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12-10   4116

[심층분석: 복지와 가족 2] 가족정책 방향 및 가족지원기본법(안)의 주요내용 1)-가족지원기본법(안)의 법제화 필요성-

들어가는 글

급격한 이혼율의 증가와 유래가 없는 급격한 출산력 감소는 한국 가족의 대표적 위기 증후로 일컬어지며 우리사회에 가족이란 무엇이고 가족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불과 이십여 년 만에 합계 출산율은 1980년 2.83에서 2002년 1.17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통계청, [On-line]), 우리사회의 고유한 미풍양속으로 이해되던 노부모, 아동, 여성에 대한 가족의 부양기능은 해를 거듭 할수록 그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 연간 이혼건수는 1992년 53,539건에서 2002년 145,324건으로 지난 십년동안만 무려 171.4%나 증가했다. 또한 자본주의의 무한경쟁의 마지막 남은 사적 안식처라고 간주되는 가족은 그 구성원 간의 갈등과 폭력으로 사회적 문제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현상을 근거로 한국가족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인식이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소위 ‘위기의식’은 저출산과 이혼율 증가와 같은 가족의 변화에 있기 보다는 이러한 가족의 변화에 대해 우리사회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데서 찾아야 할 듯 하다. 실제로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변화에 대해 우리사회는 그 원인이 가족 및 가족 구성원이 혼인과 출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그 주된 책임을 개별 가족과 구성원에게 묻고 있다. 국가의 대응방식 또한 가족을 둘러싼 변화에 대한 구조적 대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일회적ㆍ잔여적 수준에 머물러 제한적인 복지제공과 당위적 수사어구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낳기만 하십시오. 국가가 키워드리겠습니다”라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발언이 공허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 근거한 것이다.

누구도 자신 있게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소위 한국가족의 “총체적 위기 상황”의 책임은 개별가족과 그 구성원에게 강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더 이상 대안을 개별가족과 그 구성원에게 지움으로서 해소될 수 없음이 자명해지고 있다. 이제 국가는 가족 및 그 구성원에 대한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정책대안을 강구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직면하였고 이를 구체화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듯 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한 발짝 물러서면 그곳은 바로 벼랑 끝이고 다시는 돌아올 수 있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최근의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가족지원기본법(안)’을 법제화 하고자 한다. 건강가정기본법이 최근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변화에 대한 한국사회의 공식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일정정도 긍정적 의의를 담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건강가정기본법이 특정 가족형태를 지향함으로서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건강가정기본법이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최근의 현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근거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서구의 경험을 천착했을 때 인구문제로 촉발된 정책적 대안으로서 가족정책이 복지국가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을 때 (Pedersen, 1993, 미야모토, 2003[1999]에서 재인용) 가족정책의 기본법을 제정하는 문제는 이혼과 저출산과 같은 현상적 문제에 대한 전통적 방식(전통적인 가족 가치에 대한 강화)으로 고민되어져서는 안 된다. 가족의 변화에 대한 대응은 복지국가 발전의 거시적 비전속에서 모든 시민을 포괄하는 거시적 문제의식 속에서 고민되어져야한다. 또한 중요한 점은 가족지원기본법(안)의 법제화가 특정 법률의 반대를 위해 법제화 되는 것이 아니라 현행 법률이 가족 및 가족구성원에 대한 교육 등과 같은 미시적 정책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장점을 계승하고, 이에 가족정책의 거시적ㆍ젠더적 원칙과 방향을 더한다는 발전적 의미로 제한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가족지원기본법(안)의 법제화 필요성을 위한 본 논의의 구성을 보면 먼저 가족지원기본법(안)의 입법경과에 대해 간략하게 보고하고, 이어서 가족지원기본법(안)에서 담고자하는 주요 가족정책의 방향을 가족의 다양성, 노동권과 부모권, 가족과 가족 구성원의 이해에 관련된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가족지원기본법(안)에 제시하고 있는 가족의 통합적 복지서비스 전달을 위한 전문인력 및 전달체계에 대한 검토를 건강가정기본법 제정당시 쟁점이 되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논의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지원기본법(안)에 근거해 향후 구체적 가족정책에서 검토해야할 주요한 주제에 대한 제언을 다루었다.

가족지원기본법(안)의 입법 경과

가족지원기본법(안) 입법화를 위한 경과는 다음과 같다 (한혜빈, 2004, pp. 29).

2004. 7. 15. 가족지원기본법(가칭)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준비모임

2004. 8. 4. 가족지원기본법(가칭) 입법화에 관한 세미나 개최

2004. 8. 21. 가족지원기본법(가칭) 공대위 정책기획위원회-가족지원기본법(가칭) 법조문 검토.

2004. 9. 4. 가족지원기본법(가칭)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여성단체연합, 여성학회, 여성 민우회, 가족사회복지학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등으로 구성

2004. 12. 1. 가족정책 제도화를 위한 토론회 개최

가족지원기본법(안)의 주요 입법방향

가족지원기본법(안)의 법제화의 기본방향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는데 첫째는 가족의 다양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둘째는 가족 구성원의 노동권과 부모권(모성권과 부성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이다. 셋째는 단위로서의 가족의 이해와 개별 시민으로서 구성원의 이해를 어떻게 조정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가족지원기본법(안)의 기본방향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다만 논의의 전개상 가족지원기본법(안)이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의 대안적 성격을 내재하고 있는 관계로 논의의 과정에서 건강가정기본법의 내용과 비교를 통한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족의 다양성에 대한 보장: “전형적 가족” + “비전형적 가족”

가족에 대한 개념정의는 가족과 관련된 법은 물론이고 가족정책의 대상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사안이다. 건강가정기본법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견지했던 여러 주장들의 핵심적 내용도 결국 ‘건강가정’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가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제출했던 여성계와 사회복지계는 건강가정이 특정한 가족형태(양부모와 자녀로 구성된)를 지향한다고 비판한 반면 (이재경, 2004; 김인숙, 2003; 윤홍식; 2004), 가정학계는 건강가정이 특정한 가족형태를 지양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주장 하고 있다 (정민자, 2003).

이러한 문제에 대해 윤홍식(2004a)은 논리적으로 건강한 가정이 있다면 (비록 건강가정기본법에 적시되어 있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 반대편에는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 있다는 가정이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건강가정기본법의 법제화 배경이 이혼으로 인한 결혼해체의 급증과 출산율 급락 등과 같은 소위 전형적 가족의 위기 상황에 대한 공식적 대응이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건강가정은 형태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부부와 아동으로 구성된 가정의 형태를 지향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재경(2004)도 이러한 상황인식에 동의하는데 건강가정이라는 담론의 출현 배경이 전형적 가족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안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건강가정이 특정가족형태를 지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민자(2004, pp. 60)는 “…정책에서 언급되는 가족은 제도적인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가족원들이 살아가는 현실적인 생활공동체는 가정이란 용어로 정의하고자한 것이다”라고 설명하면서 ‘건강가정’이 가족의 다양성을 부정하지 않는 듯 한 주장을 하고 있다.

‘건강가정’이 특정한 가족형태를 지향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건강가정’의 구현을 역설하고 있는 집단에서 조차 가족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은 실제적 가족정책의 대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분명 곤혹스러운 현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가족의 다양성에 대한 보장이 우리 가족정책의 주요한 과제임을 반증해 주는 객관적 사실일 것이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가족의 다양성을 혼인, 혈연, 입양에 근거해 전통적 범위내로 제한할 것인가 아니면 그 이상으로 확대할 것인가의 문제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민자(2004)의 주장이 일견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과 같이 보이지만 그 다양성은 전통적인 가족의 범위 내에서 용인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제1호를 보면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정의하고 있고, 제3조제2호에서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 부양, 양육, 보호, 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로 가정을 규정하고 있다. 즉, 제3조제1호의 ‘가족’에 대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가족구성원의 생활공동체로서 ‘가정’을 설명함으로써 실제적으로는 혼인, 혈연, 입양에 근거하지 않은 구성원의 생활공동체를 가족정책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윤홍식, 2004).

이러한 가족에 대한 인식이 특정 가족(구)을 가족정책의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문제인식을 근간으로 가족지원기본법은 현실적으로 대립되는 두 견해가 함께할 수 있는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먼저 ‘가족’에 대한 개념정의는 일차적으로 가족은 혈연, 혼인, 입양 등에 의해 구성된다고 정의하되, 미혼부모가족과 위탁 가족(가정) 등과 같이 현실적으로 가족과 유사한 또는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공동체로 간주함으로써 법안의 대상으로 포괄 했다는 점이다. 가족지원기본법(안)의 가족 및 공동체에 대한 정의는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함인데, 하나는 가족의 구성요건을 전통적인 기준인 혼인, 혈연, 입양 등에 근거함으로써 ‘가족의 다양성’에 대한 주장이 자칫 ‘전형적 가족’의 배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회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책의 대상으로 가족과 유사한ㆍ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공동체를 포괄함으로써 가족을 전통적 가족의 범위로 제한했을 때 시민들의 자발적인 생활공동체가 가족정책의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또는 수동적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즉, 가족지원기본법(안)에서의 다양성은 가족에 대한 정의를 통해 특정한 시민들을 정책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함이기보다는 개별 시민들의 다양한 선택을 존중하고 이를 제도내로 수렴하려는 정책적 의도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프랑스의 미테랑 정권이 ‘가족’에 대한 기존의 논란에 대해 현실적 측면에서 개별 시민이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생활공동체를 가족으로 간주한다는 선언도 바로 이러한 고민에 대한 결과로 보여 진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실제 가족지원기본법(안) 제3조제1항의 ‘가족의 정의’에 대한 조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3조(정의) 이 법에서 “가족”이라 함은 혼인ㆍ혈연ㆍ입양 등으로 구성되며 다 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가족으로 본다.

1. 사실혼에 기초한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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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동을 위탁받아 양육하고 있는 공동체

3. 민법상 후견인이 있는 공동체

4. 미혼부모와 아동으로 구성된 공동체

5.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동체

정리하면 앞서 지적했듯이 가족에 대한 정의를 전형적 가족에 근거할 경우 다수의 비전형적 가족이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 가족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전형적 가족의 위기를 촉진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정책 대상으로서 ‘가족’의 범위에 전형적 가족은 물론이고 가족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생활공동체를 포괄함으로써 가족의 정의를 둘러싼 배제의 문제를 최소화 하고자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부모휴가가 혈연 및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아동뿐만 아니라 아동을 양육하는 양육권자에게 신청자격을 주고 있는 점은 왜 우리가 가족정책에 있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보장되어야하는가를 보여주는 실제적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전형적 가족과 다양한 가족이 상호 배제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정책의 대상에서 (상호보완적인) 양립가능 한 문제임을 적시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권과 부모권의 조화와 대립

서구의 경험을 되돌아보았을 때 20세기 초 출산율의 감소와 1960년대 한 부모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가족정책이 사회정책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Gauthier, 1996; Harding, 1996; 미야모토, 2003[1999]). 실제로 스웨덴과 독일의 경우 이미 1930년대에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율 수준을 밑돌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모색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변화에 대한 서구사회의 주요한 대응방식은 여성의 노동권과 모성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와 양자의 긴장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로 집중되었다. 예를 들어, 양육과 돌봄 노동으로 대표되는 모성권에 대한 상대적 강조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동기를 약화시키고, 여성의 역할을 가정 내로 국한시킬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반면, 여성(어머니)의 노동권에 대한 강조는 상대적으로 모성권을 여성의 2차적 권리로 위치지울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여성의 노동권과 모성권에 대한 보장 문제는 노동시장에서의 생산노동(노동권)과 가족 내에서의 재생산 노동(모성권)의 관계에서 어떠한 권리를 중심으로 일과 가족생활을 양립시킬 것인가의 문제로 집중되었다. 독일의 경우 전형적 가족에 대한 강조를 통해 상대적으로 여성의 모성권에 대한 관대한 지원에 집중한 반면 스웨덴의 경우 여성의 노동권 보장을 중심으로 가족정책을 배치하였다 (윤홍식, 2004b).

이러한 문제에 대해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과 양성평등의 문제를 여러 조문에서 적시하고는 있지만 정책방향이 여성(어머니)의 노동권 보장에 중점을 둔 것인지 아니면 아동양육으로 대표되는 돌봄 노동의 주체로서 모성권 보호의 측면에서 배치된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 없이 정책 내용을 열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접근 방법은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문제를 여성의 문제로 제한함으로써 남성(아버지) 또한 일과 가족생활 양립의 주요한 정책대상임을 간과함으로써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전국가족조사 자료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 또한 일과 가족생활의 긴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조영미, 2004). 즉 남성 또한 가족구성원(구체적으로 아버지)으로서 가족구성원을 돌볼 수 있는 권리가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함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지원기본법(안)의 시각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가족지원기본법(안)은 이러한 노동권과 부모권의 문제를 대립적 시작에서 접근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두 가지 권리의 조화를 단지 여성의 문제로 간주하던 기존의 관점을 비판하고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이 양성모두의 중요한 시민적 권리로서 보장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독립적인 시민으로 구성된 (생활)공동체를 전형적 가족과 함께 다양한 가족으로 전제했을 때 개별 구성원의 복지는 노동시장에서의 소득활동(노동권)과 가구 내에서의 돌봄과 부양과 같은 재생산 노동(부모권)의 동시적 개입을 통해서만이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첫째는 가족이 정형화된 형태로 고정되어있지 않은 세계에서 개별 구성원의 역할이 어느 일방의 영역에 집중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혼율의 급격한 상승이 보여주고 있듯 결혼이 평생계약에서 한시적 계약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여성이 자신의 위치를 가정 내 돌봄의 주체로 고정한다는 것은 (부모권을 중심으로 한 보장은) 한시적 계약관계로서 결혼해체를 상정했을 때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야하는)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노동권과 부모권(모성권)의 문제를 여성의 문제로 제한했을 때 남성과 여성의 평등은 달성할 수 없는 요원한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웨덴의 경우 여성의 노동권 보장을 중심으로 가족정책을 배치했지만 여성은 여전히 사적 돌봄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고, 노동시장에서의 지위는 시간제 고용 등 남성에 비해 그 지위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동권과 부모권의 조화는 전통적 남성 시민의 역할이 시장영역에서의 노동과 함께 가족영역에서의 돌봄과 부양노동(부성권)에 참여해야하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여성 시민의 역할은 가족 내에서(비시장 영역에서)의 돌봄 노동과 함께 시장영역에서의 생산 노동이 수반되어야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가족지원기본법(안)은 남성에게도 가족(구) 내에서 자녀 또는 부ㆍ모와 같은 가족구성원을 돌보고 부양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것이며, 여성에게는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 줌으로써 상대적으로 사회생활(노동시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남성과 여성에게 돌봄의 주체이자 노동자의 이중정체성을 요구함으로써 성별에 따른 노동의 이원론적 구분을 완화하고 생산과 재생산 노동이 성별에 구분 없이 통합되는 정책적 목적을 가족지원기본법(안)은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족지원기본법(안)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이 일과 가족생활을 양립할 수 있는 실천성을 결여하고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가정기본 제8조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여야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중략…출산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2조제2항에서 “가사노동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제21조제5항에서 가족에 대한 지원을 현행 관계 법률에 위임함으로써 건강가정기본법에 의해 수행될 수 있는 실제적 지원 근거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과 가족생활의 주요한 정책인 유급출산휴가의 시행은 고용보험법 등에 의해 보장되고 있는데 고용보험법의 보장대상은 주로 정규직 근로자에 한정되고 있다 (김연명ㆍ윤정향, 2003). 그러나 취업여성의 73.3%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강이수, 2001) 건강가정기본법을 통해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하는 여성은 전체 취업여성의 1/4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서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은 단지 추상적 선언에 불과해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된 가족지원기본법(안)의 구체적 조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13조(모성권리의 보호) ①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여성의 건강하고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하여 태아검진 및 산전ㆍ산후 건강관리 등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②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③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태아검진 휴가, 유ㆍ사산 휴가 및 산ㆍ전후 휴가 등 일하는 여성의 임신ㆍ출산과 관련한 권리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14조(부성권리의 보호) ①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자녀의 출산 및 양육과 관련한 제도 및 법률에 있어 부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양육ㆍ부양ㆍ보살핌 등에 있어 남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제15조(가족형태를 고려한 자녀양육의 지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다양 한 가족형태를 고려한 자녀양육지원 시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제16조(가족생활과 직장생활의 양립 지원) ①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만 18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 및 가족구성원이 가정생활과 직장생활 을 병행하면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가족친화적인 노동 및 교육정책을 시행하는 등 제반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②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육아휴직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급여 확대, 가 족 친화적인 기업환경 조성, 남성의 육아참여 확산 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보육ㆍ유아교육ㆍ방과후 지원서비스 등의 확대를 위 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④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이 가족친화적인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단위로서의 가족과 독립적 시민으로서 가족 구성원2)

단위로서의 가족과 독립적 개별 시민으로서 가족 구성원의 문제는 가족의 이해와 개인의 이해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적시되고 있지는 않지만 가족정책의 암묵적 전제는 개별 가족 구성원과 가족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개별 가족구성원과 가족의 이해를 일치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예를 들어, 남성(남편)의 건강은 여성(아내)이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보다 가사노동을 전담할 때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조영미, 2004). 이러한 연구결과는 한 가구를 구성한다고 해도 아내와 남편의 이해가 상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집단으로서 가족과 가족의 개별구성원의 이해는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더구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구 내 재생산 노동의 주된 담당자는 여전히 여성이며 남성의 분담은 미미한 변화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부, 2003). 또한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주축인 영국과 미국의 경우를 보면, ‘가족에 대한 강화’를 최우선적 과제로 선언하고 있다 (이미경, 1999). 이러한 정책의 근거는 사회의 안정은 가족의 안정에 달려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여성의 안정은 가족의 안정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즉, 신자유주의적 질서는 여성의 무급노동에 기반 해 노동력의 안정적 재생산 단위로서 핵가족 가구의 안정을 도모하지만, 이것이 여성의 노동권을 제약하고 여성의 위치를 가정 내로 제한함으로써 핵가족 가구의 이해와 여성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가족지원기본법(안)은 개별 시민으로서 가족 구성원(특히 여성)과 집단으로서 가족의 대립되는 이해를 어떻게 해소ㆍ완화할 것인가를 반영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가족지원기본법(안)에서는 가족정책의 기본 단위를 전통적 대상인 단위로서 가족과 함께 개별 가족 구성원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즉, 가족정책은 단위로서 가족의 이해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개별 구성원의 특수한 이해 또한 반영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가족지원기본법(안) 조문은 가족과 가족구성원을 공히 정책의 대상으로 병렬하고 있다.

제1조(목적) 이 법은 가족 및 가족구성원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구현 하 기 위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이행하여야 할 가족지원에 관한 책무를 규정함으로써 성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에 기여하고 나아가 가족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기본이념) ①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가족과 그 구성원의 기본적인 복지를 보장하여야 한다.

②가족구성원간의 관계는 평등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③가족의 형태ㆍ가치ㆍ기능 등의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하며, 가족의 형태에 따 라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④국가는 가족구성원의 가족생활과 직장생활이 양립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야 한다.

⑤가족구성원은 가족 내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제4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가족 및 그 구성원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②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민주적인 가족관계 형성 및 가족 내 성 평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5조(가족구성원의 책무) ①모든 가족구성원은 민주적인 가족관계 형성 및 가족 내 성 평등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②모든 가족구성원은 그 구성원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그 해결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가족지원기본법(안)의 주요 쟁점: 전문 인력과 가족지원센터를 중심으로3)

전문인력

전문인력에 대해 가족지원기본법(안)은 제33조(가족지원센터의 설치)의 규정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 단체가 가족 및 가족구성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가족지원 서비스 전달체계의 효율적인 연계 및 조정 또는 통합을 위해 시도 및 시군구에 가족지원센터를 지정 또는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러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인력으로 제35조에서 ‘(가칭)가족지원상담원(명칭에 대한 문제는 보다 적절한 명칭이 있을 경우 변경이 가능하다)’을 두고 있다. 가족지원상담원의 자격은 “대학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교에서 가정학, 여성학, 사회복지학 등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와 가족, 여성, 복지 관련 전문분야에서 2년 이상 실무경험이 있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의 가격조건

이러한 자격규정의 핵심은 가족에 대한 통합적 복지서비스를 담당할 주체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인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홍식, 2003a, 2003b). 실제로 가족지원기본법(안)의 내용을 보면 가족지원상담원의 주요한 임무는 가족에 대한 통합적 복지서비스의 전달, 위기가족을 위한 상담,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 교육, 문화운동 등으로 집약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전문가의 자격조건을 고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지원기본법의 주요한 목적 중에 하나는 가족위기에 대해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전적인 개입을 통해 가족의 위기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법 제24조4)의 규정을 보면 부부 및 세대간의 갈등을 예방 및 해결을 위해 민주적이고 성평등한 가족관계의 증진을 위해 교육, 상담, 복지서비스 등 가족지원을 확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 제22조 5)의 규정에서도 이혼에 직면한 가족 및 구성원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적시하고 있다. 이렇듯 가족지원기본법(안)은 ‘가족문제’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개입방법으로 ‘상담’을 주요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어, 전문인력은 가족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능력을 갖춘 자이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연방정부의 노동부(Bureau of Labor Statistics, 2002)에서 자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가족 및 구성원에 대한 상담 전문가는 관련전문분야(사회복지학, 정신과, 심리학 등)의 전공자로 석사 및 박사학위 소지자로 최소한(반드시) 전문가로부터 지도 (supervision) 받은 실무(현장)경험이 2년 이상인 검증된 인력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Bureau of Labor Statistics, 2002). 이는 상담을 통해 위기가족의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전문인력의 자격조건으로 현장경험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어 진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전문인력은 현재 한국의 복지정책ㆍ제도ㆍ서비스를 총괄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집단이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법의 주요한 목적은 가족에 대한 통합적 복지서비스 체계를 확립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족의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전문가는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물론이고 경로연금, 모ㆍ부자복지 지원제도, 국민연금 등과 같은 제반 소득보장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필요로 하는 개인과 가족에게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이어야 한다.

셋째, 전담인력은 가족의 문제를 개별가족의 고립된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지역사회 및 전체사회와의 상호적 관계 속에 이해하는 능력이 갖추어진 집단이어야 한다. 이는 지역사회와 개별가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질 때 가족에 대한 통합적 복지서비스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문인력은 가족과 지역사회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내며 그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집단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족지원기본법(안)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가는 앞서 개별적으로 언급한 자격기준을 충족시키고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교육과 훈련을 받은 자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첫째, 제35조제2항에서 언급한 사회복지학, 가정학, 여성학 전공자는 앞의 요건을 부분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에 추가 또는 정기적 교육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정학 전공자는 가족을 단위로 한 전문지식에 있어 타 전공자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나머지 자격요건에 대해 전문적으로 교육ㆍ훈련받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복지학 전공자는 복지제도, 지역사회, 가족 구성원에 대한 분야에 있어 비교우위에 있지만 가족을 단위로 한 전문지식은 상대적으로 보완되어져야할 측면으로 지적되고 있다. 두 번째는 이러한 개별적 요건들이 종합적으로 체계화되어 실천력을 담보 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무교육이 선행되어야한다. 이를 위해 전문인력은 현장에서 가족에 대한 통합적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이전에 현장실습과 같은 소정의 추가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즉, 개별학과 전공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종합적 실무능력을 재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주관 하에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한 추가 또는 정기교육이 요구되어 지는 것이다.

제35조(가족지원상담원) ①가족지원센터의 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 라 종합적인 가족지원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가족지원상담원을 두어야 한 다.

②가족지원상담원은 다음 각 호의 요건을 갖춘 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한 자로 한다.

1. 대학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교에서 가정학ㆍ여성학ㆍ사회복지학 등 보건 복지부령이 정하는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

2. 2년 이상 가족ㆍ여성ㆍ복지 관련 전문분야의 실무경험이 있는 자

③보건복지부장관은 가족지원상담원의 자질향상을 위하여 필요한 교육을 정 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제34조(가족지원센터의 업무) ①중앙가족지원센터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가족지원을 위한 정기적인 욕구조사 및 자원조사

2. 가족지원 자원에 대한 통합 정보 기반 구축 및 정보제공

3. 가족지원서비스ㆍ프로그램에 대한 개발 및 평가

4. 가족지원서비스ㆍ프로그램 제공자를 위한 교육ㆍ훈련

5.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족지원과 관련된 업무

②지역가족지원센터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긴급한 지원이 요구되는 가족에 대한 위기상담 및 사례관리

2. 가족 및 그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교육 및 상담 제공

3. 가족에 대한 소득지원, 건강한 출산보장 및 양육ㆍ부양부담의 완화 등과 관련된 서비스 제공

4. 지역사회를 통한 평등하고 민주적인 가족ㆍ교육ㆍ문화운동 전개

5.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족지원과 관련된 업무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6)

가족에 대한 통합적 복지서비스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는 가족지원기본법(안)에서 적시한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사안 중에 하나이다. 현재까지 전달체계에 대한 고민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하나는 기초자치 단체인 시ㆍ군ㆍ구에 독립적인 가족지원센터를 두자는 안과 다른 하나는 기존의 유관시설의 조건을 고려하여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안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독립적인 센터의 운영을 주장하는 경우 시ㆍ군ㆍ구에 독립적인 센터를 설립하고 해당 센터가 기존의 가족과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면서 사회복지관, 가족상담소 등 지역사회에서 가족에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의 연계망(net-work)을 구성해 가족에 관한 사업을 총괄하자는 안이다 (건강가정육성기본법 추진위원회, 2003).

이러한 독립적 센터 운영의 장점은 가족에 대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독립적 단위에서 총괄함으로써 가족복지서비스 고유의 업무를 유지 발전시키고, 가족에 관한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정신보건센터의 경우 설립과정에서 주로 기존의 보건소 조직을 이용한 결과 정신보건센터의 전문인력이 보건인력 중심으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립적인 센터의 운영은 경제적(예산상의)인 문제와 기존의 가족복지서비스 제공기관과의 서비스 중복이라는 문제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역 사회복지관의 주요한 사업영역 중의 하나가 가족복지사업인 점을(조현순, 2003) 고려한다면 가족지원센터와 기존 사회복지관의 가족부문사업의 중복과 갈등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전국 16개 시ㆍ도 및 234개 기초단체에 가족지원센터를 신규설립 할 경우 드는 비용의 문제 또한 고려해야할 것이다.

두 번째는 독자적인 센터의 운영과 기존 사회복지 및 가족(복지)과 관련 있는 기관을 활용하자는 안이다 (김인숙, 2003). 이는 가족에 대한 통합적 복지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한 물적 토대를 제공할 가족지원센터가 동시에 설립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와 각각의 지역사회가 갖는 특수성을 반영하고 한 것으로 이해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남구의 경우 이미 독립적인 가족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강남구가정복지센터”가 존재하고, 서울의 많은 복지관의 경우 이미 가족(정)복지사업을 주요한 사업영역으로 설정하여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형태의 가족지원센터 설치에 관한 안은 센터가 독립적으로 요구되는 지역은 독립적인 센터를 설치ㆍ운영하고, 기존의 시설에서 가족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기존의 시설 내에 센터를 설치 운영하여 지역사회 내의 가족복지서비스를 연계ㆍ총괄(Net-work)하는 역할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안의 장점은 기존시설을 이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개별 지역사회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 내에 동일한 가족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 또는 기관이 한 개 이상 존재할 때 어떤 기관에 센터를 설립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특정 기관에 센터를 설립한다면 나머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했을 때 가족지원센터의 운영설치는 어느 한 가지 형태의 선태의 문제이기 보다 우리사회의 여건과 지역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설립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족지원기본법(안)에서는 센터의 설립을 제33조에서 신규로 설립할 수도 있고 기존의 유관기관을 지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현실적 여건을 반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제33조(가족지원센터의 설치) ①국가는 가족지원서비스 전달체계의 효율적 인 연계 및 조정을 위하여 중앙가족지원센터(이하 “중앙가족지원센터”라 한 다)를 둔다.

②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가족 및 그 구성원에 대한 지원을 위하여 시ㆍ군ㆍ 구에 지역가족지원센타(이하 “지역가족지원센터”라 한다)를 둔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중앙가족지원센터 및 지역가족지원센터의 운영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④중앙가족지원센터 및 지역가족지원센터의 지정요건,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정리와 결론을 대신해서7)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변화에 대한 대응방식은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지만 우리사회에서 그간 사적영역이라고 간주되던 가족문제에 대해 국가의 대응방식을 적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윤홍식, 2004). 그러나 가족정책의 목적이 현재의 변화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국가의 의도된 개입이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현재 우리사회의 대응방식이 가지는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가족과 가족을 둘러싼 변화에 대한 대응방식은 당위적 국가의 개입의 문제이기보다는 개입의 방식과 내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족지원기본법(안)의 가족정책 방향은 현재 우리사회의 대응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특정한 가족형태를 구현하거나 지향하는 현재의 대응을 넘어 변화에 대해 바람직한 대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정책 기본법의 방향이 가족의 가치, 기능, 형태 등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특정가족형태를 배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능한 한) 모든 가족(구)형태를 포괄한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즉 전형적 가족 가구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민에게는 전형적 가족이 필요로 하는 복지를 제공하고, 비전형적 가구에서 생활하고 있는 시민에게는 그에 합당한 복지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화 시키면 다양성은 가족의 형태, 가치, 기능을 ‘빼기(배제)’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더하기”의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우리사회의 연대성과 통합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가족정책이 가족의 다양성과 보편주의에 근거한다면 다음 문제는 구체적 내용의 원칙과 방향을 규정하는 것이다. 내용적 측면에서 가족정책의 원칙과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서구의 대응을 되짚어 볼 때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정책 이다.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는 단순히 가사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출산과 양육으로 대표되는 재생산 노동을 가정 밖으로 끌어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적극적 노동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과 가족생활 양립의 대상은 여성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괄함으로써 남녀모두에게 노동권과 부모권(모성권과 부성권)을 보장하자는 적극적 시책을 의미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족의 이해와 개인의 이해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가족과 구성원이 동일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동일한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은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야한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주목은 가족정책을 가족을 단위로 하는 정책과 가족을 구성하는 개별 구성원을 단위로 하는 정책으로 구분되어져야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족지원기본법(안)은 정책의 대상으로 단위로서의 가족과 개인으로서 구성원을 동시에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이다. 가족정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사회의 독창적인 내용이기보다는 대부분 서구사회의 경험에 근거한 정책들이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변화로부터 야기되는 문제의 원인과 결과가 서구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보편성을 전제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한국사회의 문제가 서구사회의 보편적 특질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즉, 외적으로는 가족정책을 둘러싼 한국가족과 구성원의 이해가 서구유럽 가족과 구성원의 이해와 일치하는가의 문제와 내적으로는 계급적ㆍ계층적 차이에 관계없이 한국가족의 이해가 보편적 틀로 포괄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굳이 포스트모던적 관점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차이(특수성)와 일치(보편성)의 문제는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여성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정책을 둘러싼 개별시민의 이해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그리고 남성 가장의 소득만으로 가족생활의 유지가 가능한 전형적 핵가족 가구의 경우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은 바람직한 이상향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부모가족 가구의 경우 일과 가족생활의 양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 사안인 것이다.

끝으로 이러한 가족정책의 과제가 가족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한국 복지국가의 성격을 규정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복지국가의 초입에 있는 우리에게 가족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바르게 설정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역사적으로 스웨덴 복지국가의 발전이 출산력의 문제로 야기된 인구ㆍ가족의 ‘위기’에 대해 보편주의 관점에서 대응함으로써 이후 스웨덴식 복지국가 형성의 계기가 되었듯이 현재 가족의 변화에 대한 대응방식으로써 가족정책에 대한 고민은 한국 복지국가건설의 더없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듯한 현재의 상황에서 저출산과 이혼율의 증가 등과 같은 가족정책의 문제는 큰 틀에서 보면 보수와 진보가 함께 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복지) 정책사안일 것이라 판단된다. 물론 한국사회를 둘러싼 거시적 환경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경제활동 영역이 한 국가의 영역을 벗어나 세계화되고, 중앙집권적 사회구조가 다원화의 조류 속에 분권화하고 있으며, 생산주체의 다국적 기업화는 이제 일 국을 중심으로 고민되었던 복지국가의 종용을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이듯 보편주의 복지이념이 역동적 시민사회의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 낸다면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고를 넘어 동아시아 복지국가의 전형으로서 한국적 복지국가의 상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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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지원기본법(안)은 특정법안에 대한 대체입법으로 제안된 것이 아니라 가족정책의 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해 제안된 법률임을 밝혀 두고자 한다.

2) 본 내용은 윤홍식(2004, pp. 288-가족복지학)의 “가족의 변화와 건강가정기본법의 대응: 한국가족정책의 원칙과 방향 정립을 위한 고찰”을 중심으로 수정 보완한 것이다.

3) 본 장은 윤홍식(2004a)의 “건강가정기본법의 주요쟁점과 한국 가족복지정책의 과제” 중 82-90쪽에서 다루고 있는 건강가정기본법에 관한 전문인력과 전달체계에 대한 논의를 가족지원기본법의 논의에 맞추어 재구성한 것이다.

4)24조(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 증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부부ㆍ세대간 갈등 예방 및 해결을 위하여 민주적이고 성평등한 가족관계 증진을 위한 교육ㆍ상담ㆍ복지서비스 등의 지원을 하여야 한다.

5)2조(이혼가족에 대한 지원 등) ①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혼의 의사가 정하여진 가족에 대하여 자녀양육ㆍ재산분할ㆍ정서안정 등이혼에 따르는 제반 문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하여야 한다.

②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혼 후 자녀양육비에 대한 지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관련 제도 등을 정비하여야 한다.

6)체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진전된 논의는 김신열(2004)의 “건강가정지원센터 모형개발을 위한 시론: 전달체계상의 위치, 역할, 구성을 중심으로”에 수록되어 있다.

7) 결론의 내용은 윤홍식(2004)의 “가족의 변화와 건강가정기본법의 대응”의 내용을 현재 가족지원기본법의 내용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윤홍식 /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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