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10-11   734

사회서비스 일자리창출의 전망와 과제

최근 정부는 연이어 사회서비스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9월 20일에 열린 ‘사회서비스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 추진 보고회’에서 이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계획이 구체적으로 발표되기도 하였다. 이날 보고회에서 발표된 정책 계획의 주요 내용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보육, 보건의료, 노인복지, 교육, 문화시설 등 사회서비스를 개선해 국민의 불편과 고통을 해소하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내년부터 매년 20만개씩 2010년까지 80만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공공 복지체계가 소득보장 위주로 형성되어 있었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사회서비스 부문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은 일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공공부문 예산과 민간부문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환경 속에서 ‘사회서비스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은 그것의 전망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분야 좋은 일자리창출 정책 방향’에서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을 살펴보고, 그것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정부가 구축하고자 하는 사회서비스 체계의 방향을 검토해보고, 이에 기초한 사회서비스분야의 일자리창출의 전망과 문제점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이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몇가지 과제를 제기하도록 하겠다.

사회서비스 체계의 구축방향

서유럽의 복지국가모델이 직면하고 있는 고용구조의 변화와 심각한 인구학적 변화로 인한 사회적 위험의 증가는 전통적인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며 복지개혁에 관련한 일련의 정책들을 수반하게 하였다. 이러한 조치들은 대부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에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복지혼합(welfare mix)’과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입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노동통합(work integration)’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서 복지혼합의 전제는 사회의 복지소유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정부부문의 기능적 동등체로 시장과 시민사회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부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시장의 각 부문은 복지서비스의 공급자로 등장하게 된다. 정부는 공적인 현금급여의 지급 및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며, 시장은 민간보험 및 서비스 욕구에 대해서 충족시키며, 그리고 시민사회는 비영리조직 및 지역공동체 조직들에 의해서 제공되는 복지서비스의 제공을 통해서 이러한 복지혼합의 구조에 참여하게 된다.

엄격한 의미에서 복지 서비스의 공급에 대한 책임을 정부로부터 민간부문으로 이전하거나 서로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복지혼합은 복지에 대한 민영화(privatization) 정책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복지정책의 영역에서 민영화는 절대적인 복지지출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복지지출의 감소는 공공기관을 민간부문으로 이전하거나 정부 프로그램을 감소한다든지 혹은 특정한 복지에 대한 정부책임을 철회하는 경우에 한하며, 이와 달리 공공지출의 감소를 절대적으로 단정하지 않고 복지를 제공하기 위한 공공서비스 공급방식의 다원화 수단으로서 민영화를 채택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우선, 복지의 민영화에 대한 전자의 경향은 영국이나 미국의 자유주의적인 국가 전통에서 보여 지는 수요중심의 민영화 모델이다. 이 모델은 정부의 역할을 제한하면서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민간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순수한 민간시장의 성장을 촉진함으로서 서비스의 효율적 배분을 추구한다. 복지 바우처(Voucher)의 도입과 민간서비스의 구입에 대한 세금공제의 특권은 민간 수요에 대한 혁신적인 공적 지원을 고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편, 복지의 민영화에 대한 후자의 경향은 서유럽의 사회국가들의 전통에서 보여 지고 있는 공급중심의 민영화 모델이다. 이 모델은 정부가 대부분의 재정적 책임을 유지하며 대부분의 서비스 전달 기능을 민영화하고 동시에 정부로부터 민간 공급자로 자금의 이전을 관리하는 과정으로, 경쟁 메커니즘을 도입하려는 공급중심의 민영화 모델이다. 정부의 서비스 계약 체결의 범위를 확장하고, 공공 프로그램에 의해서 자금 조달된 민간 공급자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에 목적을 둔 모든 조치들은 이러한 접근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낮은 공공지출과 높은 민간부문의 의존도를 고려한다면, 이미 잠정적으로 전자의 경향으로 경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부는 2010년까지 총 80만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내년에 1조1천6백억원을 투입해 정부부문에서 10만개, 민간부문에서 10만개 등 20만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공급하는 한편,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초기 시장 활성화를 통한 민간부문 공급창출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어서 직접적 재정지원을 통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공급은 취약계층 지원과 민간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계획이다.

<표 > 한국과 주요 OECD 국가들의 건강보호지출/GDP 비율, 2002년 기준 – 생략

이와 같은 민간복지시장의 형성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사회서비스 체계는 정부의 재정지출의 한계에 의해 취약계층의 구매력 상실과 광범한 영리조직들의 시장진입으로 인해 사회서비스의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 이는 직접적으로 사회서비스영역의 일자리가 가지는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창출의 전망과 문제점

우리나라의 최근 10년 동안의 산업별 취업자수 추이를 보면, 지역사회 사회ㆍ개인 서비스 영역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온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주로 민간부문에서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변화추이가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함께 일정기간 지속된다면 지역사회 사회ㆍ개인 서비스 부문과 도매 및 소매업/숙박 및 음식점업의 자영업 부문이 서로 교차하는 증감을 보일 것이며, 제조업과 금융ㆍ보험ㆍ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이 같은 변화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사회서비스 영역의 취업자 수준을 보더라도 이 영역에서의 고용창출의 가능성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림 1> 한국의 산업별 취업자수의 변화 추이 – 생략

하지만 민간복지시장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사회서비스 체계는 그 영역에서의 좋은 일자리창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2008년부터 시행되는 노인수발보장제도는 이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서비스 복지시장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서비스 공급자들이 복지시장에서 활동할 것이며, 이들은 시장에서 이윤활동을 매개로 경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회서비스 소비자들 대상으로 하는 직접적인 대인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특성상 이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는 제조업처럼 노동력 생산력을 향상시키거나 노동 강도를 강화해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는데 있어서 근본적인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윤을 목적으로 이 분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들은 지속적으로 이윤 극대화를 모색할 것이며,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두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첫째, 서비스의 차별화는 자본력이 있는 영리공급자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 될 것이다. 현재 정부는 각종 규제완화를 시사하고 있어서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윤창출을 도모하고자 할 것이다.

둘째, 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임금 등의 노동조건을 매개로 이윤을 획득하고자 할 것이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영세한 영리공급자들은 이러한 이윤전략에 의존하게 될 것이며, 노인수발보장제도를 통해서 형성된 복지시장에서 취약한 서비스 구매력을 가진 하위층 소비자들은 이 영역에서 서비스를 구매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한다면 이들이 구매하는 서비스의 질이 문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노인서비스 영역의 복지시장은 양극화 될 것이며, 차별화된 서비스 영역에 대한 접근성은 제한적이며 서비스 구매력이 취약한 계층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그것의 질의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영리를 위해 희생되는 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직접적으로 서비스의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뿐만 아니라 제한적인 공공지출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제하게 될 것이다. 최근 민간부문에서 창출된 사회서비스영역의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주도하였지만, 정작 그 내에서 그다지 매력적인 일자리로 인식되지 못하였다는 점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노인수발보장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개호보험제도의 예에서도 보듯이, 영리법인의 시장진입으로 인해 실질적인 서비스의 수요에 대한 공급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한 서비스의 제공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제도의 재정위협이 되고 있으며, 상당한 서비스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여 있어서 정규직은 21.7%에 불과하고 비정규직이 72.7%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비정규직은 월 평균 노동시간이 55.3시간에 불과해 이들의 근로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회서비스분야 좋은 일자리창출의 전제

좋은 열매는 비옥한 토양과 성실한 농부 그리고 적절한 자연환경을 통해서 결실을 맺게 된다. 하지만 사회서비스분야의 좋을 일자리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 필요한 이 모든 것들이 우리사회에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현재 우리사회가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좋은 일자리를 좋을 열매로 얻고자 한다면, 당연히 그것의 토양이 되는 사회서비스 체계를 어떻게 건강하게 마련할 것이며, 훌륭한 서비스 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관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떠한 제도적 환경을 적절하게 조성할 것인가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서비스 영역이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설계되어 구축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복지혼합 체계를 보여 왔다. 또한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공공지출은 사회보장비 내에서도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부문에서 GDP 대비 민간사회지출은 매우 높아 사회서비스 제공에서 있어서 국가는 재정부담을 포함하여 상당부문의 책임을 민간부문에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체계의 설계에 있어서 인구의 변화와 실업의 증가 속에서 비효율의 문제를 지적당해온 유럽의 전통적인 복지국가모델로의 급격한 전환의 사회적 합의의 가능성은 아주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렇다고 민간복지시장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서비스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영미식의 자유주의 복지모델을 채택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향후 사회서비스 체계가 좋은 일자리라는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한 비옥한 토양이 되기 위해서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그것의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해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공공(公共)’의 한자 의미를 영어 의미로 풀이해보자면, ‘대중적 공유(public sharing)’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근거해서 공공성(公共性)의 의미를 해석해 보면,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배타적으로 지배되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차별로 인해 배제되지 않는 성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적토대가 취약한 한국에서 이 같은 공공성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사회의 신자유주의적 경향은 이러한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으며, 복지공격으로 표현되는 사회복지에 대한 축소와 민영화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복지국가를 통해서 실현되었던 공공복지가 복지혼합(welfare mix)으로 나타나고 있는 복지다원주의로 변화하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복지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복지시장에서 제공되는 사회복지서비스는 그것이 갖는 공공성의 훼손을 수반하게 된다. 따라서 이 부문에서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해 갈 것인가 하는 고민은 그 중요성을 더해 갈 것이다.

사회서비스 영역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는 무엇보다도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공공지출과 공적 서비스 체계의 구축 그리고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먼저 현재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영역의 공공지출의 수준는 매우 낮아서 이에 대한 확대계획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나마 현재 계획된 예산조차 재정마련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조세개혁 및 증세방안을 통한 근본적인 예산계획의 모색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사회서비스 영역의 복지시장이 영리업체들에 의해서 주도되는 상황을 막기위한 공적 서비스 체계의 구축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부문의 사회서비스 공급시설을 확충하고 더불어 지역사회의 필요한 사회서비스의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조직들의 활발한 참여를 촉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사회적기업에 대한 법제정이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한 실질적인 육성과 지원 방안이 분명하지 않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어떻게 사회서비스 영역의 공공성을 확보해 갈 것인가 하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복지시장에서 함께 경쟁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지역사회에 사회서비스를 공급하는 비영리조직들 간에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의 협력과 대응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사회서비스 필요에 대한 적극적인 주민참여를 조직함으로써 사회서비스 체계에 대한 지역사회의 가버넌스에서 시민사회의 주도성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장원봉 / 민주노총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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