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복지의 새로운 전망과 과제 – 생산적 복지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정책 현황과 전망

지난 30여년간 한국사회는 그야말로 박정희식 개혁에 뿌리를 두고 맹목적 성장에 매달려왔다. 사실 박정희식 개혁은 성공한 개혁이며 그 뿌리는 넓고 깊다. 정권교체와 IMF 경제위기는 어떤 면에서는 한국의 경제사회 사상에 있어서 약간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 정권교체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정지표로 세웠으며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민주주의에 강조점을 두느냐 시장경제에 강조점을 두느냐에 따라 서구의 사회적 시장경제론과 신자유주의의 어느 지점에서 파악하기도 하였다.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겠으나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한국사회의 천박한 전근대적 자본주의에 일대 혁신을 몰고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도 경제개혁의 본령을 재벌개혁에 두고 있고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법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현대자본주의의 최소한의 기본적 시장질서를 도입하고자 하는 국제 자본의 요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IMF체제가 국민들에게 피부로 전달한 내용은 고통 그 자체였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대량실업사태가 발생하였으며 빈곤율이 두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은 단순히 수치가 아니라 그러한 삶의 변화를 지탱할 만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속에서 국민의 통곡으로 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저실업과 고성장의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향후 한국사회는 글로발라이제이션의 위세속에서 국가의 국제사회 적응력을 내외적으로 강화하여야 한다. 더 이상 몇몇재벌에게 특혜를 주어서 팩스아메리카나 자본주의의 안정적 하청기지로서 고도성장을 이루자고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더 이상 '파이가 클 때까지 참으라'는 것은 사경을 헤매는 서민들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

최근 '생산적 복지'가 새로운 제3의 국정지표로 나오게 되면서 '왜' 생산적 복지이고 그 내용은 무엇인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반응과 거의 유사한 이러한 해석들은 몇 몇 사회과학 교과서에 의존적인 해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업대책에 대한 비판도 마찬가지. 사실 사회적 안전망의 제도적 준비없이 맞이한 대량실업에 대해 임시적 긴급 실업대책을 지난 1년반 동안 쏟아부었는데, 미국식 신자유주의자들은 실업대책을 놓고서 비효율문제를 시비걸고 전통적 사민주의자들은 아직 기초보장도 마련되지 않은 한국사회에 보편적이고 완벽한 사회보장이 못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만약 공공근로사업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생각해보면 이러한 비판이 현실을 우회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생산적 복지'도 사실 학술적이거나 이념적인 개념이 절대 아니다. 한국사회가 현재 처해있는 경제사회적 변화에 대한 철저하게 실용적이며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해석해두자.

구체적으로 사회정책의 변화는 어떻게 전망되고 있는가. 먼저 기왕의 한국사회복지를 일람해보자. 기존의 고성장-저실업 구조하에서는 시장 임금을 통해 주거, 의료, 교육 문제를 해결해 왔으며 여기에 의료보험 등 일부 국가복지, 대기업 중심의 기업 복지가 일부 제공됨으로써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이 유지되어 왔다. 국가복지는 공무원, 군인 등 특수직역 위주로 편성되어 있고, 일반 국민에 대한 복지제공 기능이 취약했다. 일반 중산층이나 근로자들은 의료보험, 산재보험 등에서 일부 도움을 받았으며, 노동불능자들은 생활보호 정도가 제공되는 수준이었다. 1995년 기준으로 공공사회복지비 지출은 12조 5천억으로 GDP의 3.7% 이며 이는 일본 21.4%('93), 영국 21.6%('93), 스웨덴 40.1%과는 비교가 안되는 규모이다. 특히 한국의 사회복지비 지출중 순수한 국가부담은 2조 5천억원 정도로 GDP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업은 임금 외에 상당한 수준의 기업복지(교육비, 의료비, 주거비)와 퇴직금을 통해 중산층의 생활을 유지시켰으나 이는 대기업 근로자에게 한정되었고, 영세사업장 근로자, 일용직 근로자 등 서민층은 기업복지의 혜택에서 제외되어 왔다. 결국 중산층은 고성장 저실업구조 하에서 시장임금(월급) 및 자영사업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주택, 의료, 노후, 가족부양 문제를 해결해 왔으며, 암보험, 재해보험 등 각종 사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여 왔던 것이다.

IMF 이후 임금 삭감, 기업복지비 삭감, 대량 실업 및 휴폐업 등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생활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에 시장 소득(월급, 자영소득)과 기업복지에 의존하여 기본적인 생활을 해결하는 기존 체계로는 현수준의 생계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IMF 이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됨으로써 정신적 박탈감이 중산층 및 서민들에게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복지, 조세정책 등에서 국가책임을 강화함으로써 중산층과 서민의 해체를 방지하고, 물질적 정신적 박탈감을 해소하여 생활을 안정시키는 '사회통합적 사회정책'이 요구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현실인 것이다.

실업동향과 전망

실업문제로 눈을 돌려보자. 당초 7%대로 예상되었던 '99년의 실업률은 현재 경기의 빠른 회복세에 따라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될 전망이다.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8%이상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해의 실업률 전망은 6.4%(실업자수 137만)로 지난해 6.8%(실업자수 146만)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2000년의 경우도 6%대 이상의 높은 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실업률은 5%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한국개발연구원) 그러나 경기회복과 그에 따른 고용상태의 회복이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경제활동참가율이나 취업자수가 IMF 이전으로 회복되는 시기는 2001년경으로 판단된다.

[표] 1990∼2000년도 고용 및 실업전망(한국개발연구원)

1998
1999 p
2000 p
경제성장율
-5.8
7.5
6-7%대
경제활동인구

21,390

(-1.0)

21,469

(0.4)

21,834

(1.7)

경제활동참가율
60.7
60.3
60.6
취업자
19,926

(-5.3)

20,095

(0.9)

20,677

(2.9)

실업자
1,463
1,.74
1,157
취업률
6.8
6.4
5.3

그러나 실업률의 급격한 저하에도 불구하고 '99년 들어 장기실업자의 비중증대와 고용의 질적 하락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98년 전체실업자의 1% 수준에 불과하던 장기실업자 비중이 올해에는 8% 정도로 증가하여 OECD국가형의 장기실업자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임시 및 일용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99년 5월 현재 전체 임금근로자의 52.5%로 고용의 질적 저하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심화되는 것이 외국의 일반적 사례로, 분배악화의 기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분배 및 빈곤현황

최근 급속한 경기회복 및 그에 따른 임금상승 등으로 도시근로자가구의 평균소득은 증가하고 있으나, 소득불평등도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99년 1/4분기 중 도시근로자가구의 평균소득수준은 前分期 대비 4.1%가 상승하여 일년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고, 반면 GINI 계수는 0.341으로 '97년 0.288, '98년 0.322에 비해 크게 증가하여, 소득분배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경기회복의 혜택이 계층별로 비대칭적으로 작용하여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금년 1/4분기의 경우 상위 20% 소득계층의 평균소득은 전분기대비 9.2% 증가한 반면, 하위 20% 소득계층의 경우에는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사무직·전문직·기술직 등 숙련노동자들의 고용여건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는 반면, 미숙련·저임금근로자들은 고용의 질적 하락으로 인해 임금격차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도시빈곤층은 증가하는 추세이며 빈곤선(poverty line) 이하의 도시근로자가구의 비중은 '99년 1/4분기중 6.9%로 전분기의 6.2%보다 0.7% 증가되었다. 이처럼 경기위기탈출 및 경기회복으로 인해 실업문제는 완화되고 있으나, 고용의 질문제나 빈곤 및 분배악화의 문제는 심화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국민복지의 신 패러다임

生産的 福祉社會 : 적극적 사회정책

■기본방향

향후 효과적인 사회안전망구축을 위해서는 기존의 실직자위주의 대책에서 벗어나 영세근로자 및 사회취약계층 등을 포함한 보다 포괄적인 빈곤대책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적 위기상황에서 비상대책으로 추진되었던 각종 실업자 구제대책들을 기존의 빈곤층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과의 통합 및 연계강화를 통해 보다 제도적인 체계로 만들어야 한다.장기실업자를 포함한 근로능력자들에 대해서는 'WORKFARE'의 원칙에 입각하여 적극적인 노동능력의 개발, 상부상조적 지원, 실질고용의 창출지원 등으로 자립노력을 극대화하되 정부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향후 빈곤대책은 보다 적극적 빈곤대책으로서 재정립하고 먹을 것, 입을 것, 의료 및 교육에 대한 기초보장을 시현해내야 할 것이다.

■ '생산적 복지'와 국민기초생활보장

생산적 복지란 단순구호차원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의 생산적 사회참여의 기회를 극대화함으로써 지속성장과 복지증진의 균형을 이루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적·재창조적 복지를 의미한다. 즉, 미래를 위한 교육, 훈련, 취업, 창업, 건강 등 인적자원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사회참여를 통한 개인의 복지증진과 성장잠재력의 배양을 동시에 도모하는 人間中心의 개발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국민들이 근로에 의해 경제·사회적으로 자립·자활할 수 있도록 지식·정보·기술 등의 인간자본과 금융지원 등 물적자원지원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복지국가 위기에서 파생되는 교훈은 과다한 시혜적 복지가 경제활력을 약화시키고 성장잠재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라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민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경과는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최근 국민회의 신임당직자 임명자 수여식 자리에서 대통령이 조속히 입법 완료하라고 지시한 10여개의 법률중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근로능력이 없는 자에 대해서는 기초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소득·의료·교육·주거 등에 대한 최저생활수준을 국가가 보장하고 근로능력이 있더라도 국민복지최저선 미만의 국민에게는 보충적 급여를 통해 근로기회와 생계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이는 기존의 한시적 생활보호제도나 한시적 공공근로제도를 보다 보편적인 제도로 진보시키고 과거의 연령에 의한 공적부조 틀을 개혁하는 의미있는 일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 시장경제, 생산적 복지의 상호관계

구분
시장경제 민주주의
생산적복지→시장 시장경제→ 생산복지 생산복지→ 민주주의 민주주의→ 생산복지
정책목표 및 효과 인력개발, 경제활동 기회확대 일자리창출,안전성장과 삶의 질 제고 사회통합과 분배정의 사회적시민권과 생활기본권 확립

중산층 공통 주택모게지, 생업융자 농어촌균형개발 세제개혁 사회보험통합,내실화
자영 중소기업 설비지원 소상공인, 벤처 소득파악추진 기업부도시스템개선
근로 지식기반 신직업훈련 우리사주제

성과배분제,근로소득세경감, 종업원지주제

참여경영확대
저소득층 공통 주택자금 저리지원 자활지원, 복지금융제 자활촉진사업 저소득층자녀 장학제도강화 기초생활보장, 사회보험확대, 철거재개발제도개선
자영 연대보증/ 신용제도 개선 해외시장개척통한 창업지원 노점상 및 비공식부문보호 영세하도급보호
근로 근로자저축 인센티브 노동자기업인수제 근로자복지시설확충 임금체불근로자보호
실업대책 공통 직업훈련, 교육확대 파트타임근로확대 환경개선활동 비정규근로자보호
단기실업 고용인프라 확중, 전역 예정자직업훈련 공공근로, 생산자협동조합 work-sharing기업지원확대 노사단체직업훈련, 고용안정참여확대
장기실업 채용장려제도 제3섹터형 일자리창출 가정해체방지대책 저소득장기실업자 보호대책

노인·

장애인

고령층 일자리, 경로연금, 복지서비스확충 실버산업창업지원 사회봉사기회확대(공익카드제) 장애인.노인 친화적 환경개선, 장애인 노인복지권 확립
장애인 일자리, 장애보조금, 복지서비스확충 장애인적합사업 사회봉사기회확대(공익카드제), 보장구의료보험적용
여성 아동

  그룹홈, 보육, 시설 확충 여성특화사업, 파트타임근로, 복지도우미 결식아동무료급식, 모자가정생활안정 모성보호권, 여성할당제

복지 소득 사회보장, 사회보험 확충 및 내실화 생활비절감 사회보장 cne-stop서비스 체제구축, 복지전문요원 확충 국민기초생활보장제 확립
보건의료 의료보험,산재보험,healthcare(cost control) 보건의료주체간경쟁, 의약품유통개혁 식의약품안전성확보, 공공의료확대 수요자중심보건의료
주택 영구임대, 주택자금저리대출 주택경기활성화 주거환경개선, 국가유공자주택보호 주거기본권확립
노동 고용 고용보험, 공공근로, 고용인프라 확충 노동시장유연화 실근로시간점진단축 노동시장참여기회확대
노사관계 노사정위강화, job-sharing 근로형태유연화 조업원지주제, 성과배분제도 노동기본권강화, 정치참여보장
인력개발 직업훈련교육, 훈련cost role sharing 능력위주보상 평생직업교육체제 평생학점제구축
환경 근로환경개선 지속가능한 개발 자동차촉매장치의무화, 환경보전분담제 환경복지권확립
교육 인간자본에 대한 적극적 투자, 신지식인 교육 실력사회조성, 지속적 자기 개발교육 지원 교육복지강화, 보육의 공교육화, 교육개혁의 지속적 추진 교육기본권 확립

사회통합적 사회정책의 필요성과 기본 방향

'생산적 복지'에 담긴 '신 복지사회정책'의 내용

생산적 복지는 실용적인 개념이지만 한국사회에서 반드시 뿌리내려야 할 기초사회보장과 적극노동시장정책을 내용으로 한 인적자본 투자전략을 핵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의 재정적, 행정적 복지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을 가지고 있으며 다만 불요불급한 비효율적 재정투자는 최대한 억제하여 기존의 비효율적 사회보장 전달체계를 개혁하려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정책 수단으로는 '국민복지기본선' National Welfare Standards 설정 및 확보가 긴요하다. 또한 새로운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통합적인 사회정책 행정체계가 필요하다. 재정조달 면에서나 사회 전체의 분배정의를 위해서 세정, 세제 개혁 역시 빠지면 안되는 요소이다.

이를 생산적 복지의 핵심정책과 사회통합적 복지사회정책으로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생산적 복지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창업, 자활, 지식기반 신직업훈련, 연대보증제 개선, 등을 강화하고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세제개혁과 소득파악율 제고, 성과배분제 활성화, 종업원지주제 확대, work-sharing기업 지원확대, 등을 강화한다. 또한 사회적 시민권과 생활기본권을 확립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복지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 내용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회보험적용확대, 여성참여할당제, 수요자 중심의 보건복지전달체계 확립, 주거기본권 확립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 전환은 사실 한꺼번에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보다 실현가능한 정책들을 실천적으로 배치하고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노력이 절실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민식 /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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