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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20
  • 2020.09.01
  • 218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그 이후를 생각해 본다

이강훈 변호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주거 인권 보장을 위한 첫 걸음

이번 2020년 7월 말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꽤 여러 해 논의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시기에 전격 도입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임대인 시위도 벌어지는 등 많은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더불어민주당이 왜 전격적으로 나섰는지를 정치적인 측면에서 분석해보는 것도 독자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불꽃 튀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좀 고색창연한 인권, 주거권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이번 개정 법률은 임차인에게 “나 여기 더 살고 싶습니다.”라고 의사 표시하여 한 번 더 2년간 계약을 연장할 권리를 부여하고 임차인이 이렇게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료를 협의해 5% 이내에서만 인상 합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은 한국의 주거권의 진전에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면서 또 한편으로 상당히 아쉬움이 큰 입법이다. 이제 겨우 임차인의 권리 보장에 한 발을 내딛은 셈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1981년 제정되면서 1년간만 계약기간을 보장하였다. 그러다가 1989년부터 계약기간은 2년으로 늘어났다. 그 후 무려 30년이 지난 2020년에야 한 번 더 2년간 계약기간을 연장할 권리를 임차인에게 부여한 것이다. 주택 임차인의 권리가 조금이라도 진전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이 법률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나머지 계약조건, 특히 임대료에 대해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진정한 협의를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주택 임차인의 갱신요구권과 임대인의 갱신거절사유를 맞물리게 함으로써 임차인의 점유를 보장하면서도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이 갱신 거절할 수 있게 하여 계약 당사자간에 권리 균형을 확보할 수 있게 하였다. 아울러 임대료 인상률의 상한을 정함으로써 주택 시장의 구조적인 사유로 인한 임대료 폭등에도 대응할 수 있게 한 점에서 나름 꽤 신경을 쓴 법률이 아닐 수 없다. 다만, 그 내용상 적잖은 아쉬움이 있는데 이를 주거권의 시각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 법이 어느 정도 진전된 법률인지를 국제사회, 특히 선진국의 인권 기준에 비추어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향후 이 법을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면 좋겠는지, 또 이 법만으로 부족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를 살펴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주거권의 시각에서 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주거권 관점에서 검토해보기 전에 주거권이 어떻게 도입되었는지 그 역사부터 간단하게 살펴보자. 1948년 12월 10일 UN총회에서 세계 인권선언이 채택되었다. 제25조에서 주거에 대한 권리를 선언했지만 세계인권선언은 법규범이 아닌 UN총회의 선언적 결의일 뿐이었다. 1966년 12월 19일 UN총회에 모인 각국은 선언적 결의를 넘어서서 각국에 준수를 요구할 수 있는 다자간 조약 형태로 규약을 결의했는데,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A규약)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B규약)이 그것이다. 이중 B규약(약칭 “사회권 규약”) 제11조 제1항은 “이 규약의 당사국은 모든 사람이 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하여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생활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당사국은 그러한 취지에서 자유로운 동의에 입각한 국제적 협력의 본질적인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 권리의 실현을 확보하기 위한 적당한 조치를 취한다.”고 규정하여 주거권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가입을 미뤄오다가 노태우 정부 때인 1990년 4월 10일 A규약과 B규약에 가입했다. 이로써 사회권 규약의 주거권 조항은 조약으로서 한국에도 적용되는 명시적 법규범이 되었다.

 

그런데 헌법 규범처럼 추상성이 높은 수준에서 작성된 위 규약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에서 그 권리 개념과 이행 수단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에 UN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UN 사회권위원회”)는 주거권에 관한 여러 논평을 채택했는데, 1991년 12월 13일 채택한 일반논평 4와 1997년 5월 20일에 채택한 일반논평 7이 대표적이다. 그중 일반 논평 4는 주거권이 어떤 권리인지 그 요소를 다음과 같이 7가지로 정리했다. (1) 점유의 법적 안정성, (2) 서비스, 물자, 시설, 인프라에 대한 이용가능성, (3) 부담가능성, (4) 거주적합성, (5) 접근 가능성, (6) 위치, (7) 문화적 적절성. 한편, 2015년 제정된 주거기본법 제2조는 “국민은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고 정하여 주거권을 국내법상으로는 처음 명문화하여 인정했다. 주거권의 내용으로 “안전성”, “쾌적성”, “안정성” 등을 포함한 “인간다운 주거생활” 등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경제적 부담 가능성” 문제는 쏙 빼놓았다. 실은 법제정 논의 과정에서는 거론되었으나 협의 과정에서 빠졌다. 주거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나,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른 권리로 한정해 주거권의 내용을 크게 축소하였다. 그런 측면에서 주거기본법의 주거권에 관한 정의는 위 UN 사회권위원회의 일반논평 4의 내용에 미치지 못한다. 하여튼, 한국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그간 문제되었던 부분은 바로 점유의 법적 보장이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1981년 법 제정 당시는 겨우 1년을 최단 계약기간으로 보장했고, 1989년에서야 최단 계약기간을 2년으로 연장했다. 그 후 무려 30년이 지난 2020년에 이르러서야 계약기간 2년을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는 갱신요구권을 주택 임차인에게 부여한 것이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이다. 또한 이번에 도입한 5% 이내의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도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데, 바로 일반 논평 4의 주거권의 세 번째 요소인 주거비용의 ‘부담가능성’ 문제와 관련된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이번 법률 개정으로 장기간의 점유가 법적으로 보장되나? 주거비용의 부담가능성 문제가 해결되었나? 둘 다 만족스러운 답을 얻기 어렵다. 단 한 번의 갱신요구권 행사는 임차인의 점유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데는 매우 부족한 방법이다. 또한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를 실시한다고 하여 과도하게 오른 임대료가 내려가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간에 주택의 임대료를 정하는 방법을 변화시킨다고 하여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 등의 구조적인 임대료 상승 압력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특히 토지 및 주택의 높은 가격과 그 소유의 편재로 인한 사회적 불균형은 계층간 이동성을 낮추게 되는 중대한 요인인데 이번에 도입된 법은 현 상태의 악화를 방지하고 임차인들에게 제자리에서 버틸 수 있게 하는 수단을 제공할 뿐 불균형으로 인한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법률은 아니다. 저소득 무주택자들과 무산자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이러한 상태는 미래를 암울하게 바라보게 하는 사회적 환경이 된다. 최근 여론의 동향을 보면 임차인들의 상당수는 이번 법 개정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임대료 가격 상승을 더 크게 우려하고 전세가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일련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수도권 주택 소유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따라서 역사상 처음으로 이러한 종류의 입법을 시도한 집권여당과 정부에게 큰 숙제가 생겼다. 정부는 거주 목적의 주택소유자와 주택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명확히 하고 제반 법률과 제도, 정책의 정합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입법 도입을 위한 민주적 절차 운영과 입법과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국민과의 의사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다시 묻자. 우리 헌법 제35조 제3항은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는데, 이번 법 개정으로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사람이 인간답게 살 만한 주거에서 거주할 권리를 누리게 되는가? 역시 그렇다고 말하기가 무척 어렵다. 우리는 적정 주거의 문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우선 소외된 사람들에게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 서울 및 수도권, 대도시에서는 저소득층 주거와 관련해 ‘비적정 거주지’ 문제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도시는 주택도 아닌 거처가 광범위한데 고시원 뿐만 아니라 쪽방, 여관 등을 전전하는 저소득층은 여전히 매우 많다. 새벽부터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저소득층은 일을 구할 수 있는 곳과 멀리 떨어져 살 수 없어 시내에 좁고 방음도 안되며 위생상태나 화재안전에도 취약한 벌집 같은 두 평 고시원이나 값싼 여관, 일자리가 많은 도시의 낡은 주택가에서 방 쪼개기를 한 좁은 불법개조 주택에 산다. 지방을 다니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주거비를 아끼려고 한집에 7∼8명이 사는 일도 적지 않다. 지방출신 청년들은 맨 먼저 서울, 수도권 주변에 상경하여 웬만큼 살 만한 원룸의 월세를 지속적으로 감당할 돈이 없으면 덥거나 춥거나 습하거나 어두워 건강하게 살기 어려운 민간 주택 임대차(옥탑방, 지하방), 심지어 주택도 아닌 거처(예: 고시원 등)를 전전해야 한다.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방은 그 암울한 주거 환경을 너무나 정확하게 그려 아프다. 필자에게도 청소년 시절 3년간 겪었던 반지하방은 회색빛의 음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창문에서 내다보이는 땅바닥, 부족한 채광, 습기로 인한 벽의 곰팡이, 지하실 바닥보다 높이 올라간 곳에 설치된 변기는 사는 사람의 인격을 땅 속으로 짓눌러버리는 느낌이었다. 지금도 그러한 삶은 도시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점유 기간을 약간 늘리고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때 임대료를 크게 오르지 못하게 한 차례 보호하는데 그치기 때문에 주거의 질 개선 문제는 다뤄보지도 못했다. 부담가능한 주거는 적정하지 않고 적정한 주거는 부담가능하지 않다는 모순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법률 개정은 ‘적정한 주거’는 전혀 이야기해보지도 못한 채 일단 ‘부담가능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보려고 강물에 다리 기둥 하나 세워 둔 격이다.

부담가능하고 안정된 적정 주거, 어렵지만 방법은 있다.

 

부담 가능하고 안정된 적정 주거, 어렵지만 방법은 있다

부담가능한 적정 주거에서 안정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 정책적 과제는 정말 난해하기 그지없다. 그중 몇 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짧은 제안을 하려고 한다.

 

첫째,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입법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이번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부족했던 갱신요구권 행사 횟수를 지금보다 더 늘리는 문제를 신속하게 논의하여야 한다. 2년 후 곧바로 걱정하는 문제가 닥쳐올 것이기 때문이고 지금 거론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갱신요구권 행사 횟수를 늘려주면 논란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서유럽 선진국의 사례는 주택 임대차에 기한이 없거나(이 경우 해지권을 행사하는 정당한 사유 문제가 논의된다) 계약 갱신을 하는데 횟수 제한이 없는 경우가 보통이다. 대신 서유럽 나라들은 갱신거절 사유를 법률에 아주 구체적으로 규정해주고 장기 점유를 보장해주는 대신 주택 노후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자가 보유 주택뿐만 아니라 임대용 주택에도 보조금을 통해 주택 개량을 촉진해 나간다. 특히 이런 정책을 도시재생 사업 차원에서 정부가 예산으로 기금을 조성해 추진한다는 점을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편, 향후 필요한 지역에 대한 최초 임대료에 대한 규제 문제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향후 주택 임대차 시장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주택 임대료 인상률 상한 조례 제정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부담가능한 적정 주거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백방으로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1) 무엇보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배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개혁이 필요하다. 정부가 이미 제안한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과 소득에 따른 임대료 차등 부과 외에도 정부가 별로 언급하고 있지 않은 공공임대 대기자 명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LH는 수요자의 압력에 시달리고 턱없이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문제가 부각될 것 같아 대기자 명부제 방안을 내켜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수요자의 실체와 규모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들의 요구를 반영해 공급과 배분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만약 그렇게 파악해본 결과 누군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를 위해 10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면 정부는 가용자원을 여기에 더 투입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하려면 예산 투입도, 공급 방법도, 배분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배분을 전환하는 길이다. 아울러 2) 정부는 부담가능한 주거를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들을 심도 깊게 검토해야 한다. 우선 비영리 또는 제한 영리 방식의 사회적 경제주체에 의한 사회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방안이 해외에서 가장 보편화된 공공성 있는 주택 공급 방안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모델을 제대로 정립하여야 한다. 또한 경기도가 제안하고 있는 무주택 요건 외에는 소득 및 자산 등 입주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기본주택)이 필요한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토지 임대부 공공분양도 그 대안 중 하나이다. 영국의 롱텀 리스홀드(long-term leasehold) 같은 제도를 공공이 시행하면 토지 임대부 및 주택 환매조건부 공공분양이 된다. 공공이 토지 임대부 건물 분양후 50년 후 건물잔존가치만큼 보상하고 공공이 환매하면 된다. 역대 정부는 끊임없이 공공택지를 민간에 파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제 땅이 없다. 오스트리아 빈은 100년에 걸쳐 공공이 토지를 취득하면서 안정된 공공주택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공공 토지 비축과 이용 방법에 대해 근본적인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공공이 토지없이 어떤 정책수단을 쓸 수 있나 심각하게 재고해 보아야 한다.

 

셋째, 최저주거기준을 개선해 주거취약계층의 적정주거를 실현해야 한다는 도전적이고 어려운 과제를 마주해야 한다. 주거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이 직접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현실적인 주거대안, 주거 복지 예산 확보도 필요한 문제이다. 이와 함께 주거기본법에 “주거적합성” 원칙을 도입하여 임차인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보면 좋겠다. 즉, ‘주거적합성’을 공공임대 뿐만 아니라 사적 임대나 계약의 명칭을 불문하고 주거용도로 사용하는 공간에 관한 사용(숙박)계약 관계의 영역에도 적용하는 기준으로 법률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이 방법이 최저주거기준의 일부로 법적 의무가 부과되는 규범 등과 관련하여 임대차 관계에서 임차인(또는 차주)이 이를 임대인(또는 대주)에게 요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최저주거기준이 민간 영역에서 준수되도록 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저주거기준의 내용 중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부분이 늘어날수록 “주거적합성”의 원칙이 민간임대차 시장에서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실례를 영국과 미국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영국 잉글랜드는 1985년 임대인 및 임차인법(Landlord and Tenant Act 1985)을 개정하여 위 법 제9A조에 ‘Fitness for human habitation of dwellings in England’(잉글랜드에서는 거주지의 인간거주 적합성)라는 조항을 추가했다. 같은 해 영국 웨일즈에서는 같은 법 제8조에 ‘Implied terms as to fitness for human habitation’(인간 거주 적합성에 관한 묵시적 조항)라는 유사한 조항을 두어 시행중이다. 주택임대차의 목적상 인간 거주 적합성은 묵시적으로 전제된 조항이라는 취지이다. 주택 임대차 목적물이 주거 적합성에 위반되면 당연히 계약위반이 되고 손해배상, 임료 상계, 중한 경우 계약 해지도 가능하게 될 수 있다. 미국 각 주도 implied warranty of habitability의 법리를 주거에 적용하고 있다.

 

넷째, 폭력적 강제철거 예방과 방지를 위해 법 체제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① 강제집행을 다루고 있는 민사집행법의 개선(강제집행의 의무적 사전 예고, 인도집행 과정에서의 유형력 사용 통제, 악천후시 집행 중단, 채권자의 사적 집행 금지, 강제집행 전 점유자에 대한 소유자의 사용 방해 행위 금지 등)과 이에 준하는 행정대집행법의 전면 개정, ② 재개발과 재건축을 다루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의 인권 보호를 위한 개선(재개발과 재건축 구역 지정 전 사전조사제도 도입과 이주대책에 이를 반드시 반영, 재개발/재건축 퇴거시 행정공무원 입회와 인권침해 감독, 보상 범위 및 이주대책 대상 확대 및 보상 협의 강화 입법, 계획 내용을 도시재생 방식으로 재구성 등), ③ 토지보상을 다루고 있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보상 법제의 개선(보상범위 및 보상 수준) 등 대단히 난이도가 높은 입법 개선 과제들을 마주해야 한다. 이 문제들은 도시정비사업의 공공주도 도시재생으로의 전환 과제와도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프랑스 법제와 독일 법제를 살펴본 결과 이미 재개발 제도가 도시재생 방식으로 변화되어 있고 보상법제, 이주대책 등에 배울 점이 많다.

 

이번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하나로 시민들이 금방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긴 어렵다. 그러나 거주자의 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주거권 보호를 위해 중요하다는 점을 한국 사회가 인식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서 거론한 UN 사회권 규약 제2조는 “이 규약의 각 당사국은 특히 입법조치의 채택을 포함한 모든 적절한 수단에 의하여 이 규약에서 인정된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자국의 가용 자원이 허용하는 최대한도까지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고 한국 정부도 이 조약에 가입함으로써 이를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이 규약에서 말하는 “점진적 실현”은 규약이 인정한 권리인 주거권의 “완전한 실현”을 향하여 당대에 허용 가능한 “최대한도까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개선 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한데도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은 가용한 자원이 부족해서 후진국, 중진국 시절의 관행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변명을 국민들과 국제사회에 해서는 안 된다. 부담가능한 적정 주거에서 안정되게 거주할 권리는 먼 미래에 실현할 권리가 아니라 지금 당장 모든 임차인들에게 필요한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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