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5 2005-02-10   1067

희망투자전략과 청소년 업무 일원화

지난 2004년 7월 빈부격차ㆍ차별시정위원회에서는 빈곤의 대물림 차단을 위한 “희망투자전략”이 수립발표되었다. 이는 빈곤 아동 청소년에 대한 종합대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한 얼마 전에는 그간 문화관광부,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으로 나뉘어 집행되던 청소년 육성과 보호정책을 청소년보호위원회로 단일화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러한 내용은 청소년복지 등 영역에서 그간 여러 번 제기되었던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국가적인 출산율 저하, 아동양육과 비용의 문제, 사교육비의 문제 등 아동ㆍ청소년과 관련된 사회문제는 국가적 위기와 관련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빈곤 아동과 청소년, 한 부모 가족의 아동과 청소년의 사회적 욕구 등은 기본적인 인권과 관련된 문제, 빈곤의 세습과 관련된 국민통합 저해의 문제 등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국가적 정책은 일부 요보호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사후처방 중심의 대증요법과 같은 정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한 관계부처별 정책이 상호 연계되지 못하고 통합적 서비스가 되지 못하는 파편적 정책의 한계를 나타내어 왔다. 아동과 청소년 관련 정책은 서비스 제공자나 주무부처의 혼란을 상시적으로 노정하고 있어 갈등과 반목을 야기하고 있어 왔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중앙정부의 수준에서도 문화관광부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청소년 육성과 청소년 보호 업무의 이원화라는 알기 어려운 업무 분장을 유지하여 왔다. 특히 청소년 정책이 나타내어 왔던 수련시설과 인력 중심의 내용들은 우리나라의 청소년 정책이 청소년 수련시설 정책이라는 일부의 비아냥까지도 유발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의 아동ㆍ청소년 관련 정책은 전반적인 빈곤과 그 재생산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루기보다는 발달단계에 따른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만 초점이 두어지고 있으며 특히 각 서비스의 내용이 양적 질적으로 극히 형식적이어서 전시적인 점에만 머무르고 있었다. 우리사회에서 사회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청소년의 복지욕구보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의 입지와 관점에 기반하고 있는 속성을 보여 왔다.

아동과 청소년의 인권 혹은 복지욕구는 현재적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래세대라는 점 때문에 미래사회의 문제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특히 세대간으로 전승되는 빈곤과 복지욕구의 심각성은 청소년 정책 전반이 더 이상의 전시성이나 명목성을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의 HEAD START나 SURE START와 같이 빈곤 등 기본적 복지욕구와 결합된 아동 및 청소년 종합 정책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으며 관련 추진체계의 정비에 대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빈곤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이렇다 할 새로운 정책기조는 발견할 수 없었으나 ‘희망투자전략’이라는 명칭으로 빈곤 아동ㆍ청소년 종합대책이 수립된 것은 주목되는 바가 있다. 여기서는 기존의 아동ㆍ청소년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적절하게 수행되고 있다. 즉, 그간의 흐름이 빈곤한 아동과 청소년의 입장에서 빈곤의 예방과 탈출을 지원하기 위한 거시적 정책비전 없이 과제별로 필요에 따라 추진되어 왔으며 사후처방적인 대책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담당부처와 서비스의 전달체계도 상호 연계체계가 미약하고 통합적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했다는 비판 하에서 빈곤 아동ㆍ청소년 정책에 대한 종합적 비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를 ‘희망투자전략’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사업의 기획에서 외국의 빈곤 아동ㆍ청소년 대상의 종합적 정책에 대한 검토를 통해 다음과 같은 함의를 도출한 바 있다.

– 보편적 아동수당제도로 아동양육부담을 완화하고 아동 빈곤 예방

– 이혼과정에서 아동양육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화

– 건강과 복지 및 학습이 결합된 조기 통합서비스 실시

– 빈곤 가정과 아동에 대한 개별적 지원과 함께 빈곤지역에 집중투자

그리고 희망투자전략의 종합대책에서는 외국의 사례 등에서 나타난 함의를 반영하고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며 종합적인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로 빈곤 아동ㆍ청소년의 기본생활보장, 빈곤 아동ㆍ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보장, 균등한 교육ㆍ보육기회 보장과 학교적응지원 강화, 빈곤탈출을 위한 희망경로의 제시, 위험 노출 아동ㆍ청소년의 보호내실화, 효과적인 전달체계 구축이라는 6개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빈곤 아동에 대한 최초의 종합대책이라는 측면, 그리고 사후 대증처방적 정책으로부터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의의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 우리나라에서의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협소한 이해성향이다. 사회보험과 공공부조가 전 국민에 대한 복지수준을 기본적으로 담보하는 것이고 특수한 복지욕구를 가지는 인구층에 대해서 사회복지서비스가 “잔여적”으로 주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복지서비스는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와 달리 권리의 측면이 약한 선택적인 사회적 자선과 같이 여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아동에 대해, 혹은 모든 청소년, 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는 그 인구층이 가지는 독특한 복지욕구에 조응하되,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서비스로 볼 수 있다. 또한 사회복지가 발달할수록 발달단계 혹은 인구층별로 독특한 욕구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강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사회에서 청소년 복지를 비롯한 사회복지서비스에서 많이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인 취약점인 명목성과 전시성을 넘어서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다.

희망투자 전략은 우리사회가 인구층별 사회복지서비스의 수준을 실제로 고양시킬 수 있는 것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전시적, 명목적 선언에 그치게 될지 상당히 주목받는 대상이 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희망투자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을만한 정책적 변화가 가시화된 바 없어 이 전략은 선언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 내용의 진행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유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희망투자전략은 전반적으로 보아 빈곤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종합적이고 발달단계에 대한 총체적 프로그램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진전이라는 점은 높게 평가될 수 있다. 그리고 기존의 청소년 복지서비스가 나타내었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내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반면 몇 가지 쟁점화될 수 있는 사안도 지적될 수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희망투자 사업에서는 외국 정책의 검토나 기존의 청소년 복지서비스의 한계에 대한 비판의 적극성만큼 그것이 주는 함의를 충분히 구현하고 있지는 못하다. 예를 들어 보편적 아동수당제도 등의 서비스가 중요함을 지적하고 있으나 실제 계획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런 고려가 있지 못하다. 단지 결식문제에 대한 급식 프로그램에 매우 큰 강조를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최근 이에서 파생된 문제들로 그간 정부나 지자체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또한 희망투자 사업의 정책적 기조 하에서 각 하위 사업들이 연계되고 있다기보다는 여건의 한계 등에 의해 기존에 이루어지고 있는 관련부처의 프로그램을 선언적으로 결합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사업간 연계성에 관한 구체적 기획이 미흡)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각 하위 개별 프로그램의 내실화만큼 각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통일성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사업을 난립시키기보다는 기존에 형식적ㆍ전시적 성격을 띠고 있던 여러 사업들을 확충하고 내실화하는 것은 적절하나 이것이 선언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내실화될 수 있게 추진해가는 것은 별도의 과제라 할 정도로 정책기조와 내용의 일관성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희망투자 사업의 6개 분야 사업 중 현 참여정부 내에서 기본적으로 완결되는 사업은 1개 분야에 머무르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후 본 사업이 체계화ㆍ내실화될 수 있도록 지속화 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사업과 관련된 여러 관련 부처 및 서비스 공급자 측의 이해관계에 따른 왜곡도 극복해야 할 필요도 있다. 최근 청소년 관련 정책의 주무부처들을 정비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으며 육성과 보호가 이원화되어있던 중앙부처의 청소년 관련 업무 중 일부를 청소년보호위원회로 일원화 한 것도 이의 한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혼란스러운 체계를 거쳐 그 일원화가 청소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갈 길이 많다.

희망투자전략이 청소년의 인권과 복지욕구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빈곤 문제에 대응하여 적절한 희망창출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예산에서 큰 무리가 없어 보이는) 미봉책들에 대한 백화점식 나열이나 서비스 공급자의 이해관계조정 이상의 그 무엇이어야 할 것이다.

남기철 /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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