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0 2020-12-01   608

[복지톡] 우리 세금을 무기 대신 복지에! – 병역거부 운동과 사회복지 운동이 마주하는 지점

우리 세금을 무기 대신 복지에!

– 병역거부 운동과 사회복지 운동이 마주하는 지점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기록 및 인터뷰 김경희, 이조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지난 10월 26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가 처음으로 시행됐다.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80년 가까이 2만여 명을 처벌해온 역사가 멈추고 병역거부 이슈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걸까. 막을 내릴 때는 멀었다는, 병역거부 운동은 이제 시작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평화적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해 징역을 살고 나온 병역거부 당사자인, 반전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의 이용석 활동가를 만나보았다.

<사진 1>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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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이 하는 활동을 소개해달라

전쟁없는세상은 2003년에 병역거부자들과 평화활동가들의 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활동 초기에는 병역거부자들이 더 이상 감옥에 가지 않도록 대체복무제도를 만드는 활동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과 차별에 집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병역거부자들이 왜 병역을 거부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지, 병역거부가 군사주의와 국가주의에 대한 저항으로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리는 활동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활동 영역은 점차 넓어졌고, 지금 전쟁없는세상은 병역거부 캠페인 외에도 무기감시 캠페인과 비폭력 프로그램을 단체의 주요 활동으로 삼는다. ‘무기감시 캠페인’은 전쟁을 가능케 하는 구조의 일부로서 전쟁산업에 주목하고 무기 생산과 유통, 거래를 감시하는 활동이다. ‘비폭력 프로그램’은 특정한 이슈를 다루기보다 어떻게 하면 사회운동을 비폭력적이고 민주적이며 효과적으로 잘할 수 있을지 연구ㆍ연습하고 툴도 개발하는 활동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반전평화운동과 연대해가고 있다.

 

201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은 80년 가까이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온 역사를 전환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병역거부 당사자이자, 오랜 기간 병역거부 운동을 해온 활동가 입장에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헌법 불합치 결정은 전쟁없는세상과 평화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어온 주요한 성과다. 그런데 막상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을 때 덤덤했다. 바라던 결과가 나올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도 있고, 헌재 결정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 헌재 결정은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대체복무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대체복무제도의 세세한 사항까지 규정하지 않는다. 헌재 결정 이후 국회가 관련 법을 개정하고, 행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면서 대체복무제의 내용이 결정된다. 대체복무제를 어떻게 만들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의 의미가 퇴색될지 더 좋은 의미로 발전할지 정해진다. 무엇보다 전쟁없는세상이 추구하는 병역거부운동의 목표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넘어서 한국 사회 속 군사주의와 국가주의에 균열을 내고 약화시키는 것이다. 헌재 결정 이후에 풀어가야 할 과제를 생각하면 기뻐하는 것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사진 2>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시민사회 입장 발표 기자회견 (2018.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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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 이후 구체적인 대체복무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쟁점들이 있었나

대체복무제에 대한 쟁점은 크게 세 가지 정도였다. 대체복무제 복무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지, 어떤 영역에서 어떤 형태로 복무할지,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쟁점이다. 먼저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는 ‘복무기간’이 현역 군인 복무기간의 1.5배가 넘으면 국제적으로 징벌적 성격이라고 판단한다.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상 권리인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또 다른 징벌이 되면 안 되니 복무기간을 1.5배 이하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제출된 대체복무 법안들의 복무기간은 현역복무기간의 1.5배부터 5년까지 다양했는데, 결과적으로 현역복무기간의 2배인 36개월로 결정됐다. 국제 인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결정이었다.

 

‘복무영역과 형태’에 대해서 우리는 철저하게 군과 무관한 민간영역에서 공공분야의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 분야 중 치매노인이나 고령자 등 의료시스템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돌보는 업무나 재난구호ㆍ지원 업무와 같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교정시설에서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한국 외에 교도소에서 대체복무하는 나라는 러시아밖에 없다. 그런데 러시아의 병역거부자들은 교정시설에서만 복무하지 않는다. 러시아에서 교정시설은 다양한 대체복무 영역 중 하나다. 한국만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교정기관만을 대체복무영역으로 정했다. 장애인 이동권 운동으로 저상버스가 도입되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서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두가 혜택을 봤다. 마찬가지로 대체복무제도는 병역거부자들의 양심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실제 시행효과는 사회 취약계층이나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복무영역을 교정기관으로 한정하면서 그 효과가 반감되고 퇴색되었다. 교정기관 복무 자체를 징벌이라고 할 수 없지만, 제도 도입 취지와 사회적 확장성을 제한한 결정이었다.

 

마지막 쟁점은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어떻게 판단하고 심사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양심을 판단하려는 시도가 과하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병역거부 재판에서 악의적인 질문을 하는 검사들이 있다. 예전에는 “강도가 너의 집에 침입해서 가족을 강간하려고 하는 상황이고, 네 옆에 총이 있다면 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식의 질문을 했다. 지금은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군이 네 지인을 위안부로 끌고 가려고 할 때 넌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질문한다. 어떤 대답을 하든 병역거부자의 양심에 모순이 있다는 식의 결론을 내기 위한 공격이고, 다양한 사유와 선택의 가능성을 삭제한 채 극단적인 상황만을 가정한 저열하고 인권 침해적인 질문이다.

재판에서 인권침해적인 상황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폭력적인 게임을 했는지 조사하겠다며 게임접속 여부를 확인하고, 폭력적인 영화를 봤는지 확인하겠다며 영화관 티켓예매 내역을 제출하라고 한다거나, 종교인의 경우 교회에 잘 다니는지 보겠다며 휴대폰 위치추적을 한다. 양심의 내용을 가지고 문제삼는 경우도 있다. 비폭력주의자라고 하면, 비폭력으로 나라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 판검사가 판단할 게 내용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병역거부행위가 양심에 따른 것인지 아닌지를 검증할 뿐이지 양심의 내용을 검증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자꾸 양심의 내용을 판단하려고 한다. 큰 문제다.

 

쟁점으로 떠오르지 않아 아쉬웠던 부분도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입영 대상자들은 군 입대 전이나 제대 후 예비군 훈련 중에 대체복무제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현역군인은 대체복무제를 신청할 수 없다. 현역군인은 법적으로 병역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 거다. 아무리 특수한 상황에 처했다 하더라도 군인이기 이전에 헌법의 적용을 받는 국민이다. 군인만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한 양심의 자유 침해이고 다른 병역거부자와 비교했을 때 차별적인 처사다.

 

교정기관에서만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국가가 한국이 유일하다는 게 놀랍다. 대체복무 영역을 사회복지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외국 대체복무제의 사례는 어떠한가

대체복무제는 오래된 제도인데 운영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징병제를 폐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체복무제가 없어졌다. 대체복무제 영역은 기본적으로 요양소를 포함한 보건의료 영역이 많았다. 지역사회복지, 환경보호, 난민신청 업무 지원, 건설현장 지원, 화재ㆍ지진과 같은 재난 구조업무, 정부기관이나 인도적 사업을 하는 기관 업무 등 대체복무의 형태와 종류는 다양하다. 그 사회에서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대체복무로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서 대체복무제 영역을 결정해간다. 그런데 한국은 현역군인의 박탈감을 이유로 어떻게 하면 현역보다 힘들게 할 것이냐에만 집중하며 대체복무제를 만들어갔다.

 

독일의 경우 징병제를 쉽게 폐지하지 못했던 이유는 국방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아니었다고 한다. 징병제 폐지로 대체복무가 없어지면 병역거부자들이 복무 중인 사회복지 영역에 큰 공백이 생긴다. 그 공백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징병제 폐지 논의가 어려웠다고 한다.

독일의 대체복무는 사회복지 영역만이 아니라 젠더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독일에서 대체복무 영역은 돌봄노동 쪽이 많았다. 한국사회와 마찬가지로 당시 독일사회도 돌봄노동은 상당히 성별화되어 있어서 여성이 담당하는 일이 많았다. 여성의 일이라 인식되던 돌봄노동 영역에 대체복무를 수행하는 남성들이 투입되면서, 돌봄노동 성역할에 균열이 생겼다.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사회가 돌아볼 수 있었고, 독일사회가 돌봄노동에 대한 성역할을 탈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반군사주의 운동 측면에서 독일의 대체복무는 실패한 사례라고 비판적으로 말하는 활동가들조차도 젠더적 측면에서는 독일사회에 좋은 변화를 이끌어낸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평가한다. 한국사회도 돌봄노동, 보건의료 등 사회복지 영역에서 대체복무제가 이뤄진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사진 3> 정부의 징벌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를 반대하는 평화활동가들(2018.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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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6일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가 첫 시작되었다. 병역거부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대체복무를 하게 되고,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

병역거부를 하려면 병무청 산하 대체역 심사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심사위에서 조사와 심사를 거쳐 합격하면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심사위 결정에 불복할 경우 행정심판 청구나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체역 심사를 통과하면 3주간의 교육훈련에서 성인지 감수성, 직무훈련, 교도소 업무와 관련된 행형법 등을 교육받고, 이후 교정기관에 배치된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병역거부자들이 수행하는 업무는 급식, 세탁, 물품 및 시설 관리 등 교도관의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일이고, 수감자를 감시하고 경계하는 계호 업무는 제외되면서 수감자와 직접적으로 마주치지 않는다. 계호 업무를 하려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구들을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비폭력주의자들에게는 그런 도구를 들게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복무제가 도입됐는데도 언론 기사를 보면 여전히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떠한 상황인가

1년에 평균 600명 정도가 병역을 거부해왔다. 물론 대부분이 여호와의증인 같은 종교적 거부자이고, 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아주 소수다. 지금 감옥에 다섯 명의 병역거부자들이 있다. 세 명은 여호와의 증인이고, 두 명은 여호와의 증인이 아니다. 대부분 헌법재판소 결정 전에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재판받았던 분들이고,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재판이 재개되면서 유죄선고를 받은 분도 있다. 각각 상황은 다르지만, 재판부가 헌재 결정 이후에도 여전히 양심에 대해 기계적이고 게으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판부는 일생을 살아오면서 단 한순간도 양심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는 걸 증명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양심을 가진 사람도 흔들리는 순간이 있다. 그런 하나하나의 흔들림을 가지고 ‘너의 양심은 가짜’라는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 양심의 자유가 발현되는 순간은 사회의 지배적이고 보편적인 상식과는 배치될 때이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가 사실상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은 소수자의 양심의 자유를 말하며, 다수자의 양심의 자유는 사회의 일반적 규범과 배치되지 않기 때문에 침해당할 상황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의 재판 양상은 양심의 자유가 헌법상 권리라는 걸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엇보다 지금 재판 받는 병역거부자들의 재판을 중단하고 대체복무 심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체복무제를 신청하는 건 법률이 보장한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다.

 

대체역 심사위원회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판단하나. 사법부에서의 병역거부 재판과는 양상이 다른가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29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법무부, 국방부, 대한변협, 국가인권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추천한 사람들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초창기라서 심사 기준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양심을 바라봤을 때 그 사람의 단면만 보고 탈락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총체적으로 그 사람의 양심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 어떻게 발현되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상황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주고 납득할 수 있고 타당한지 등을 파악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인생의 어떤 순간에는 자기의 양심을 외면하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양심의 자책을 느껴서 다시 양심을 지켜가기도 한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양심의 일관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해 가는 걸로 알고 있다. 인생을 잘게 쪼개서 한순간만을 보고 판단한다면, 대체복무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거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예수님이나 석가모니도 통과 못할 거라고 얘기한다. 양심을 하나하나 분절해서 트집잡기로 판단해선 안 되고, 그 사람의 양심이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됐고 발현됐는지, 양심이 조금씩 흔들리는 순간이 있었다면 그 순간을 통해 어떻게 변화해 왔고 지금 어떤 모습인가를 봐야 한다.

 

 

<사진 4> 한국 최대의 무기 전시회인 ‘아덱스(ADEX) 무기박람회’ 저항행동 캠페인 (2017.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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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없는세상이 생각하는 병역거부 운동의 과제는 무엇인가

병역거부가 등장한 것은 매우 오래되었다. 서기 295년, 북아프리카 누미디아(지금의 알제리)에 당도한 로마군은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젊은 남자들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막시밀리아노라는 청년이 기독교인으로서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징집을 거부하고 처형당한다.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병역거부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평화주의에 입각한 기독교 종파들, 불살생의 계율을 실천하는 승려들, 신도들이 종교적 신념에 입각해 병역거부를 해왔다. 오랜 세월 종교인들이 이어오던 병역거부가 대중적인 평화운동으로 등장한 것은 20세기 초반 제1차 세계대전 때였다. 지금처럼 대량살상무기가 발달되어 있지 않은 때였고, 전쟁의 주요 ‘화력’이 보병이었던 시절이다. 당시 평화활동하던 사람들은 생각했다. “우리가 군대를 가지 않아서 전쟁터가 텅 비면 국가가 전쟁을 하고 싶어도 못하지 않을까. 우리가 전쟁을 막기 위해 다 같이 군대를 가지 말자, 병역거부를 하자!” 이렇게 운동으로서의 병역거부가 시작되었다.

 

이후 병역거부는 크게 두 축의 긴장 속에서 사회적 의미를 가져왔다. 한 축은 개인의 종교, 양심, 사상의 자유에 기반한 병역거부고, 다른 하나는 전쟁을 막기 위한 평화운동이자 직접행동으로서의 병역거부다. 전쟁없는세상은 모든 병역거부자들을 존중하고 존경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전쟁을 막기 위한 평화운동으로서의 병역거부다.

입영을 거부하는 행위만 병역거부인 것이 아니라, 전쟁을 지지하거나 전쟁에 동참하는 행동을 거부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병역거부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민간인 학살에 이용되는 폭격기 수리를 거부하는 노동자도, 군부독재정권의 전쟁을 미화하는 교육을 거부하는 교사도, 전쟁으로 사람들이 난민으로 몰리고 학살당하는 내전 지역에서 군수품 수송을 거부하는 운송노동자도 모두 넓은 의미에서 병역거부자다.

입영영장을 거부한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가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군사주의에 대한 저항 혹은 전쟁에 대한 저항이 끝나는 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병역거부운동이 인권운동에서 반군사주의 평화운동으로 나아가려면, 한국사회, 한국군대, 또는 시민 개개인의 결정이나 선택이 전쟁행위에 보탬되거나 동참하는 것을 거부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하는 영역이 사회복지 분야와 겹치기도 하지만, 병역거부 운동은 그 자체로 사회복지 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시민들 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게 안보라면, 군대나 무기와 같은 군사적 수단만이 안보가 아니다. 과거에는 국경지역에서 외국 군대를 총칼로 막는 것이 안보였지만, 더 이상 그런 방식으로 안보를 보장할 수 없다. 시민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외국의 군대만이 아니라 자연재해일 수 있고, 감염병일 수도 있고, 불평등한 사회구조로 인한 빈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감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도 안보고,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안보다. 군사안보에만 재정을 쏟을 게 아니라 군사안보에 들어가는 많은 사회적 비용과 노력을 다른 형태의 안보에 투입하는 게 진정으로 평화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비를 줄이고,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가가 사회복지 분야 등에 더 많은 재원을 투여하는 것이 진짜 안보라는 말이다. 이런 지점에서 병역거부운동과 사회복지 영역의 운동이 만난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전쟁없는세상의 병역거부 운동, 반전평화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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