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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4.01
  • 1247

18세 선거권, 그리고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의미와 과제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활동가

 

대한민국의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은 광복과 정부 수립 이후 총 3번 하향 조정되었다. 1960년 4·19 혁명 이후에 만 21세에서 만 20세로, 2005년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그리고 2019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결과만 놓고 보면 오랜 세월에 걸쳐 점차적으로 조정되어 온 것같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아주 오래전부터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 1987년 개헌안 논의 당시에도 18세 선거권 문제가 쟁점 중 하나였다.1) 2005년 선거법 개정 때도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열린우리당의 주장은 18세였으나, 협상 끝에 19세로 결정된 것이었다. 여기에는 일찍부터 18세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이었던 영향이 크다. 그러므로 선거권 보장을 18세까지로 확대하는 데 적어도 30여 년이 걸렸다고 하는 것이 어쩌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18세가 선거권을 가지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 바로 ‘만 18세’부터 한국 사회에서 보통 ‘청소년’, ‘10대’, ‘중고생(또는 초·중·고 학생)’, ‘미성년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일부라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18세 선거권에 반대하는 의견의 핵심도 곧 청소년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 뒤에 따라 나오는 말은 청소년이 미성숙해서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없다거나, 초·중·고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서 학교 교육이 정치에 휩쓸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도 시민이라는 외침

바로 그렇기 때문에 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참정권’의 문제가 되었고, 청소년운동의 과제가 되었다. 2000년대에 18세 선거권을 주장하며 나섰던 청소년운동 활동가들은, ‘청소년은 미성숙하지 않다’라고 말하고, 18세 선거권은 ‘청소년이 사회의 일원으로 긍정받기 위한 운동’이라고 하는 등 이를 ‘18세’만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문제로 이야기했다.2) 18세 선거권은 청소년과 정치 사이에 세워진 장벽에 구멍을 뚫고 작은 틈이라도 내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비록 2004년 이래로 민주당 계열 정당을 비롯하여 다수의 정당들이 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고 우선시하는 정당은 적었기 때문에 18세 선거권 실현은 십수년 동안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중 2016년 일어난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큰 사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과 탄핵은 선거권 연령 문제에도 전환점이 되었다. 정치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청소년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한 가운데 청소년 참정권 문제도 시민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00년대 이후 끊임없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사회 문제에 참여해 온 청소년들의 존재와 그에 대한 기억이야말로, 청소년에게 정치를 금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꾼 큰 힘이었다. 

 

2017년 하반기 결성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 참정권과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법 개정을 이루어 청소년이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시민으로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촛불’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18세 이하로 선거권 연령 하향’을 주장하며 가장 많이 내세웠던 표어 중 하나가 “청소년도 시민이다”였다. 이러한 표어는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 등이 단지 유권자 수가 늘어나고 몇 년 이르게 선거에 참여하는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사회적 위치를 바꾸기 위한 일임을 보여 주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등의 오랜 활동 끝에 선거 제도 개혁 법안에 18세로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그리고 18세 선거권은 기대했던 대로 청소년과 정치 사이의 장벽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언론이나 교육청이 먼저 나서서, 다수 학교에 존속하고 있던 ‘정치 활동 금지’ 학칙들을 지적하고 정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정치적 주제의 토론이나 교육은 왜 금지되어야 하는지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몇몇 정당들은 청소년 또는 고등학생을 위한 공약을 좀 더 적극적으로 내놓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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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 선거권을 담은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며칠 뒤인 2019년 12월 31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은 국회 앞에 모여 “우리가 해냈다!”를 외치며 청소년 참정권이 확대된 것을 축하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들

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참정권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18세라는 선거권 연령은 청소년 집단 중 극히 일부만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에서는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을 16세로 하고 있고, 독일에서도 일부 주에서는 16세부터 주 지방 선거권을 보장받도록 하고 있다. 18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기준일 뿐, 선진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선거권 연령만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만 25세(대통령은 만 40세)라는 피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은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낮추어진 적이 없다. 만 25세 피선거권은 미국과 일본과 유사한 기준인데, (국회 하원 의원 등 기준) 프랑스 23세, 영국 21세, 독일 18세, 스웨덴 18세 등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에 든다. 피선거권 연령 제한이 높은 것은 그만큼 정치에서 나이주의가 강고하고 정치적 대표자가 되는 데 많은 제한이 있음을 시사한다. 더 민주적인 정치 문화와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피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 

 

선거운동의 자유와 정당 활동의 자유 문제는 한국에서 청소년의 참정권이 제한당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제이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미성년자’(18세 미만)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선거운동 기간에 어느 후보에게 투표해달라거나 어느 후보를 반대한다거나 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서도 안 된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청소년이 SNS에 특정 정당과 후보를 지지한다는 글을 게시했다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고 경찰에 소환 조사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현재는 청소년들이 모인 단체가 후보자나 정당을 초대하여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 묻는 행사를 여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 가령, 학생인권조례 등에 반대한다고 하는 후보자에 대해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저런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말아 달라”라고 발언하거나 주장한다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악법이다. 

 

정당 활동에 참여할 권리 또한 중요한 참정권에 해당한다. 그런데 한국은 정당의 당원 및 발기인의 자격도 정당법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정당에도 가입할 수 없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정당 가입 연령을 법으로 제한한 예는 매우 드물다. 청소년의 참정권은 물론 정당의 결사의 자유 또한 침해하는 법 조항이다.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 내에서 정책이나 공약으로 청소년의 문제가 적극적으로 제기되기는 매우 어렵다. 제도적 제약에 더해 사회적으로도 청소년의 정당 활동이 백안시되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학교 규정에도 정당 가입이나 정치적 단체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정당 측이 청소년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여러 모로 청소년의 일상적 정치 참여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 밖에도 넓은 의미에서 청소년 참정권으로는 학교에서의 참여권과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언론·표현·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아야 하고, 학생회나 동아리 등을 통한 자치 활동의 자율성이 보장받아야 한다. 특히 현재 교사 대표 및 학부모 대표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공립학교는 심의 기구, 사립학교는 자문 기구)에 학생 대표도 동등하게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나 학교생활규정 제·개정에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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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함께하는 사회

비록 18세 선거권이 통과되었지만, 학교에서 모의 선거를 해선 안 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규제 위주의 방침, 청소년들이 교사 등에 의해 조종당할 거라는 우려 등 그 뒤에도 부정적 반응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을 보는 시선이나 청소년에 대한 인식 등도 별반 바뀌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청소년들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어리고 미성숙한 존재, 아직 온전한 시민이 아닌 존재, 교육의 대상, ‘어른’에 비해 열등한 아랫사람으로 생각된다. 학교에서나 다른 논의의 장에서나 청소년들이 함께 둘러앉아 의견을 내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할 때도 많다. 제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변화로 연결되어야만, ‘18세 선거권’에 담긴 청소년 참정권 확대라는 의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했던 활동 중에 ‘우리는 투명인간이 아니다’라는 이름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보라 우리의 존재를, 들어라 우리의 목소리를”이라는 표어를 들고서 행진했던 이 퍼포먼스에서, 참가자들은 청소년이 정치에서 지워지고 보이지 않게 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청소년의 존재를 인정하라고 외쳤다. 18세 선거권은 청소년에게 정치에서의 존재감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제 ‘투명인간’이 아니게 된 청소년들은 이 사회에서 평등하게 함께하는 시민으로서 대우받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청소년 참정권이 바라는 것은 청소년이 함께 사는, 함께 대화하고 결정하는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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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1) 〈1987년 개헌안, 1노2김 합의 전에 전두환이 첨삭했다〉, 《중앙선데이》 575호. 2018년 3월 17일.

2) 공현·둠코(2016), 《인물로 만나는 청소년운동사》, 교육공동체 벗, 60~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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