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생산협동조합 ‘실과 바늘’

설립 배경

생산협동조합 ‘실과 바늘’은 자활지원센터 설립 이전인 90년대초 저소득 주민의 빈곤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출발하였다. 계층격차와 빈곤문제의 원인은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불안정고용의 확대 지속의 문제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실험으로서의 ‘실과 바늘’이라는 봉제생산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용과 생산을 매개로 한 새로운 생산협동공동체의 실험은 당시 각 빈민지역 활동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었다.

‘실과 바늘’은 상계동 ‘나눔의 집’의 야학과 노동자 문화학교 등을 통해 만나온 청년노동자를 중심으로 92년 자구적인 공동체 형성의 노력인 봉제생산협동조합으로 시작되었다. 영세하청생산공장의 노동자로 불안정 고용상태를 유지하며 직장을 옮겨다니던 젊고 가난한 청년들에게 ‘공동출자 ,민주적 운영을 통한 경영참여, 공동노동, 공동분배’ 원칙의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은 커다란 희망과 미래로 다가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산협동조합 ‘실과 바늘’이 태동했다.

당시 ‘실과 바늘’의 설립목표는 다음과 같다.

1) 불안정하고 열악한 도시빈민들의 고용구조와 노동조건의 해결

2) 협동적 노동을 통한 도시빈민들의 공동체적인 의식과 품성형성

3) 협동적 소유와 경영참여를 통한 도시빈민들의 민주적 훈련과 자치능력 함양

4) 형제적이고 정의로운 생산관계와 기업운영을 통한 경제 민주화에 기여

일하는 사람 모두가 출자를 하고 1인 1표로 경영에 참가하고 익숙하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회의와 교육을 통해 훈련하면서 협동조합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1년 4개월만에 ‘실과 바늘’은 문을 닫게 되었다. ‘실과 바늘’의 실패의 경험은 많은 반성과 과제를 남겨 주었다.

생산협동조합 ‘실과 바늘’의 실패의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열악한 자본과 경험의 미숙을 들 수 있다. 7명의 조합원이 출자한 2000만원의 전세금으로 산꼭대기 집을 얻어서 시작한 터라 전체공정 작업을 위한 설비와 인원확보의 한계를 가져왔다. 둘째로는 적정한 하청 공임의 설정과 경영기획능력 등의 부재로 인하여 심각한 운영적자를 초래한 경영능력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세 번째로는 봉제업계의 객관적 조건이 열악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 산업이 된 봉제업계는 경쟁력이 떨어졌다. 이러한 평가반성을 하면서 이후 저소득 주민의 불안정 고용구조의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생산협동조합의 과제가 생겼다. 즉 생산공동체를 지원할 수 있는 기관설립,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지원체계의 형성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었다.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자활지원센터 설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자활지원센터는 저소득층의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써 수혜적인 복지를 지양하고 고용과 생산을 매개로 한 생산적인 방식으로서의 주민자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원하는 기관으로 설립된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에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자활공동체로서의 생산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추진해왔던 민간단체에게 자활지원센터를 위탁·운영케 함으로써 민·관협력의 길도 열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아래 96년 상계동 나눔의 집에서 자활지원센터를 위탁지정 받아 운영하게 되면서 ‘실과 바늘’은 다시 문을 열었다.

경 과

96년 노원자활지원센터 개소 이후 첫 번째 주민 자활지원사업으로서 ‘실과 바늘’이 재창업 되었다. 물론 이전 ‘실과 바늘’의 조합원이 다시 결합한 재창업은 아니었지만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자활공동체로서의 생산협동조합 ‘실과 바늘’은 이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준비된 출발을 하였다.

우선 자활 후견기관인 자활지원센터를 통한 초기 작업장 설립자금의 지원이 가능했고, 리더십을 가진 사업 수행 주체가 준비되었으며, 자활지원센터를 통해서 교육 및 경영지원의 역할을 담당할 지원기관이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앞서 지적한 봉제가 사양산업이라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당시 의류시장의 틈새라 할 수 있는 생활한복생산으로 품목을 정하여 물량을 확보했고, 기술력을 보강하기 위하여 주민들 중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96년 9월 7명으로 재창업된 이후 ‘실과 바늘’의 현재에 이르는 경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96년 9월 4일 ‘실과 바늘’ 공장 가동. 생활한복 생산공장으로 시작. 초기 협동조합에 뜻을 두고 결합한 조합원 2인이 운영의 주체가 되어 처음부터 전체 회의구조에서 모든 운영을 일하는 사람들과의 회의를 통해서 결정함. 노원자활지원센터에서는 실무간사 1인을 고정적인 담당으로 배치하여 회의참가 및 작업지원. 교육 등의 역할 담당

·96년 11월 물량의 안정화로 9명으로 인원확대. 작업라인의 완성체계를 갖추고 정상적인 공장 운영체계 형성함.

·96년 12월 ‘실과 바늘’ 내부의 협동조합 교육팀 구성. 지속적인 교육과 회의를 통한 공장운영의 공유 등으로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출자하고자 하는 인원이 확대됨.

·97년 1월 25일 생산협동조합 ‘실과 바늘’ 창립총회. 초기 2인의 출자조합원이 창립총회를 통해서 7명으로 확대됨.

·98년 2월 21일 2차 정기총회. 경제위기 이후 열악해지는 재정상태의 타개책으로 불안정한 하청생산 외에 자체상품 제작계획을 세우고 설립초기자금지원의 상환계획의 수정 등을 논의.

·98년 5월 경제 위기 이후 어려워진 재정난 해소를 위한 공동 브랜드제작 실험. 주변의 생산협동조합과의 연계를 통한 공동상품 제작 판매.

·98년 9월 이후 전문유통생산업체 ‘솔바당’과의 완사입 계약 체결을 통한 물량안정화와 전문상품 제작기술의 향상. 이를 계기로 전체 인원 16명으로 확대됨.

·99년 1월 3차 정기총회. 16명의 인원전체가 조합원으로 가입, 명실공히 생산협동조합으로의 체계를 구축함. 내부적인 교육을 하기 위한 교육팀 구성. 자본 적립금 외에 개인 출자에 따른 배당을 당해 연도부터 실시키로 결정.

‘실과 바늘’의 현황

■인원현황 (총인원 16명)

대표 1인(거래처 확보 및 관리, 디자인 지원 및 패턴작업, 영업 및 관리), 재단사 1인, 재단보조 1인, 미싱사 6인, 미싱보조 4인, 완성 1인, 완성보조 1인.

■운영체계

·정기총회 : 연1회 조합원 전체

·임시총회

·운영위원회 : 대표 1인, 생산반장 1인, 총무 1인, 교육팀장 1인 등으로 구성

조합원 회의

■설비 현황

컴퓨터 미싱 7대, 인터 1대, 오바 1대, 니온오바 1대, 스팀보일러 2대, 시아게 6대, 재단기 1대 등

■활동내용

·생산협동조합과의 연대로 ‘우리 옷 살리기 운동본부’를 구성하고 공동브랜드 ‘저바두치’ 생산 참여.

·생산협동조합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교육 진행 ― 월 1회 정기교육, 주 1회 정기회의 및 조합원 간담회, 월 1회 기술 교육 등.

·자체상품제작을 위한 지속적 실험으로 노하우 형성.

·타 의류생산 공장 및 지역단체와의 연대로 생산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을 심어줌.

생산협동조합 ‘실과 바늘’의 성과 및 노력

자활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다시 문을 연 ‘실과 바늘’은 2년 8개월 동안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꾸준한 발전을 지속해왔다. 크고 작은 많은 어려움 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때는 초기에 함께 하고자 공동의 뜻을 세웠던 조합원들이 개인적인 사정과 또는 내부 관계의 갈등 속에서 ‘실과 바늘’을 그만뒀을 때라고들 말한다. 협동조합으로의 성공은 사업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간의 민주적 관계 및 협동조합적인 인간형으로의 발전을 통해서 더욱 단단하게 자리잡을 수 있게 됨을 몸소 느껴 온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과 바늘’의 협동조합적인 운영원칙을 살펴보면 가입 탈퇴의 자유, 1인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체계, 출자의 원칙, 교육의 원칙, 협동조합간의 연대의 원칙, 배당의 제한원칙 등이 정관 상에 나타나 있다. 예를 들어서 조합원출자의 원칙 속에 조합원이 되면 2년 기간 이내에 최고 200만 원까지 출자를 해야 하고, 수익금 배분에서도 50%는 공장 발전을 위한 적립금으로, 30%는 출자에 따른 배분과 노동기여도에 따른 배분으로, 나머지 20%는 사회 환원금으로 배분키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실과 바늘’의 설립 지원금 상환을 위해서 2년의 기간동안 조합원 출자배당은 유보시키는 노력 등으로 ‘실과 바늘’ 운영 정상화를 이뤄왔다. 이는 배당을 통한 경제적 이익보다 협동조합기업의 발전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합의를 한 조합원의 자발성으로 가능한 부분이었다.

처음부터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기업이 아니라 고용관계에 익숙해 있던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로 서기 위한 과정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되어 온 것은 지도력을 가진 주체의 준비와 교육의 문제였다. 자활지원센터에서는 바로 이러한 부분의 지원과 결합을 주로 담당해 왔다. 중심 추진 주체와의 정기적인 논의를 통해서 방향성을 잡아가고 출발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교육의 진행을 추진해 왔다.

또한 생산협동조합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동종업계 협동조합간의 연대모임을 추진하여 공동교육, 정보교환, 물량지원 등의 교류를 하였고 보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의류생산협동조합간의 공동브랜드제작까지도 가능하게 되었다.

현재 ‘실과 바늘’은 양적, 질적 발전의 중요한 지점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기간의 성과로 일하는 사람 모두가 조합원으로 참여가 가능해졌고, 또한 자체 상품제작의 노력으로 이제 그 방향과 규모의 확대를 생각해 보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보여진다.

과 제

‘실과 바늘’의 이후 과제는 현재적 시기의 중요성만큼이나 크다고 볼 수 있다.

■생산협동조합으로서의 체계 확립을 위한 노력

생산협동조합적인 체계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이라고 볼 수 있는 99년도부터 ‘실과 바늘’은 정기총회를 통해 정관상의 원칙을 실현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공장이전 및 지원금 상환 등으로 유보되었던 배당도 올해부터는 실시키로 하였고, 사회환원의 본격화, 교육의 정례화 등 협동조합의 체계를 견고하게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과제로 설정하였다. 또한 늘어난 조합원의 의사소통 및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하기 위한 운영위원회의 활성화 등도 과제이다.

■’실과 바늘’의 발전과정에서 자활지원센터의 역할 및 이후 방향

자활지원센터는 지속적인 교육지원의 역할과 더불어 생산협동조합 외부지원망 형성의 과제 속에서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실과 바늘’ 외에 ‘우리품새’, ‘늘푸른 사람들’ 등 주민자활공동체로서의 생산협동조합의 연계 및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외부지원 네트워크 형성은 이후 자발적인 생산공동체의 확대와 지역발전의 영역 속에서 중요한 과제이다.

■’실과 바늘’의 지역적인 활동 및 역할

이제 ‘실과 바늘’이라는 개별 협동조합의 형성 및 발전의 고민과 더불어 지역사회 안에서의 생산협동조합의 역할 및 연대활동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러한 방향 속에서의 고민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자활지원센터와의 방향 속에 ‘실과 바늘’의 연계작업 지원으로서의 신규 주민자활공동체의 형성도 논의 중이다.

■사업적 성공을 위한 기반조성의 과제해결 노력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렵게 발전해온 ‘실과 바늘’은 이제 그 규모나 방향을 사업영역 및 규모의 확대를 통해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중소기업으로의 도약의 시기로 생각할 것인가, 아직은 개별 생산협동조합의 안정적인 기반을 지속시키는 형태의 방향을 잡을 것인가의 기점이라고 보여진다. 자금지원, 세제지원, 기술력 및 제작능력확대 등이 아주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고 99년 한해의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생산협동조합 ‘실과 바늘’의 사업적인 승패 또한 가늠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실과 바늘’은 협동조합 ‘실과 바늘’의 성장과정에서만 그 의의를 찾기보다는 자활능력이 있는 주민들의 스스로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과정과 그 발전의 가능성을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지원하는 역할 수행기관이 자활지원센터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17개 자활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생산공동체들의 발전을 통해서 주민들의 자활방향성이 확립되어 주민의 경제적 자립 및 지역공동체의 주체로 서기 위한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우순영 / 노원자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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