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2-10   2107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둘러싼 쟁점

작년부터 추진되어 올해 임시국회에 제출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법률안은 정부측이 주도하여 추진되었고, 이에 따라 각 정당에서도 의원 입법안을 제출하였고 참여연대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하고 국회에 입법청원을 할 예정에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취지와 내용

이번 정부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지역사회중심의 사회복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절차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한편, 재가복지서비스를 활성화하도록 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개정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현 정부의 "생산적 복지"정책에 맞추어져 있다고 보여진다. 시·군·구 단위에서 생산적 복지에 부합하는 사회복지서비스 생산을 의도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따라 개정안의 주요골자를 보면,

기존 사회복지위원회를 폐지하고 시·군·구에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설치하여 관할지역 안의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중요사항과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심의하도록 하고(개정안 제7조 및 제7조2),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은 지역보건의료계획과 연계하여 시·도 및 시·군·구의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도지사는 시·도 및 시·군·구의 지역사회복지계획의 시행결과를 평가하도록 하며(개정안 제15조의 3 및 제15조의 6),

시장·군수·구청장은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에 대하여 개인별 보호계획을 수립하고, 동 보호계획에 따라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하며(개정안 제33조의 5 및 제33조의 6),

사회복지시설을 거주자보호시설·재가복지시설·이용복지시설 및 그 밖의 복지시설로 구분하고(개정안 제34조),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에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재가복지서비스를 우선하여 제공하도록 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재가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가정봉사원을 양성하도록 하였다(개정안 제41조의 2 및 제41조의 4).

즉, 지역사회복지를 확충하고 체계화하려는 뚜렷한 의지가 드러나 있다. 이렇게 지역사회복지를 강화하려는 것은 이제까지 사회복지사업법이 요보호 대상자에 대한 민간의 시설보호를 중점적으로 규율해왔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욕구를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갈등과 쟁점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의 내용이 보편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구성에 대해 사회복지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이 성명서 발표와 공청회 등을 통해 반대하는 여론몰이에 나섰고, 참여연대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발표와 보충적인 법률안 청원을 통해서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와 사회화를 요구하고 있어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리해 보면, 정부측의 개정안은 지역사회복지 강화를 위한 시·군·구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고, 사회복지협의회 등에서는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와 같은 민간단체의 역할을 강조하였으며, 참여연대에서는 시설민주화의 병행 추진을 강조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 : 민 – 관의 갈등

특히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구성에 대해 정부의 입장과 사회복지협의회의 입장이 달라 갈등을 나타냈다. 정부측에서는 취약한 지역사회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민·관 네트워크 개념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사회의 복지에 관하여 민·관이 논의할 수 있는 상설적인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사회복지협의회가 문자 그대로 민간 지역사회복지의 대표나 중심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는 지역의 사회복지계와 보건의료계의 전문가, 사회복지기관·단체의 대표자, 시민단체, 공무원 등이 다양하게 참여하게 되어 있다.

만일, 사회복지협의회가 본래의 개념대로 민간 사회복지의 중심체로서 역할을 국가와 사회로부터 인정받아 왔다면,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민간 파트너로서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가 인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평가와 개정안의 태도는 사회복지협의회를 다양한 사회복지 기관 및 단체 중의 하나로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9월 18일 입법예고 이후 사회복지협의회가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반발하자, 이번에 국회에 상정된 개정안에서는 시·군·구 사회복지협의회의 설치를 인정하였다(개정안 제33조 단서).

이에 대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설치의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 사회복지협의회가 구성되는 것과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설치되는 것은 무관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개정안대로라면, 지역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해 지역의 민·관이 협력할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며, 민간은 민간대로 사회복지협의회를 구성하여 민간사회복지의 중심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청소재지인 도시의 경우 광역 수준의 사회복지협의회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사회복지협의회 구성이 어려울 수 있으며, 군지역의 경우 사회복지협의회 구성이 결국 몇 개 시설의 연합체로 끝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민간 사회복지계는 어려운 숙제를 기회로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민간 사회복지를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위원회 문제

보건복지부의 다양한 부서와 개별 사회복지법 규정에 따라 생활보장위원회, 아동복지위원회, 장애인복지위원회, 영유아보육위원회, 모자복지위원회 등 여러 가지 위원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행정의 일선 조직인 기초자치단체에서는 1개 과에서 모든 위원회를 설치하게 된다. 이러한 위원회에 참여할 전문가, 시민단체 등 공익대표가 얼마나 충분히 있는가 하는 양적인 문제와 대상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한 사업에 대해 별개의 위원회들이 존재하는 이유로 사업과 정보의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서비스의 통합과 조정이라는 면에서 커다란 문제가 있다. 게다가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구성되면 서울이나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또 다시 유명무실한 협의체를 설치하거나 제대로 구성도 못할 수 있으며, 아니면 이것 때문에 다른 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위원회들을 통합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주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법상의 모든 위원회를 연계시키는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역사회복지에 대한 공공 책임의 문제

개정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지역복지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지역 주민의 서비스 신청에 따라 개별적인 보호계획을 수립하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수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경우 우선적으로 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재가복지서비스 기관이 지역에 충분히 있어야 서비스 위탁계약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재정, 인력, 시설에 대한 확충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책임만을 강화하는 것은 자칫 중앙정부의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것이 되고 결국에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반적인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일단 이와 같은 법규정을 마련해 놓고 이를 근거로 하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재정확보 및 인력 확보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전문인력 확보보다는 민간과의 서비스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많다. 이 경우 지금도 사회복지시설 위탁이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회복지시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 공급 위탁계약과 그 절차에 관한 체계적인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시설의 공공성 및 투명성

지난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 전면 개정 당시 주된 쟁점이 사회복지시설의 사회화였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장들의 반발로 시설의 운영위원회 설치, 시설평가제의 도입 등 부분적인 성과만을 거두었다. 그 이후 사회복지시설의 비리가 계속되고 있다. 수용시설 뿐만 아니라 복지관 같은 이용시설에서도 비리가 계속 발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시설 운영위원회의 심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개정안 제36조 제1항), 사회복지시설 위탁과 관련하여 구체사항을 시행규칙에 위임(개정안 제35조 제6항)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그 일반법이라 할 수 있는 공익법인의설립운영에관한법률 규정에 부합하도록 이사회 구성 규정을 개정해야 하며, 거주자보호시설의 경우 입퇴소 절차의 명확화하여 거주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해야 하며, 사회복지사를 포함하여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은 기본적으로 노동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이 점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금번 정부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은 지역사회 주민의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어 실효성을 선뜻 신뢰하기 어렵다. 또한 아직도 요원한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 사회화라는 과제에 대해서 소홀히 하고 있어 과연 사회복지서비스의 현실적 수준이 얼마나 개선될 지 낙관하기 곤란하다.

이에 대해 지속적인 감시와 요구가 이어져야 할 것이며, 여기에 사회복지계의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윤찬영 /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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