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호제도 운영의 문제점

현행 생활보호제도와 이 제도의 운영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그 중에서 생활보호제도, 수혜대상자 선정 및 수혜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자활보호 제도의 문제점

취로사업에 참가하는 자활보호대상자는 대부분 늙고 병들거나 장애가 있어서 노동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로서 경기가 좋아져도 적자생존의 산업사회에서는 '노동능력이 없는 사람들'로 평가되는 노약자들이다. 노동시장에서 근로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정 받은 '근로능력이 없는 자'를 굳이 노동능력이 있다고 우기며, 있지도 않는(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전혀 노동생산성을 기대하지도 않는) 일거리를 억지로 만들어 노동조건이 열악한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운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되지 않는 비인도주의적인 처사로서 노동력 취약자의 생존권과 노동인권의 심각한 침해이다.

수혜 대상자 선정의 문제점

통계청의 99년 1/4분기 도시가계조사자료에 의하면 전 가구의 15%정도가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제도상으로는 한시적 생활보호대상자 선정기준이 소득 일인당 23만원과 재산 4,400만원(서울의 경우)이하의 2가지 기준에만 맞으면 누구나 선정될 수 있기 때문에 99년 1/4분기의 하위 25%선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전 가구의 약 1/4 정도가 수혜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생활보호대상자 1.2종 및 한시적 생활보호 1.2종을 합하여도 전 가구의 4.2%만이 생활보호 혜택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20%이상이 배제된 이유는 일선기관인 읍.면.동사무소에서 실제 수혜자를 선정할 때 생활보호법, 시행령, 시행규칙, 지침 등에 명시되어 있는 규정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조항을 예를 들어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지침에는 한시적 생보자 자산 조사방법의 항목에서 '금융기관의 융자금 사채(공증 등의 방법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경우)등 차용금액의 이자에 대하여는 소득공제'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동회에서 빚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차용금액의 이자가 소득에서 공제된 소득을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시생보 지침에는 '보호대상자가 실직 등 생활수단 상실로 소득이 없음이 분명한 경우(구직등록을 하고 구직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경우 등)에는 추정소득 산출 불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구직등록이 되어 있으면 추정소득을 산출하지 않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지 멀쩡한 젊은 사람'이 일은 안하고 이런 걸 신청하느냐고 면박을 주고 동네사람들의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심지어는 신용거래조사를 하여 컴퓨터의 할부금을 갚은 사실을 밝혀 내어 소득이 웬만하니까 컴퓨터 할부금을 갚는 것이 아니냐고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봉천3동).

지침의 특례조항에 의하면 거택보호대상자 가구중 부양의 책임을 맡고 있는 아동이 18세이상이 되어 생활보호대상자 책정에서 제외될 경우 가구의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할 때 및 소년소녀 가장의 경우는 당해 아동의 연령이 20세가 될 때까지 그 가족을 계속 거택보호대상자로 책정하여 보호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소년소녀가장이 근로자직업훈련촉진법에 의한 직업훈련기관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경우에는 연령이 20세가 초과되어도 동 훈련기간 만료시까지 보호기간을 연장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18세 이상 65세의 나이 조항이 엄격하게 적용이 되고 있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18세이상 65세 미만에 해당하는 나이의 사람이 고3인데 18세이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생보혜택에서 제외되어 6개월만 생보1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졸업하고 제대로 된 직장을 얻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업을 그만두고 술집에 가야할 형편에 있는 경우도 있다(봉천9동).

생활보호법 시행령 제2조에 의하면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1) 부양의무자의 소득 및 재산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최저생계비 및 가구원수 등을 감안하여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와 (2) 부양의무자가 행방불명이거나,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경우로 명시되어 있다. 또한 부양의무자 조사방법 지침에는 보호신청자와 주민등록을 같이 하지 않는 부양의무자가 있는 경우 그 부양능력조사(소득·재산조사)는 생략(이경우에도 부양의무자로부터의 이전소득은 파악하여야 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생계를 같이하지 않는 부양의무자에게 동 사유가 있는지 여부는 불문함."이라고 주석이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부양의무자 규정이 까다롭게 적용되고 있으며 심지어는 가출한 후 연락이 끊긴 아들을 연금관리공단에 조회하여 찾아낸 후 소득이 얼마인데도 어찌 부모를 부양하지 않느냐고 꾸짖으면서 절박한 상태에 있는 부모님의 생보혜택을 미루고 있는 경우도 있다(정릉).

지침에는 장애자, 노약자 및 환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자로서 이들의 부양·양육·간병과 기타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생활이 어려운 자'는 근로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부분 장애자와 환자를 돌보는 사람도 근로능력이 있는 자로 분류되어 혜택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공공근로 도중에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의 부인으로서 노모와 아기를 돌보아야 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수혜대상에서 제외시킨 사례도 있다(자양2동).

지침에는 생계비 지원이 필요한 모든 자활보호가구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으며 취로신청자로 하여금 생계비와 취로사업을 선택토록 하고 있다. 또한 특별취로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이 가능한 2월 이후에는 사업시행자의 사정(15일미만의 사업계획 수립 등)에 의하여 15일미만 참여하게 된 자는 예외 없이 생계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특별히 (이로 인하여 민원이 제기되지 않도록 사업추진에 만전을 기하여 주시기 바람.)이라고 주석이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 자활보호대상자에게는 동절기 6개월 동안에는 생계비가 지급되나 나머지 기간은 취로사업 노동의 대가로 급여가 제공되며 취로 신청자로 하여금 생계비 지원과 취로사업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역의 취로일수는 12일 정도이며, 어떤 지역은 7일에 불과하여 소득이 119,000원에 불과한 지역도 있었다. 그러나 15일 미만의 취로사업 참여자들은 대부분 생계비를 지급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서 사실상 2종은 혜택이 너무 적다. 따라서 사람들은 가능하면 더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공공근로를 선호하고 있으며 공공근로를 할 수 없는 60세 이상의 노인과 4급 이상의 장애자들이 대부분 마지못해서 취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침에는 생활보호의 개시는 보호신청일로 소급하여 지원하며 보호신청일이 15일 이전인 경우에는 당월 생계비를 전액 지원하고 16일 이후일 경우에는 당월생계비의 반액을 지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장에서 보호 신청 후 생계비의 심사를 한 후 생계비를 지급하기까지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요즈음은 좀 나아져 20일 정도의 기간이 경과하면 판정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신청일로 소급하여 생계비가 지급되지는 않고 있다.

지침에는 생활보호를 받아야 할 자가 관계법령과 제도를 알지 못해 필요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철저한 안내와 홍보를 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해당이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있으며 설령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법과 실제가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 잘못된 처사라는 인식을 못하고 우리 나라는 의례 그러려니 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혜수준의 문제점

O낮은 수혜 수준: 현재 생활보호대상자 생계비 지원 수준은 4인가족 기준 443,500원에서 250,000원사이다. 99년 1/4분기 도시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인 1,468,443원의 58.3%를 최저생계비로 볼 때 99년의 최저생계비는 856,102원인데 이 수준은 최저생계비의 52%에서 29%로서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생보 2종의 취로사업 참가자 일당은 17,000원으로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일하면 40만원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경우 취로사업 일수는 일부 중산층 이상 거주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12일 정도로 취로소득이 최저생계비에 훨씬 못미친다. 특히 취로일수가 7일 밖에 안되는 지역의 자활보호자의 소득은 11만9천원으로서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의 14%에 불과하며 모 공직자 부인의 밍크코트 한 벌 값 3천만원이면 7일 취로지역 자활보호자 252가구의 한달 소득이다.

O열악한 근로조건: 취로사업은 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실외에서 수행되기 때문에 산재의 위험이 상존하며, 노약자들이 주로 참여하기 때문에 골절상 등의 산재의 사례는 동네마다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며 심지어 어느 할머니는 취로사업 중에 돌아가신 분도 있다. 그러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서 작업 현장에서 다치거나 죽는 경우에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 뿐만 아니라 공공근로 사업 참가자에게 지급되는 주차수당, 월차수당, 점심값(3,000원)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자활보호자는 노동자로서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노동인권 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이름으로 이러한 사업을 한다는 것은 OECD 가입 국가로서 수치이다.

O지역간의 불평등: 취로사업 참가자의 소득은 지역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개포3동의 경우 공휴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주6일 매일 일하고 408,000원을 버는데 비하여 어떤 지역의 자활보호자는 7일 일하고 119,000원을 벌어 지역별 임금 격차가 무려 3.4배에 이른다. 다 같은 정도의 어려움에 처한 자활보호자가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같은 서울 지역에서도 무려 3.4배의 급여 격차가 있는 것은 사회보장의 기본원칙인 지역적 형평성에 위배되는 처사이다.

O계층간의 불평등: 생보1종과 한시생보 1종은 다 같은 소득 정도의 사람들이다. 단지 한시생보1종은 노동능력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가 생기면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며 오히려 나이가 젊기 때문에 교육비 등이 더 들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으로는 생계비를 차등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운영은 같은 수준의 빈민에게 같은 수준의 보장을 해주어야 하는 사회보장 기본원칙을 무시한 처사이다. 또한 생활보호자는 공공근로사업 참가자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공공근로사업을 하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이들의 일감이 더 적고 수당 또한 적다.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공공근로자는 월 22일 근무하면 주차와 월차 수당을 합하여 27일치의 임금을 받으며 일당도 22,000원으로 취로사업자 17,000보다 많고 점심값 3,000원이 따로 지급되기 때문에 월평균소득이 579,000원이다. 따라서 22일 취로사업에 참가한 사람의 소득 374,000원은 공공근로사업 참가자의 65%에 불과하다. 이러한 처사는 어려운 계층에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운영되어야 하는 사회보장의 기본원칙을 무시한 처사이다.

이와 같이 현행 생활보호제도, 수혜대상자 선정 및 수혜수준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 않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시생보자 선정 소득기준은 일인당 23만원으로 4인가족의 경우 92만원이다. 그러나 참여연대에서 98년 출판된 복지정보 가이드에는 가구당 23만원으로 기재되어 있었으며, 관악자활지원센터의 '사랑의 결연사업' 담당자 또한 가구당 23만원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회의 담당자에게 문의를 하면 소득이 있는(한 푼이라도) 사지 멀쩡한 사람이 왜 사회보장 혜택을 받으려 하느냐고 말하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이며, 수혜대상자들 또한 적극적인 권리의식을 가지기보다는 이 지경에 이른 자신의 처지를 부끄럽게 여겨서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회보장에 대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기초생활보장법을 통과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현행법과 제도 아래에서 개선될 수 있는 사항을 개선하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부뿐만 아니라 빈민과 빈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시민단체들의 각성과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류정순 / 상명대학교 소비자 주거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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