보장성 강화, 아동수당제 도입, 노인수발보험 정상적 도입 등

▷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충실 전개

; 실직자 및 빈곤층의 자활을 돕는 차원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사회적 지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공공부문의 인력이 사회적 일자리 차원에서 확충됨

▷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서비스 강화

; 한부모가정, 빈곤가정, 노인단독가정, 장애인가정 등에 취업 및 생활유지를 위한 치밀하고 세심한 사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서비스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전달체계를 공고하게 구축

등이 해당되는 정책이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한ㆍ미 FTA 체결을 통해 사회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것을 막고 성장의 이득을 전 구성원이 향유하여 사회통합이 이루어짐은 물론 성장의 잠재력을 고양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조세 및 사회보장정책을 한층 강화해야 하며, 소득분배 개선율을 어떻게하면 OECD 평균수준으로 향상시켜 우리의 조세ㆍ재정구조가 선진국형으로 자리잡을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 주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부가 「비젼 2030」을 통해 사회보장지출비의 GDP 비율을 2030년에 OECD 평균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한 부분도 재고되어 그 실현시기를 앞당기는 「신(新) 비젼 2030」을 구성해야 하지 않을까한다.

이 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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