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8 2008-10-02   1133

[심층분석 4] 시민참가형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시민참가형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



 


최혁진
원주의료생협 전무이사


1. 공감을 넓혀 공동의 실천을 조직하기


일본 미나미 의료생협의 슬로건은 ‘모두가 달라서 모두가 좋다. 한사람 한사람의 고귀한 생명이 별빛처럼 빛나는 마을을 만들자’라고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원주의료생협의 슬로건은 ‘모든 이에게 차별없는 의료를 !!! 모든 이가 건강한 마을을 !!! 시민의 비영리 협동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자’이다. 이 두 개의 슬로건에는 원주의료생협의 비젼과 목표가 명확하게 표현되어 있다. 원주의료생협에 대한 소개교육의 자리에서도, 신입직원과의 면담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기획회의에서도, 조합의 총회나 이사회에서도 늘 이 슬로건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슬로건 안에 우리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 조직이며, 목표는 무엇인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는 우리가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기도 하다.

슬로건 즉 우리의 비젼과 목표에 대한 공감을 넓혀가는 것이 현재 원주의료생협의 가장 소중한 업무 중 하나이다. 의료전문인부터 취약계층까지 그리고 지역사회의 1400 조합원 가구를 포함하는 사회적기업 원주의료생협 구성원의 스펙트럼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비젼을 공유하는 일은 가장 핵심적인 과제인 것이다. 최근 원주의료생협은 대의원 선거로 분주하다. 총 16개 지역 선거구와 사업단 회의에서 100여명의 대의원을 선출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두달 동안 각 지역별로 선거를 치르는 일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조합원에게 두세차례 전화하고, 서신을 보내면서 선거를 치루는 이유는 바로 공감을 넓히는 일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절박함이 있기에 가능하다.

한사람의 꿈은 때로 몽상에 머물지만 여럿이 공감하고 협력하면 꿈은 현실이 되고 상식이 되어 우리의 삶터에 일상의 모습으로 자리할 수 있다. 변화가 없는 일상에 지쳐버린 주민들, 홀로 외롭게 삶을 이어가고 있는 독거노인들, 사회참여에 불안감을 지난 장애인들, 미래를 알 수 없어 방황하는 우리 아이들 이들 모두가 서로 공감하는 사람들과 협력적 관계를 확인하는 순간 더 이상 무기력한 대중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서로 머리를 마주대고 공감하는 내용들을 공동의 요구로, 공동의 실천으로 만들어 내는 순간 우리는 코뮤니티를 이루고 삶을 변화시켜내는 힘있는 시민이 되는 것이다.

의료생협에서는 ‘건강’을 ‘건강한 관계’라고 말한다. 단지 좋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건강은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사회적 관계가 우리의 건강한 삶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우리는 제대로 건강할 수 있다. 최근의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대형마트에서 온종일 서서 일하는 여성근로자의 건강문제만 보아도 왜 건강이 단지 의료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다. 서서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우리의 노동문화가 바뀌지 않고서 단지 근골격계 질환의 치료기술을 올바로 관리하는 것으로는 이 분들의 건강은 요원한 일이다.

원주의료생협이 공감을 넓혀나가고 건강한 관계를 조직해가는 일에 최우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마을 안에서 건강한 관계를 통해 공감을 넓혀나가고, 그러한 힘으로 불건강의 상황을 개선해갈 수 있는 시민적 힘을 축적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적 실천인 것이다. 2008년도에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사업도 이러한 입장을 반영하여 진행되고 있다. 건강한 태장마을 만들기 운동이 그것이다. 태장동은 저소득층 주민이 다수 살고 있는 소외지역이다. 지난 여름 원주의료생협은 태장동에 위스타트 센터를 새로 개설하였다. 다섯 명의 실무자가 원주의료생협의 원칙에 맞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사업을 주민과 함께 공유하고, 주민 운영위원회의 민주적 회의구조를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동복지사업인 위스타트운동도 지역주민의 참가와 협동력을 강화해내는 과정에서 내실있게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위스타트에 이어 원주의료생협에서는 태장동에 ‘협동의 집’ 건립운동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협동의 집’은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 갈 것이며, 원주의료생협의 제2진료소와 데이케어시설, 타 협동조합의 사업소 및 주민 교육센터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태장동 지역에 조합원 1000가구 조직하기 운동에 돌입한다. 마을 안에 보건의료복지 통합서비스 전달체계를 올바르게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최종목표가 아니다. 우리는 주민에 의해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그야말로 주민의 자립적인 건강생활센터를 건립하고, 그 공간이 지역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거점으로 뿌리내리는 것이 목표이다.


2. 민주경영의 새로운 조직모델 만들기


원주의료생협의 조직경영 목표는 철저한 민주경영의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수년전부터 모든 조직경영과 의사결정 시스템을 전 조합원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사회 회의록은 홈페이지를 통해 전면 공개되고, 경영지표도 꼼꼼하게 공개하고 있다. 보다많은 참가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이사회의 구성원도 21명 이내로 정관변경하였고, 현재 20명의 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08년부터는 전체 이사의 1/4을 직원 가운데 선출하고 있다. 소유와 노동의 단절을 극복하고 직원들에게도 민주적인 경영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의료기관을 포함하여 7개의 사업단이 활동하고 있는데 각각의 사업단은 자율과 자치의 원칙에 입각하여 자주관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사업단의 운영안은 내부의 회의구조에 기반하여 결정되며, 이사회에 참가하는 직원대표를 통해서 타 사업단과의 조율과정을 거쳐 구체화된다. 2009년부터는 사업기획과 예산 수립 및 결산과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영과정이 사업단의 자율관리하게 책임있게 진행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조직의 권력구조에 의해 업무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동료와 함께 공감하는 내용들을 자신들의 책임하게 관리하고 집행해나가도록 하는 것이 원주의료생협이 추구하는 민주경영의 기본모델이다.

민주경영이 자리를 잡으려면 각 사업단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자율적 업무역량과 민주시민의식 그리고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때문에 원주의료생협은 직원들에게 많은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마이크로크레딧 전문과정 교육, 직무교육, 협동조합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고, 현재도 다수가 여러 교육에 참가하고 있다.

이처럼 일상 안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 원주의료생협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이다. 그저 4년에 한번 약 1~2분 정도 주어지는 민주적 참여의 기회로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일상의 민주주의를 원한다. 민주주의가 우리의 직접적 동력이기 때문이다. 공감을 넓히는 일, 공동의 요구를 만들고 실천하는 일, 시민의 협동력을 고양하는 일, 즐거운 노동을 창출하는 일 모두가 민주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우리의 힘을 강화하는 일상의 양식이다.


3. 시민참가형 사회 만들기


원주의료생협은 시민참가형 사회를 향해 오늘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경제가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안에서 보건의료복지는 생산력을 상실한 비정상 그룹에 대한 기초적 관리와 효율적인 서비스 전달체계를 수립하는 일에 머물고 있다. 바로 이것이 불건강의 근원적 이유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을 사회적, 육체적, 정신심리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건강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사회적 차별과 빈곤이라고 말한다. 원주의료생협이 단지 진료소를 키우는 일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총체적 건강성을 높이는 일에 전력질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의 총체적 건강성을 높이는 것은 배제와 차별의 사회를 참가형 사회로 전환하는데서 구체화된다. 앞서 말한 원주의료생협의 슬로건에 바로 참가형 사회의 기본조건이 담겨있다. 한사람 한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별빛처럼 빛나게 바라보는 것에서 참가형 사회는 시작된다. 영리가 아니라 공동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협동력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세부전략이다. 이러한 힘으로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보건의료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참가형 사회의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러한 힘들이 마을마다 구축되는 것 그로써 사회적 차별을 없애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삶을 유지하기 힘든 분들까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공생의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원주의료생협이 꿈꾸는 참가형 사회인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면 2008년 원주의료생협이 지역의 중증 장애인 자립생활센터를 만드는 일에까지 그토록 적극적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자신들의 모습으로 서로 기대어 자립해가는 일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원주의료생협의 소중한 사명이다. 그로써 지역에 무수히 많은 코뮤니티가 생겨나고 각각의 코뮤니티가 서로 협력하여 지역의 총체적 건강성을 실현하는 그날을 꿈꾸며 원주의료생협은 오늘도 주민과 함께 우보천리의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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