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2-10   1260

지역복지 협의체 신설, 무엇이 문제인가

현재 정부가 지역사회복지강화를 목표로 내놓은 사회복지사업법개정안 중 지역복지협의체의 신설(안 제7조)은 지역복지전달체계의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지역복지협의체 필요성

지역복지협의체 신설의 필요성은 지역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서 민·관 파트너쉽을 형성하여 지역복지전달체계상의 효율적인 서비스의 연계·조정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지역복지의 연계·조정기능의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역단위의 복지관련기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상호 협의·조정함으로써 서비스의 중복 및 누락을 방지함으로서 서비스공급기관간의 기능적 연계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동안 복지서비스 이용자들은 서비스접근성의 부재로 서비스가 파편화, 분절화 되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복지공급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지역복지협의체는 이것을 가능케 하는 기제이다.

지역복지협의체는 지역내 보건 및 복지관련 기관들의 요구가 음성적인 방식으로 시,군,구에 전달되거나 시,군,구 공무원들에 의해 개별기관들의 사업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역단위 각 복지기관들의 요구가 공적으로 수렴됨은 물론, 지역복지계획에 의거하여 체계적인 지역복지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복지협의체의 구성과 기능

현재 지역복지협의체의 설치와 관련하여 협의체 구성은 주로 서비스 공급기관의 대표가 참여하는 구조이다. 즉, 공공기관(시,군,구 지방자치단체, 보건소), 사회복지관련기관, 시민단체, 학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한마디로 보건·복지관련 공공/민간기관장 협의체이며, 여기에 해당기관의 실무자간의 기능연계를 도모하기 위해 각 기관의 실무전문가집단이 참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협의체의 기능은 지역복지계획 수립·심의와 서비스연계·조정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지역복지협의체와 사회복지협의회

이러한 협의체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재 지역단위에 설치되고 있는 사회복지협의회와 기능중복을 초래할 수 있고, 행정주도형(관주도형)의 지역복지 강화로 말미암아 장차 지역복지의 민간복지조직으로 기능할 사회복지협의회의 긍정적 측면이 왜곡·사장되어 협의회 무용론이 제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역복지협의체 설치가 사회복지협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협의체가 현재 시·군·구 단위의 사회복지협의회 설치 및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지역복지협의체는 사업기구가 아니며(사무국이 없음) 시·군·구 단위에서 지역복지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내 자원과 인력을 조직화하는 민·관 연계체계이다. 다시 말해 지역복지협의체는 현재 지역단위에서 비공식적인 복지관련기관·전문가 모임 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을 제도화시켜 공공과 민간기관과의 협조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지역복지협의체의 몇 가지 전제들

지역복지협의체의 신설과 관련하여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복지협의체 구성시 민간기관의 자유로운 참여와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사실 그 동안 공공복지행정상의 각종 복지관련 위원회를 통한 제도적 참여가 있었지만 이것이 유명무실하였던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해서도 각급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되고 있는 생활보장위원회의 파행적 인적구성과 운영이 목격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복지협의체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자치단체장의 복지마인드 제고와 더불어 협의체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동법 시행령에 협의체 구성시 공공기관에 대해 상대적으로 민간기관의 대등한 참여가 보장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시행령상의 협의체 구성시 민간우위의 참여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협의체가 단순히 서비스 협의, 조정뿐만 아니라 지역복지계획수립·심의 등 중요한 지역복지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관 파트쉽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민간복지기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로 복지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되며 지자체 역시 민간으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지방자치제하에서 지방정부의 복지사업은 지방정부의 재정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특히 복지분야의 사무 중 지방위임사무는 지방자치단체로 경상 이전되고 있는 사업으로 지방재정상태에 따라 지방정부간 양적, 질적 불균형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취약하여 시(약 53%)의 경우, 전국평균(약62%)에 못 미치고 있으며, 군의 경우는 약 23%정도를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방정부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지원과 합리적인 사회복지사무배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역복지협의체가 자칫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식으로 중앙정부의 책임을 지방정부로 이전하는 장치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현재, 지방복지재정의 대폭적인 신장이 없는 상태 즉,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협의체 역할과 기능(지역복지계획, 서비스 조정·연계, 대인서비스 강화, 사례관리)은 민간부문에 책임전가나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다.

한편 지방자치제하의 민선단체장의 역할과 책임은 주민복지를 지속적으로 신장시키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지역복지협의체가 취약한 공공복지전달체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여 관의 하청기구화가 되지 않아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복지계획에 의거하여 지역복지환경에 부응하는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충분한 공공복지전문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지역복지계획의 수립과 보호대상자에 대한 개별보호계획 수립 및 서비스 실시 그리고 지역복지협의체의 운영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사회복지전담인력으로서는 불가능하다. 현재 읍,면,동사무소에 배치된 사회복지전문요원은 4,475명이며 미배치된 읍,면,동이 111개소에 이르고 있다(2000년 8월 현재). 이러한 공공복지전문인력으로는 지난해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공공복지행정조차 수행하기 힘든 인력구조이다. 따라서 현재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서 담고 있는 내용 즉, 공공부조업무이외의 사회복지서비스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신규 인력충원 및 배치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인력추계를 단순화시켜 추산할 경우 전국의 3,516개 읍,면,동과 245개 시,군,구 본청, 그리고 16개 시,도 본청에 2명씩 배치할 경우 7,554명의 인력이 필요하다(선행연구에서 추계한 적정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수는 15,300여명(전체 보호대상가구 180만 가구를 전문요원 1인당 117가구 담당할 경우), 그리고 현재처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대상자선정과 사회복지서비스 그리고 일반행정업무를 모두 수행한다고 했을 경우 적정인력은 약 28,000여명 정도로 추산함). 특히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으로 시,군,구단위의 정책기획부서에 사회복지전문인력배치가 더욱더 필요한 실정이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사회복지직렬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역복지협의체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공공복지기관 뿐만 아니라, 주민들로부터 신뢰성이 확보된 민간복지관련기관들(서브그룹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활성화 정도는 해당지역의 복지환경에 달려있다. 즉, 농촌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지자원이 풍부한 도시지역의 경우 비교적 용이하게 복지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도시지역이라도 복지관련기관이 없는 지역과 농촌지역은 공공기관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거나, 민간복지관련기관이 설립·조직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다섯째, 성공적인 협의체 운영을 위해서 지역사회내에 존재하는 공급자원과 서비스이용자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가 구축되고 이것을 상호 공유할 수 있는 구조마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구축된 복지행정전산화는 지역복지협의체를 효율적으로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부문이다. 각종 복지기관들의 업무연락, 보고체계 그리고 정책의견 수렴 등이 복지정보통신망을 통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별로 업무의 표준화, 보고서의 표준화 과정을 거쳐 필요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개발, 보급하고 이를 위해 각 기관들간의 협의 조정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복지정보통신망은 복지공급기관(공급자)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며 또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느 기관에서 어떤 서비스들을 받아야 하는지 종합적인 안내 등을 받을 수 있다.

여섯째, 보건·복지서비스 공급자중심의 협의체에서 이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복지협의체는 서비스의 연락, 조정, 협의기능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지역복지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현재와 같은 공급기관중심의 협의체는 요보호대상자 중심의 서비스가 지배적일 때는 가능하지만, 일반지역주민들의 대상으로 할 때는 공급자와 이용자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즉, 각각의 대상자(집단, 모임)들이 서비스 이용자인 동시에 제공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주민참여(주민조직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지역복지협의체 신설상의 전제와 과제들을 해소하고, 순기능적 요소를 극대화시킨다면 지역복지전달체계상의 획기적인 구조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역복지환경에 부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협의체와 이것의 활성화는 지방자치제하의 역동적인 지역복지를 구현하는 동력원이 될 것이다.

이재완 /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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