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글

이번 호의 중심 글은 보건의료 개혁입니다. 건강이야 두말 할 것도 없이 모든 사람의 으뜸가는 관심사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입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보건의료에 대한 논의는 늘상 척박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지역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 파동이 좋은 예라 하겠습니다. 아무리 가정경제가 어렵고 실업자가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사회적 연대의 기본틀로서 의료보험을 생각하는 논의는 도무지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오로지 개인이 지는 보험료 부담의 많고 적음에 대한 시비가 있을 뿐입니다. 물론 공평한 보험료 부담이야 정말 중요한 정책과제이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얼마나 단선적으로 보고 있느냐를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을 지울 길이 없습니다.

의료보험을 제외한 다른 보건의료 영역은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그때 그때의 단편적 사건이 사회의 이목을 끌 뿐, 바람직한 보건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의 의약분업 논의에 시민과 전문인들의 적지 않은 참여가 이루어져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비록 지금은 사정이 이렇지만, 보건의료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경제가 지금보다 발전하게 되면 국가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 대상 분야가 될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소수의 관심사였던 환경 문제가 지금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되었듯이 말입니다.

이번 호에는 이런 취지에서 보건의료 개혁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 비교적 많이 알려진 의료보험 문제도 기실 전반적인 보건의료 속에서 바라보아야 전체 모양이 잡힐 것인지라, 크게 의료보험과 의료보험을 제외한 보건의료 정책으로 나누어 원고를 부탁드렸습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안목으로 한번 살펴보아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이지만, 너른 사회적 기초를 다지기 이전에는 보건의료 개혁도 좌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복지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보건의료에 대한 논의가 넓게 또 깊이 있게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편집진은 매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한 호를 꾸미다 보면 그 다양한 주제마다 결코 중요성이 덜하지 않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이번 호에도 연금문제, 장애인 재활, 기초생활보장법과 관련된 생활보호법의 문제 등이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졌습니다. 주제로는 다양하지만, 계속 논의가 이루어지는 내용인데다 소홀하게 다룰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 것들입니다. 아울러 주거복지와 직업병과 관련된 글이 새롭게 실립니다. 반드시 복지의 영역을 넓게 잡지 않더라도, 만만치 않은 무게를 가진 주제임을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최근 들어 경제위기의 피해가 경제적으로 중하층에 집중되었고, 사회적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여야 한다는 소리가 높습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조차 피상적인 정치논리·경제논리에서 출발하였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회발전의 근본적 의미가 바로 삶의 질 향상에 있다는 제대로 된 「복지 지향성」이 아쉽습니다. "중산층 몰락에 따른 정치적 위기"라는 식의 정치공학적 사고 말고 말입니다. 이런 혼미한 가치의 시기에 <복지동향>이 제대로 된 복지 지향성을 만들어 가는데 지킴이가 될 것을 다시 다짐합니다.

김창엽 / 서울대 의대 교수,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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