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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7
  • 2007.06.01
  • 448
참여정부의 마지막 예산편성에 바란다!

성시경/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이야기 1.

참여정부는 2006년 8월 말 “한국이 2010년대에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에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해 2030년에는 '삶의 질' 세계 10위에 오른다.” 는 내용을 가진 '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많은 언론들은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추가로 1100조 원 이상의 재원이 들며 1인당 매년 33만 원의 세금폭탄을 맞는다.”고 강조하였다.

2030년이 되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23명이 되고, 영아사망률이 3.0명으로 낮아지고, 육아비용 부모부담률은 62.0%에서 37.0%로 줄어들고, 치매나 중풍을 앓는 노인이 가족들에 의존하지 않고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별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가 어떠한 절차와 방법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당과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극찬하였지만, 당시 여당의 정책위의장은 보고서를 ‘참고자료’라고 평가절하하며 “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하였다.

이야기 2.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거리를 걷기가 쉽지 않다. 이유인즉슨 거리가 파헤쳐지고 멀쩡한 보도블록들이 갈아치워졌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연간 평균 1600여건의 보도 및 도로 공사를 벌였고 그 중 37%가 4분기에 착공되어 11월과 12월에 공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하여 연말에 최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지방정부의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건설교통부는 2007년 5월 보도블록의 전면 교체 주기를 10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을 개정하였다. 보도블록의 내구연한은 9년 내지 11년이라고 한다.

이야기 3.

지난 4월 26일 민간 싱크탱크 희망제작소는 ‘국가재정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4월에 국가예산과 관련한 토론회를 시민사회단체가 연 것은 거의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예산의 결정과정은 일정한 흐름을 갖는 절차로서 예산이 확정되는 시기뿐만 아니라 예산안이 만들어지는 시기에서부터서 의견을 개진하여야 한다. 한편, 이 날 토론회의 사회자인 이재은 교수는 다음과 같은 모두 발언을 하였다. “국가재정, 국민 세금에 대해서 토론한다면 사람들의 관심이 많고 참석이 많을 것이라고 통상적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재정학회장을 했었고 여러 차례 이런 토론회를 참석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구체적으로 자신들이 내는 세금이 얼마이고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매우 낮다. 아직까지도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측면에 대해 재정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서글프다.”

예산이란 정부의 일정 기간 수입과 지출에 대한 예정적 계산서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돈을 어떻게 얼마나 모으고 어떤 일에 얼마나 쓰겠다.’ 라고 계획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산을 논의함에 있어서 크게 3가지 측면을 볼 수 있다. 먼저 전체 예산의 규모가 적절한지 보아야 한다. 다음 해의 경제 상황과 정치사회적인 요구를 고려하여 총수입과 총지출의 규모를 정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하고 정부의 역할 및 규모에 관한 논의와 선택을 하여야 한다. 둘째는 우선순위에 관한 검토이다. 전체적인 규모와 아울러 그 규모의 테두리 안에서 선택해야하는 구체적인 사업과 예산 규모에 대하여 논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주어진 예산으로 어떻게 하면 사업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3가지 측면에서 참여정부의 마지막 예산편성에 대해 논의 해보고자 한다. 이 논의를 위한 기초 자료로 지난 4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2008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안)」이 있다.

1. 예산의 규모에 관하여

먼저 내년의 경제성장 예측과 예산 규모를 보도록 하자. 기획예산처는 2008년도 실질 경제 성장률을 ‘5% 내외’로 전망하였다. 하지만 경제 성장을 5%로 예측하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에 있어서 2007년도 4.4%, 2008년도 4.4%를 예상하였고, 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2007년도 4.4%와 2008년도 4.6%를 예상하였다. IMF World Economic Outlook, http://www.imf.org/external/pubs/ft/weo/2007/01/pdf/text.pdf; OECD Economic Outlook No. 80 - Korea, http://www.oecd.org/dataoecd/6/38/20213231.pdf

아무리 정책 효과를 반영하더라도 5% 내외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근거 있게 경제 상황을 인식하기보다는 낙관적인 경제를 예상하는 것 같다. 이러한 예측이 세입과 세출에 대한 잘못된 예측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예산 규모 증가의 측면에서 보면, 2008년도에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총지출 증가율은 7 ~ 8 % 수준으로 253조 원에서 256 조 원의 규모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재정규모의 증대는 공적연금 개혁과 기초(노령)연금제 도입,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지원 대책 마련,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2단계 균형발전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재정 지출의 증가는 10조원 내외의 국가채무 발생 요인이 되고, 이러한 국채 규모는 최근 들어 가장 크다. 이렇게 재정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사회 부분의 적극적인 지출 증가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절대 선(善)’이라고 할 수 없다. 필요에 따라 각 사업 부문의 재정 지출을 늘릴 수 있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사업들을 검토하지 않고서 (무조건) 지출을 늘리는 태도는 공공 재정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한번 늘어난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단순히 담당 공무원과 사업을 없애는 것을 넘어서, 특정한 재정 지출로 혜택 받는 집단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지출의 필요성에 관해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지출 규모의 확대는 마지막으로 선택해야 하는 옵션이다. 사회 부분의 재정지출 증가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삭감하거나 폐지할 수 있는 분야와 사업을 찾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2. 우선순위에 관하여

다음으로 국가재정의 우선순위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국정 목표와 국정관리 기조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국정 목표로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가 있으며, 국정관리 기조로는 ‘민주주의의 심화 발전’, ‘정부혁신을 통한 유능한 정부 실현’, ‘진보적 가치의 실현’, ‘혁신주도형 경제 사회로의 전환’, ‘장기적 접근과 갈등과제에 대한 정면대응’이다. 성경륭(2007), ‘대한민국 국정 전략지표 - 참여정부 4년의 국정성과’, “참여정부 평가포럼 워크숍 강의 자료집” pp. 3-6

. 국정 목표와 국정관리 기조가 마지막 예산편성까지 유지되고 있는지 살펴보면 이 정부의 재정 우선순위에 관해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재정의 우선순위와 관련하여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라는 국정목표, ‘진보적 가치의 실현’, ‘혁신주도형 경제 사회로의 전환’ 등의 국정관리 기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의 표는 「2008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안)」에 나타난 국가재정 운용의 중점과 정책과제 중점지원 분야이다. 이러한 중점분야와 사업들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으로 다른 분야와 사업들보다 예산의 증액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해 만들어진 「2006 ~ 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올 3월에 토론된 「2007 ~ 201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큰 흐름에서 같다고 할 수 있다. 작년의 계획에 따르면 R&D분야와 사회복지, 보건 분야 투자는 연평균 9.1%씩 확대되고 국방 분야는 9%, 교육 분야는 8.1%씩 예산이 늘어나며, 수송교통 지역개발분야와 농림 해양수산 분야는 각각 연평균 1.6%, 산업 중소기업 0,7%, 환경 6.2%, 문화 관광 4.9%, 공공질서 안전 3.1%, 통일 외교는 6%, 국가균형발전분야는 6.8%씩 확대하는 계획이다. 참고로 2008년 총 지출 증가율은 7 ~ 8 %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표1> 2008년도 국가 재정 운용의 중점과 주요 정책과제 중점지원 분야 - 생략

사실 참여정부 초기의 문제의식과 고민의 성과물로 ‘비전 2030’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비전 2030이 구체적으로 사업화되고 예산으로 나타난 첫 번째 것이 2008년도 예산 편성이다. 이번 예산안 편성 지침에서도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 ‘함께가는 희망한국 - 비전 2030’이다. 이에 따라 복지 부분의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증가되는 복지 예산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양극화의 심화는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사회의 현상이다. 한미 FTA 협정은 사회양극화를 가속화시키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서 그 심화 정도에 대해 갑론을박을 할 수 있을지라도 현상 자체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2007년도 복지분야 예산은 총 61조 원이다. 그 중 공적연금이 31.0%, 주택 분야가 22.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양극화 대책으로 가장 필요하다고 주장되는 기초생활보장(10.7%), 취약계층지원(3.2%), 여성 보육(2.0%) 분야는 상대적으로 낮다. 이태수 (2007), ‘2008년도 사회재정의 편성 방향 및 재원조달 방안’, “2008년, 국가재정의 우선순위는?” 토론회 자료집. 희망제작소 p. 43

사회재정의 상당액이 공적연금 지출에 할애되고 있으며 실제 사회양극화 대책에는 적극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사회재정의 많은 부분이 융자성 지출이라는 점도 유의할 점이다.

사회재정을 늘리는 것은 현 참여정부의 국정 목표와 합치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해 온 참여정부의 기치가 마지막 예산 편성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참여 정부가 해석하는 진보적 가치의 내용에는 ‘성장과 분배, 시장 경쟁과 사회적 연대의 동시추구’,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통합적 추진’, ‘유연한 진보, 개방적 진보 추구’라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이념적 내용들이 정책적으로 나온 것이 ‘비전 2030’이다.

국가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행복 증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복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느냐를 가지고 의견이 나뉜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은 높은 경제 성장의 달성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즉 경제 성장이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전제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고 싶다. ‘고용 없는 성장’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추세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고용이 늘 것이다’고 하는 것은 막연한 기대이다. 그리고 수출경제와 내수경제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출이 늘어나면 GDP 성장에는 플러스(+)가 되겠지만, 실제 내수 산업의 성장과 고용의 증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미 한국의 경제는 7 ~ 8%의 고성장률을 달성하기에 힘든 경제의 규모이다. 결국 경제성장 중심의 재정정책에 대해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존하기 힘든 목표를 함께 달성하겠다는 ‘지향점의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 시장 경쟁과 사회적 연대의 동시 추구,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의 통합적 추진이라는 목표가 과연 함께 갈 수 있는 것이지 그리고 그것이 정책적으로 실현가능한지 재정 정책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예산을 배정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필요로 하는 정책목표를 전면에 내세우는 국가재원 배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실업률 감소’를 정책목표로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선진 사회일수록 그리고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국민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성장률보다는 실업률 등 사회복지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행복 증진이라는 목표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정책목표를 중심으로 재원을 배분해야 한다. 실업률 감소를 위한 세부적인 목표(예를 들어 청년실업률의 감소)와 정책 수단을 설계하고 이에 맞게 재원을 배분해야 한다.

최근 그 성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R&D분야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총 R&D 예산의 규모를 보자면 2008년도에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1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서 세계 8대 기술 투자국(공공재정 기준)에 든다. R&D 예산의 규모를 늘리는 것과 아울러 집중 분야의 선택, 관리의 효율성 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세계 중위권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통한 ‘따라잡기’가 주된 목표였다면, 세계 상위권 경제 국가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이끌기’이다. 현재 정보통신 및 전자기술 중심의 기술경쟁력을 다양화시킬 필요가 있다. 기초기술에 대한 지원, 연구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확대,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 중심의 기술 지원,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지원의 지양 등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다. 특히나 삶의 질과 관련한 R&D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복지와 관련한 재정 수요를 줄이는 방안이기도 하다. 최근 석면과 대기오염에 의한 호흡기 질환의 증가, 당뇨병 환자의 급증, 아토피 등 환경성 질병의 증가 등은 국민 의료 비용 증가와 재정 부담으로 이어져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는 R&D 투자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3. 재정의 관리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은 재정의 관리적 측면이다. 참여정부 들어서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부분으로 재정 관리제도의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제도,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 성과관리제도,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등이 시행되었다. 이러한 제도들과 아울러 이번 2008년도 예산편성지침에서 요구하고 있는 ‘10% 구조조정’과 ‘예비타당성 제도’ 등에 대해서 함께 논하고자 한다.

재정 관리와 절차에 있어서 많은 혁신적 요소들의 도입과 재정투명성의 향상은 고무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제도들을 운영함에 있어서 부족한 점들을 찾아 볼 수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그 법적 지위나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 해년마다 5년간 재정수요와 지출을 점검한다는 것을 뛰어넘는 장기계획의 수립과 그 계획을 실행하는 권한의 부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각 부처 및 기획예산처 등에서 수행하는 자율성과평가(혹은 K-PART)등에 대해서도 그 평가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 엄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교하지 못한 제도와 이에 의한 평가결과를 정책결정에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원인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 사업을 폐기하거나, 예산을 감소시키는 것은 평가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측면이다. 성과평가가 정치적으로 활용되어 ‘사업 죽이기’ 혹은 ‘사업 살리기’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성과예산제도는 관리적 측면을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과 의회의 통제적 역할도 고려할 수 있다. 시민과 의회에 상세한 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시민과 의회의 참여에 기반한 성과 평가 등을 장기적으로 고민하여야 한다.

이번 지침서에는‘세출예산 구조조정’ 지침이 있다. 그 중에서 프로그램 예산체계에 따라 동일목적의 유사 사업을 통폐합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유사 사업의 범위를 각 부처 내에 한정시키는 것은 구조조정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어렵다고 본다. 유사 사업을 판단함에 있어서 각 부처를 뛰어넘는(cross-bordering) 절차가 필요하다. 부처를 뛰어넘어 동일목적 사업, 유사목적 사업들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대규모 재원이 드는 신규 사업 혹은 기존 사업에 대해서 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전 심사를 제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들이 무시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며, 그 심사 결과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기도 한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전심사 제도를 강화하기 위하여, 사전 심사를 복수의 기관에 의뢰하고 모든 결과에 대해서 공개하도록 하는 방향에서 제도를 보완하여야 한다. ‘열 번 재고 가위질은 한 번 하라’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 사업이 결정되고 잘못된 사전 심사 조사에 따라 대규모로 비용을 낭비하기 보다는 사전에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심사와 조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공공투자사업의 관리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 2007년 지방재정 규모는 100조 원을 돌파하였다. 실제 국가 재정의 60%가 지방에서 집행되고 있다. 예산의 낭비적 요소가 짙은 사업들에 대해서 예산안 제안 및 검토 단계에서 보다 더 철저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에서 추진 중인 F-1사업의 경우,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보기 힘들며, 국고지원이 어렵다는 정부부처의 의견에 앞서서 국제협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업을 위해서 전라남도는 개최권료, 경기장 진입로 건설, 부지 매입 등에 12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지방정부들이 재정 사업을 경쟁적으로 늘리다보면, 전체 국가재정 증액 범위의 한도를 예상하기가 힘들게 될 것이다.

4. 글을 마치며

참여정부의 마지막 예산편성에 바라는 것들을 예산의 규모 측면, 예산의 우선순위 측면, 예산의 관리적 측면에서 정리하여 보았다. 2008년의 특성적 측면을 고려하는 예산 편성이 되기 위하여 몇 가지 덧붙인다. 첫째, 한미 FTA 타결에 따른 지원 정책들이 요구되는 첫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국회비준의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미 FTA 체결을 주도한 정부에서 아직까지도 필요한 재정소요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시급히 지원 사업을 마련하고 재정소요를 정확히 추계할 부분이다. 둘째, 2008년 2월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 구조적으로 새로운 정권의 국가재정 우선순위를 반영하기 힘든 예산결정과정이다. 참여정부가 이번 예산편성에서 못다한 일들을 어떻게든지 해보겠다고 하기보다는 주요한 정책을 중심으로 재정 배분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예산 편성이 되었으면 한다. 셋째, 국가채무 증대, 임대형 민자사업(BTL) 증가로 인하여 미래세대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예산 편성에서 이러한 세대간 효과(generation impact)를 측정하고 그 부담을 나누어 갖는 제도들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지출의 증가에 따른 재원 확충에 있어서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누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은 근로소득의 차이보다는 자산 소득의 격차에서 오는 것이다. 사회 지출은 소득재분배적인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자산 소득 격차를 상쇄할 수 있는 세제 마련과 사업들의 설계가 아울러서 요구된다.

성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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