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12-10   1113

[편집인의 글] 어려울 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연말이라서 그런가?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인가? 날도 추워지고 달력도 마지막 장에 이르니 외로움이 밀려드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정신을 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뭔가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공허하고 무섭다. 나의 일 속에 매몰되어 치열하게 돌진해왔는데, 연말이 되면 허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랑이라는 비타민 섭취가 결핍된 탓인 것 같다. 사랑은 섭취도 해야 하고 주기도 해야 한다. 받지도 주지도 못하거나 받기만 하거나 주기만 하면 사랑의 결핍증이 나타난다. 사랑은 함께 해야 적절하게 섞이면서 영양분이 공급된다. 사랑의 공급원으로서는 뭐니뭐니해도 가족이 최고다. 평상시 가족을 얼마나 챙겨보았을까? 아마도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이 남의 일에 대해서는 자기를 돌보지 않고 일하면서도 정작 자기 가족과 사랑을 교감하는 일엔 참으로 등한시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가족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사랑의 영양소가 부족한 가족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생활고를 비관하는 일가족이 동반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흔들리는 가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에서는 고작 『건강가정기본법』을 제정하여 알량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것도 처음에는 『건강가정육성법』이었다. 기본적으로 가족위기의 탓을 가족과 개인에게 돌리겠다는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가족의 위기는 저출산의 문제로 이어져 우리사회의 미래는 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다소 진부해보이기는 하지만 가족을 테마로 잡아보았다. 사회복지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가족복지를 새삼 주제로 하여 신은주 교수의 “가족정책의 방향”을 필두로 가족정책 방향 및 가족지원기본법(안)(윤홍식 교수), 가족개념과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세대간 인식 차이(남기철 교수), 사회적 위기로서의 저출산의 원인과 대책(백선희 교수)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가족복지정책이 바로 서야 국가복지 및 사회복지가 체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사무소, 건강가정센터 등만이 아니라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복지, 문화관광부 등에서 사회복지관련 시범사업들을 펼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점검을 해보고자 이태수 원장이 바쁜 와중에도 동향을 소개하였다. 또한 지난 11월 19일 천안에서는 지역복지활동에 참여하는 각 지역 단체의 활동가들이 모여 모처럼 체육대회도 하고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풀뿌리의 생명력을 지키고 가꾸는 소중한 모임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하였다. 아울러 최근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최저생계비를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10월 28일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있었고, 12월 1일 보건복지부장관의 최저생계비 공표도 있고 해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보았다.

참여연대가 발족한 지 10년이 되는 해가 저물고 있다. 내년부터는 복지동향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질책을 기다리며, 2004년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윤찬영 / 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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