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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6
  • 2006.04.10
  • 506
노무현 정부의 3년을 되돌아 보면...

지난 2002년말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승리를 거두고 다음해 2월 정식으로 취임했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적 성향에 대해 다소 기대를 걸었다. 사실 보건의료 분야도 예외이지 않았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개선하고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해야 하는 보건의료의 과제를 노무현 정부가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노무현 정부에게 걸었던 기대가 정도와 수준의 차이에서 문제가 있는게 아닌 것 같다. 노무현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민간보험 활성화를 추진해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이 위협받고 있으며, 공공보건의료의 확충보다는 보건의료서비스를 산업화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와 같은 정책방향이 갑작스럽기 보다는 지난 3년에 걸쳐 진행되어 왔고 대통령조차 여러 차례 언급한 바가 있어 향후 남은 2년의 임기 안에 정책방향이 변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보건의료 분야의 특수성 때문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세계적 자본의 질서에 서둘러 편입되고자 하는 한국자본의 요구와 이에 부응하는 정부의 태도가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올해 우리 사회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한미 FTA도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보건의료의 개혁은 그 자체만으로 사회적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부처에 의해 보건의료 정책이 영향을 받는 정도가 더욱 커졌으며, 이에 따라 경제부처의 이해에 부합하는 보건복지 정책만이 추진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보건의료 분야를 어떻게든 시장중심으로 재편해 보겠다는 자본과 정부의 힘에 포위당한 상황에서 이에 대항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량 집중이 그다지 힘있어 보이지 않다는 점도 앞으로 남은 노무현 정부의 임기 동안에도 보건의료계는 매우 험난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건강보험 정책, 노무현 정부는 무엇을 했나

노무현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수준을 80%까지 끌어올릴 것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야심찬 목표는 치밀하고 준비된 건강보험 정책을 요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진행되는 바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3년간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건강보험 관련 주요 정책을 살펴보면 ‘건강보험 보장수준 80%’라는 공약은 사실상 추진할 의지도, 계획도 없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2003년에는 모든 의료기관에 전면적으로 포괄수가제(DRG)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의료계와 시민사회, 정부가 충돌했던 일이 가장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포괄수가제는 개발한 뒤 무려 약 6년에 걸쳐 시범사업까지 마친 상태였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나 당시 김화중 장관도 포괄수가제의 전면 실시를 예정에 두고 있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방식이 재정의 낭비적 요인이 큰 행위별수가제 하나로만 운영되던 것에서 재정운영의 효과적 방식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듯했다. 그러나 당시 김화중 장관은 병원협회와의 밀실협약을 통해 그동안 준비되고 있던 포괄수가제의 전면 실시를 하루 아침에 유보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크게 반발했으며 그해 연말 ‘김화중 장관 퇴진운동’을 전개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한편, 2003년은 건강보험에게 또 다른 측면에서 변화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었다. 2001년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에 빠지며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한지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처음으로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것도 무려 1조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이것은 건강보험 급여확대 없이 보험료 인상을 수용해준 국민들의 덕택이었다는 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주장의 근거가 되었던 것이다. 특히 2003년 말부터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 도입이 본격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개선에 힘을 보태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이어진 2004년은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의 설계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강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비급여가 집중 부각되었다. 건강보험 비급여가 전체 의료비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아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결국 2004년 7월부터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는 실시되었다. 비급여는 제외되었고 6개월에 법정본인부담금 300만원을 초과해야 하는 혜택을 볼 수 있는 ‘그림의 떡’인 제도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2004년말 건강보험 재정은 당기수지 1조 5천억원의 흑자를 발생시키며 누적수지조차 흑자로 돌려놓았다. 이런 상황은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보험료를 지나치게 크게 인상시킨 결과였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상황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2004년 연말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2005년에 1조 5천억원 규모의 급여확대에 합의하는 역사적 사건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2004년이 이러한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경제특구내 외국병원의 유치를 앞장세워 ‘의료시장 개방’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넓혀가고 있었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 건강보험 강제지정제 폐지,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 등 보건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위한 화두가 본격적으로 던져지게 되었다.

2005년은 건강보험 보장성 개선을 위하여 1조 5천억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연초부터 핵심적인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대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은 ‘암부터 무상의료’를 제기하며 대중적 운동을 펼쳐 나갔다. 이런 분위기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개선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며, 암 등 중대질환자들의 의료비를 대폭 경감해주는 중대상병제의 도입, 의료비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본인부담상한제의 개선, ‘비급여 Big 3’라고 불리웠던 식대ㆍ병실료 차액ㆍ선택진료비의 해결 촉구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개선과 관련한 여러 과제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암 등 중대질환자들의 본인부담률이 낮아지는 등 보장성 개선을 위한 일부 조치들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2005년 8월 보험업법 개정으로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일은 2004년 경제특구내 외국병원 유치로부터 본격화된 ‘보건의료서비스산업화’의 중요한 한 축을 민간의료보험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청와대가 직접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되자 시민사회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었다.

아직 이런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미 FTA라는 새로운 괴물 앞에서 의료서비스의 산업화 경향은 더욱 거세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서 있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의 세 가지 오류

이상에서 노무현 정부가 등장한 2003년 이후 현재까지를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따지고 보면 노무현 정부가 건강보험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 이런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채 현재까지 오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세가지 점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하며 건강보험 개혁의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렸다.

첫째는 2003년 포괄수가제를 모든 의료기관에 전면 실시하는 것을 유보한 것이다. 당시 포괄수가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개발되었으며 또한 시범사업 기간도 적지 않았다. 더군다나 건강보험 재정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효율적인 재정사용과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다시 건강보험 급여확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런 점에서 포괄수가제의 전면 실시와 함께 질병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의 힘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김화중 장관과 노무현 정부는 이런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렸다. 그 결과는 역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증가로 나타났다. 포괄수가제를 선택적으로 한 결과 재정관리는 커녕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에서 불필요한 지출이 증가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지출 증가는 모두 국민이 떠안아야 했다.

두 번째 오류는 2005년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건강보험의 흑자가 큰 폭으로 발생했고 이를 바탕으로 보장수준을 높이고자 했다면 사실상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진해야 했다. 그동안 건강보험에서 해주는 것이 없으니 보험료 인상을 반대하는 여론이 강해지고 이것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수준 개선을 하기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건강보험 급여확대를 경험한 국민들이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고 이것이 또 다시 급여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계기를 만들기 위해 2005년은 중요한 해였다. 그러나 2005년 건강보험 보장성 개선은 국민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했다. 결국 돈이 있었으나 제대로 쓰이지 못했고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도 잠재우지 못했다. (물론 이것이 실수였는지 아니면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와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위해 의도된 것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세 번째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의료기관 영리법인 도입을 내세운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보건의료와 관련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의료기관의 양극화, 의료이용상의 양극화, 건강상 양극화를 확대ㆍ재생산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와 관련하여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이 적절히 균형을 맞출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방향은 결국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을 위협하고 건강을 위한 사회적 연대보다는 개인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전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하는 수준의 어설픈 판단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와 국민의 삶의 질을 상당히 후퇴시킨 이후에야 확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역사적 평가가 내려져야 할 부분이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건강보험 정책에 대한 역사적 평가, 과연 긍정적일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의 지난 3년여간 건강보험 보장성 개선과 의료서비스의 산업화가 함께 논의되었다. 역사적 현상만 기술하게 된다면 노무현 정부는 마치 건강보험에서 보장성을 상당히 개선한 동시에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나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도입과 같은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과감히(!) 추진한 훌륭한(?) 정권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산업화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결국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들고 보건의료에 있어서 시장화로 인하여 정부 정책이 오히려 발목이 잡히는 상황으로 가는 배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점에서 과연 긍정적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과연 경제논리를 앞세워 한미 FTA에서 보건의료와 관련한 미국측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그리하여 미국식 의료제도처럼 민간의료보험과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통한 의료서비스 산업화가 완성되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과연 전국민을 위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전세계 보건의료와 관련한 학자들은 그 누구도 미국식 의료제도를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나라에 권유할 수 없는 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미국식 의료제도 하에서 국민의 17%가 의료와 관련하여 어떤 보험도 갖지 못하고 있으며 건강상 불평등이 전세계에서 가히 최고라 할만한 수준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노무현 정부가 지향하는 정책의 방향인가?

김창보 /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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