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07-01   1008

거꾸로 가는 서울시 노숙인 정책

서비스를 없애 클라이언트를 줄인다

– 거꾸로 가는 서울시 노숙인 정책 –

남 기 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노숙인 복지정책은 1998년 소위 외환위기에 따른 엄청난 경제악화와 대량실업 사태로부터 비롯되었다. 당시 소위 ‘실직 노숙인’의 노숙생활 모습이 언론에 선정적인 형태로 보도되었고 비등한 여론 속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보호시스템을 단기간에 만들어내야 했다. 많은 민간의 종교시민단체의 협조를 구해 쉼터와 급식, 거리진료, 자활프로그램 등 응급구호 시스템을 갖추어 갔다. 다른 복지분야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지는 시스템이기에 대규모 수용화를 피하고 지역사회 밀착형의 단기보호시설과 자활프로그램을 중심적으로 모색하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노숙인 정책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회복지사업법, 관련 시행규칙 등의 개정을 통해 더 이상 응급구호체계가 아니라 정규적인 사회복지의 한 분야로 명문화되었다. 지난 2005년부터는 사회복지예산의 대폭적인 지방이양 속에서 노숙인 복지사업 역시 지방으로 이양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전체 노숙인의 압도적 다수가 생활하고 있는 서울시의 노숙인 정책과 사업이 관심의 초점이 된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 노숙인 복지정책과 사업 동향을 보건데 그 현황은 유감스럽기 그지없다. 2007년 상반기에도 몇 가지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 거리급식 폐지

서울역을 비롯한 몇몇 지역에서는 노숙인이나 쪽방 거주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거리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거리급식을 실행하고 있는 민간단체들에게 거리급식을 중단하라는 서울시의 요구가 있었다. 물론 거리급식 자체는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기본적으로 옥외 개방된 공간에서의 식사라는 것 자체가 좋지는 않다. 인권침해의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이것을 적절한 공간에서의 실내급식으로 전환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간 이 문제에 대해서 관련 단체에서의 요구도 없지 않았다.

거리급식에 대해 “쌀을 좀 싸게 살 수 있도록 조치해 준 것”이 급식단체들에게 지원한 전부인 서울시가, 적절한 관리감독 한 번 시행하지 못한 서울시가 대뜸 “당신들 때문에 노숙인이 자꾸 거리에 머물고 있으니 급식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아마도 민간단체가 서울시 요구에 불응하고 계속 급식을 시행하면 서울시는 해당 장소에 땅을 파거나 불필요한 공사라도 진행하여 급식공간을 폐쇄하려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까지야 되지 않겠지만 극단적으로 유치하고 단세포적인 전근대의 행정발상이 동원되면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종종 그래왔듯이…

거리급식의 부적절성이 있다면 이에 대한 대체 프로그램과 체계를 고민하면서 해결해야 한다. 누군가의 생존권이 달려 있는 문제이다. 대안을 먼저 모색하고 진행할 일이다. 일단 없애보자는 발상은 옳지 않다.

◎ 쉼터 평가

서울시는 얼마 전 노숙인 쉼터를 평가하고 평가결과를 예산지원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원에 반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적절한 평가지표나 평가방향들이 구축되어야 한다. 특히 노숙인 쉼터는 아직까지 평가가 진행된 바 없는 영역이므로 사회복지시설로서 목표에 부합되는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전형적인 평가문항 등을 활용하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 평가계획의 평가문항은 전혀 전형적이지 않은 ‘특이성’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숙인 쉼터는 일반 사회복지생활시설에 비추어 지역사회근접성, 소규모 시설, 단기보호를 통한 지역사회복귀 등 특성을 가지는데 이 중 지역사회근접성과 교류, 소규모시설로서의 밀착된 프로그램이나 관계망 복원, 사례관리 등은 전혀 평가항목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편으로 기본적인 항목 내에서의 배타성이나 포괄성 문제도 확보되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항목과 영역의 가중치나 배점 혹은 적용 선택이 아무런 기준이 없이 임의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그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법률구제 서비스 지원실적’이라는 항목을 만들었지만 그 판정기준이 입소인원의 2%와 1%로 설정된 근거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대부분 쉼터가 수십명의 인원이 생활하는 중소규모임을 볼 때 문항에서 일부 나타나는 1%, 2%, 심지어 0.5%는 아무 의미가 없는 기준 수치이다. 또한 이 문항은 왜 3점짜리 영역이고 정신교육 프로그램(5점 배점)의 60% 가중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저 임의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표에 대해서 그 개발을 위해 합리적인 전문성을 동원하고 최소한도의 논의를 거치며 이 과정을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숙인 쉼터가 거리생활과 다른 안전한 기초생활을 제공하고, 심리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고, 관계자원망을 복원하고, 지역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그 목표에 적절한 평가지표가 주로 편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평가지표로 본다면 노숙인 복지시설의 목적은 가장 우선적으로 ‘회계관리(!)’를 잘 하고(전체 평가총점의 1/4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 최대한 노숙인을 순환시키며, 정신교육과 공공부조 수급자로 연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평가를 실행하지 않아도 지표상에서 이미 중소규모 쉼터의 낮은 점수가 예측되며 쉼터 개별적인 활동의 질은 평가결과와 무관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숙인 복지 관련 민간이나 학계에서 소위 ‘잘’ 하고 있다고 알려지는 쉼터와 그렇지 않은 쉼터는 본 지표에 따른 평가에서 차별화되지 않을 것이며, 상담보호센터와 행정전담인력이 있는 대규모 시설이 자동적으로 높은 점수를 나타낼 것이다.

‘자치구간 교차평가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겠다고 계획에서 명시하고 있으나 현재 공정성과 객관성은 이미 평가지표라는 근거상황 자체에서 훼손되고 있어 교차평가라는 평가인력의 조정으로 이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본 지표는 다른 영역의 지표(수정되지 않은 오타 등을 보면 사회복지관 등의 단어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들을 객관적 기준 없이 취사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 시민과 노숙인의 이간질

서울시가 관련 인력을 동원하여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일반시민’들에게 ‘거리급식과 거리 노숙인으로 인한 불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행하였다. 그 결과는 뻔히 예측되는 바이다. 게다가 해당 설문지는 전혀 객관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게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거리 노숙인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을 묻는 문항에서는 ‘거리상담으로 쉼터입소’, ‘강제적인 입소’라는 두 개의 문항항목에 대해서만 굵은 글씨로 인쇄하여 표시를 해두었다. 혹시라도 본인의 의사존중이나 자율선택이라는 항목에 응답이 나올까 걱정스러웠나 보다.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서 사회복지체계 중 상당수는 NIMBY 영향을 받는 소위 ‘혐오시설’과 관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즉자적인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대자적인 공익과 사회복지 클라이언트에 대해 보호의 활동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오히려 불편함에 대한 설문조사 응답으로 거리 노숙에 대한 제재근거를 찾고자 하는 것은 ‘시민’들과 노숙인을 이간질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조사방식이 서울시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면 담당자의 문책도 필요할 일이다.

일반적인 여론수집의 설문조사결과가 무조건 사업의 합당한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최근 관심을 끌었던 바 있는 “평가에 따른 서울시 공무원 퇴출제도”의 퇴출비율 상향에 대해 거리에서 의견조사가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가 어찌될 것이라 예측하는가? 그리고 이 조사결과를 근거로 공무원 실제 퇴출 비율을 높인다면 합당한 조치라고 생각하는가?

◎ 쉼터 통폐합

서울시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소규모 쉼터는 통폐합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소규모 쉼터가 지역사회에 밀착되도록 하겠다는 10년 전부터 논의된 사업방향과 민관협력 방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통폐합의 논거로서 적은 규모의 쉼터에 적은 인원으로는 노숙인에게 흔한 알코올 문제나 정신건강 등 재활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으니 통폐합을 통해 대규모 인력 상황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을 채용하자고 한다. 소규모의 쉼터에 심리치료가 필요한 정신장애인은 입소할 수 없다. 심리치료를 쉼터 실무자가 당연히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노숙인 쉼터가 아니라 마땅히 지역사회 정신보건 체계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알코올 중독, 만성질환이나 장애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정신보건체계, 요양체계, 장애인 재활시설 등이 비용이 많이 들어 설치하지 못해놓고 노숙인 쉼터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애당초 잘못되어 있다. ‘노숙’을 넘어서 더 일차적인 복지욕구가 되는 ‘정신건강’, ‘장애’, ‘요양’ 등은 쉼터의 규모 조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돈이 적게 드는 노숙인 쉼터가 아니라 원래의 목적과 전문성에 부합하는 지역사회체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쉼터의 본래적 대응초점은 ‘노숙’의 문제이다. 그리고 이는 소규모의 지역사회밀착형 자활체계를 통해 ‘보호의 연속성’과 ‘노숙종결계획’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가능한 선에서 대규모 수용시설을 해체하여 소규모 쉼터로 분화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

◎ 서울시의 노숙인 청소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특정 사회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서울시의 최근 동향은 거리 노숙인에 대한 생존유지 서비스를 줄여서 거리 노숙인을 줄이겠다는 방식이다. 거리 노숙인에 대한 서비스가 있어서 거리 노숙인이 자꾸 발생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노숙인 쉼터나 부랑인 복지시설에 입소하지 않으면서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쪽방을 이용하며 거리 급식을 받는 사람들이 계속 존재하거나 혹은 늘어나고 있는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노숙인 복지실천현장의 실무자나 관련 옹호조직들에게 현황을 물어야 할 일이다. 지역사회에 근접하고 밀착된 생활조건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꾸만 눈에 띠지 않는 분리된 지역의 대규모화된 시설로 수용을 하려니 일이 안되는 것이다.

서비스를 줄이고 생존방법을 앗아감으로써 복지대상자를 ‘처리(?)’하려고 할 것이 아니다. 쉼터나 시설의 서비스 코드를 노숙인의 생활과 자기선택에 부합하는 것으로 조절해야 한다. 사실상 노숙인 쉼터는 상대적으로 소규모로 구성하고 지역사회에 밀착시키도록 하자는 10년 전 노숙인 복지사업의 기본방향도 이러한 맥락에서 설정되었던 것이다. 최근 사회복지의 모든 영역에서 시설보다는 지역사회기반의 실천(community based practice)을 중요한 전략방향으로 삼고 있다. 서구에서의 관련된 정신사회재활에서의 경험을 볼 때, 지역사회의 지지체계만 면밀히 구축한다면 지역사회기반의 프로그램이 중장기적으로 훨씬 저렴하면서도(높은 효율성) 재활에 도움이 되는(높은 효과성)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거리 서비스와 소규모 쉼터를 없애서 거리 노숙인이 보이지 않게 하고, 대규모 시설로 입소시키려는 것이 서울시 계획이다. 전반적인 사회복지의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서울시 노숙인 정책의 배짱 좋은 오기가 개탄스럽다.

노숙인이 거리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서울시의 숨겨진 제일의 정책목표로 존재하는 한, 그리고 이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방향을 숨기듯 합리화하는 한 서울시 노숙인 복지정책은 늘 좋지 않은 사례의 전형으로 남을 것이다.

남 기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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