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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03
  • 2003.06.09
  • 662
전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고자 1988년 처음 제도가 도입된 이래, 본래의 긍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거부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에는 현행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9%로 되어 있는 연금보험료를 앞으로 지속적으로 약 15% 이상으로 상승시키고, 다른 한편 급여수준은 현행 평균임금자가 40년 가입 시 과거 소득의 60%를 보장받는 것에서 50% 수준으로 급여수준을 낮추도록 정부가 제도개선을 도모하고 있다고 연일 보도되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이제 거의 되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는 일정정도 최근의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을 둘러싼 논의의 과정이 균형 잡힌 관점에서 진행되지 못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현행 제도개혁의 초점인 재정안정화 외에 국민연금제도 개혁 시 논의되었어야 할 주요 측면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이후 보다 균형 잡힌 논의를 위한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

민의 노후 소득보장

국민연금법 제1장 1조에 의하면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가장 기본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개혁 논의의 가장 우선적인 원칙은 현행 제도가 국민의 실질적인 노후보장을 위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정 혹은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이어야 한다.

제도의 이러한 본래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개혁 논의는 지나치게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에 치중하여 노후생계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기본목표를 경시하여 무리한 연금보험료 인상과 급여삭감만을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제시하게 된 것이다.

현행 우리 나라 국민연금제도는 평균임금소득자가 40년 가입 시 소득대체율을 60%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어 형식상으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1967년 128호 조약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제도의 미성숙으로 인한 짧은 가입기간으로 인해 실질적인 급여수준은 40년 가입 시 소득대체율 6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자료에 의하면 2070년이 되더라도 평균 가입기간이 21.7년에 불과하여 현행 제도에서는 실질적인 평균 소득대체율이 32.55%에 불과하고 평균급여액도 40여 만원에 불과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비록 제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재정안정화도 중요하지만 현행의 급여수준을 낮추는 것은 보다 신중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회복

다른 한편, 현행의 논의는 지나치게 재정안정화, 즉 기금고갈의 문제에 치중되어 국민들의 제도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킴으로써 제도의 지속적인 발전에 오히려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용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일반 가입자의 성실한 보험료납부와 공적연금제도가 추구하고자 하는 소득재분배 기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만 고소득자로부터 저소득자에게로 혹은 근로세대로부터 노인세대로의 원활한 소득이전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것은 공적연금제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전제조건인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과거 연금기금 운영의 비민주성과 불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한번 재정안정화를 위한 급여삭감과 보험료 인상이 개혁논의의 중심이 됨으로써 제도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공공자금예탁금 제도의 폐지나 기금운용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금운용본부의 출범과 같은 긍정적인 제도개혁 노력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다시 한번 제도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제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성실한 보험료 납부나 사회적 연대를 위한 합의의 도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제도 내적 개혁 방안 고려

이처럼 기본적인 원칙이 무시된 것 이외에도 현행 제도개혁 논의는 재정안정화를 위한 수단으로 보험료 인상과 급여수준을 낮추는 것만 고려하고 제도 내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였다. 보험료를 인상함으로써 재정 수입을 증대시킬 수는 있으나 이는 대부분의 가입자로부터 심한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는 방법이다. 반면, 비록 재정수입의 증대 규모는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보다 적으나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상한선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은 대다수의 보험가입자로부터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도의 본래적 목적인 누진적인 소득재분배를 달성하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개혁논의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또한 급여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도 급여수준을 일괄 낮추는 방안 이외에도 특정 소득수준 이상인 사람의 급여를 비례적으로 삭감 혹은 소득세를 부과하거나 정규퇴직연령을 보다 빨리 증대시키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러한 방안들은 수급자의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급여수준을 삭감하여 노후 소득보장을 담보하지 못하는 방안에 비해 제도의 본래적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소득 수준 이상인 사람의 급여에 소득세를 부과하여 이를 연금기금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급여지출을 줄여 재정의 안정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저소득층의 노후 소득보장에는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현행 제도 개혁 논의는 보험료 인상과 소득대체율 하향 조정이라는 극단적 방안 이외에도 다양한 제도 내적인 개혁 방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방안들에 대해 깊이 논의하지 못하였다.

노후보장 대책의 다원화 고려

끝으로 만약에 노후보장이 기본적인 목적인 현행 제도가 실질적인 노후보장을 위해서 많은 제도적 결함을 갖고 있다면 현행 연금제도 이외의 다양한 접근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보았어야 할 것이다. 즉, 현행의 기여-급여 구조로는 제도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고 한다면, 현행 제도에만 노후보장을 의존할 것인지 아니면 퇴직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제도를 동시에 고려하여 노후보장을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후보장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현행의 여러 제도를 국민연금제도와 동시에 연계하여 고려할 뿐만 아니라, 현행 제도와 전적으로 다른 공적연금제도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즉 균등부문과 소득비례부문이 통합되어 있는 현행 제도 이외에도 이를 분리하여 일반조세에 기초한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의 이원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좀더 신중하게 검토해봄으로써 현행 제도와 질적으로 상이한 차원에서의 대안의 선택을 모색해보았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최근의 연금제도에 대한 개혁 논의는 지나치게 재정의 안정화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국민연금 제도가 가지는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본래적 기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급여수준의 삭감으로 논의의 초점을 몰아갔다. 이로 인해 과거부터 지속되어온 국민들의 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은 더 한층 심화되어 제도의 안정적인 지속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연대나 성실한 보험료 납부의 가능성에 심대한 타격을 미치게 되었다. 이외에도 최근의 개혁 논의는 재정안정화의 수단으로 지나치게 보험료 인상과 급여수준 삭감에만 치중하여 다양한 제도 내적인 개혁 방안들 뿐만 아니라 다른 제도와의 연계나 차원이 다른 제도 도입의 가능성을 배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홍백의 /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behong@ka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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