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06-03   1791

[기획3] 사회서비스, 피상적 공공성이 아닌 실질적 공공성 확보를 위한 법제정 과제

사회서비스, 피상적 공공성이 아닌
실질적 공공성 확보를 위한 법제정 과제

 

김보영 영남대학교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20대 국회가 지난 5월 21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었다. 뒤늦게 과거사법을 포함한 141건의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계류 중인 1만 5천여 건의 법안은 자동 폐기 되었다. 그 중에 사회서비스와 관련된 법안도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법률안(이하 사회서비스원법)’과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서비스기본법안’도 포함되어 있다. 그 중 특히 사회서비스원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 중 사회서비스공단이란 이름으로 제시되었던 것이고, 또한 국정과제로도 채택되었으며, 이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입법요구가 계속되던 법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 주요 원인으로는 사회서비스 민간공급자들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서비스원법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2000년 이후 사회복지의 확대과정에서 그 중심을 차지했던 사회서비스가 민간 공급자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시장경쟁이 정책적으로 촉진되었던 역사가 있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편법적인 출혈경쟁으로 종사자의 열악한 근로조건과 질 낮은 서비스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좌혜경, 2009). 이 때문에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와 “내 삶을 책임지는 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에서 이전 보수 정부 ‘시장화’의 대안으로 ‘공공성’ 확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회서비스의 공공 공급을 확대시킴과 동시에 종사자에게도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수단으로 광역지자체 단위의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추진된 것이었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런 진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으로 서울시, 경기도, 대구시, 경남도에서 사회서비스원이 2019년에 설립되거나 설립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입법 미비로 인해서 사업추진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되었다. 그러면 21대 국회에서 20대에 폐기된 사회서비스원법이 다시 추진되기만 하면 될 것인가? 상황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에서 현재의 정책으로는 정책효과는 물론 지속 가능성마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기존 법안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시범사업을 통해 드러난 성과와 한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사회서비스의 실질적인 공공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법제정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정부의 사회서비스원 정책의 기본적 설계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제공인력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용자의 수요에 대응하는 보다 질 높은 사회서비스 제공”하기 위한 목적(p. 4)으로 국·공립 서비스 제공기관 직접운영, 재가서비스 직접 제공, 민간 제공기관 및 지방자치 단체(이하 지자체) 사회서비스 관리 지원 등을 핵심 사업으로 하고 있다(관계부처 합동, 2018). 정리하자면 국·공립 서비스 제공기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아 직접 운영하면서 서비스 제공하고, 지역에는 종합 재가센터를 설립하여 각종 재가 서비스를 통합·연계 제공하고, 그 외 민간 제공기관에 사회서비스 품질관리를 지원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서비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사회서비스 관련 연구나 서비스 수급 계획 수립 등을 지원하고 종사자 처우개선 등을 위한 사업을 수행 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서비스법안에 있어서도  광역지자체장이 설립하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 서비스원에서는 사회서비스 시설운영, 급여제공, 연구·개발, 종사자 처우 및 고용 안정성 개선 사업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서비스원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시설운영이나 급여 제공을 우선 위탁받으며 위탁 사업 종사자를 직접 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역지자체는 서비스원장과 보수, 경영목표와 관계된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앙에서는 정부가 출연하는 사회서비스지원단(이하 지원단)을 설치하여 서비스원에 대한 경영평가, 수급계획지원, 정책연구개발, 사업발굴, 사회서비스 모델 개발 및 표준화, 관련 공무원 및 임직원 교육 등을 수행한다고 하고 있다. 비록 이 법률안이 제정되지는 않았지만 서울, 경기, 대구, 경남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되거나 설립된 사회서비스원 사업은 이러한 기본 골격을 바탕으로 추진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의 기관운영과 직접고용 성과

시범사업 각 지역의 2019년 성과 보고서와 중앙 사회서비스 중앙지원단의 성과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사업 초기임에도 새로 설립된 기관을 안착시키고, 정책 취지대로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은 적지 않게 이루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서비스 제공기관 위탁운영에 있어서는 4개 지역 어린이집 9개소, 종합재가센터 10개소 등 총 38개소의 시설을 위탁운영하게 되었고, 사회서비스원 본부와 운영시설에 총 768명을 채용하였으며 그 중 90%가 넘는 직원을 직접 고용하였다. 경기도는 당해 정식으로 사회서비스원을 출범시키지는 못하였으므로 이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3개 지역에서는 95% 이상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였다. 특히 서울시에서는 생활임금 기준을 적용하여 민간영역의 최저임금 대비 20% 이상 실질임금이 상승되었고, 그 외 가족수당 등 각종 부가급여와 복지후생 제도를 운영하여 양질의 근로조건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설립과 추진과정에서 노동권 보장과 시민사회 참여를 위한 노력도 나타났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은 노동이사제를 신설하고, 노사 교섭창구를 구축하여 적극적인 교섭에 나섰고, 경기도는 노동계가 참여하는 자문단을 운영하고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하였다. 대구시 사회서비스원은 제2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지칭되는 지역 내 희망원을 위탁운영하면서 이 문제에 대응해왔던 중심 단체인 희망캠프와 대화를 진행하고, 대구 참여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의 워크숍, 토론회에 참여하는 등 시민사회와의 소통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왔다. 또한 인력채용에 있어서도 NCS 기반의 블라인드 공개 채용을 원칙으로 지방출자출연기관 인사지침을 준수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인력채용과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운영은 사회서비스원이 공적인 사회서비스 위탁·운영기관으로서 공공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회서비스원은 꽤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본래의 사회서비스원의 정책 목적이 이런 ‘착한’ 운영기관을 세우는 것에 그치지는 않는다는데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서비스원은 기존의 시장과 경쟁에 매몰된 사회서비스의 문제를 공공 공급 확대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정책이었지, 단지 광역시도마다 모범 운영기관 하나씩 세우자는 정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정부에서 내세운 사회서비스원의 목적만 봐도 “사회서비스 제공인력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여 궁극적으로는 “이용자의 수요에 대응하는 보다 질 높은 사회서비스 제공”하고자 했던 것이다(관계부처 합동, 2018: 4). 그렇다면 실제 사회서비스 공급에 있어서는 어떻게 사회서비스원을 평가할 수 있는가? 문제는 여기서부터 드러난다.

 

경쟁을 강요당하지만, 경쟁에서 밀리는 사회서비스원

사회서비스원이 추진된 핵심적인 배경이 사회서비스 공급현장의 과당경쟁의 문제라고 한다면 이에 대한 핵심 사업은 종합재가센터라고 할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의 방문요양 급여와 같은 지역의 사회서비스에서 과당경쟁의 문제가 가장 두드러졌고, 이에 대해 공공 공급을 늘리기 위한 것이 바로 종합재가센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범사업에서 종합재가센터가 센터 당 수 백 명 규모의 이용자 확보를 목표로 10개소가 설립되어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하고는 10여명 안팎의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그치고 있다. 양질의 근로조건을 제공하겠다며 제공인력을 채용했지만 정작 이용자가 없으니 교육시간이라도 채워서 급여를 제공하거나,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 제대로 급여조차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립 초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미진할뿐더러 더 심각한 문제는 구조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크게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이윤을 생각하는 민간업자보다 공공성을 앞세운 사회서비스원이 더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적절한 수가가 보장되는, 정상적인 경쟁 환경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재가 장기요양만 하더라도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가구조로 편법적 경쟁이 관행화되어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편법을 사용할 수 없는 공공 공급기관인 사회서비스원은 기본적으로 경쟁이 안 되는 것이다. 민간업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요령이라도 동원하여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가사일이라도 좀 더 해주고, 일부에서는 본인부담금도 받지 않는 경우도 여전한데 이러한 편법을 쓸 수가 없는 종합재가센터는 특별한 선호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종합재가센터는 공공 공급기관으로서 이러한 낮은 수가에 의존하는 민간 공급기관이 이용자가 필요해도 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가령 1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대상자에게 2인 1조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하루 1회에 몰아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욕구와 생활패턴에 맞게 여러 회로 나누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별화된 공적 서비스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처음부터 사회서비스원의 각 기관의 운영을 현행 수입 내에서 한다는 독립채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관계부처 합동, 2018). 그런데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사회적 기업과 같은 비영리 기관조차 정부의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등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하면 현행 수가구조에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는 현실이다(김윤수, 2018). 종합재가센터 역시 독립채산제 아래에서는 차별성은커녕 기본적인 운영부터 쉽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현실성 없는 독립채산제 원칙은 민간의 반발도 있고, 정부 역시 사회서비스원으로 인한 추가적인 예산소요를 기피하여 경영수지를 앞세운 결과이다. 그래서 결국 사회서비스원의 운영기관을 공공 공급기관으로 위상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과 똑같은 경쟁시장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서 사회서비스원은 경쟁을 강요당하고 있지만, 민간업자에 대한 경쟁력은 가질 수 없는 모순적 상황에 빠져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애초부터 왜 사회서비스원을 추진하는지 그 근본 취지부터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기본적으로 유효한 정책으로서 지속가능성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체적인 돌봄정책과 연계한 서울시의 예외적 사례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은 서울시의 경우이다. 목표대로 수 백 명 규모의 이용자 모집은 못해도 수 십 명 수준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 자체적인 돌봄 프로그램인 돌봄SOS를 위한 제공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등 서울시의 자체적인 돌봄정책과 연계되었기 때문이다. 민간과 장기요양시장에서 똑같이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 예산사업으로 진행되는 돌봄SOS를 통해 별도의 서비스 공급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긴급하고 단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SOS에 민간이 참여하긴 어렵고, 기존 시장에서는 민간과 경쟁이 안되는 종합재가센터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라 민간기관과의 간담회를 통해서 2인 이상의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과 같이 현행 제도 내에서는 충분한 돌봄이 어려운 사례나 단기적인 긴급 돌봄 서비스와 같이 수익성이 낮아 민간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사례를 종합재가센터로 이관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기존에는 방치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적 돌봄을 수행하면서 종사자의 자긍심이나 업무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차별화된 접근은 그만한 서울시의 투자가 전제되어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서울시는 2019년만 해도 81억 원의 시비를 투입하였고, 2020년에는 돌봄SOS 사업에 선정된 자치구를 중심으로 종합재가센터를 추가로 9개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아래 4배가 넘는 3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서울시가 종사자에게 생활임금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시범사업 지역의 사회서비스원에서도 커뮤니티케어센터를 운영한다든지, 서울시와 같은 긴급 돌봄사업을 추진한다든지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서울시와 같은 정책적 투자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 지역이나 일부 대상에게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뿐이고, 추가적인 예산지원 없이 제대로 확대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책임이 있는 광역 지자체에서는 오히려 복지부의 독립채산제 원칙이 이러한 책임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17개 광역시도 중 먼저 나선 시범사업지역이기 때문에 그나마 나을 수 있는 사정이 이 정도라면, 만약 사회서비스원이 본격적으로 전국 시도로 설립된다고 할 때 서울시와 같은 ‘모범’ 사례는 보편적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예외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사회서비스원이 오히려 그 근본이 되는 지자체의 사회서비스에 대한 책임성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보다 큰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기존의 법안

그렇다면 기존의 사회서비원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기존의 법률안에서는 지자체로부터 시설운영을 우선 위탁받고, 위탁 사업 종사자를 직접 채용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 지자체의 책임성에 대해서는 “~하여야 한다”는 식의 선언적 규정이 전부이다(제3조). 사회서비스원의 역할도 “각종 급여 및 서비스 제공”으로 상당히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사업의 수탁운영과 사업수행에 대한 사항을 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지원단이 만드는 운영지침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고, 경영실적 평가를 통한 지도와 권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중앙통제 기제를 넣어놓았을 뿐 사회서비스원이 지역에서 어떻게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인지, 이에 대해서 설립 지자체가 어떠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규정 이외에 실질적인 법적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예산 지원에 있어서도 “예산의 범위에서 …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는 근거규정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법안이 통과되어도 사회서비스원은 일부 국공립 시설을 우선위탁 받아서 직접 고용하는,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시설공단 등이 하고 있는 역할을 좀 더 잘하는 수준 이상의 정책적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대안으로 발의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안”(윤소하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의 경우에는 복지부장관의 사회서비스 공공성강화 종합계획 수립(제5조), 시·도지사의 사회서비스원 사업계획서와 예산서에 대한 승인과 시정 명령(제14조), 지원단의 운영실적 평가에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와 질 개선,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 조건 개선 등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 하였는지 여부” 등의 규정을 별도로 넣긴 하였다. 하지만 복지부 장관이 계획을 수립하고, 시·도지사가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통제권한을 더 주고, 평가항목을 늘리는 것으로 별다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사업 수행으로 인한 수입금 이외의 재원구성 근거(제16조)는 독립채산제의 원칙을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고,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보조한다.”(제15조)로 바꾸어 놓았지만 지금도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매칭 예산 정도는 투입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역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규정은 아니다.

 

이렇게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법안에서조차 이에 대한 방안이 담기지 않은 배경에는 그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공성’에 대한 안일한 인식이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서비스원 정책은 기존의 사회서비스 문제를 민간공급의 문제로 한정하고, 대신 공공기관이 공급하면 해소될 것처럼 접근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접근은 처음부터 모든 국민들이 노령이나 장애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궁극적인 사회서비스의 공적 목적보다는 사회서비스원의 직접 운영과 직접 고용의 문제로 공공성을 협소하게 접근하였고, 이로인해 불필요하게 민간의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경쟁중심의 사회서비스 공급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접근권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전면적 법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사회서비원법은 단순히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나 피상적인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으로 추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이 실현해야할 공적 목적인, 국민의 일상생활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광역 지자체가 수행해야할 공적 책임과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법률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에 있어서 광역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이 적절한 사회서비스가 보장될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고 조정하는 역할이라고 한다면, 이에 맞게 “사회서비스 공급기반 확충과 접근권 보장에 관한 법”으로 기존 제도상에서 배제될 수 있는 대상자를 포괄하는 보편적인 접근권 보장의 책임을 시·도 지사에게 부여하고, 이를 실현하는 정책수단으로서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설정하며, 종합재가센터 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예산지원과 함께 지역의 시·군·구 기초 지자체는 물론 장기요양제도 및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지사)과 국민연금공단(지사)와의 연계체계 역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사회서비스원법 하나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의 가장 근저에는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정책이 역사적으로 정부의 책임을 최소화하면서, 민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이다(김보영, 2019). 사회서비스의 과당경쟁 문제도 ‘민간’이 해서 문제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일관된 정책이 결국 제도적으로 사회서비스가 확대되면서도 그 서비스 공급에 대한 책임을 공급기관끼리의 경쟁의 문제로 치환되어 온 결과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서비스 문제는 민간공급의 일부를 공공 공급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해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풀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주민이 연령이나 장애에 관계없이 일상적인 생활을 자율적이고 자립적으로 영위하고, 건강하고 안전한 성장과 발달을 보호받을 수 있는 기본권을 규정하는 기본법과 함께 이와 관련된 장기용양보험법, 장애인복지법 등의 사회서비스 유관법률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지자체의 책임성과 재원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까지 일괄적인 개정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원법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사회서비스의 실질적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 2018,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 방안, 관계 부처 합동.

김보영. 2019. 구호뿐인 공공성?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 정책 평가와 대안 모색. 비 판사회정책(64), 7-52

김윤수. 2018. 사회서비스원 운영방안 모색 – 사회서비스 소포럼 운영결과 -. 보건복지부

좌혜경. 2009. 빈곤과 복지시장화에 대응하는 대안적 사회서비스체계 모색. 진보신당 정책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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