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제도의 개혁과제

붕괴위기의 한국보건의료

오늘날 우리나라 보건의료분야의 곳곳에서 붕괴의 징후를 목격한다. 그리고 이러한 붕괴의 징후는 보건의료의 하부구조인 자원, 조직, 전달체계, 재정 및 관리영역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총체적이다.

국민소득 만 불도 안 되는 상황에서 컴퓨터단층촬영기(CT), 자기공명촬영장치(MRI), 체외충격파쇄석기(ESWL)와 같은 첨단 고가 장비보유 수준은 세계 최고 국가에 속한다. 의과대학수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늘어 40개가 넘어섰다. 2000년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매년 3,500명 가까운 의사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의료공급자들은 비현실적인 수가와 진료비 심사를 고부가가치 비급여 수요의 창출로 맞서고 있다. 전문가의 양심과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이 파행적 의료체계내에서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제왕절개 분만률이 세계 최고수준인 35%에 달하고 있으며, 항생제의 남용은 세계최고 수준의 페니실린 내성률을 야기하고 있다. 과잉진료뿐만 아니라 의학적 효과가 인정되지 않은 비정상적 진료행위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비정상적인 진료행위에 대해서 의료공급자집단은 그들 스스로의 자체통제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자원의 합리적인 사용을 목표로 했던 의료전달체계도 거의 유명무실해 졌고, 1차 의료기관은 3차 기관을 가기 위해 불편하게 거쳐야하는 진료 의뢰서 발급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환자들의 의사들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 보건의료의 위기를 이야기함에 있어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보건의료의 재정부문이다. 최근 3년간 의료보험의 총진료비는 약 25%씩 증가했다. IMF경제한파 속에서도 이러한 증가양상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는 임금총액의 상승에 따른 보험료 수입의 증가로 어느 정도 이를 상쇄할 수 있었으나 최근 의료보험의 재정 수지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역의료보험은 물론, 79년이후 지속적인 흑자로 가장 든든한 재정을 자랑해 왔던 의료보험관리공단조차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국가가 이러한 보건의료의 위기를 통제할만한 조정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전체 의료공급의 10%에 불과한 공공보건의료부문 역시 최근 몰아닥친 구조조정의 한파로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보건의료의 개혁과제

1. 당면과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보건의료부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 역시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개혁이 되지 않으면 안되며, 그 개혁이 매우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개혁의 방향은 국민의료비와 보험재정 증가의 억제하고 재원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며, 국민 누구나 필요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가 되도록 접근성과 형평성을 최대화 해야한다. 또한, 다양한 요구에 맞고 질적 수준이 높은 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하는 보건의료체계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극도로 고비용, 저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의료(생산)체계의 개편이 보건의료 개혁의 우선적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보건의료체계 전체의 효율성을 대폭적으로 개선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의료보장제도가 개편과 관련하여 보건의료 생산체계의 효율성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료보장제도의 개편마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서 의료보장제도는 상승하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보건의료서비스 및 보건사업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우선적으로 보건의료서비스의 공급체계 및 행정체계가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변화하여야 할 것이다.

2. 보건의료체계의 개혁과제

구체적으로 시급한 보건의료부문의 주요 개혁정책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국가보건의료의 구체적인 정책 목표의 설정

○ 정책배경

지금까지 국가는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국가의 구체적인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은 채 여러 가지 정책들을 전개해 왔다. 이것이 보건의료정책의 우선 순위의 설정도 이루어지지 않고 개별사업간의 연계성도 없이 방만하게 국가보건의료정책을 수행해온 주원인이었다.

○ 정책내용

우선 국민 건강에 주는 위해와 부담의 정도가 크고, 지속적 관리(continuity of care)가 필수적이며, 더 큰 질환으로의 진전을 예방함으로써 비용-효과가 큰 보건문제(간염, 결핵, 자궁경부암, 고혈압, 당뇨병, 치아우식증, 정신질환, 치매, 모성건강, 영유아 건강 문제 등)를 선정한다. 다음에는 '국가중점관리보건문제의'의 집중적 관리를 위하여 관련 정책 및 사업의 목표량을 정확히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하여 인력 및 재원을 최대한 동원하며, 각종 조직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이의 수행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급자와 소비자의 책임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 기대효과

이러한 정책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대상질환의 감소 또는 증가억제로 건강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 및 지방의 보건담당 부서에 일정한 목적 의식을 불어넣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정부 및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감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2) 수가차등제를 통한 보건의료제공체계의 정비

○ 정책배경

보건의료 서비스의 제공 단계간의 기능분화(functional division)와 상호협조(cooperation)가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운영을 위해 필수 불가결하다. 그러나, 현재는 1, 2, 3차 의료기관이 무한 경쟁 상태에 있으며, 그 결과 가장 경쟁력이 있는 3차 기관에 모든 종류의 환자가 집중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1, 2차 의료기관이 몰락하는 반면, 3차 의료기관의 고급자원은 간단한 질병을 진료하는 데 남용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가게 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으며,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의 상태가 그대로 지속된다면, 향후 노인인구의 증가, 만성퇴행성 질환의 증가 등으로 야기될 국민의료비 앙등 추세를 감당할 수가 없으며, 국민 부담을 엄청나게 증가시킬 것이다.

○ 정책내용

'수가차등제'라 함은 1, 2, 3차 보건의료기관이 자기 급에 적합한 진료를 하는 경우에는 '이익 남는 수가'를, 적합하지 않은 진료를 하는 경우에는 '손해 보는 수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감기, 설사, 고혈압, 당뇨병 등 충분히 1차 의료기관에서 관리가 가능한 질환을 3차 의료기관이 진료할 경우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바람직한 의료이용행태를 유도하고, 1차 의료를 강화하려는 정책이다.

○ 기대효과

1, 2, 3차 서비스의 시장을 분할하여 자기 급의 기관끼리만 경쟁을 하게 함으로써, 3차 대형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상태를 바로 잡을 수 있으며, 의료기관 간에 의뢰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며 경쟁관계에서 보완관계로 전환될 것이다. 1, 2차 의료기관은 필요만 시설, 장비만 갖추어도 되므로 이들의 경영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으며, 3차 의료기관은 환자수가 줄지만, 난이도가 높은 고비용 환자만을 진료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게된다. 또한 국가는 1, 2차 의료기관을 최대한 활용하여 의료비와 보험재정 지출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며, 국민들의 잘못된 의료이용행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3) 주치의 등록제 도입

○ 정책배경

국민들은 언제든지 믿고 찾아가 진료하고 상담할 수 있는, 그리고 자신의 병을 잘 알고 있는 의사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 장보기 현상"이 보편화되어 있다. 의료서비스의 지속성과 포괄성이 떨어져 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므로, 의료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도도 낮아지며, 의료비가 낭비되어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 자기가 진료하는 환자가 다시 자기를 찾아올 지 확신할 수 없으며, 환자의 과거 병력(past history)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이로 인해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진료의 책임성(accountability)이 약화되어 있다.

○ 정책내용

주치의등록제는 모든 국민들이 자신의 주치의를 갖도록 하는 정책이다. 국민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건강문제를 주치의와 상의할 수 있으며, 주치의는 등록환자에게 상담, 건강위험 평가, 건강 및 질환관리 교육 및 전화상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 기대효과

진료의 책임성과 지속성의 개선으로 의료의 질 및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며, 건전한 환자-의사 관계가 수립될 것이다. 1차 의료부문에서 대부분의 의료수요가 해결됨으로써 의료보험 재정을 보호하고, 의료비 앙등을 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4) 의약분업의 실시

○ 정책배경

우리나라는 전체의료비의 약40%를 약값으로 쓰고 있으며, 약의 남용이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이다. 또한 항생제 등의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심각한 지경에 와 있다. 또한 약과 관련하여 이른바 '리베이트비'로 알려진 음성적 자금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부패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의약분업은 보건의료의 선진화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최근 시민단체가 의사와 약사간의 합의를 이루어 내었지만 합의안대로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또한 정착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 정책내용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국민들은 전문의약품을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하여 복용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모든 병의원에서는 처방만을 하고 약은 환자가 직접 약국을 방문하여 구입하여야 한다. 물론 전체의약품에 약 40%에 달하는 일반의약품은 지금처럼 약국에서 구입하여 복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간의 의료관행에 익숙해 왔던 국민들과 의료공급자들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상당히 불편한 것이 될 것이다.

의약분업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의보약가를 대폭 인하하여 공급자간의 '높은 마진을 가지는 약을 둘러싼 직종간의 이익다툼'을 줄일 수 있고, 국민들과 국가의 보험재정 부담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약분업으로 인해 생겨날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홍보와 다양한 세부 정책들이 신속히 개발되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 기대효과

의약분업의 시행을 통하여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으며, 합리적인 처방과 복약 지도가 가능해지며, 조제와 투약이 철저하게 될 것이다. 보건의료체계 및 제약산업의 질서를 바로 잡고, 의약품 부조리를 원천적으로 근절하며, 제약산업의 구조조정을 촉발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의료의 질적 수준과 의약품의 품질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의약품 남용을 줄여 의료비의 억제하고,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단순히 의사와 약사간의 기능분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왜곡된 구조를 바로 잡는 중대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5) 보건의료인력 양성의 적정화

○ 정책배경

우리나라는 보건의료인력 직종간의 구성, 각 직종 내 구성에 불균형 상태가 극심한 상태이다. 특히 의사 인력의 구성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졸업하는 의과대학생의 거의 100%가 전문의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과다수련은 다수의 단과 전문의가 실질적으로는 일반의의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교육 투자를 낭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그 부담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의사들의 직무만족도(job satisfaction)를 심각한 수준으로 저하시켜 의료계 전반을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고 있다.

○ 정책내용

의과대학의 신설을 억제하여야 한다. 필요에 따라 의대 정원의 증감은 있을 수 있으나, 그 방법은 기존 의대의 정원은 조절하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원칙적으로 신설되어 정상적인 의대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의과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이 검토되어야 한다.

의사인력의 구성을 단과전문의 중심에서 가정의 전문의와의 비율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정부가 전공의 정원책정 중 가정의 전공자의 비율을 정하는 데에 개입하여 전문의 수련 병원의 병상수 기준을 상향조정하고, 가정의 수련의의 비율을 연간 5-10%씩 증가시켜 최종적으로 전체 의사수의 약 50%선에 이르도록 하여야 한다. 가정의 지원자들에게는 수련의 질을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가정의 개원의의 사회적 지위와 수입을 단과 전문의와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1, 2, 3차 수가 차등화 및 주치의 등록제 등의 제도를 통하여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 기대효과

더 필요하지만 과소 생산되고 있는 가정의와, 이미 과다 배출되어 있으면서도 스스로는 수를 줄이지 못하는 단과 전문의간의 비중을 조정하여 의료계의 불만 요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의사 양성 비용을 절감하고 의료비 앙등을 억제하며 궁극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수요와 의료인력 공급을 일치시킬 수 있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6) 중소병원의 기능전환

○ 정책배경

현재 급성단기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의 약 ⅓(재원일수 기준)이 요양병원에서 진료하는 것이 타당한 환자들이지만, 이러한 의료요구(요양병원 서비스의 병원 내 미충족 필요, unmet needs)를 충족시킬 의료시설이 아주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환자와 의료보험자 양측이 모두 불필요한 고가의 진료비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정책내용

현재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의 대부분을 요양병원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요양병원의 시설, 인력 기준을 적절히(비용 절감과 질적 수준을 고려하여) 조정하고 수가는 요양병원의 적정 이윤을 보장하되, 급성단기병원 수가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하여 환자와 공급자 모두가 이익이 되도록 하여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국민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환자에 지속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방문보건사업 체계와 연결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여야 한다.

○ 기대효과

노령화와 사고에 따른 장애발생율 증가 등 급증하는 요양병원 수요에 부응할 수 있으며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의 활성화 방안으로 기여할 것이다. 또한 만성환자들이 급성단기병원에 장기 체류함으로 발생하는 의보 재원의 낭비를 억제하고,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의원과 '제대로 된 병원' 사이에 낀 중소병원을 줄여, 의원과 병원 기능을 분화시킴으로써 의료전달체계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7) 공공보건의료체계의 정비

○ 정책배경

국립병원, 국립대학 병원, 지방공사 의료원,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체계는 국가 보건정책 집행의 기본조직들이다. 그 수는 국공립병원이 123개(40,028병상), 보건소 등 보건기관이 3,610개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이다. 그러나, 이들이 전반적으로 취약하고, 관리 주체가 중앙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분산되어 있어 통일적인 활동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막대한 자원 투입에도 불구하고 보건정책의 집행 능력은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몰아닥친 구조조정의 한파가 공공보건의료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양상은 공공보건의료의 위상에 대한 고민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또한 관련 각 부처가 아무런 협의·조정 없이 추진하여 결과적으로 '파괴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그간 공공보건의료부문이 가난한 이들의 마지막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 정책내용

공공부문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중점관리 대상 질환의 선정 등을 통해 공공보건의료에 보건정책의 수행이라는 명료한 역할을 부여하여야 한다. 공공보건의료기관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조정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산만하게 흩어져서 서로간의 연계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여 효과적인 공공보건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공공보건의료 기관의 평가는 수익성이 아닌 국가 공공보건정책의 수행 성취도에 따르도록 하는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평가를 시행하여야한다. 또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안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상의 정책들이 조기에 가시화 될 수 있도록 '공공보건의료법(가칭)'으로 법제화하여야 한다.

○ 기대효과

혼란스러운 행정체계가 정비되고, 관료주의가 타파되어 공공보건의료체계가 제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공공보건의료를 통해 국가 보건정책을 원활히 수행함으로써 보건의료의 계층간, 지역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보건의료체계의 거시적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다.

8) 보건정책의 과학화를 위한 국가보건복지 정보체계의 구축

○ 정책배경

현재 보건의료정보는 정확도와 표준화 정도가 낮으며,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OECD가 가입국가에 요구하는 보건관련 통계가 738개에 달하나, 현재는 34.9%인 268개를 보고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이다. 또한 기존 생산되고 있는 정보도 활용도가 낮아 보건정책 결정의 상당수가 과학적인 자료에 기초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보건정보체계의 기본 틀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담당하여 추진해 나갈 주체의 설정도 미흡하다. 그러나, 최근 의료보험 통합 및 4대 보험의 통합 논의와 관련하여 전산정보 체계의 개편이 추진되고 있고,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수립을 위한 작업 등으로 보건의료 정보체계가 대대적인 개편기에 돌입하여, 이를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정책내용

현재 각종 보건정보체계 구축 사업 및 건강보험 전산화, 지역보건의료계획을 위한 지역조사 등이 이미 진행되고 있고 있어 이를 종합 조정하고,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활용하면 대규모 정보체계 구축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할 보건정보심의위원회(가칭)와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할 보건복지정보센터(가칭)를 설치하고 여기에서 보건복지관련 정보들이 전국, 시도 및 시군구 단위로 정리되고, 모든 보건통계의 전국적인 '지도'가 그려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전산자료로 각급 지방자치단체, 보건산업체 및 보건정책 연구자들에게 제공되도록 하고 일반국민이 필요로 하는 자료는 모두 공개함을 원칙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 기대효과

정보에 입각한 정책을 수립함으로 써 보건정책의 질적 수준을 제고할 수 있고,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보건정책 수립 능력을 증진시킬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다양한 건강관련정보들 손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9) 그 밖의 정책들

그 밖에도 건강과 관련한 소비자의 역할을 증대시킬 수 있는 지원정책들을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민간부문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정신보건사업, 지역사회재활사업, 건강증진사업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보건사업들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일차 보건의료인력의 교육, 훈련 등을 위한 정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맺는 말

이상의 정책들은 상호 유기적인 연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각기 정책들이 개별적으로 진행되어서는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따라서 이들 개별 정책들은 서로의 정책을 지원, 보완하면서 동시에 추진되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보건의료의 개혁작업은 복지사회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기반을 키워나가고 그러한 이념적 기반에 입각한 일관된 정책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시 말해 보건의료의 개혁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 패러다임의 전환을 전제(前提)로 하거나 변화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국민들은 사회적 연대와 형평성을 위하여 자기 부(富)의 일부를 다른 이들과 지금보다 더 많이 나누며, 그러한 과정에 적극 참여하며, 때로는 그간 익숙해져있던 잘못된 의료이용관행을 고치기 위해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 내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개혁적 정책들이 변질되지 않고 계속 시행되어 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상의 보건의료개혁작업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힘있는 시민운동에 의해 방향 지워지고 견인되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럴 때만이 보건의료의 개혁은 국민모두에게 풍요로운 열매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다.

신영전 / 한양의대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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