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모금회, 민간복지발전의 지렛대로 삼아야

99년 6월 25일부터 7월 15일까지 전국 16개 공동모금회 지회와 중앙공동모금회가 2000년도 사업계획을 신청받는다. 공동모금회가 현재처럼 단일조직으로 일원화되기 전인 올해 초 당시의 지역공동모금회와 전국공동모금회는 887개 지원사업에 대해 약 201억원을 배분한 바있다(이래 <표> 참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역사상 민간기구에 의한 자율적 판단에 따라 이러한 규모의 지원을 한 것은 실로 초유의 일이며, 그만큼 사회복지계에 고무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표1] 199년 공동모금회 지원사업 실적

(단위 : 개, 천 원)

구분
지원실적
사업량
지원액
중앙
166
6,637
지역
서울
0
0
부산
17
2,300
대구
90
1,573
인천
43
227
광주
56
811
대전
56
361
울산
22
980
경기
49
468
강원
49
512
충북
47
718
충남
45
814
전북
46
733
전남
39
1,167
경북
78
1,351
경남
64
1,045
제주
20
450
소계
721
13,516
총계
887
20,153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민간복지분야의 기금 조성이 제도화된 것은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여건 및 복지계의 미성숙으로 1972년 단 한번의 공동모금사업을 끝으로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그 기능수행을 지속치 못함으로써 공동모금제도는 실패로 결론지어졌다. 이후 1975년부터 관에 의하여 불우이웃돕기모금이 시작되다가 1980년 사회복지사업기금법을 제정, 이듬해부터 이웃돕기성금과 장애인성금을 통합한 사회복지사업기금이 보건복지부에 설치됨으로써 관주도에 의한 민간성금의 모집 및 배분의 틀이 상정되었다. 1992년부터는 민간경제·경제사회단체에서 '이웃돕기중앙운동추진협의회'를 결성하고 중앙과 지방에 걸쳐 매스컴과도 연계된 모금활동을 함으로써 모금성과를 증대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웃돕기모금활동의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은 정부의 국가예산이 투입되어야 할 곳에 민간의 성금이 대체되어진다는 점이었고 더군다나 나아가 보건복지부의 선심성 행정에 민간자원이 동원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됨과 아울러 각개별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후원금 모집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울러 진행되면서 90년대 들어 공동모금제도의 재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보건복지부가 이를 수용 마침내 1997년 3월 17일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이 제정되었고 1998년 7월 1일자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회복지공동모금법의 시행을 앞두고 사회복지계 일각에서는 과연 한국의 지역사회토양과 사회복지계의 현실을 냉정히 생각할 때 순수한 민간조직으로서 자율성과 공정성, 민주성을 담보로 한 공동모금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겠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즉, 공동모금제도 하에서 과거 관주도하의 불우이웃돕기 성금시절보다 더 많은 돈이 더 공정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얼마나있겠느냐 하는 점에 논란거리가 되었다.

이러한 회의적 시각을 뒷받침해 준 것이 입법 내용 중 공동모금회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지나친 개입과 통제 여지가 완연하다는 점이었다. 복지부는 모금시의 필요비용과 모금회의 관리비용에 관한 비용을 보조하는 대신,

– 공동모금회의 사업계획 및 예산안 승인

– 공동모금회의 세입,세출결산서 검토

– 공동모금회 업무의 지도, 감독

– 공동모금회의 운영과 관련 시정명령 및 임직원의 해임 가능

등 실상 모금회의 모든 것을 간섭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서 민간의 자율성이란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또한 예견된 바와 같이 지역공동모금회가 구성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복지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보다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도하에 지역명망가 중심의 관변조직화되는 현상이 엿보임으로써 공동모금제도의 성공적인 출발을 확신하기에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이에 공동모금회의 민간자율성을 회복하고 보건복지부의 개입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의 승인사항을 대폭 줄이고 이를 보고사항으로 하였으며, 지역공동모금회의 취약한 기반을 극복하기 위하여 중앙모금회 중심의 일원회된 조직으로 재구성하는 것을 핵심적 골자로 사는 [사회복지공동모금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끝에 금년 3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이란 대체입법으로 마무리되어 4월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새로운 국면에 대한 사회복지계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임이 사실이다. 특히 '우려 반'의 근거로 지역공동모금회가 지회로 전락(?)함에서 오는 지역복지사업의 독립성상실 또는 지회의 하향평준화가 거론된다. 물론 때는 바야흐로 지방자치시대이며 탈집중화시대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시대의 대전제는 풀뿌리민주주의임도 부정할 수없다. 그렇지 않을 때 지방자치시대는 지역할거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논의의 핵심은 이 시점에서 사회복지계에도 지방자치라는 원론을 적용할 수 있는가 없는가로 소급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닌 사회복지에 대한 천박한 인식, 지역주민이 지니는 사회복지에 대한 선별주의에 입각한 편협한 의식, 사회복지시설운영자가 수십년간 순치되는 과정에서 몸에 밴 관에 대한 의존성 또는 종속성, 그리고 지역사회복지계 내에 깃든 참여민주주의의 배제 풍조 등이 적어도 사회복지계에서 지방자치시대를 선언하기 어려운 현실적 정황분석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공동모금회의 중앙집중 조직화는 사회복지계에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고 할 수 있다.

"민간사회복지계의 자율성을 총체적으로 획득할 것인가, 아니면 지방자치시대를 구현할 것인가?"

이 질문에서 현재의 민간사회복지계는 전자를 택했다. 중앙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민간자율성의 확보를 말이다. 그러나 다시 시간이 지나면 후자, 즉 사회복지계에 지방자치정신의 만개를 선언할 날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지방자치라는 명목하에 민간사회복지발전의 지렛대역할을 할 수 있는 공동모금제를 제물로 삼을 수는 없지않은가?

이태수 /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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