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12-10   3174

최저생계비의 문제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도 이제 만 1년이 지났다. 분명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존 생활보호제도보다 진일보한 제도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생활보호제도보다 진일보한 측면 중의 하나는 5년마다 실제 계측에 의해 객관적이며, 과학적으로 산출되는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해서 대상자를 선정하고, 모든 대상자에게 최저생계비 수준의 급여를 제공함으로서 원칙적으로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기본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실제로 모든 국민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다수의 사회복지전문가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제도의 기본 취지와는 달리 왜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실제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가?

왜 최저생활이 보장되지 못하는가

그 원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제도와 관련하여서는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최저생계비와 관련된 문제들이 핵심적인 요인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국적으로 단일 기준의 가구규모별 최저생계비만 설정하고 있으며, 중소도시 지역의 최저생계비를 가구규모별 최저생계비의 기준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 최저생계비는 가구의 크기에 따른 최저생계비의 차이만을 반영하고, 지역별 최저생계비의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지역이 지방의 중소 도시보다 물가나 주거비가 더 많이 든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대도시 지역 빈곤자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현행 최저생계비가 대도시 지역 빈곤자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점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대도시 지역 빈곤자 수급자 되기 어려워

하나는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부터 급여를 받고 있는 대도시 지역 수급자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점이다. 현 최저생계비는 중소도시를 기준으로 하여 설정되고 있으므로, 최저생활 보장 수준은 중소도시의 최저생계비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도시보다 실질적인 최저생계비가 높은 대도시 지역 수급자들은 대도시 지역의 실질적인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음으로서 최저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대도시 지역 빈곤자들 중 일부는 실질적인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수준의 소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됨으로서 최저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최저생계비는 급여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대상자를 결정하는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따라서 대도시 지역 빈곤자들 중에서 현행 최저생계비보다는 높지만, 대도시 지역의 실질적인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수준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최저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되고 있다.

장애, 아동, 노인 등 추가비용 보장 안돼

또한 현행 최저생계비 설정방식은 가구 특성의 차이에 따른 최저생계비의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즉 장애, 아동, 노령과 같이 일반 가구들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필요로 하는 가구들의 특성을 최저생계비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장애, 아동, 노령과 같은 추가적인 지출을 요하는 빈곤가구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월 소득이 60만원인 장애 1급 중증장애인이 있는 2인 가구의 경우 다른 자격조건을 충족할지라도 소득기준(55만원)을 초과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다. 장애 1급 장애인은 일반인보다 월 평균 20만원 정도의 추가적인 지출이 필요하다. 이런 추가적인 지출을 고려하면, 이 가구의 월소득은 40만원의 월소득을 가지고 있는 일반 가구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장애, 노령, 아동과 같은 추가적인 욕구가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현 수급자들도 최저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장애, 노령, 아동과 같은 추가적인 욕구가 있는 가구의 경우도 일반가구와 동일한 수준의 생계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장애나 노령과 같은 추가적인 욕구가 있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장애수당제도나 노령연금제도를 통해 장애수당과 노령연금이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제도들의 급여수준은 장애나 노령이 있는 가구의 추가적인 지출수준 보다 훨씬 낮다. 그러므로 장애, 아동, 노령과 같은 추가적인 욕구를 고려할 경우 이러한 욕구가 있는 수급가구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수급할지라도 실질적으로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재비, 의료장비 구입비가 빠진 현금급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또 다른 요인은 현금급여 기준선과 관련되어 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는 크게 현금급여와 현물급여로 구분된다. 현금급여 형태의 급여로는 모든 대상자 가구에게 제공되는 생계급여가 있 고, 현물급여 형태의 급여에는 의료급여와 교육급여가 있으며, 이러한 현물급여는 그러한 욕구가 있는 가구에게만 제공된다. 그러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 외에 생계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으로서 현금급여 기준선을 설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현재 현금급여 기준선이 결정되는 방식은 <표 1>과 같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금급여 기준선은 근본적으로 최저생계비에 기초하여 결정된다.

<표 1>현금급여 결정방식

























현금급여기준선= 가구규모별 최저생계비-소득평가액-최저생계비 중 최저의료 및 최저교육비-타법지원액1)






1) TV 시청료, 주민세, 교육세, 의료보험료, 국민연금보험료 등

최저생활 보장의 측면에서 현금급여 기준선의 문제는 현행 현금급여 기준선을 산정할 때 최저생계비 중 최저의료비 및 최저교육비를 일괄적으로 제외함으로서 현물급여로 충족되지 못하는 부분까지 제외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최저의료비에는 의료급여의 항목에 포함되는 진료비외에도, 의료급여의 대상이 아닌 의약품 및 보건의료용품구입비 등이 포함되는데, 현금급여 기준선을 산정할 때 의료급여를 통해 제공되지 않는 의료비 항목의 지출까지 일괄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교육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최저교육비에는 교육급여에 포함되는 납입금 및 보충교육비 뿐만 아니라 교육급여에 포함되지 않는 가정학습지 등의 교재비도 포함하고 있다. 최저교육비의 경우도 현금급여 기준선을 산정할 때 교육급여를 통해 지원되지 항목들도 최저생계비에서 일괄적으로 제외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수준이 최저생계비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서 현 수급자들의 실질적인 최저생활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최저생계비, 5년 전의 생활의 질 유지해라?

끝으로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저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측면은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 산출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5년 단위로 직접 최저생계비를 실측하고, 실측하지 않은 연도의 최저생계비는 실측된 연도의 최저생계비에 기초하여 결정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탄생한 이후 비계측연도인 2001년도, 2002년도의 최저생계비 결정은 1999년에 실측된 최저생계비에 소비자물가상승율 수준만큼 인상하여 결정하였다. 이렇게 결정되는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는 실제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최저생계비는 최저생계비를 구성하는 필수품의 내용과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데, 물가인상율만 고려하여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것은 필수품의 가격변화만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최저생계비를 구성하는 필수품의 내용과 질의 변화는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저생계비를 구성하는 필수품의 내용과 질은 일반적으로 소득, 기호의 변화 및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화한다. 예를 들어 소득수준이 낮은 시기에는 TV의 경우 흑백 TV가 필수품의 항목에 포함되었지만,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필수품의 항목에서 흑백 TV는 컬러 TV로 대체된다.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은 향상되고, 기호수준 역시 향상되며, 기술도 발전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01, 2002년도의 최저생계비는 실제 최저생계비보다 낮게 설정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행과 같은 비계측연도의 최저생계비 결정방식은 소득이 실제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가구들도 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됨으로서 최저생활을 보장받지 못하게 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의 경우도 최저생계비가 실제보다 낮게 설정됨으로서 현금급여 기준선이 낮게 설정되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수급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최저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 설정방식에서 실질적인 최저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원래 취지에 맞게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손병돈 /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