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11-01   1194

[복지톡] 코로나19는 홈리스를 차별하는 편리한 이유가 되었을 뿐이다

코로나19는 홈리스를 차별하는 편리한 이유가 되었을 뿐이다

이은기·이채윤 홈리스뉴스 편집위원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코로나19로 공공의료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공공의료 병상 비율은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런 국공립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의료급여기관에서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홈리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경쟁하듯 공공의료의 확대를 요구하는 시점에서, 홈리스 의료공백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기사를 발행한 이은기, 이채윤 홈리스뉴스 편집팀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홈리스뉴스 81호 특집, 반복되는 홈리스 의료공백이라는 기사를 쓰셨는데,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가.

(이은기) 홈리스행동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부터 홈리스야학에서 야학교사로 일하면서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인권지킴이 활동도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역, 용산역 등에서 거리홈리스를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며 의료서비스 이용 제한, 급식권 침해 등 인권침해 현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올해부터는 홈리스뉴스 편집팀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채윤) 홈리스야학에서 2018년 3월부터 5학기 동안 한글교실을 진행했다. 야학 학생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삶을 듣는 계기가 되었고, 올해 8월부터 홈리스뉴스에서 함께 조사활동과 기사 작성을 하고 있다.

 

(이은기) 인권지킴이 활동 때 만났던 분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다루는 경우가 있다. 9월 28일 기사에서도 다루었던 내용인데, 다리가 아파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병상이 없어 수술이 무기한 연장되는 경우나 입원하고 있는 상태였던 분도 퇴원조치 당했다는 이야기를 거리에서 듣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초기 지원시설 운영을 중단하면서 떡 한 개나 라면 한 개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홈리스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모아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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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81호, 홈리스행동 홈페이지(http://homelessaction.or.kr)에서 기사를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활동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이채윤) 현장활동에서 달라지는 것도 있고, 계속해서 비대면을 요구하는 분위기 속에서 코로나19를 빌미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홈리스 야학도 개강을 미루거나 개강하지 않아야 하는 건지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학생분들 중에는 쪽방, 고시원과 같이 위생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애초에 2미터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주거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미 감염 위험이 취약한 상황이어서 비대면을 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지 고민되었다. 더군다나 다른 급식 시설들이 문을 닫고 대체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야학을 진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이은기)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의 지침 발표와 같이 안정적이고 분리된 위생시설을 갖춘 주거 제공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실은 코로나19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응하기에 여념이 없다. 노숙인 자활시설에 거주하던 한 홈리스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일자리와, 시설 거주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에 처하기도 했다. 자활시설과 일자리는 선택이 아니라 기초생활에 필수적인 부분인데, 밖에서 일을 하고 집을 개인적으로 구하거나 시설에 살기 위해 일자리를 포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받았다. 홈리스를 이물질처럼 다루며 거리나 역사에서 퇴거요청을 하는 것이 증가했다.

 

(이채윤) 코로나19 방역이 퇴거요청의 편리한 이유가 되었다. 이 같은 상황을 야기한 것은 ‘코로나19’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발생하는 홈리스 의료급여, 급식, 주거문제는 10년, 훨씬 더 이전부터 당사자와 활동가들이 변화를 요구해온 지점들이다. 미결된 상태로 남아있던 문제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노숙인 관련 코로나 대책들은 그간 자신이 책임을 회피하여 발생한 피해를 권리침해 당사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다. 현 사태에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이를 코로나19에 물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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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 이은기 홈리스뉴스 편집팀 활동가, (왼쪽에서 두 번째) 이채윤 홈리스뉴스 편집팀 활동가

 

유엔의 ‘코로나19 지침 : 홈리스들에 대한 보호’ 발표 이후 지원정책의 변화/발전이 있었는가.

(이은기) 사실상 서울역의 상황은 반대로 돌아가고 있다. 역사에 머무는 홈리스를 내쫓고 물건도 치우고 버리는 등 코로나를 빌미로 더 쉽게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용산역에 사는 어떤 여성분은 ‘당신들이 버린 그 물건들이 내 집기이고 식기인데, 당신들은 집에 있는 것들을 쓰레기라고 하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전히 의심증상이 나타나도 분리할 수 없는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유엔 지침에서는 개별 위생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사자들과 인권단체들은 계속해서 안정적인, 적정한 주거를 지원할 것을 강조해왔다. 많은 홈리스들이 기저질환,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영양상태도 좋지 않아 감염병의 위험도 크다.

 

(이채윤) 이미 공용공간을 쓰는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개인 생활공간도 너무 좁기 때문에 홈리스들에게 있어 자가격리는 그 무게가 다르다. 이런 환경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문제제기 되었던 여름 동안의 폭염과 장마기간에 안전하고 적합한 주거 환경이 되지 못한다는 데에 더해, 야외 활동이나 공공시설 이용까지 제한되면서 좁고 안전하지 못한 공간에 고립되어 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노숙인 임시주거지원사업이 있지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비를 지원하는데, 지원받은 주거비로도 갈 수 있는 곳은 매우 제한적이다.

 

2015년 메르스 확산 당시 지방의료원이 거점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입원 중인 홈리스들이 거리로 내쫓기는 일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유행이후는 메르스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이채윤) 메르스 당시 홈리스뉴스에서 낸 기사를 보면 지금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메르스 발병 때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하며 국립의료원에서 치료받던 환자들을 전원 및 퇴원조치했다. 전원할 병원을 찾지 못한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보호조치도 없었다. 여전히 문제가 반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메르스 때는 국립중앙의료원 한 곳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지만, 이번 코로나19는 보건소를 제외한 9개 병원 중 5곳이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서 의료공백이 훨씬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홈리스는 지정병원에서 의료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홈리스의 의료체계와 문제점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린다.

(이은기) 노숙인복지법으로 ‘노숙인 등‘에 대한 의료지원을 명시하고 있고, 의료급여법을 통해 ’노숙인 등‘에게 의료급여 수급권을 보장한다. 노숙인 1종 의료급여는 거리노숙 3개월 이상이면서 국민건강보험 미가입이거나 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경우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병원에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한 국공립병원, 보건소 또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의료지원에 대해서만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권이 보장된다.

 

그런데 보건소를 제외한 서울시 내 진료시설은 9곳에 불과하다. 9곳이 적다고 느끼겠지만 서울이어서 9곳이나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은 보건소 제외하면 진료시설이 없거나 거리가 너무 먼 지역도 있다. 이중 5곳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해야 하는데 홈리스가 접근할 수 있는 의료시설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거리에서 만난 홈리스 여성은 입원하여 다리 수술을 받기로 되어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수술시기가 무기한 미뤄지게 되었고 퇴원해 거리에서 생활하게 되었다고 한다. 쪽방이나 고시원은 계단이 많아 다리 수술이 빨리 진행되고 회복되어야 할 텐데 막막하다고 했다. 이렇게 원래 계획된 수술이나 치료가 미뤄지고 대책없이 퇴원조치된 사례를 코로나 유행 초기에 많이 접했다.

 

(이채윤) 조사 당시 5곳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은평병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정신질환에 대해서만 치료를 하고 있었고, 서울의료원강남분원은 입원이 불가하고 외래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사실상 홈리스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동부병원 응급실뿐이었고 이마저도 응급실이 가득 차면 이용할 수 없다. 홈리스라는 이유로 아픔을 그저 참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분들이 의료급여 수급권자였다면 최소한 치료가 가능한지 알아볼 병원은 더 많았을 것이다. 이러한 제도 설계는 홈리스의 의료이용에 커다란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은기) 노숙인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되기 어려운 것도 문제이다. 거리 노숙 기간을 증명해도 관계가 단절된 가족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어 신청이 불가한 경우이다. 부산에서 피부암 진단을 받은 거리 홈리스가 부산에서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서울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서울에서 확인해보니 단절된 딸의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었고, 노숙인 1종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확인되었다. 서울시 의료지원이라도 받으려고 했지만, 이분의 주소지가 부산이어서 지자체 지원이 어렵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 만에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셨고, 피부암에 대한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홈리스를 포함한 빈곤한 사람들이 보건의료에서 직면하는 장벽들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대안은 무엇인가.

(이은기) 일단 장벽을 낮춰야 한다. 현재 까다로운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의 조건으로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고, 심지어 지방의 경우 노숙인 의료급여 신청통로마저 막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공백을 지자체가 메우도록 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결국 지자체와 지자체 간,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핑퐁게임’만 낳게 된다.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이 닿지 않는 제도는 없는 것이나 다름 아님을 복지부가 주지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노숙인 1종 의료급여의 문턱을 낮춰서 수급자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채윤) 누구라도 자신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무관하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조건이 동일하지 않아, 의료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수많은 담론 속에서 누군가가 지워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누구의 권리가 배제될 수 있는지, 취약계층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어떠한 권리가 침해되고 있고 새롭게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 세세하게 보아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 또다른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섬세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생존위기 직면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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