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9 2019-09-06   1437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제251호

편집인의 글

 

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봉천동 북한이탈주민 모자 아사 사건, 이는 다시금 우리 사회 복지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혹자는 스스로 외부의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서 사회로부터 자발적으로 고립된 이들을 국가가 어떻게 억지로 끌어내어 도움을 줄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이번 사건은 모든 제도의 사각지대가 맞물려 일어난 ‘퍼펙트 상황’, 즉 아주 극도로 예외적인 사건이라 주장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이러한 사례가 우연히 일어났다면 말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이 사건이 예외가 아니라 불충분한 복지제도와 비합리적인 전달체계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문제임을 알고 있다. 한부모가정이라고 해서 신청하지도 않은 급여를 모두 찾아주기에는 사회복지공무원의 350여 가지 업무가 너무 벅차고, 재개발 임대아파트 주민까지 공무원이 주기적으로 방문하기에는 현실적인 인력 문제가 있고, 각종 행정정보를 통해 찾아가는 복지의 대상을 발굴하기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각지대 자체가 너무 많다. 이에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하면서, 확충된 제도를 당사자의 신청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공공이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하여 직접 해당 급여를 찾아주는 복지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여기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주어졌다. 개인의 정보인권 말이다. 타인이 정보를 확보하는 순간 개인은 지배당하기 쉽다. 개인정보는 어떠한 명목으로 타인에 의해 수집되어서는 안 되는 존엄한 개인 그 자체이다. 역사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자가 권력을 가지게 된 반면, 개인들은 자유를 상실하였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예측이라는 역할은 신이라는 절대자에서 국가로, 그리고 지금은 보험회사에 주어졌다. 금융, 의료, 복지, 소비, 인구 모든 영역에서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이들이 공동체를 관리한다. 사회보장에서도 복잡하고 엄격한 선정 기준을 당사자에게 입증하게 하지 않고 공공이 직접 챙겨서 주기 위해서는 각종 개인정보를 누군가가 수집할 수 있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은 공공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이로써 수급자에게 공공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사회보장기관인 국가의 책무로서 당연한 것인가 아니면 개인을 지배하는 것인가. 풀기 쉬운 과제가 아니다.

 

본 호 기획글도 빅데이터를 통한 공익과 정보인권에 대하여 일부 상충되는 주장을 볼 수 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보건의료 영역에 있어 빅데이터 사업들은 효용이 크지 않은 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 사회적 차별 및 배제의 확대 재생산 가능성, 그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증가할 가능성은 더 크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빅데이터보다는 공중보건사업 혹은 질병 예방사업에 투자가 더 효율적이며, 빅데이터는 공공적 목적에 부합하는 일부 용도에 국한해야 함을 지적한다. 반면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급증한 복지사업, 대상자, 예산규모, 연계구조를 고려할 때,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찾아주는 복지서비스 지원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고 이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요구한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찾아주는 복지서비스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보인권 보호 및 조치사항 관련한 법령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다시금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개인정보 보호가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기술 활용에 대한 기본적인 법적 체계나 오남용을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심각할 정도로 불충분한 상황”이며, 감시사찰 및 정보수집 활동 기능을 감독할 수 있는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만들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종성 가천대학교 교수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복지국가는 개인정보를 빅데이터화하여 공개원칙 하에 바람직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특히 조세정보 공개는 사생활 보호라는 정보인권의 가치에 위배되지 않을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구체적으로 전 국민의 소득, 재산, 세금, 복지급여 관련 정보 등을 통합한 행정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책이 효과적이며,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조세정보를 공개할 뿐 아니라 이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결론에 다다르게 될 수밖에 없다. 누구나 믿는 이들에게는 시원하게 속사정을 터놓고 도움도 요청할 수 있듯이, 빅테이터의 정보인권 문제 이전에 복지국가가 풀어야 할 과제는 국민 개개인이 믿을 수 있을 만큼 투명하고, 형평에 맞고, 공개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한다. 국민이 굶어죽게 놓아두는 국가가 앞으로는 잘 할 테니 무조건적 개인정보를 달라고 하면, 누가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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