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 전달체계 개편의 의미

최근 들어 정부의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편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되고 있다.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 평가 논의와 행정자치부의 읍·면·동사무소 기능전환 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공공분야의 전달체계 개편 논의는 정부의 민간 사회복지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읍·면·동 기능전환 논의에 대해서는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읍·면·동사무소 기능전환 논의

1998년부터 읍·면·동사무소의 기능 전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었다(김필두, 1998). 읍·면·동사무소의 주요 기능은 정부·자치단체의 시책전달 및 대민 행정서비스 제공에 있다. 그러나 기관유지사무, 주민등록, 인감, 호적, 민방위 등 고유사무의 비중은 전체 사무의 약 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시·군·구의 보조사무로 되어 있다.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의 필요성은 크게 4가지로 제시되고 있다. 첫째, 본청의 위임, 행정지시에 의한 단순 보조역할 수행 및 기능 중복으로 행정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 둘째, 주민 협조성 조정업무·지역공동체 지원업무와 단속규제업무의 병행 실시로 효율적 업무추진이 곤란하다. 셋째, 주민카드제, FAX 민원발급 확대 등으로 읍·면·동사무소의 업무량 감소전망에 따라 기능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넷째, 교통·통신의 발달과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생활권, 경제권의 확대로 인한 행정권의 재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읍·면·동의 기능전환에 대한 주도적인 역할은 행정자치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1999년 6월부터 94개 시·구 278개 동을 대상으로 1단계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2000년 6월부터 일반시 및 자치구 동사무소에 확대 시행하며, 도농복합시 및 군은 2000년 시범사업을 거쳐 2001년 6월부터 확대 시행될 예정으로 있다(행정자치부, 1999). 읍·면·동의 기능전환에 대해서는 복지부, 노동부, 문화관광부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기본적인 생각은 기존의 읍·면·동제도는 유지하면서 읍·면·동사무소 일부 여유 공간을 복지, 문화 등의 관련기능을 보강하여 주민자치센터(community center)로 기능전환하자는 것이다. 읍·면·동의 보조적 행정기능은 시·군·구 본청으로 이관, 대폭 감축하며, 읍·면·동별 지역특성을 감안한 '주민자치센터' 모형 개발이 고려되고 있다.

기능전환에 따른 읍·면·동 인력은 본청 이관, 잉여인력감축, 주민자치센터 잔류 등으로 조정된다. 읍·면·동 사무 조정은 ① 시·군·구 이관 : 단속·규제사무, 전문성 사무, 행정지시사무, ② 민간위탁 : 노력동원업무(대형쓰레기수거 등), 통계·조사 등 단순사무, ③ 존치사무: 사회복지, 행정정보, 민원중계기능 등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각각의 지역에 있는 기존의 문화·복지관련 시설을 주민자치센터 중심으로 통합적 관리·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개발할 예정으로 있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의 집'(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중), 보건복지부의 '복지센터'(신설의 경우) 등을 주민자체센터와 연계하여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일 생활권역을 하나의 단위로 설정하여 사무소별 역할분담을 고려하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생활권내에 4개의 동사무소가 있는 경우, A동사무소는 복지사무소, B동사무소는 고용안정센터, C동사무소는 문화의 집, D동사무소는 주민자치센터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 하나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예는 하나의 동사무소 건물에 다양한 조직들을 통합 운영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복지부의 입장은 읍.면.동사무소를 종합복지센터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종합복지센터란 복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한번의 방문으로 해결하는 one-stop service center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노동부의 입장은 읍.면.동사무소를 고용보험업무, 취업알선업무, 직업능력개발사업, 실업대책 전달업무를 담당하는 고용안정센터의 조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며, 문화관광부는 지역사회의 문화중심조직(문화의 집)으로 활용하자고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읍.면.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활용하려는 기본 구상은 주민 자치에 의해 주민들의 생활상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것으로 기본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사회복지와 관련해서 보자면, 민간이 담당할 수 있는 과제와 공공이 책임져야 할 과제는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에 기초한 공공 전달체계 구축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기본적인 기초 생활보장은 공공의 책임영역이며, 그 전달체계의 중심에는 공공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읍.면.동사무소의 기능전환에 따른 활용방안은 종합적인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구상이라는 틀 속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복지영역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

읍·면·동사무소 기능전환 논의의 결론에서 살펴본 바대로 지역복지전달체계 구축과 관련해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이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주민복지센터의 경우도 이미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회복지관 등과의 역할분담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시범보건복지사무소 도입 전까지 지역에서 공공기관인 읍·면·동사무소와 민간사회복지기관, 대표적으로 사회복지관과의 역할 갈등이 문제가 된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런데 시범사업의 도입 이후 시범지역에서 보건복지사무소와 사회복지관과의 역할 갈등이 나타났다.

보건복지사무소 시범 지역의 경우 생활보호서비스 제공 외에 생활보호대상자 중심의 노인, 장애인,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대부분이며, 사업의 성격별로는 기초적인 삶의 질의 보장을 위한 보조적인 성격의 물품 지급, 보호 및 정서적 지원 그리고 저소득 주민의 생활편의를 위한 지원 등이 주를 이루었다. 그 외 지역의 복지자원의 동원과 조정의 체계화도 중요한 업무의 하나로 나타났다(강혜규, 1999). 문제는 이러한 종류의 서비스들은 통상 지역사회복지관들이 주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있다.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주민복지센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지역내 복지자원의 연계·조정에 있다. 특히 민간 사회복지관이 많이 있는 도시지역의 경우, 주민복지센터의 보건부문은 방문보건사업을 중심으로, 복지부문은 사회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방문복지사업을 시행하고, 민간복지자원과의 효율적인 연계 및 업무분담을 통하여 중복서비스를 피하고 서비스의 양과 질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비해 농어촌 지역의 경우, 보건부문은 방문보건사업을 중심으로 하고 기존 보건지소의 기능을 지원하며, 복지부문은 민간복지 환경이 열악하므로 대민 직접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방문복지사업을 전문적이고 통합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변재관·강혜규, 1999).

주민복지센터의 기능이 복지자원의 연계조정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요구는 많으나 시장 기구에 의하여 적절한 공급이 어렵거나 또는 민간사회복지기관이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들, 예를 들어 노인 개호 서비스와 장애인 재활 및 개호서비스 등은 주민복지센터에서 직접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강혜규, 1999). 이에 비해 현재 사회복지관이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복지서비스를 비롯하여 민간의 자율성과 독창성을 살릴 수 있는 프로그램은 사회복지관를 비롯한 민간사회복지기관이 제공하는 것으로 역할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역할분담 논의가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인력에 대한 직무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대로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지역복지를 제공하는 실천의 장에서 그들의 직무분석에 기반한 역할분담이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의 업무와 사회복지담당공무원(사회복지전문요원)의 업무 내용을 비교해 보면, 상당부분 업무 내용의 중복 및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 직접 대인서비스영역(사례발견이나 개별상담업무의 중복), 자원개발 및 연계영역, 지역사회대상 활동 그리고 행정 및 조사연구 영역에서 상당부분 업무의 중복이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지역단위에서 공공과 민간의 적절한 역할분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역복지 전문인력에 대한 직무분석을 통한 담당인력의 업무영역 설정 및 직무의 체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복지 전달체계 구축과 관련된 지역단체들의 역할

이상에서 살펴 본 바대로 올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지역복지 전달체계 구상이 어느정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역복지 실현을 위한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 논의도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지역복지 전달체계 구상이 상당히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전달체계 구축의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가 수요자 중심의 행정체계 구축에 있다고 한다면 지역주민들의 실질적 참여가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지역내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읍·면·동사무소 기능전환 시범사업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하며 앞으로 읍·면·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전환될 때 자치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역주민들을 조직화하고, 주민 교육, 홍보, 자치센터 과제 선정, 평가 등의 일을 주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주민자치단체 운영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 간의 협의기구를 구성하여 지역별 사례 발표와 연계방안을 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해 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강혜규, "보건복지사무소 시범사업 최종평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내부자료, 1999.

변재관·강혜규, "지역복지 전달체계의 현황 및 개선방안",사회복지행정학회 발표문, 1999

김필두, {읍·면·동 사무소 기능전환 기본구상}, 한국지방행정연구원, 1998.

행정자치부, {읍·면·동 사무소 기능전환 보완지침}, 1999.

이인재 /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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