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4-02   10798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많은 사람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근로무능력자 뿐만 아니라 근로능력자가구 까지 모두 다 최저생활을 보장받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상당수의 근로무능력자들이 여전히 기초보장수급자에서 제외된 채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각 분야의 민간연구자로 구성된 [국민기초생활보장평가단](단장:최일섭 교수)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주요 신문에 보도된 바와 같이, 평가단의 조사에 따르면 탈락자가구의 3/4가량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신청을 냈다가 심사에서 탈락한 가구의 77.3%가 소득면에서 최저생계비 이하이고, 이중 23.9%는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가구들이 탈락한 사유를 조사한 결과 부양의무자 기준 초과가 45.3%로 가장 많고, 그 밖에는 소득기준 초과 17.1%, 재산기준 초과 13.2%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가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가구의 63%는 자신들이 탈락된 것 자체를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특히 탈락사유가 부양의무자 기준인 경우 탈락을 부당하다고 보는 비율이 73.8%나 됐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현행 부양의무자 기준이 현실과 상당한 괴리감이 있고, 그것이 많은 수급권자를 방치하게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행 부양의무 기준

기초법 시행방안을 보면,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원칙적으로 수급자로 선정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현실에 비하여 부양의무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부양능력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때로는 가혹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기초법상의 부양의무자는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자”로 그 범위는 “수급권자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2촌 이내의 혈족”으로 규정되어 있다(기초법 제2조제5호). 즉, 수급권자의 배우자, 수급권자의 직계혈족(부모, 아들, 딸 등), 수급권자의 직계혈족의 배우자(며느리, 사위 등), 수급권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형제·자매가 부양의무자의 범위에 속한다.

한편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있는지 여부는 시행령 제4조에 의거하여 부양의무자 가구의 실제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되어 있는데, <표-1>처럼, 소득기준은 수급권자 최저생계비와 부양의무자 최저생계비 합의 120%가 넘으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재산 또한 수급권자 재산기준과 부양의무자 재산기준 합의 120%을 넘는 경우는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도록 되어 있다. 즉, 소득은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재산만 있는 경우도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표-1> 부양능력의 판별기준

소득

재산

(부양의무자가구 최저생계비) * 120% 미만 두 기준 사이 (수급권자 최저생계비 + 부양의무자가구 최저생계비) * 120% 미만
(수급권자 재산기준 + 부양의무자 재산기준) * 120% 미만 부양능력 없음

부양능력 미약

(부양비 有)

부양능력 있음
(수급권자재산기준+부양의무자 재산기준)*120% 이상

부양능력 있음 부양능력 있음 부양능력 있음

부양의무 기준의 문제점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하여 보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여러 유형의 가구가 있다. 부양의무자가가 실제 부양의사도 없고, 부양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양하는 것으로 처리되어 생활이 어려운 노동무능력자들 조차 수급자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부양의무자 범위는 때로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경우가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망한 자녀의 배우자(며느리, 사위)에게 부양의무를 부과하거나 손자녀, 증손자에게도 조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복지전담공무원의 보고 중 실제 가족관계가 단절되어 있는데도 부양의무자인 손자녀의 소득 때문에 조부모가 수급자가 안 된다거나 역으로 조부모의 재산 때문에 손자녀가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부양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는 소득기준과 재산기준에도 문제가 많다. 현행 기준으로는 농촌에 연로한 부모님 중 한 분이 살아 계시고 부양의무자인 자녀가 서울에서 거주하며 한 달에 80만원을 벌고 있다고 한다면, 그 자녀는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농촌에 거주하는 어르신은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원칙적으로 수급자로 선정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 자녀가 서울에서 거주하면서 월세로 30만원을 지출하는 등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제대로 보낼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자녀가 실질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하더라도 명목상의 재산이 있다고 한다면(예를 들어 작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부채가 많아 이자 상환 등으로 인해 생활이 매우 곤란한 경우) 그 부모님은 생활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수급자로 선정될 수 없다. 또한 부양의무자 가구에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있거나 아픈 사람이 있는 등 지출요인이 많아 수급신청자에게 부양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급권자는 수급자로 선정될 수 없게 되어 있다. 부양능력여부를 판별하는데 있어서도 재산기준과 소득기준을 동시에 만족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이 문제이고, 또한 부양의무자가구의 소득이나 재산이 양가구 최저생계비 합의 120%, 혹은 재산기준 합의 120%이 넘기만 하면 무조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 기준은 요호보자를 방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준만이 아니라 기준을 적용하는데도 문제가 많다. 예를 들어 부양비 징구 문제로 자식에게 해가 될까 봐 수급권을 포기하는 노인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어느 한 복지전담공무원이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듯이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 자녀가 부양을 기피하면, 부양기피로 인정하고 수급권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차후에 부양비 부과 등 후속절차 등을 생각 할 때 난감한 생각이 들어 적극적인 보호를 기피하게 되는’ 사례도 있다(기초보장제도평가단 보고서 참조). 또한 부양의사가 있으나 최저생계비 수준만큼을 부양하지 못하는 경우 부양의무자를 부양기피자로 처리할 수도 없어 수급권자를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경우도 있고, 전담공무원에게는 부양 의사를 밝히면서 실제로는 부양을 하지 않아 그 피부양자인 수급권자가 방치되는 경우가 발생되고 있다. 이렇듯 부양의무자가 여러 사정상 실제 부양을 하고 있지 못한 경우는 복지부의 지침상 복지전담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보호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탈락한 가구들의 경우 실제로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단의 조사 결과, “실제 부양한다”는 가구는 39.2%에 불과하였고, 실제 부양하고 있지 않은 가구가 60.8%로 나타나 부양의무자 기준이 하루 빨리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지에 대한 조사 결과 “부양의무자의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라고 응답한 사람이 50.6%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고, “부양의무자가 기피해서”는 11.4%였으며, “부양의무자와 연락이 안되어서”라고 응답한 사람도 5.1%나 되었다. 즉, 부양의무자와 연락도 되지 않는데도 부양능력기준을 적용하여 수급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가구가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개선방안

이러한 부양의무자규정에 대해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도 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평가단의 조사 결과, 현행 부양의무자 범위가 적당하다는 의견은 43.0%임에 비해서 조금 더 완화해야 한다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43.8%로 조금 더 많았고,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13.1%에 불과했다. 부양능력을 판별하는 소득기준과 재산기준의 경우도 좀 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 더 많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완화해야 할 것인가? 원칙적으로는 친인척의 실제 부양내용만을 가지고 그것을 수급신청자의 소득에 포함시켜 수급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렇게 바로 변경.적용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가구간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실제 부양이 얼마나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조사도 현행 행정 인프라에서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현행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부양의무자 범위의 단계적 축소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조부모와 손자녀간에 그리고 생계를 같이 하는 형제간,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배우간의 부양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 여건상 비현실적인 측면이 많다. 따라서 직계혈족 중 부모-자녀간 부양의무만 두고, 조부모와 손자녀, 형제간, 부모와 며느리(사위)간에는 기준부과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리고 부모 자녀간에 부양의무를 부과한다고 하더라도 노동능력자의 부양의무를 좀더 엄격하게 하고 노동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부양의무 부과를 폐지, 혹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자녀에게는 2명의 부모만 계시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여러 명의 자녀가 존재할 수 있다. 부모가 어느 정도 재산이나 소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같이 동거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양해야 할 자녀가 여러 명일 수 있다. 따라서 부모 자녀와의 부양의무도 노동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좀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부양능력판별기준의 대폭 완화도 필요하다. 소득기준이 있다면 재산기준은 불필요한 기준이다. 왜냐하면 재산이 많은 경우 소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역으로 재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생계나 주거와 관련된 것이라면 처분하기가 곤란하고, 실제 소득은 거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양능력을 판별하는데 있어서 재산기준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소득기준의 경우 양가구 최저생계비의 150% 수준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부양의무자가 있으나 가족관계단절로 실제 부양을 안 하는 경우 공무원이 반드시 사실확인을 하도록 하여 보호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수급권자 중 가족관계 단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경우 반드시 주변 사람들의 사실확인을 거쳐 수급자로 선정하게 하고 부양비 징구는 면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양의무자의 특수사정이 더욱더 고려될 필요가 있다. 현행 기준상 부양의무자가구에 장애인이나 만성질환자, 학생등이 있는 경우는 그사정이 어느 정도 고려되기는 하지만 부양의무자 재산인정에 있어서 부채분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결국 부양능력 조사시에도 소득평가액(인정액)개념 도입(적극적 의료비 공제, 부채 공제 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양의무자 조사가 다른 조사에 비해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채 처리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볼 때, 무엇보다도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일할 전문가 충분히 배치하기”와 “일할 여건 만들어 주기”와 같은 인프라 구축이 더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허선(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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