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5 2005-06-10   5491

한국 사회 빈곤대책의 개선방향

Ⅰ. 서 론

경제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빈곤문제는 매우 심각한 양상을 보이며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했다고 발표한 1999년 이후 빈곤율은 약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이는 얼마 가지 않았다. 2002년부터 절대빈곤율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현상으로 상대빈곤율의 증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상대빈곤의 심화는 곧 분배구조의 악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 배경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유연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최근에 와서는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까지 예년에 비해 악화하는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악화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도 1990년대 중반 이래 계속 하락하여 2004년의 경우 경제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노동시간은 경제위기 이후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의 짐은 전체 노동자에게 지워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욱 여성노동자에게 과도하게 지워지고 있다.

여성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2/3에 달하며 여성이 가구주인 가구의 빈곤율도 남성이 가구주인 경우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비정규직의 여성화와 빈곤의 여성화는 가족구조 및 기능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사회 전체적으로뿐만 아니라 빈곤의 짐을 안은 인구집단의 개인적 대처능력을 심각하게 고갈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사회복지제도는 제 기능을 다 하고 있지 못하다. 사회보험 사각지대와 근로빈곤층의 대부분은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조제도가 있지만 그 제도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절대빈곤층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회보장 사각지대나 비정규직 노동자, 근로빈곤층 등의 용어로 표현되는 이들은 곧 사회적으로 배제된 집단들인 것이다. 이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된 것은 한국 사회에서 사실상 최근의 일은 아니다. 이들은 그 전부터 배제되어 왔으며 경제위기 이후 확대되었다고 하는 복지제도 하에서도 여전히 배제되어 있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는 복지제도의 도입을 주장하거나 제도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고 이는 제도의 발전이 일천했던 현실에서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제도도입 주장에 못지않게 도입된 제도들 그리고 앞으로 도입해야 할 제도들이 한국 복지국가와 노동시장정책의 전반적인 구조 내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며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빈곤은 사회의 다른 부문과 동떨어진 채 존재하는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나 분배구조의 악화라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 조정에 영향을 받아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빈곤대책은 공공부조제도 하나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분배구조 전반과 노동시장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구조 전체의 작동과정 속에 위치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복지기본선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오인되고 그것이 당연시되는 현실은,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와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정도의 시민권 수준이 그런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적 한계일 수 있지만, 이러한 한계에 머물러서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빈곤을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이러한 한계를 깨고 구조적 빈곤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Ⅱ. 본 론

1. 빈곤의 실태와 특징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절대빈곤율 추이는 경제위기 이전까지 대체적인 감소 추세, 경제위기 직후부터 2000년까지 급격한 증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빈곤감소, 2002년 이후 빈곤의 재증가로 정리할 수 있다.

(1) 1990년대 이후 빈곤의 추이

경제위기 직후 빈곤이 급증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찬용 등(2002)은 가구소비실태조사 자료에 근거하여 빈곤율을 1996년 3.16%, 2000년 9.42%로 추정하여 경제위기 이후 빈곤율이 1990년대 중반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추정했다. 역시 가구소비실태조사 자료를 사용한 유경준(2003)은 빈곤율을 1996년 5.91%, 2000년 11.46%로 추정하여 경제위기 이후 절대빈곤율이 2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빈곤추이를 1990년부터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절대빈곤이 일종의 주기를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1990년과 1991년, 1995년, 1998∼2001년, 2003∼2004년이 각기 절대빈곤율(도시가계연보 자료로 추정한 절대빈곤율)이 6%를 넘었던 기간이다. 경제위기 직후인 1999년의 절대빈곤율은 그림에 나타난 어떤 연도보다 높은 빈곤율이다.

[그림 1] 1990년대 이후 빈곤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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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1990년 이후 빈곤의 추이(도시가계조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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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빈곤율은 수치상으로는 2000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2002년에는 6%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2003년에 다시 6%를 넘어서게 되었고 2004년에는 6.53%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2003년 이후 다시 증가한 빈곤율은 1990년 이후 전 기간의 빈곤율과 비교해보면 수치상으로는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림에 나타난 15개연도 중 2004년보다 빈곤율 수치가 높은 연도가 7개연도이며 그보다 낮은 연도도 7개연도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빈곤은 이 수치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

(2) 분배구조의 악화

수치상의 빈곤과 체감 빈곤이 다르게 나타나는 한 원인은 상대빈곤의 악화에 있다. 그림에서 상대빈곤은 경제위기 전까지 10%를 넘지 않는 수준이었으나 경제위기 이후에는 2002년만 제외하고는 모든 연도에서 10%를 넘고 있으며 특히 2003년 이후부터는 매우 빠르게 증가하여 2004년도 상대빈곤율(11.20%)은 경제위기 직후인 1999년도 상대빈곤율(11.15%)보다 높은 수준이다.

상대빈곤의 증가는 지니계수에도 반영되어 가구소비실태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지니계수를 산출한 연구(유경준, 2003)에 의하면 1996년도 지니계수는 0.298이었으나 2000년의 지니계수는 0.358로 소득분배구조가 크게 악화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시가계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산출한 지니계수는 가구소비실태조사 자료에 의한 것보다 낮은 값으로 나오지만 그 역시 분배구조가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시가계조사에 의한 지니계수는 1997년 0.283에서 1999년 0.320으로 증가하였고 2000년 0.317, 2001년 0.319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2년 0.312, 2003년 0.306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석재은, 2005).

[표 2] 경제위기 전후 노동소득분배율 및 취업자 비중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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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계수의 증가와 상대빈곤 증가는 분배구조가 그만큼 악화하였음을 의미한다. 분배구조의 악화를 보여주는 한 지표로 노동소득분배율을 보면, 이 수치는 1997년 62.3%에 달했으나 1998년 61.9%, 1999년 59.6%로 60% 이하로 떨어지고, 2000년 58.8%, 2001년 59.5%, 2002년 58.2%로 계속 하락하여 경제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치 못하고 있다(<표 2> 참조) -주1)경제위기 직전이었던 1997년의 노동소득분배율 62.3%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높은 것이 아니다. 미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72.3%(2001), 독일 역시 72.3%(2002)이며 일본은 73.6%(2000)에 달한다(한국은행, 2003).

이것은 전반적으로 국민소득 중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의 비중이 경제위기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였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은 피용자의 규모가 증가하면 함께 증가하는데 피용자의 비중은 1997년 63.2%에서 2002년 64.0%로 소폭이나마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취업구조가 그만큼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경제위기 이후 크게 증가하였는데 1997년 전체 피용자의 45.7%에 이르던 임시‧일용직은 2002년 51.6%에 달하고 있다. 임시‧일용직 등을 포함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0년 58.4%(758만명)에서 2001년 55.7%(737만명), 2002년 56.6%(772만명), 2003년 55.4%(783만명), 2004년 55.7%(813만명)로 절반 이상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손정순, 2005) -주2)노동부의 집계방식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3년 465만명(32.8%0이며 2004년 519만명(35.6%)이다. 김유선의 집계방식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2003년 784만명(55.4%)이며 2004년 816만명(55.9%)이다. 김유선이나 비정규노동센터의 방식을 따르면 2003년에서 2004년 비정규직 노동자는 약 30만명, 0.5% 증가한 것으로 나오지만 노동부 방식을 따르면 같은 기간 비정규직 노동자는 54만명, 2.8%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또한, 정규직 임금 대비 비정규직 임금의 지수는 2003년 51.0에서 2004년 51.9로 다소 그 격차가 줄어들었으나 이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증가해서가 아니라 정규직의 임금증가율이 둔화해서 나타난 결과이다. 또한, 주당근로시간도 2000년의 경우 정규직이 47.1시간, 비정규직이 47.5시간으로 비정규직의 근로시간이 길었으나 2004년에는 정규직이 47.4시간, 비정규직이 46.3시간으로 오히려 정규직의 근로시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의 근로시간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증가율이 둔화하였다는 것은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전반적인 근로조건이 악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전체적으로 피용자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김유선(2005)의 계산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815만 6천명 중 여성이 421만 6천명으로 절반이 넘는 51.7%에 달하고(정규직 중 여성은 29.2%), 전체 여성 임금노동자 609만 5천명 중 비정규직은 6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남성임금노동자 848만 9천명 중 비정규직은 46.4%).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경제위기 전 41.2%에서 2002년 41.6%로 소폭 증가했지만 이 증가한 여성들의 취업은 상당부분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노동소득분배율로 인한 분배구조 악화의 폐해가 여성들에게 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문제시되고 있는 빈곤의 여성화는 이러한 비정규직의 여성화를 그 배경으로 한 것이다.

또한, 전일제 상용직 중위임금의 2/3 이하를 저임금으로 규정할 때 2004년의 경우 이 중위임금은 월 180만원이고 이의 2/3는 월 120만원인데 전체 임금노동자 1,458만명 중 절반에 가까운 699만명(47.9%)이 저임금노동자이며, 이들 저임금노동자의 20.4%(131만명)는 정규직이고, 69.7%(568만명)는 비정규직이다(김유선, 2005) -주3)전일제 상용직 노동자 중위임금의 2/3 이하를 저임금으로 규정하는 것은 OECD 기준에 따른 것이다. EU는 노동자 중위임금의 2/3 이하를 저임금으로 규정하는데 이에 따르면 2004년의 경우 저임금노동자는 전체노동자의 26% 정도 된다(김유선, 2005).

2004년의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월 105만 5천원이었고 그 120%는 126만 6천원이므로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는 소득만으로 볼 때 차상위계층에 포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들은 일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로서 빈곤과 비빈곤을 빈번히 이동하고 있어 결국 이들이 근로빈곤층(상대적 의미에서)인 셈이다. 게다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가입율은 매우 낮아서 1/5 정도만이 가입하고 있다. -주4)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개인으로 보았을 때의 가입율이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는 가구로 보면 가입율은 그보다 올라간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한 가구의 다른 가구원은 정규직일 수도 있고 정규직 가구원이 가입한 사회보험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피부양자로 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연명‧김종건(2003)의 분석에 의하면 가구단위로 접근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 가구의 사회보험 가입율은 약 40%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회보험으로부터의 배제와 관련해서는 좀 더 정교한 조사를 통한 정확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사회보장 사각지대나 근로빈곤층, 차상위계층(혹은 차차상위계층), 비정규직 노동자는 서로 다른 집단이 아니라 서로 중복되는 상당히 동질적인 집단인 것이다.

결국 현재 수치상으로 나타난 절대빈곤율은 경제위기 직후보다는 낮지만 현실에서 그것이 매우 심각하게 체감되는 것은 노동소득분배율의 지속적 하락이나 지니계수의 증가 등으로 표현되는 소득분배상황의 악화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증과 임금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지속적 하락과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전체적인 분배구조가 악화하고 있다는 데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앞의 그림에서도 보듯이 2003년 이후 절대빈곤율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상대빈곤율도 증가하고 또한 상대빈곤의 증가폭이 더 빠르다(상대빈곤율의 더 빠른 증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분배구조 악화가 개선되지 않는 한 향후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이다).

전반적인 분배구조 악화에 의한 빈곤심화는 빈곤을 초래하는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개별 가족의 자원 자체를 고갈시켜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전기요금 연체가구나 임대아파트 임대료 체납가구, 상수도요금 미납가구가 크게 증가하여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조차 파괴당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극단적인 사건도 많아 자살률도 경제위기 직후 늘었다가 2000년까지 줄었으나 다시 늘어나서 2003년에는 경제위기 직후의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주5) 인구 10만명당 자살율은 2001년의 경우 14.5명으로, OECD 평균 13.9명보다 높으며 독일(13.5명), 스웨덴(13.4명), 미국(10.4명), 영국(7.5명)보다 높다(OECD, 2005).

이런 현상들은 경제위기 이후 확대되었다고 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안전망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위기극복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비용이 이른 바 서민층에게 그대로 전가되었음을 의미한다.

2. 한국의 복지국가 발전과 공공부조

(1) 한국 복지국가의 전개과정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는 해방 이후부터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를 중심으로 잔여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1950년대 공공부조는 공공구호라 불리었으며 사회복지서비스는 주로 외원기관에 의존하였다. 공공부조가 먼저 발전한 것은 빈민법으로부터 출발한 서구, 그 중에서도 특히 영미권이나 북구권의 경우와 유사하지만 그 후의 발전과정에서 한국의 복지제도는 사회보험 중심으로 발전하여 대륙유럽권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림 2] 한국 사회복지제도의 확대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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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회보험제도의 확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 1982년의 경우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중 두 가지 제도만이 도입되어 있었고 그것도 의료보험은 100인 이상 사업장에, 산재보상보험은 16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던 것이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2년이 되면 고용보험을 제외한 사회보험이 모두 도입되고 적용범위도 근로자의 경우 모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며 의료보험의 경우에는 일부 사각지대가 존재하였지만 노동자와 자영자를 모두 포괄할 만큼 확대된다.

2004년이 되면 1995년 실시된 고용보험으로 모두 도입된 4대 사회보험이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모든 노동자와 자영자를 포괄하도록 확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급속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회보험은 대륙유럽의 상향식 발전과정과 달리 하향식 발전과정을 거쳐 행정적으로 적용이 용이한 대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부터 먼저 적용하여 발전한 관계로 사각지대가 엄청난 규모로 존재하여 왔다. 하향식 발전과정으로 인해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동안 사회보험으로부터 배제되어 있었으며, 기술적으로 사회보험을 적용하기가 곤란한 자영자와 농어민들 역시 상당기간 동안 사회보험에서 배제되어 있었다. 사각지대의 규모는 사회보험의 보편화를 이루었다는 오늘날에도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의 몇 차례 개정과 관련 법령의 제정 등을 통해 사회복지서비스의 정비가 간간이 시도되었지만 오늘날까지도 사회복지서비스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지체된 편이며, 공공부조 대상자와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는 상당 정도로 중복되어 양 제도 간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이현주‧강혜규‧서문희 외, 2003). 결과적으로 한국의 복지국가 발달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사회보험으로부터도 배제되어 있었고 공공부조로부터도 배제되어 있었으며, 사회복지서비스로부터도 배제되어 있었다. 이들은 한국이 본격적인 자본주의화를 진행한 이래 국가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고 그야말로 “자립‧자활”을 모토로 하여 자본주의 시장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한국 시민들에 있어서 이른 바 연(緣)복지(홍경준, 1999)가 그처럼 발달한 데에는 국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들 사각지대에 속한 사람들은 오늘날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로빈곤층으로, 차상위계층으로 불리우고 있다.

(2) 공공부조제도

이와 같은 사회복지제도의 왜곡된 전개과정 속에서 공공부조 역시 적절하게 발달하지는 못하였다. 과거 한국 공공부조의 근간을 이루었던 생활보호법은 1961년에 제정된 이래 언제나 근로무능력자와 근로능력자를 구분하여 근로능력자로 분류된 이른 바 자활보호대상자(이들도 사실은 상당수가 근로능력이 있다고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에게는 생계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무의무탁한 근로무능력자인 거택보호대상자에게만 생계비를 지급하였다.

공공부조가 근대화한 것은 경제위기 이후가 되어서였는데 그것은 1999년 9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보장법)의 제정으로 결실을 보았다. -주6)생활보호법의 개정논의는 그 전부터 수차례 있었으며 1990년대 중반에 생활보호법상 생계급여를 보충급여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개정작업이 진행되어 이것이 1997년 생활보호법의 개정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때의 개정법에 최저생계비 계측이 최초로 명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개정 생활보호법은 그 직후 닥친 경제위기로 큰 빛을 발하지 못했다.

기초보장법은 1997년 개정된 생활보호법에 명시된 최저생계비의 계측과 함께 제정‧공포되어 시행되면서 곧바로 법정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한 보충급여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게 되었으며 생계비를 가구의 자산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모든 가구에 지급함으로써 과거 생활보호법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자활보호대상자(이른 바 근로능력자)에 대한 생계비 미지급 문제를 해소하였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건부 수급제도가 근로능력자에 대해 부과되어 근로능력자의 포괄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최저생계비 이하인 모든 자에 대한 생계비 지급의 원칙은 실현된 셈이었다.

이 외에 기초보장법은 과거 생활보호제도 시절의 급여에 더하여 주거급여를 신설하는 등 급여종류의 면에서도 일정한 진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기초보장법에서는 모든 급여가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가구의 자산(=소득인정액)이 그 이하인 가구에 대해서만 지급되며 가구의 자산이 최저생계비를 상회하면 모든 급여의 지급이 중지되는 이른 바 통합급여에 따른 문제점을 안게 되었다.

기초보장법이 가지고 있는 보충급여방식과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통합급여 방식은 근로능력자의 자활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비판을 하는 논자들은 기초보장제도가 근로능력자와 근로무능력자를 한 제도 내에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기초보장법에 근로능력자가 포함된 것은 기초보장법이 만들어질 당시 대량실업이 사회문제화되어 있었다는 사실과 역사적으로 생활보호법이 자활보호대상자를 생계급여 대상에서 배제해 왔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기초보장제도가 근로능력자와 근로무능력자를 한 제도 내에 포괄한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빈곤을 탈피하게끔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 자체가 한국 사회에 다양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예컨대, 과거 의료보호법 하에 규정되어 있던 의료부조대상자는 의료보험의 전국민 확대를 이유로 1990년대 초에 폐지되었으며 이것이 차상위계층에 대한 부분급여 형식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로 극히 최근의 일이다. 주거급여의 차상위계층으로의 확대 시도도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것이며, 과거 취로사업 형태로 존재하던 자활보호가 자활급여로 형식을 갖춘 것도 기초보장제도의 실시 이후의 일이다.

게다가 아직 한국에는 노인교통수당을 제외하면 근로능력자이건 근로무능력자이건 보편적으로 소득을 보장하려는 목적의 프로그램은 운영되고 있지 않다. 장애수당이나 경로연금 모두 기본적으로 기초보장수급자 여부와 연계되어 있으며, 지급기준을 기초보장 수급기준인 최저생계비보다 높은 수준에 두고 있는 몇 가지 프로그램은 그 역사가 아직 매우 짧은 편이다.

게다가 사회복지서비스에 관련된 국가책임이 언제나 방기되어 사회복지서비스는 대부분 민간기관에 의해 공급되고 있는데다 그 대상자가 대부분 공공부조 수급자와 중복되어 “전부 혹은 전무”식의 통합급여는 비단 기초보장법 내의 문제만이 아니라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 전반의 문제이다. 이로 인해 공공부조의 수급자가 된 경우에는 공공부조 급여와함께 사회복지서비스 급여까지 받는 중복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공공부조 수급자가 되지 못한 경우에는 공공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 모두로부터 배제되는 문제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빈곤문제에 관련된 공공부조 프로그램의 다양화는 현행 기초보장법이 가진 통합급여 체계의 개혁을 요구하고 또 그러한 요구는 실현되어야 하지만 그것은 기초보장법 내의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라기보다는 사회복지서비스까지 포함한 보다 넓은 틀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표 3]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공공지출(1990년대 후반, GDP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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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의 경우 노동시장정책도 그리 활성화하여 있지 않아서 199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공공지출은 GDP 대비 0.68%로 같은 기간 OECD 평균인 2.03%에 비하면 33.5% 수준에 불과하며, 그 중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공공지출은 GDP 대비 0.49%로 OECD 평균(0.8%)의 61.3%에 그치고 있다.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에 대한 공공지출의 비중은 더욱 낮아서 OECD 평균(1.23%)의 15.4%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국 한국은 직업훈련이나 고용알선 등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도 적정 수준에 도달하여 있지 못하며 이직한 노동자에 대한 소득보장인 실업급여 등의 소극적 노동시장정책도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현행 한국의 복지제도가 노동시장 유연화 등으로 인한 근로빈곤문제에 대처할 구조를 적절히 갖추고 있지 못함을 보여준다.

3. 빈곤완화에 관련된 정책적 대응의 다양화 필요성

최근 한국 사회가 보고 있는 빈곤은 단순히 물질적 빈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사회 전반의 분배구조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빈곤도 아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책 역시 상당히 구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강구되어야 한다.

(1) 정책적 요구의 다양화

우선 구조적 빈곤으로 인해 빈곤완화를 위한 정책적 요구 자체가 다양화하고 있다는 점을 중요시해야 한다. 이는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며 그동안에도 사회안전망의 논의에서 1차 안전망, 2차 안전망, 3차 안전망 등 구조화한 논의는 있었다. 다만, 여기에 사회복지서비스와 노동시장정책까지 포함시킨 보다 넓은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방치한 채 복지제도만을 정비하려는 시도는 비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초기인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도되었던 스핀햄랜드 제도는 당시로서는 농민과 노동자들의 복지를 어느 정도 보장하려는 세력(지주세력)에 의해 추진된 집합주의적 조치였으나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저임금직종의 고용주에 대해 임금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여 임금수준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킴으로써 사용자의 도덕적 해이와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동시에 초래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 제도는 근로동기가 저하한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에 특별히 주목한 자유주의자들의 공격에 노출됨으로써 결국은 열등처우의 원칙을 구현한 신빈민법(1834년)으로 대체되기에 이르렀다. 스핀햄랜드 제도의 도입이 논의될 당시 당초 안은 최저임금제의 도입과 임금보조제도의 도입으로 두 가지였는데 스핀햄랜드 제도는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하지 않기 위해 그 대안으로 도입된 것이었다.

당시 이 제도가 실패한 원인으로는 주로 근로능력자에게까지 생계보장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려 한 것이 지목되었지만 실상 이 제도가 실패한 중요한 원인 중 한 가지는 최저임금제도의 확립이 없이 임금보조제도가 도입된 데 있다(Karl de Schweinitz, 1961, pp. 142∼143). 이 고전적인 사례는 노동시장정책의 뒷받침이 없는 복지제도는 그 존립근거가 매우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복지와 노동시장을 분리하여 놓고 노동시장에서는 비정규직의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면서 그들에 대한 대책으로 복지제도를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과거 스핀햄랜드 제도에서 보듯이 비효율의 모든 원인이 복지제도에 전가되어 그나마 추진하려던 복지제도마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는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추진하면서 이를 노사관계에서의 역관계에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는 듯 하나 그러한 면보다는 노동시장정책의 차원에서 보다 넓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 특히 하층 노동시장은 이미 유연화할대로 유연화하여 있으며 따라서 더 이상의 유연화는 분배구조 악화와 사회적 배제의 악화를 결과하여 복지제도 자체의 토대를 침식할 것이다. 지나치게 유연화한 노동시장구조에서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해소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사회보험제도의 존립기반도 상실될 것이다.

(2) 제도간 빈곤완화의 역할 분담

다음으로 소득보장에 관련된 여러 정책들로 빈곤완화의 역할을 분담시켜야 한다. 이 역시 새로운 이야기만은 아니다. 제도는 도입된 그 자체로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되며 현행 제도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구조적 빈곤과 관련하여 현재 도입되어 있는 제도들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역할분담에 관한 큰 그림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빈곤완화의 책임을 기초보장제도 한 가지에만 과도하게 떠넘기는 정책방향은 지양되어야 한다. 비록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고 아직은 기초보장 수급자 여부와 상당히 관련되어 있으며 급여수준이 낮기는 하지만 현재 기초보장제도 외에 몇 가지 수당들이 운영되고 있다.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 노인들에 대해 경로연금이 차등금액으로 지급되고 있으며(1인당 4.5~5만원 및 1인당 3.1~3.5만원), 저소득가정에 대한 보육료 지원(1인 4.6~23.9만원), 수급자 장애인에 대한 장애수당(1인 2~6만원)과 장애아동부양수당(1인 5만원)이 지급되고 있고, 그 외에 만5세아 무상보육(1인 13.1만원)과 장애아 무상보육(1인 29.9만원) 등이 실시되고 있으며, 차상위계층에 대한 부분급여로

[표 4]현행 각종 공공부조 제도 현황(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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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의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수급자 여부 또는 차상위계층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 수급조건을 완화하고 급여수준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이들 수당제도와 의료급여 등의 현물급여를 확대한다면, 빈곤완화의 부담은 기초보장제도 이외의 제도로 상당부분 분산될 수 있을 것이다.

빈곤완화의 책임이 기초보장에 과도하게 넘겨지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한국의 국가는 전통적으로 복지제도의 확충에 인색하였기 때문에 공공부조와 유사한 기능을 하면서 빈곤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가지 복지서비스와 수당제도의 도입에 늘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로 인해 빈곤완화를 위한 다른 제도의 도입가능성이 막히면서 빈곤완화의 책임은 언제나 최후의 안전망인 공공부조에 불가피하게 전가되어 왔다. 빈곤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각종 수당제도나 서비스는 공공부조 수급자 여부에 매이지 않고 대상자에게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빈곤의 원인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공공부조의 부담을 경감할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빈곤에 떨어지기 전에 빈곤을 완화해줌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에도 비용효과적이다.

(3) 사회복지서비스의 내실화

또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정비하여 공공부조와 역할분담을 적절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는 공공부조와 밀접히 연관되어 발전해 왔으므로 그것이 공공부조 대상자와 분리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복지서비스가 공공부조 대상자에 매일 필요도 없다. 그동안 복지관 등 이용시설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회복지서비스는 생활시설의 비중이 아직도 높다.

생활시설의 입소자는 대체로 10만명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 외에 미신고시설에 입소한 사람도 3만명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략 13만명 가량이 생활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셈인데, 기초보장 수급자 가운데 시설에 입소해 있는 수급자는 약 8만 7천명 가량이며, 이들 외에 미신고시설에 입소해 있는 수급자는 약 1만명이다. -주7)(보건복지부, 2005) 미신고시설은 2005년 1월 현재 1,150개소이며 이들 시설에 입소한 자는 20,648명이고 이들의 48%인 9,918명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다(보건복지부, 2005).

따라서 시설수급자는 9만 7천명 가량이라 볼 수 있으며 이 수치는 전체 시설 생활자의 75%를 차지한다. 사회복지시설 중 생활시설은 대부분 기초보장 수급자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사회복지 이용시설의 경우에도 그 이용자는 많은 경우 기초보장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이상으로 확대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상이 공공부조 대상자 내지 차상위계층과 중복되는 데다 사회복지서비스의 공급자 대부분이 민간기관이어서 이들 민간기관을 통해 제공되는 후원금 등의 급여는 정부에 의해 파악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반대로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자산이나 가족관계 등의 자료는 민간기관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구의 경우 영국의 예에서 보듯이 자선조직화협회의 활동 등을 통해 민간에서 중복지원을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되었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민간 차원에서의 이러한 노력은 그리 활성화하여 있지 않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스스로의 책임을 방기하고 이를 민간기관에 전가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전가된 책임의 이행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도 소홀히 하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복지원을 줄이려는 노력은 그렇지 않아도 약한 국가책임을 더욱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민간차원에서 중복지원을 줄이려는 자발적 노력이 발생할 수 없었다.

게다가 국가가 사회복지서비스의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면서 올바른 청사진도 마련하지 않은 관계로 그나마 국가가 서비스 공급에 나선 경우에도 그것이 서비스 부문별로 일관되지 못하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전통적인 사회복지서비스에서는 국가가 개입하는 서비스는 무의무탁한 수급자에 한정하여 있지만, 보육서비스의 경우에는 그와 반대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국공립 보육시설을 이용하고 있고, 문화 분야 등에서도 저소득층은 소외시킨 채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발전하여 있다.

이로 인해 서비스 부문에서 국가책임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부문간에 상이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예컨대 보육의 경우는 국가책임이행이 저소득층으로 집중되는 것이 올바르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이것이 서비스 보편화라는 원칙과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기왕에 국가가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부분은 그대로 살리면서 서비스 보편화를 지향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또한, 서비스의 보편화를 통해 사회복지서비스는 그 대상자를 공공부조 수급자보다 상위에 있는 계층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하여 빈곤예방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편되어야 한다.

(4) 자영자 문제에 대한 전향적 접근 고려

빈곤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대응과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언급할 것은 자영자 문제이다. 다양한 정책을 통한 대책마련은 필연적으로 소득보장정책과 서비스, 노동시장정책의 확대와 연계를 수반하게 되는데 그간의 경험을 볼 때 특히 소득보장과 관련하여 제도 확대나 제도 내실화에서 자영자의 소득파악이 언제나 문제가 되었다(여기서 말하는 자영자라는 범주에는 사회보험에서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었던 영세규모 사업장 노동자도 포함되며 이에는 서비스 업종 노동자가 상당수 포함된다).

한국의 경우 자영자는 전체 취업자의 40%에 가까울 정도로 규모가 큰데 이를 감안할 때 노동자를 일차적인 대상자로 발전해 온 사회보험제도가 한국의 현실에 어느 정도나 적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서서 자영자라는 집단이 한국의 정치경제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회문화적으로는 그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들의 규모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에 대한 이론적 규명 작업이 있어야 한다. 과거 자영자는 계급론적 관점에서 소부르주아 범주로 분류되어 주로 연구되었으며 자영자들의 경제적‧사회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연구한 사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자영자가 한국 사회의 작동에서 갖는 의미 등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선행할 때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적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자영자라고 불리는 집단은 그 진입이 제한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시장경쟁에 상당히 무제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처럼 무제한적으로 노출된 집단을 그대로 두고서 사회보험제도 등의 복지제도를 강구한다는 것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방치한 채 복지제도를 마련하는 시도만큼이나 비효율적인 것이 될 공산이 크다. 자영자에 대해 소득파악율의 제고와 같은 행정적 접근만을 계속 시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그들의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고 그 토대 위에서 적절한 접근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자영자 규모가 큰 것은 미국의 농산물 원조 등 역사적인 원인도 있지만 열악한 노동조건 등 노동시장적 원인도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영자 문제는 노동시장정책과 관련되어 있으며 따라서 오늘날 한국의 복지에서 노동시장정책은 그만큼 매우 중요한 것이다.

Ⅲ. 빈곤완화 대책의 개편 방향 : 결론에 대신하여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정리하면, 빈곤완화에 관련된 정책적 대응을 다양화하여 현행 각종 수당을 대상자의 면에서나 급여수준의 면에서 현실화하여 빈곤예방을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회복지서비스 역시 기존의 공공부조 대상자에 대한 서비스를 내실함과 동시에 대상자를 상위계층으로 확대하여 서비스의 보편화를 지향하여 역시 빈곤예방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러한 것들은 모두 노동시장정책의 강화와 병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을 염두에 두고, 그간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하고 또 기타 고려할 사항들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결론에 대신하고자 한다.

(1) 사각지대의 해소

현재 한국의 복지제도와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사안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사이에 놓여 있는 사각지대와 빈곤층이면서도 공공부조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공공부조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소하는가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는 그 해결을 위한 정책의 내용이 다소 차이가 있으며 어느 것이 더 우선이라고 판단키 어려울 만큼 둘 다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우선순위를 굳이 따지자면 가난하면서도 기초보장의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등의 공공부조 사각지대의 해소가 더 우선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공공부조 사각지대의 해소와 관련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재산기준의 완화 등 현행 기초보장법의 일부 불합리한 규정을 수정하여 접근하는 방법과 현행 각종 수당제도와 의료급여 등의 부분급여를 확대하여 기초보장제도에 대한 하중을 줄이면서 접근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일 수 있는데 수당제도 등의 확대로 한부모 가정이나 노인, 장애인 등의 욕구가 상당부분 충족될 수 있다면 기초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도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할 때 최저생계비와 현금급여기준선 간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저생계비는 적정 수준의 최저생활을 표현하는 하나의 개념적 도구이다. 최저생계비라는 개념적 도구를 통해 표현된 최저생활이 반드시 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해서만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여러 수당제도나 현물급여도 최저생활의 보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 기초보장법상의 현금급여기준은 수당이나 현물급여의 확대에 맞추어 그 수준과 의미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경우 이들에 대한 규정은 근로빈곤층으로 되기도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되기도 하는데, 정부는 대개 이들을 근로빈곤층으로 규정하고 이른 바 “일을 통한 빈곤탈출”을 중심으로 한 정책적 대응을 표방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자활사업의 강화도 포함되어 있는데, 하지만 이는 자활사업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및 인적자본 중시전략으로 승화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즉, 현행 자활사업은 노동시장정책과 연계되거나 내지는 노동시장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근로소득보전세제와 자활사업 강화

또한, 일을 통한 빈곤탈출 정책의 일환으로 최근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는 이것이 노동시장에 대해 갖는 의미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즉, 근로소득보전세제는 그것이 최저임금을 손상할 수 있으며 저임금직종의 고용주를 보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 도입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또한, 근로소득보전세제가 기왕에 근로빈곤층(이들의 상당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며 이들은 실직의 위험도 매우 높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면 앞의 <그림 2>에서 보듯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위치한 사각지대 문제에 접근하는 제도로 한국에 도입되어 있지 않은 실업부조제도의 도입가능성과 함께 고려할 필요도 있다. 실업부조라는 대안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은 채 근로소득보전세제만으로 대안을 좁힐 때 이는 균형 잡힌 논의로 이어지지 못할 우려도 있다. 노동시장정책과의 연계 등을 고려할 때 실업부조의 도입은 오히려 근로소득보전세제의 도입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도 있다.

또한, 근로소득보전세제의 도입과 자활사업의 강화는 상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만일 두 제도가 동일한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근로소득보전세제가 도입되어 운영되는 경우 자활사업의 강화는 불필요한 것이 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일을 통한 빈곤탈출은 결국 노동을 통한 복지라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언제나 인프라 구축이 문제가 되며, 이러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노동과 복지의 연계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노동부와 복지부의 통합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거 4대 보험 통합 논의가 있을 때 노동부와 복지부의 통합문제가 고려된 적이 있었으나 4대 보험 통합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복지부와 노동부의 통합도 역시 논의선상에서 멀어진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일을 통한 빈곤탈출이라는 정책방향을 표방한 이상 노동과 복지의 연계를 대상자들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리고 일선 행정기관에 대해서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정책의 최종 책임을 진 중앙정부 스스로가 노동과 복지를 연계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노동시장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부와 복지부의 업무연계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복지부와 노동부의 통합은 사회보험행정의 효율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며 노동시장정책을 통한 분배구조 개선 등 빈곤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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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찬섭 / 성공회대 강사․허 선 /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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