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7 2017-02-01   282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220호, 2017년 2월 발행

편집인의 글

 

 

김보영 | 영남대학교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2013년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구호로 복지와 경제민주화 두 개의 기조를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이토록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때를 되짚어 보면 당시 박근혜 후보는 대선 약 2년 전부터 사회보장기본법 전면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복지 아젠다를 선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 국면에서도 당시 문재인 후보와 비교해 복지공약에 있어 뒤지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건강보험 100만원 상한제와 노인 하위 70% 기초연금 두 배 인상을 들고 나왔을 때, 박근혜 후보는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국가의 100% 보장과 전체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두 배 인상을 내세우 등 역시 뒤지지 않은 복지정책을 약속했다. 복지에 있어 공약대로라면 근본적 차별성을 보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이상신호는 출범하기 전부터 감지되었다. 취임전 인수위 시절에서부터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방안을 두고 논란을 빚더니 결국 공약을 뒤집고 기초연금을 하위 70%로 국한시켰다. 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보장 공약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공약만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 다음 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아예 복지와 경제민주화란 선거 당시의 양대 기조는 언급조차 없었고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자는 경제성장 구호만 강조하였다.

 

적어도 민주화 이후 투표로 당선된 대통령들은 일부 공약을 지키지 못하거나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는 있었어도 자신의 기조를 정반대로 뒤집는 경우는 없었다. 이전의 이명박 정부가 7%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위 경제대국이 되겠다는 이른바 ‘747 공약’을 내세우고 당선되어 결코 그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집권기간 내내 경제우선 기조는 분명했다. 오히려 국민들이 더 이상 그 기조에 동의하지 않게 되어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새로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고, 박근혜 후보는 그걸 전면적으로 끌어안아 당선이 되었지만 이내 그 기조를 정반대로 뒤집어 버린 것이다. 누구처럼 그 당시 박근혜 후보도 ‘정치교체’를 주창했지만 교체는커녕 ‘이명박근혜’ 정부의 탄생이 되고 말았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가 아닌 ‘생애주기별 맞춤형 위험’을 심화시켰다. 아이들은 자라나면서부터 더욱 벌어진 사교육의 격차로 인한 기회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청년들은 사회에 진출하면서부터 더욱 심화된 청년실업 문제와 함께 불안정한 고용에 직면하고, 중장년층은 여전히 주거불안에 시달리며 이젠 가계대출 위기에 흔들리고, 노인인구 절반이 여전히 빈곤에 허덕인다. 물론 이를 모두 박근혜 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하지만 공약 사기라고해도 될 만큼 자신을 선출시킨 사회적 요구를 배신한 박근혜 정부때문에 4년의 기회가 허비되었고 그만큼 사회적 고통은 심화되었다.

 

이제 헌정사상 최초로 국민에게 쫓겨나는 정권으로 기록될 운명을 맞이하고 있는 현 정부의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시 더욱 전면화 된 사회적 과제에 직면해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번 복지동향은 이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복지를 다시 복기해본다. 빈곤,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보건의료 등의 영역에서 어떻게 실패하여왔는가를 되짚어보고 자신의 사회보장기본법을 새로운 복지아젠다가 아니라 지역복지축소의 수단으로 휘둘렀던 사회보장사업정비를 살펴본다. 이러한 실패에 대한 고찰은 다시 새로운 시대의 복지를 모색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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