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5 2005-05-10   581

국가 재정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2005년~2009년 중기 사회복지분야 국가재정운용 계획을 평가하면서-


기획예산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공동의 ‘국가재정운용계획 사회복지분야 작업반’이 작성하여 2005년 3월 14일에 발표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중기 사회복지분야 국가재정운용 계획을 보면, 심각한 양극화문제, 신빈곤문제, 가족해체 양상 그리고 급속한 저출산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복지수요에 대한 대비와 함께 진정한 참여복지공동체 형성에 적실하게 대응한 예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회복지분야 국가재정운용 계획에 나와 있는 ‘복지분야 재정투자정책 수립시 고려사항’을 자세히 보면 이러한 지적이 틀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첫째, “향후 고령화의 급속 진전, 각종 사회보험의 성숙화 등에 따라 우리나라의 복지지출 규모는 제도적 변화 없이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제ㆍ사회적 여건 및 제도적 차이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복지낙후성을 정태적으로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향후 증가추세를 감안하여 복지지출수준의 적정화를 도모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둘째, “많은 서구 선진국들은 그동안 유지하여 왔던 ‘고복지/고부담’의 복지국가 패러다임으로부터 보다 근로친화적인 복지체계로 전환”하고 있는 “선진국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향후 복지정책기조의 설정에 있어서는 복지지출의 양적ㆍ외연적 확대보다는, 각 복지부문의 균형발전을 위한 우선순위의 조정과 함께 정책효율성 및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질적 개선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고려사항들은 바로 OECD 국가 중 매우 낮은 재정지출의 현실 속에서 획기적인 재정 충당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분명히 비춰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책방향으로는 “재정적 한계 하에서 참여복지의 목표 및 과제를 원활히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실천가능하며 전략적인 복지투자계획상의 청사진이 마련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복지재정의 중기운용방향과 관련하여 복지재정투자의 우선순위는 “첫째, 생명과 생계의 위협, 가정파탄에 노출되는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둘째, 복지증진과 성장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에 우선적인 지원, 셋째, 기존 수급자에 대한 지원수준 인상보다, 복지사각지대해소를 위한 누락계층에 대한 지원범위의 확대에 우선순위를 두며, 넷째, 사후적 지원으로 효과가 크지 않은 부문보다는 예방적인 투자의 효과성이 큰 부문에 우선 지원하며, 다섯째, 중앙정부의 지원 외에는 다른 지원(예, 자치단체 혹은 민간)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문에 우선 지원하며, 여섯째, 우선순위를 정함에 있어서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 3개 재원을 분리하지 않고 종합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고려사항과 정책방향, 그리고 복지재정투자의 우선순위 등을 살펴볼 때, 지금까지 지켜온 순증주의(incrementalism)에 입각한 재정운용 편성과 전혀 다를 게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사회복지정책과 프로그램은 항상 상향조정되는 속성과 경직성을 띠고 있으며, 복지재정 수요의 급속한 증대는 재정적자를 초래함으로써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극히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는 복지를 소위 투자가 아닌 소비적인 것으로 보는 여태까지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은 4월 21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기획예산처의 로드맵으로서 중장기 재정정책 방향과 2005년도 주요업무계획을 보고했다. 보고한 내용에 국가재원의 전략적 배분, 국민기본수요 충족과 형평증진, 경제의 안정적 성장 지원, 성과와 책임중심의 재정운용, 공공부문 재정의 투명성제고와 혁신 활성화 등 5대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재정낭비 10%축소, 재정성과 10%향상” 이라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는 중장기 재원배분을 선진국형 구조로 전환, 복지분야 재원배분을 성장에너지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이로 인한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분야 지출은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고 재정투자는 민간의 혁신능력 및 연구개발 역량을 지원하는데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개발연구원은 장기 재원배분 구조전망을 통해 전체재정지출에 대한 복지지출 비율은 올해 26.6%에서 2015년 35.6%, 2030년에는 46.7%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는 재정지출을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복지가 국민의 삶의 질과 연관되는 핵심적인 사회적 가치라는 점과, 건실한 경제성장을 위해서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최저생활보장, 보육, 노인수발, 의료비, 최저주거비, 기본교육비 등 복지비용의 인적자원 개발에 필요한 사회적 투자 없이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함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람직한 중기적인 사회복지 재정운용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예산편성 기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정부예산이 주로 국방과 경제개발에 치중되어 온 것이라면 이제 사회정책을 위한 예산기조로 눈을 돌려 상당한 정도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전체 예산항목에 대해 영점(zero-base)에서 시작하여 철저한 효과성 검증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정구조는 그간 합리적인 구조라고 평가되기 어려운 상태였다. 차제에 재정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을 해야 한다.

둘째,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며 잠재력 발굴과 연계되는 사회복지정책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즉 지속가능한 사회적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며, 인적자원 개발 및 배분을 통한 성장의 선순환에 필요한 사회복지정책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든가, 영유아 보육료 및 유아교육 예산 지원을 통해 50만명의 여성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하는 일이다.

셋째, 열악한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 세원의 확보가 필요하다. 먼저 새로운 세원의 발굴과 함께 추가적인 세입의 복지예산으로의 편입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우리 사회는 자영자 소득파악이나 지하음성경제에 대한 세원 추적이 매우 낮다. 심지어 지하경제의 규모가 GDP의 20-30%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부문의 세원발굴은 우리사회의 투명성 제고와 함께 세수를 증대시키는 이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적정한 정부지출 복지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전국적 소득조사를 실시하여 부의 무상 대물림과 탈세를 근절하며, 불로소득 및 공급탄력성이 적은 부동산, 골동품, 귀금속 등의 부와 비생필품 소비에 대한 복지세의 신설, 최저생활 이하 가구에 대한 복지세 상환제도의 도입 등 과감한 세제개혁에 의한 복지재원 확보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조흥식 /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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