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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4.01
  • 295

편집인의 글 

김형용 월간 복지동향 편집위원, 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는 다시 야만의 시대로 진입한 듯하다. 매일 같이 온라인 댓글 뿐 아니라 거리의 집회에서도 경험하는 욕설과 비방 그리고 폭력적 혐오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평범한 사람들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싶다가도,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우리 이웃 안에서 재확인된다. 수십 명의 미성년자 성착취를 자행한 n번방의 ‘박사’ 또한 대학시절 학보사 편집국장이면서 동시에 열성적인 사회복지시설 자원봉사자였다. 

 

우리는 모두 타인을 무참히 짓밟을 수 있는 잔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근대에 진입한 이후 인류는 홀로코스트를 경험하였다. 유럽 유대인의 80%에 가까운 600만 명이 살해되었고, 장애인과 노숙인 그리고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 500만 명이 학살당하였다. 그러나 그 행위자들은 악마가 아니었다. 대학살 전범인 아이히만은 자상한 아버지이자 도덕을 중요시하는 보통 사람이었다. 사실상 홀로코스트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묵인하였던 연합국은 자신들의 죄책감에 유대인의 나라를 팔레스타인에 세워주었고 그 양심적 행위는 서구 밖에서 수천 명의 희생자를 낳는 숱한 전쟁을 유발하였다. 선량한 존재는 자주 배반적이다. 결코 배고픈 사람이 도둑질하는 것이 아니다. 지극히 순응적이고 평범한 이들이 악의 대리자가 된다. 빌헬름 라이히는 대중의 성격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억압가설, 즉 우리가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권위주의 가족에 의한 성의 억압이 파시즘과 같은 성격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무지해서가 아니라 억압된 인간이 지니는 기본적 감정과 태도라는 것이다. 경쟁에만 익숙한 한국사회의 무리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니 타인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아파트 값 폭등에, 스카이 캐슬의 사교육에, 몇 자리 안남은 정규직 쟁탈전에 희망은 항시 좌절되고 타인에 대한 분노만 남는다. 선량한 이들이 악의 대리자가 되는 조건들이 넘쳐난다. 

 

본 호의 기획은 혐오와 사회권이다. 총론을 작성해 주신 김지혜 교수의 글은 두고두고 읽고 또한 곱씹어 볼 만하다. 정상적인 삶만 알고 있는 선량한 이들이 이를 보편화하려는 폭력성은 사회복지실천 영역의 아이히만을 확인하게 한다. 오히려 자신의 의도가 선하다고 믿기에 타인에게 억압과 차별을 행하고 있지 못하는 사회복지실천의 위험성이다. 박영아 변호사는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가 사회권에 대한 침해로 나타나고 있으며, 혐오는 사회권의 방치 또는 누락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남웅 활동가는 최근의 코로나 19 감염을 빗대어 배제가 어떻게 사회적 제도에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둔갑되는지를 집단의 논리로 살펴보았다. 김아래미 교수는 혐오와 관용을 대비하여, 우리가 어떻게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 있는지를 논의하였다. 기획 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혐오의 정치가 타자를 향해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혐오는 나의 권리를 축소한다. 그리고 혐오는 자아를 훼손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너무도 사랑해서 나 이외의 다른 가치와 정체성을 혐오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의 공존은 나의 해방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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