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자활지원센터의 의의와 과제

천안자활지원센터 설립의 의의

자활지원센터는 어느 정도 근로능력은 있으나 교육, 기술, 자본 등 자활여건이 열악한 영세민이나 저소득층에게 공동작업장, 생산자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창업지원, 생업자금융자 알선 등 제반 탈빈곤 지원활동을 통해 고용안정과 소득증대를 도모하기 위한 민간기구로서 설립되었다. 또한 저소득 주민들을 대상으로 계속적인 직업재교육과 사회 문화적 활동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들의 빈곤탈피와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주관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 설립한 기구이다. 이러한 자활지원센터가 '하늘아래 편안한 곳' 천안에서도 1998년 11월 6일 그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천안시에는 생활보호대상자나 결손가정이 여기 저기 산재해 있고, 불안정 고용으로 반실업상태에 있는 저소득층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자활 가능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자립·자활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였으며 따라서 자활지원센터 설립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천안자활지원센터는 첫째, 특정분야의 기술은 있으나 그 분야의 특성상 고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조직하여 각자의 기술과 능력을 살려서 협동조합방식의 회사를 설립하여 고용의 안정을 취하고 사회적 소외감을 덜어주며 소득을 높이고 둘째, 특정한 기술이 없고 자본이 미약한 불특정한 저소득 주민들에게 적합한 업종을 개발하여 고용의 창출과 소득의 향상을 꾀하며 셋째, 일용직 공동체 문화를 개발하여 자립, 자조집단으로 성장시켜 지속적인 근로욕구와 책임감을 배양하여 자활의 밑받침으로서 자활지원센터를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사업들을 개시하였다.

주요 사업 내용

■ 건설사업단 <성노건축>

천안자활지원센터는 우선 구제금융사태로 인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계층으로 건설일용직노동자를 상정하고 이들에 대한 조직화를 시도했다. 실직건설일용노동자들을 모집하자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하기 위해 1주일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을 개최하고, 실직자 쉼터를 운영하면서 취업정보를 제공했다. 또한 1주일에 걸친 집중교육을 통해 자활지원센터의 사업계획을 홍보하고 가난한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어려움을 나누며 앞으로의 사업내용들을 고민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소득보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이러한 느슨한 조직화 시도는 "일이 있으면 불러달라"는 말을 남기고 한 사람, 두 사람 이탈하기 시작해 결국 2명만을 남기고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러한 실패를 교훈 삼아 천안자활지원센터는 어느 정도 기술이 있는 사람들로 새로이 구성원들을 조직, 이들에 대해 자활지원센터의 설립목적과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함께 나눌 것을 제안하면서 새롭게 출발하게 되었다.

"내가 비록 어렵게 살지만 함께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열심히 일해보겠다"고 다짐하는 이들과 함께 여기 저기 관공서, 공사장들을 뛰어다니며 실직건설일용노동자들이 모여 <성노건축>을 구성했다는 홍보와 함께 지역신문 등을 통해 일감수주광고를 내기도 하고 지역 시민단체 등에게 일거리를 달라고 요청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일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몇몇 곳에서 큰 공사는 아니지만 공사의뢰가 들어왔고 이러한 사업을 통해 그 가능성을 점쳐가며 성노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미 건설생산공동체를 꾸렸던 분들이 지적했던 문제들 ―기술 수준의 문제, 기술자 상호간의 협조 문제, 노동자로서 지녀야 할 품성의 문제 ― 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내기 위해 일하는 중에, 공사를 마친 후 평가회를 통해 문제들을 들춰내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면서 올바른 노동문화와 공동체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 식품생산공동체 <파랑새공동체>

파랑새공동체는 천안자활지원센터가 특별취로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직된 생산공동체로 두부와 콩나물을 재배해서 급식소 등에 납품을 하고 있다. 지역의 저소득 주민들을 취로사업 인부로 고용해 취로사업 기간 동안 콩나물과 두부 생산 기술을 익히고 시장개척을 통해 판로를 확보한다면 취로사업 이후에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국산 콩을 사용함으로써 콩재배 농가에 도움을 주고, 소비자들에게는 무공해 식품을 제공해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며, 수익금의 일부를 적립해 사회복지기금으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해 놓았다. 국산 콩을 사용해 콩나물과 두부를 재래식으로 생산함으로 해서 지역의 몇몇 소비자단체에서 납품을 요청받기까지 했으나 아직 적극적인 판매를 하지는 않고 있다. 특별취로사업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생산과 판매를 겸한 식품업체로 사업자등록을 할 예정이며 지역 급식업체들과도 연계망을 구축해 놓은 상태이다.

현재 파랑새공동체는 남자 3명, 여자 4명 총 7명으로 15평 남짓한 공간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생산하고 저소득주민들이 밀집해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주변에서 판매하여 상품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 공동부업장 <늘푸른 일터>

저소득 주민, 장애인, 실직자들 중 근로의욕은 있으나 일자리가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단순작업의 부업들을 찾아내어 회사와 부업장을 연결하는 공동부업장 <늘푸른 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구성원들간의 공동체 의식함양과 노동을 통해 삶의 의욕을 고양시키며 나아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의 자주성을 발현시킴으로서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현재 늘푸른 일터는 전자제품을 조립하는 일감을 부업과 완전하청의 중간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원칙을 구성원간의 합의로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별 숙련도, 개인별 작업시간이 서로 다르므로 개인별 성과급을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 운영하려고 한다.

하지만 부업장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제품생산을 위해 필요하기는 하지만 직원을 고용해 작업을 하기에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들을 업체가 부업 일감으로 내주기 때문에 소득면에서 경제적 자립의 기반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늘푸른 일터도 이러한 문제점에서 예외일 수 없어서 다른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 하청 및 자체생산을 하는 생산공동체로 전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 노숙자 쉼터 <성노의 집>

구제금융사태 이후 거리로 나온 노숙자 문제가 천안에도 예외없이 대두되어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들 노숙자들이 빨리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첫째, 장기 실직 노숙자에게 무료급식 서비스, 무료숙박 서비스, 고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여 장기 실업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극단적 행동을 방지하여 안정적인 생활로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둘째, 임시·일용직 노동자, 영세제조업 노동자, 파트타임 노동자 등 비정규직 실업자에게 고용지원, 상담 및 교육훈련 서비스 등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여 불안정 고용구조 회복을 지원하며 셋째, 실직자 지원을 위한 여론화 작업을 통하여 지역사회 자원을 구축하는 등 공동노력으로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래서 2차에 걸친 지역간담회를 가지고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지역 의료인의 의료서비스, 이·미용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성노의 집에 거주하는 노숙자들을 성노건축에 참가시키는 한편 다른 이들은 공공근로와 특별취로 사업에 참가하도록 하여 현재 성노의 집에 거주하는 24명의 노숙자들이 모두 일을 나가고 있다.

■ 지역실태조사

천안에서 그동안 민간차원의 지역실태조사는 각 운동단체별로 그 필요에 따라 고립분산적으로 실시되어 왔기 때문에 천안 전역의 저소득층을 포괄하는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에 따라 천안자활지원센터는 천안의 지역주민들에 대한 실태조사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고 우선적으로 실직가정들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과 <쌍용사회복지관> 그리고 <천안자활지원센터>가 힘을 모아 천안 전역의 실직가정 실태조사를 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우선 천안시내의 26개 읍·면·동의 사회복지 전문요원들에게 공적부조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실직가정을 30가정씩 추천해 달라는 협조공문을 띄우고 계속해서 확인작업을 통해 저소득실직가정 634가구를 확보했다. 설문과 함께 이들 가정들이 정부의 실업대책에 대한 정보부재로 지원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상담조사원들에게 정부의 실업대책에 관해 교육을 시켰다.

이들 상담조사원들에게는 실태조사를 통해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의 기회라는 것을 주지시켰다. 상담조사원들은 주로 인근지역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들과 세 단체의 실무자들, 그리고 유급자원봉사자들로 구성했다.

이러한 대대적인 지역실태조사가 현재 진행중이고, 이 조사가 끝나는 대로 지역복지포럼 등의 형식으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지자체에 저소득 실직가정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지원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조사는 저소득 실직가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계속해서 장애인, 청소년, 노인, 지역경제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다.

■ 지역연대사업

<저소득실직가정돕기운동>이라는 단체를 구성, 각 단체, 개인, 회사, 교회 등과의 결연을 통해 99년 4월부터 천안의 저소득실직가정들에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운동은 천안의 지역운동단체 실무자들이 중심이 되어 우선은 결연 후원을 하지만 앞으로 저소득실직가정 실태조사를 통해 다각적인 지원을 하기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운동은 지역자원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 저소득 주민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지역사회에 공론화하고 필요한 요구를 지자체에 제기하는 등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충남지역 고용실업대책본부>는 충남에 있는 각 개별 단위 운동단체들이 실업대책 관련 활동을 연대하기 위해 구성한 모임이다. 실업극복국민운동으로부터 실업기금을 보조받아 실직자쉼터사업, 무료급식사업, 지역조사사업, 결연후원사업 등을 벌이고 있으며 천안자활지원센터는 이 사업에 참가해 실업대책 관련 사업에 있어서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망과 과제

■ 지역에 대한 정확한 인식

자활지원센터는 자활보호대상자와 생활보호대상자로 전락할 위험수위에 있는 차상위 계층을 지원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모든 사업에서 그 전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해온 센터라면 여러 가지 경로로 지역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겠지만 새로이 사업을 시작한 센터로서는 지역에 대한 정보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센터가 위치한 지역에 대해 사전에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역에 대한 정확한 인식은 초국적자본의 현실포섭능력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 본질과 현상의 문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의 상관관계로부터 나오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까지도 포괄하는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천안자활지원센터는 이러한 지역공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얻기 위해 실태조사는 물론, 지역의 여러 대학, 언론, 시민단체들, 그리고 전국에 있는 자활지원센터들과 연계해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공유해야 할 것이다.

■ 공동체운동의 기지로서의 자활지원센터

현재 천안자활지원센터는 3개의 자활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공동체들이 각각 개별 공동체로서 경제활동 뿐만이 아니라 총체적인 개인의 삶을 나누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을 경주할 때 비로소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지역성, 평등한 인간관계, 정서적인 유대감 등이 전제로 되고 각 개인이 이러한 공동체에 마음을 열고 참가하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를 위해 자활지원센터는 각 공동체의 소득향상 뿐만 아니라 개별 구성원들의 심성개발과 냉혹한 자본주의 현실에서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따뜻한 인간의 정서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지역자원 네트워크 형성을 통한 종합적 지원센터

지역의 여러 자원들이 연대해서 저소득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면 여기에서 또 하나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활동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펼치고 있는 지역의 단체나 개인들이 참가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함께 사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면 그 힘은 양적인 확대뿐 아니라 질적인 향상도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연대활동을 통해 그 자원들을 공유해 나간다면 현재의 개별적이고 분산적인 활동을 극복하고 더욱 근본적인 차원의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여러 자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저소득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을 한다면 청소년, 노인, 부녀자, 취업, 고용창출 등 총체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종합적인 원스톱 서비스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이윤기 / 천안자횔지도센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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