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4-01   1491

[칼럼]사회복지담당 공무원에 관한 불편한 진실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에 관한 불편한 진실
                                                       

윤찬영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난 2월 서울시 양천구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온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횡령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20년 간 예비사회복지사를 가르쳐 왔고, 15년간 사회복지운동을 한답시고 참여연대를 드나들었던 사람으로서 그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왠지 모르게 공범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사회복지계에서 릴레이로 비리가 터져, 사회복지계 인사로서 비리전문가를 키운 주범처럼 보이는 것 같아 입맛이 쓰다. 학교에서 마주치는 다른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 보기가 민망하기 짝이 없다.


 대중매체의 선정적인 보도와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대대적인 전보인사를 발표한 정부의 대책은 대중의 판단을 왜곡시키기에 충분하다. 결국,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사회복지행정을 맡았던 사회복지사들이 횡령을 한 것이고, 사회복지사라고 해봤자 일반 부패공무원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더 크고 사회복지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사람 돌본다더니 결국 그런 짓을 했느냐는 식의 냉소와 비판이 작렬한다. 심지어 전보인사를 내세우는 정부의 대책은 문제의 핵심과 거리가 멀다.

사실, 이번 횡령사건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논점은 전혀 달라진다. 우선,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전담인력이 너무 적다. 사회복지 전담인력은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지내오면서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2001년 4987명에서 2007년에 1만113명으로 두 배 이상 증원되었다. 그러나 보건사회연구원이 2005년 내놓은 <외국 공공부조 전달체계 비교분석> 자료를 보면, 한국의 공공부조 관련 사회복지 담당 직원 1인당 인구 수는 6,725명으로, 일본(2,142명)의 세배, 영국(708명)·호주(789명)의 10배에 가깝다. 각국의 복지환경과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숫자만으로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숫자가 턱없이 모자라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2004년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1만1,532명 가운데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비율은 62%(7159명) 수준이었으나 2008년에는 그 비율이 46% 정도로 떨어졌다. 사회복지 인력이 달리다 보니 기능직·행정직 공무원들이 사회복지업무에 순환 근무하는 비율이 높아지게 됐다. 이번에 발생한 횡령 사건의 대부분이 이들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에 대한 철학도 없고, 제도의 이념이나 취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사회복지업무를 맡으면서 각종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눈 먼 돈으로 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횡령사건의 혐의자 중에 사회복지사도 있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절대로 부패하면 안 되는 공무원이 오히려 상당히 부패되어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에 불편하지만 진실이다. 하지만 윤리강령을 준수해야 하고, 인간을 다루는 전문가인 사회복지사는 아무리 부패된 공무원사회에 속해 있어도 그들과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결코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공직사회의 부패의 맷돌에 사회복지사마저 부서지고 섞여버렸다.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고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을 증원하는 것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그것을 주장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질까? 국민들 입장에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생선가게를 독점하는 고양이처럼 보이고 있다. 또한 현 정부 역시 감세정책에다 사회복지 예산 증가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어서 사회복지전담인력을 늘리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인다. 사회복지예산과 인력의 대폭 확충은 매우 시급하고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 주장이 지지를 얻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복지사가 마치 부도덕한 집단인양 몰매를 맞는 것은 참으로 부당하다. 마녀사냥식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지금은 사회복지사의 격무와 소진을 국민들에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의 성분과 질이 크게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반드시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자로 해야 한다는 점과 사회복지사 양성과정에 대한 혁신적인 정비를 주장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매년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6~7만 명 정도씩 사회복지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힘없고 취약한 사람들을 다루는 사회복지담당 공무원은 무엇보다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가치를 내면화해야 하고 이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전문적이어야 한다. 약자를 다루는 전문직이므로 윤리강령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이들을 양성하는 교육과정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고, 많은 실습과 참여활동을 통해 보완돼야 할 것이다. 학점은행이나 사이버강좌가 양질의 사회복지사를 양성하는 데 유익한 것인지, 대학의 학부제 등을 통하여 대규모 강좌로 양성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9급 공무원 시험의 방식이 사회복지업무 수행의 능력과 태도를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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