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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1999
  • 1999.05.10
  • 516
식목일을 앞둔 어느 날, 라디오 전파를 탄 리포터의 숨가쁜 목소리가 속사포처럼 이어진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우리의 기술진에 의해, 공해를 잡아먹는 나무가 개발되었다는 가슴 벅찬 소식을 급히 전하려는 수다스럼, 일종의 포퍼먼스였다.

이튿날 한 일간지에 상세히 보도된 바에 따르면, 대기오염정화 능력이 탁월한 포플러보다 3배 이상 중금속 대기 오염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개량 현사시나무를 산림청 소속 임목육종연구소에서 생명공학의 방법으로 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공해 잡아먹는 이른바 '환경나무'는 장밋빛 개가일까? 중금속을 많이 축적한 이후에도 세포 생장에 아무런 이상은 없으나 중금속을 함유한 꽃가루가 날릴 경우 다른 나무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심은 지 2∼3년 이내에 베어 내야하고, 죽은 환경나무에 축적된 중금속이 토양에 흡수될 염려가 있으므로 베어내자마자 태워야 한다는데, 연구자들이 장담하는 대로 과연 환경나무가 생태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꽃 피기 전에 태울 것이므로 괜찮을까? 중금속은 태운다고 사라지는 물질이 아니다. 대기에 흩어지거나 농축된 모습으로 재에 남을 것이다. 꽃가루 날리기 전의 어린 나무를 일거에 수거해야하는 행위가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미처 수거하지 못해 발생할지 모르는 만일의 사태는 상정할 수 없을까? 광범위하게 심은 나무를 제때 수거하지 못해, 중금속을 잘 흡수하도록 변형된 환경나무의 유전자가 꽃가루를 타고 들어와 인체 유전자에 삽입된다면? 인체에 침투된 유전자가 보인자로 침묵하다가 자손에까지 유전된 이후, 환경이 바뀐 어느 날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면? 그래서 자자손손 불행이 유전된다면?

필자의 지나친 상상일까? 환경은 바뀐다. 환경변화의 방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30년 전, 지금의 환경을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30년 전의 환경 변화는 지금보다 더뎠다. 우리는 30년 후의 환경을 예측할 수 있을까? 미리 대비할 수 있을까? 환경이 바뀌자 나타난 들어보지도 못한 질병이나 타지역의 풍토병이 만연하고, 잊혀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질병이 치명적으로 다가오는데,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어렵사리 대비책을 마련할 때면 새로운 질병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다. 유전자 조작된 환경나무가 위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복제양 돌리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복제소 '영롱이'와 '진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쾌거를 찬양하기에 바빴다. 이참에 교육부는 생명공학 박사를 비롯한 최첨단 인재를 1만 4,000명 육성할 계획임을 천명한다.

모유의 성분인 락토페린을 함유하는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는 200억 달러를 보장해 줄거라 믿는다. 인간의 조혈소를 생산하는 흑염소는 18마리면 전 세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독점한다면 우리나라의 21세기는 밝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어떨까. 다른 나라 생명공학이 열중쉬어 하면 혹 모르겠지만 돈이 그것도 거금으로 아른거리는데 뒷짐지고 앉았을 외국 기업이 그리 흔할까? 연구비가 거금인데 한국의 선취권을 이유로 연구개발을 포기할 외국의 생명공학자도 흔치 않을 것이다. 효율이 뛰어난 성과물을 경쟁적으로 개발하려 들 것이 틀림없다.

인간복제는 안되지만 인류복지를 위해 동물복제는 허용해야 한다는 시각이 생명공학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인간을 복제할 목적이 아닌 한, 수정 후 14일까지의 배아는 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역시 인류복지를 위해 그렇다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인류복지는 무엇일까? 부가가치, 즉 돈벌이로 요약되는 것은 아닐까? 복지의 혜택을 볼 인류가 어떤 인류부터일지 대충 짐작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권을 움켜쥔 부자들에 의해 인류복지를 위한다는 공감대가 변질 확산된 이후에도 인간복제를 요구하는 생명공학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25일, 생명복제 시대를 꿈꾸는 '라엘리언 무브먼트'라는 단체는 생명복제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유전자 조작 및 생명복제에 대한 법과 제도가 결여된 마당에 마가 끼려는 것일까?

생명공학을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제정된 '생명공학육성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의원 입법으로 논의되고 있는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법령에 윤리와 안전에 관한 조항을 삽입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육성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생명안전과 생명윤리를 논의할 것을 강요하려고 한다. 자칫 생명공학에 면죄부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변질될까 걱정되는 바 크다 하겠다.

환경나무를 심기 전에 우리의 환경을 주목해야 한다. 악화된 환경은 그대로 두고 생태계의 존립마저 뒤흔들 생명공학으로 말초적인 현상만 잠재우려는 시도는 결코 바람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은 지금도 모자랄 것 없는 일부 인류에게 장밋빛 21세기를 선사할지 모르나 인류 전체에게 참혹한 22세기를 보장할지 모른다. 22세기 이후의 후손을 생각한다면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 환경연구소 소장, 참여연대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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