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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12.10
  • 1208
청소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1990년대 한국 청소년분야를 회고할 때 가장 중요한 사건은 '청소년기본법'의 제정(1990년)이다. 청소년 육성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인식한 체육청소년부는 학교교육을 뒷받침하는 '교육법'에 비교할 수 있는 청소년육성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고자 하였다. 즉, 청소년활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국에 청소년 수련시설을 짓고, 그곳에 청소년 지도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며, 표준화된 수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도록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모든 시도는 '청소년 수련원'을 1개소 이상씩 건립했고, 시군구청은 '청소년 수련관'을 짓기 시작했다.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하는 청소년에게 수련시설의 건립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시설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운영비에 대한 지원이 미약한 것은 새로운 불만사항이었다.

전문인력의 필요성으로 1990년대에 들어와서 대학에 청소년학과가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청소년지도학과, 청소년학과, 청소년문화학과, 청소년복지학과 등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청소년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이에 앞서, 청소년기본법에 의해서 '청소년지도사'(1∼3급)를 국가고시로 양성한 것도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한국청소년기본계획의 수립(1991∼2000년)과 청소년기본법의 제정이 청소년복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은 '청소년 상담실'의 확충이었다. 청소년의 고민을 상담하고 청소년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하여 1990년부터 시도에 1개소씩 '청소년 종합상담실'을 개소하였고, 최근에는 시군구 단위에 1개소씩 '청소년 상담실'을 증설하였다. 청소년 수련시설이 건립되거나 상담실이 만들어진다고 청소년의 욕구가 모두 충족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복지를 위한 여건조성을 했다는 것은 큰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개혁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청소년의 일상생활은 입시위주의 교육환경과 뗄 수 없다. '사당오락'이라고 하루에 4시간을 자고 공부하면 대학에 붙고, 5시간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이 아직도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1990년대는 수학능력시험보다는 내신성적을 강조하는 교육개혁을 꾸준히 추진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입시제도가 바뀌어도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에 의해 1996년부터 '청소년 봉사활동'이 도입된 것은 사회복지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당시까지 사회복지기관의 주된 자원봉사자는 주부와 대학생이었는데, 끊임없이 밀려드는 중고등학생 봉사자들 때문에 사회복지시설 등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봉사학습'이란 새로운 용어가 나타났고, 많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중고등학생 봉사활동은 대학생과 직장인의 사회봉사활동과 함께 1990년대 새로운 경향임에는 틀림없다.

자원봉사활동에서 시도되었던 체험위주의 학습은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변화를 장려하기 위하여 정부는 교육법을 대폭 고쳐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등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특성화 고등학교'로 합법화시켰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즉, '집단괴롭힘'이란 낱말이 널리 알려지고, 이어서 '왕따', '폭주족', '원조교제'와 같은 새로운 청소년문제가 당사자와 어른들에게 걱정을 더해주었다.

청소년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사회에서나 다음세대인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날 한국사회만큼 청소년보호를 외치면서도 무력함을 드러낸 사회는 별로 없다. 1999년 가을 인천의 한 호프집에서 불이 나 30여분 만에 무려 55명의 청소년이 불에 타거나 질식해서 죽은 사건은 청소년보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정부는 오랫동안 청소년에게 유해한 업소뿐만 아니라 건강에 나쁜 물품과 약물의 유통을 규제해 왔다. 1997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청소년보호법'은 전통적인 유해환경뿐만 아니라, 음란하고 폭력적인 매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청소년을 성적으로 유혹하는 다양한 환경을 규제하기 위하여, 보호대상의 연령을 18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높이고, 청소년 출입제한구역을 통행금지구역으로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은 늘어나고 있다.

성적으로 자유롭게 살려는 청소년들은 전세대보다 일찍 성경험을 갖고, 비디오와 컴퓨터의 음란매체에 일찍 노출된 10대들은 성관계를 즐기기 시작했다. 삐삐를 휴대폰과 PCS로 바꾼 청소년들은 점차 가족과 어른들의 통제에서 벗어났고, 늘어난 소비생활을 감당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청소년은 성적 서비스를 요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가족해체로 인한 요보호 청소년의 증가

1990년대 성폭력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의 제정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크게 변화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기혼여성의 취업이 보편화되면서 여성의 요구에 의한 이혼이 크게 증가되었다. 1998년에는 매일 1005쌍이 결혼하고 339쌍이 이혼을 했다는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이혼의 급증은 자녀 양육문제란 새로운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혼 후 자녀가 재혼에 걸림돌이 된다고 인식하는 무책임한 부모들은 자녀들을 방임하거나 학대하고, 자립능력이 약한 청소년들은 가출하여 범죄를 저지르거나 성산업에 유입되어 생계를 잇기도 한다. 특히 1997년 경제위기 이래 일자리를 잃은 어른들이 늘어나면서, 가족해체는 급증했고 요보호 청소년도 늘어났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거리를 떠도는 가출청소년을 긴급보호하기 위해서 청소년쉼터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나눔의 집 등 소규모 집단가정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복지시설로 인정받게 되었다.

청소년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위하여

1990년대 청소년분야의 한 변화는 청소년을 하나의 사회세력으로 인식하게 된 점이다.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표되는 신세대 가수들은 음반시장의 판도를 변화시켰고, 오빠부대로 불리는 10대 팬클럽은 프로농구와 프로축구의 붐을 조성했다. 이제 청소년은 더 이상 대중문화의 소비자가 아니라, 소비자이면서 생산자가 되었다.

청소년이 영향력있는 사회세력으로 자리잡으면서, 청소년의 인권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청소년도 인간이라는 생각은 뿌리깊은 장유유서의 질서관을 깨고 있다. 부모의 부속물이 아닌 한 인격체로서의 청소년상, 교사의 일방적인 훈계나 체벌의 대상이 아닌 자율적인 학생상은 세대갈등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컴퓨터의 발달과 인터넷을 통한 지구촌 정보교류로 말미암아, 선대가 후대를 가르치는 '전통적 교육과정'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모든 사람이 연령과 성별을 초월하여, 스스로 학습하고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활환경의 변화는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남겨두지 않는다. 청소년은 생존과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발전하고 참여해야 할 권리가 있는 인구층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게 가족과 국가가 책임을 적절히 분담하고, 청소년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양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공간에서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을 통한 청소년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새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새로운 천년의 문턱에서, 단지 청소년이란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세상을 극복하고, 청소년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지혜를 모으자!

이용교 / 광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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