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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5.10
  • 477
지난 3월 4일, 저소득 실직자와 장기 실직자 등 저소득층에 대한 최소한의 생존보장과 사회안전망 구축을 목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추진 연대회의'가 발족하였다. 4월 말 현재, 전국의 45개 주요 단체들이 참여하고, 정책관련자 등 상층부 여론화 작업과 지역조직 참여 확대 작업, 홍보 및 교육자료 제작사업 등 꾸준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 동안 발족식 및 기자회견, 공청회, 참여 단체별 성명서 발표, 참여조직 확대 등이 진행되었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아직 주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지 못하다.

사안 자체가 이른바 '힘없고 돈 없는 약자들'에 대한 문제이기에 정치권과 정부는 '구체적 사회행동' 또는 '충격적 사건'이 있기 전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우리 이웃들의 고통이 더 이상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시민사회와 사회복지인들의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글에서는 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을 둘러싼 관계집단들의 최근의 입장과 동향을 점검해 봄으로써 좀 더 객관적 상황 파악과 법제정을 위한 사회복지인들의 참여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무관심과 선거정책활용 정치권

지난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은 국민회의 당론으로 확정되고, 12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사안의 당위성에 의해 법제정에 동의를 했지만 국회 정보위 사무실 사건, 세풍 공방, 보궐선거, 서상목 의원 체포 동의안 사건, 노사정위 문제, 내각제 문제 등 다른 정치 현안들에 관심을 둘 뿐 저소득층 및 장기 실직자들에 대한 관심과 대책 마련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은 정치권이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 즉 현재로는 표로 연결되지 않으며 당사자들의 요구도 미비하고 언론에서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시민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이 정치권의 주의를 조금이나마 돌리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의 선물용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내각제 논의 등의 변수가 저소득국민들의 생존권 보장문제를 다시금 발목 잡을 수 있다.

무감각의 관료와 부처이기주의의 정부

현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대통령이 '생산적 복지국가'를 언급하고 '신중도 노선'이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그것이 신자유주의 기조의 전면 수정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작년 여름 시민사회의 입법 청원 이후, 보건복지부는 제정 불가의 입장에서 소극적 찬성, 최근 국민연금 확대사업 이후에는 관심과 주무 부서로서 의욕을 보여 주는 듯하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서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한 쪽은 오히려 노동부였다. 노동부는 노동계의 실업부조 요구를 소극적으로 대처하다가 노동계를 비롯한 기초생활보장연대회의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실업부조 검토로 돌아섰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내용을 소관 부서 업무로서까지 검토하고 있는 입장이다. 최근 국무총리실 내 사회복지심의관실에서 정부관련부서 실무과장급 회의를 소집하여 시민사회 요구에 대한대응방안 등 기초생활보장법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5월에는 재경부의 내년 예산편성 지침과 부서별 조정 작업이 이루어지므로 이 시기에 구체적 논의가 없으면 사실상 올해 제정 및 사안의 이슈화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지개 켜는 청와대

신임 김유배 복지노동수석이 한국의 사회보장체계 구축에 어떤 역할을 할지는 다소 의문시되는 일반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비교적 개혁 성향 비서관들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청와대 복지노동수석실 중심으로 시민사회요구에 반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업대책팀'이 꾸려져 저소득 및 장기 실직자 대책에 대한 본격적 논의와 실업대책에 대한 검토와 기획이 있을 예정이다. 전체적 큰 틀에서 정권의 실업대책 기조와 정책의 방향이 논의될 듯하다.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기조에 얼마나 청와대 비서진들이 대통령에게 합리적 정책보좌를 하느냐가 주요한 관건이다.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시민사회

종교계는 주로 노숙자와 저소득층 대상 직접 서비스를 해왔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시적 지원의 한계와 제도적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 있다. 한국종교계사회복지대표자협의회와 전국실직노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가 주가 되어 종교지도자들과 관련단체들을 대상으로 법제정의 이해와 참여의 폭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연대회의 활동은 종교계가 이른바 '불우이웃'에 대한 사랑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참여와 실천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2천년대 종교의 비전과 사회적 관계설정에서 필요하리라고 본다. 이 외에도 노동계, 여성계, 장애인계, 빈민계 등의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자체 진행사업과 기획사업 등으로 아직 조직차원의 실무역량 집중은 다소 더딘 편이다.

실업자 동맹 준비위와 장애인 실업자 동맹준비위가 작년과 지난 3월경 조직화되었으나 아직 조직운영의 초반이라 조직역량 구축을 위한 내부 사업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더욱 넓은 차원의 제도화 문제에 관한 연대사업에는 조직원의 이해 도모 등의 과정과 중심사업화의 과제가 요구된다. 그 외 대부분의 저소득 및 장기실직자, 빈곤층들은 조직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연대회의에 참여하는 빈민단체나 지역단체차원의 사업과 교육, 홍보작업 등을 통해 이들을 운동의 주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회복지관계자 집단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연대회의 초기 논의과정에 참여하였다.

최근 사회복지대학교육협의회가 연대회의에 정식 참여하는 등 학자 층에서 법제정에 강한 동의를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 신자유주의에 대응한 논리와 정책개발 등 좀더 다양한 참여방식의 모색이 필요하리라 본다. 사회복지 현장종사자들 중 사회복지 전문요원들은 법제정에 대한 전문요원동우회 상층부의 적극적 지지가 있으나 공무원 신분이라는 한계가 있다. 최소한의 기초생활을 '권리'로서 구체적 보장을 한 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은 시혜적 선언에 그쳤던 한국사회복지 성격의 방향 전환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사회복지인의 활동과 역할을 위한 하드웨어가 구축되는 발전적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관계자 집단이 여전히 복지 주체로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는 복지문제를 다양한 사회적 역동관계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각과 다양한 참여의 기회를 넓힘으로서 복지 주체로서의 역량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으로 살펴볼 때, 우리 사회의 각 집단들은 자기 이해 관점에서 기초생활보장법제정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연대회의 참여단체들은 '국가의 빈곤층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보장'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공감하므로 이러한 관련집단들의 이해와 참여를 어느 정도 끌어내느냐에 따라 기초생활보장법의 형식과 내용은 물론이고 법제정의 시기가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쟁점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정교한 기획사업이 요구된다. 특히 제 사회단체들의 연대회의의 활동과 그 결과는, 수십 년 간 경제성장주의 관료들이 주장하고 우리 사회에 확산시켜온 '복지병'의 허구와 망령을 깨고, 21세기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정책의 이념적 기조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인간사회의 구축'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박순철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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