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9 2019-05-10   3941

[기획2] 문재인 정부의 소득보장정책: 더 도전적으로, 더 창의적으로 갑시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보장정책: 더 도전적으로, 더 창의적으로 갑시다.

 

최영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2년, 소득보장정책은 어디로 향하였으며, 또한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당면했던 이슈들을 다시 점검해보고, 지금까지의 정책들을 간단히 검토하며, 지금까지 노력에 대한 명과 암을 논의하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과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의 가지고 있는 과제는 명확했다. 1인당 GDP는 꾸준히 증가하는 국가였지만,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국가였다. 상존하는 노인빈곤, 증가하는 불평등, 그리고 청년이나 중장년층과 같은 새로운 소득보장의 사각지대 이슈가 존재했다. 노인빈곤 이면에는 부양의무자 규정이나 낮은 빈곤선 등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자체 이슈가 존재하였다. 또한, 기초연금 급여의 불충분성도 제기된 이슈였다. 청년이나 비정규직 등과 같이 고용보험에 가입이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이들에 대한 소득보장 이슈도 중요한 과제였다. 당장 사회적 위험으로 가시적이지는 않더라도 낮은 사회적 이동성은 또 다른 이슈이다. 무상보육이 있지만, 더 좋은 길을 가기 위한 지위 경쟁이 가열되면서 도전할 수 있는 자와 도전할 수 없는 자 사이에 격차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아동 시기에 경제적 격차가 이후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부재한 아동수당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역시 문재인 정부의 숙제였다.

 

이와는 조금 다른 결로 두 가지 이슈가 존재하고 있다. 첫째는 재정 이슈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은 재정안정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왔다. 반면에 기초연금이나 추후 새로운 소득보장정책의 확장을 위해서는 증세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둘째는 더욱 빠른 자동화의 진행과 새로운 디지털 및 플랫폼 경제의 도래이다. 자동화는 점차 안정된 노동자의 수를 줄일 가능성이 높으며, 디지털 경제나 플랫폼 경제 하에서는 피고용인보다는 특수고용이나 자영업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디지털 경제나 플랫폼 경제가 들어오면서 기존에 전통적 영역의 노동자/자영업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도 높다. 택시와 우버 논쟁은 하나의 예이다. 문재인 정부는 참으로 많은 숙제를 가지고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것은 단기적으로, 어떤 것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제를 풀어내기 시작해야 했다.

 

전반적 기조와 방향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와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초기에 복지보다는 노동과 고용에 보다 방점을 두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경제패러다임이기는 하지만, 소득주도성장론을 실시하면서 소득보장정책보다는 최저임금이 핵심적인 정책수단이 된 것은 그 하나의 예이다. 또한, 초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공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정규직화에 광범위한 성공을 거둔다면 양극화 문제는 물론 고용 안정성 확보를 통해서 더 많은 이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과 고용에 둔 정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 같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오히려 다양한 사회적 혼란만을 남기고 사라진 구호가 되고 있다. 점차 고용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서비스 및 지식경제로 이전하는 시점에서 어느 정도 유효한 전략이었는지는 곱씹어 볼만하다. 최저임금정책은 보수언론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는 단기간보다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용주들이 임금상승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이려고 한다면 전체적으로 저임금-저생산성 구조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인상의 부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소득분배지표에서 5분위는 지속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는 반면에 1분위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1분위의 상당수는 노인층이 차지하고 있지만, 50대가 점차 증가하는 것(50대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예상 및 대응책을 미리 강구하지 못하고 시작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소득주도성장 혹은 혁신성장 등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주요 패러다임에서 소득보장정책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에 있을까? 문재인 정부 초기 1년 동안 소득보장정책이 어떠한 비전 내에서 움직인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체로 공약을 보면 소득보장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방향보다는 기존 제도들을 보강하는 방식이 제안되었다. 2018년 9월에 발표된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소득보장정책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당시 발표된 9가지 전략에서 ‘전략1: 소득불평등 완화를 위한 소득보장제도 개혁’에 소득보장제도 관련된 사안이 대거 포함되었다. 이에 따르면 공적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을 강화하고, 기초연금, 아동수당, 실업부조,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조세지원 방식의 현금수당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또한 ‘전략9: 경제-일자리 선순환을 위한 고용안전망 구축’에서 실직한 40-50대 가장을 표적화한 실효성이 있는 지원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전략’보다는 ‘비전’에 가까운 선언적 내용이며, 어떻게 구체화가 될지를 보여주는 보고서는 아니었다. 또한, 제시된 내용들도 기존 정책의 보강하겠다는 것 이상은 아니었다.

 

기초보장과 노후소득보장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시행된 것과 이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해보자. 가장 대표적인 정책 몇 가지를 중심으로 평가를 하고자 한다. 먼저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부분이다. 노후소득보장에 대해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강화, 기초연금 강화, 그리고 국민연금 강화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가 핵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8월 발표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년)을 통해서 비수급빈곤층을 현재 93만 명에서 2020년 최대 33만 명까지 줄일 것이라 제시한 바 있다. 최근 4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폐지 할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물론 전면기준 폐지가 노인을 제외한 청년 등 모든 계층을 포함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다.

 

다만, 계획에 비해서 지난 2년 동안 가시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곤층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느끼게 했는가는 의문이 있다. 실제로 빈곤선 자체가 너무 낮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하나의 예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라는 단체에서 주장하는 ‘줬다 뺏는 기초연금’에 대한 논의이다. 기초연금이 현재 보편적 급여가 아닌 소득 하위계층에게 지급하는 것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보충성 원리에 의해 움직이니 빈곤층에게 생계급여에 더하여 기초연금을 주는 것은 제도 원리에 어긋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이 여전히 유효성을 가지는 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만 의존하는 노인들의 삶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의 기준에는 맞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빈곤 노인층에게 기초연금을 감하지 않고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답이겠지만, 또 다른 답은 ‘기초생활’을 보장하지 못하는 제도를 기초생활을 보장하도록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생계급여가 중위소득 30%에 제한되어 있는 것이 얼마나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이에 대한 대답은 없다.

 

기초연금 역시 명암이 존재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면서 기초연금은 급여가 확장되고 국민연금 기여와의 연계와 같은 내용도 일부 진전될 것으로 예견되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기초연금이 노후소득보장제도에서 가지는 역할이 보다 분명해지기를, 그리고 기초연금의 보편화 역시 내심 바랐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주어지는 기초연금이 2018년 9월 25만 원으로 인상되었으며, 올해 4월부터는 하위 20%에 대해서 30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이후에 30만 원을 받는 비중을 점차 확대하자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기초연금이 인상이 되는 것은 긍정적인데, 이것이 목표를 하는 바가 무엇이며, 장기적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빈곤이 목표일까, 노후소득 향상이 목표일까? 빈곤이 목표라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면 기초연금 목표는 무엇이 될까? 혹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상대빈곤율(중위소득 50%) 지표나 소득분배지표(5분위/1분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일까? 막연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중 하나라는 말을 넘어서 보다 구체적인 기초연금의 비전을 가지고 정책이 운용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과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번 정부는 기초연금의 보편화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 문건(21페이지)에서도 “기초연금을 30만 원 이상으로 인상하면 10년 이상 장기 가입한 국민연금의 평균연금액과 기초연금액이 비슷해져 국민연금의 장기가입 유인이 하락하고 사보험시장으로 이동 가능성”이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이 문장은 타당한 이야기이다. 현재 국민연금 급여액이 30만 원 정도임을 고려하면 선별적 기초연금 수준만 높이게 되면 국민연금의 가입 유인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실제 기초연금 인상 기사에 가장 높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 ‘누구는 열심히 가입하여 30만 원을 받고 누구는 아무 기여도 하지 않고 30만 원을 받는다.’였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타당한 지적임에도 위의 문장에는 현 정부가 1) 기초연금을 보편화할 의도가 없음과 2)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를 폐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동시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equity)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기여를 한 만큼 받는 것이 형평성에 부합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받는 것이 형평성이 부합하는 것일 수도 있다. 기초연금을 필요에 따른 기준으로 움직이게 된다면 성실하게 기여를 한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외면하는 방식의 발전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제도는 보편과 연대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으며, 동시에 중산층들은 노후를 준비하는 가운데 기초연금을 포함시켜야 할지 아닐지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준비를 더 하지 않는 사람들일수록, 국민연금보다 사보험시장을 통해 노후를 준비한 이들일수록 기초연금 수급에 유리한 이상한 구조를 방치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자산을 가진 노인들이 공시가격이나 자산세의 상승에 더욱 저항할 수 있는 근거를 주게 된다.

 

국민연금의 이슈는 기초연금보다 더욱 복잡한 상황이다. 2018년 재정계산 시기를 맞이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와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를 통해서 재정추계 및 제도 개편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기초연금을 포함한 개편안을 네 가지를 제안한 바 있다. 1안과 2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각각 9%와 40%이며, 차이는 1안은 기초연금이 30만 원, 2안은 40만 원이다. 3안은 보험료율이 12%-소득대체율 45%에 기초연금 30만 원, 4안은 기초연금 액수는 같고 보험료율-소득대체율이 13%-50%이다. 물론 기초연금은 모두 소득하위 70%에게 주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결국 이 네 가지 안 모두 어떠한 논의의 진전도 가지지 못한 채 경제노동사회위원회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에 공을 넘겨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현 상황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문재인 정부가 공적연금 이슈에 대해서 비난회피정치(blame-avoidance politics)를 하고 있다. 2018년 11월 7일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수정 및 보완을 지시했으며, 보험료율 인상 부분이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생각한다고 브리핑을 한 바 있다. 현재 9% 보험료율로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및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응은 매우 부적절했다. 향후 국민연금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기초연금의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기여율이나 연금급여 수급연령 상승과 같은 이슈는 지금 정해두어야 향후 20-30년에 걸쳐 개혁을 이행할 수 있다. 이슈가 부담스럽다고 문재인 정부가 연금 이슈를 다음 정부에 넘기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 현 정부는 막연하게 국민연금이 미래에도 공적연금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실질 국민연금에 기여하는 비율은 여전히 60%를 넘지 않고 있으며, 얼마나 실질적 기여기간이 증가할 것인지도 회의적이다. 특히, 기술변화와 플랫폼 경제의 도래 등 노동시장의 빠른 변화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만일 국민연금이 부과방식 전환 이후 미래에 조세 투입을 요구받게 된다면 과연 그 조세 투입이 얼마나 재분배적일지 혹은 역진적일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일 역진적이라 예상이 된다면 재정투입이 국민연금보다는 기초연금에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그리고 퇴직연금에 대한 종합적 비전이 필요하다. 물론, 정부에서 단독으로 정하는 것은 아니고 지금의 방식과 같이 광범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를 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와 탄탄한 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연금의 비난회피적 정치태도를 버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개혁에 임했으면 한다.

 

아동과 청년 그리고 장년

아동을 대상으로는 2018년 9월부터 아동수당이 매달 10만 원씩 만0세부터 5세 아동에게 지급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소득하위 90%에게 지급이 되었지만, 2019년 1월부터는 전체 대상 아동에게 지급되고 있다. 아동수당의 첫 발을 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다. 올해 9월부터는 6세로 확장이 된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주변에서는 왜 굳이 0세부터 5세까지 주는지를 반문하는 이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아동수당 이후 어린이적금 상품을 출시하는 은행들이 진정한 ‘승자’가 되었다는 농담마저 들린다. 이미 무상보육과 양육수당의 대상인 0-5세가 아닌 6-10세에게 주면서 향후 아동수당의 확장을 도모하는 게 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았을지 생각을 하게 한다. 추가로 아동수당을 향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에 대해서 청사진도 함께 고민하였으면 한다. 2월 복지동향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아동장려세제 등 관련 유사제도 정비를 통해서 아동수당을 강화하는 것, 아동수당 확장을 하면서 무상보육을 어떻게 양립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그리고 대상을 넓히는 것과 충분성을 확보하는 것 모두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다. 아동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넘어 아동과 관련된 사회적 이동성 문제 등 역시 아동수당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청년의 소득보장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제도이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서울시 청년수당을 모델로 하여 매월 50만 원을 최대 6개월까지 제공하면서 청년의 구직활동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제도는 2년형과 3년형이 있고, 중소기업을 다니며 2년간 300만 원 혹은 3년간 600만 원을 적금하면, 정부와 기업이 각각 1,600만 원과 3,0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이다. 중소기업의 취업을 돕고 자산형성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청년이 사각지대에 있었던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이러한 제도의 도입과 확장은 청년에게 생활의 안정과 활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근로장려세제를 소득 및 재산 요건을 완화하여 2019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에는 334만 가구에게 3.8조 원 정도가 지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주고 싶다.

 

그러나 역시 고려할 점들은 있다. 첫째,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경우 기준중위소득의 120% 이하가 기준이 되고 있다. 청년의 가구소득을 어떠한 기준으로 보는 것이 가장 공정할 것인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가구로는 가난하지 않아도 청년은 가난할 수도 있으며, 가구로는 가난해도 다른 가구에 사는 가족으로 인해 가난하지 않은 청년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청년의 다양한 이슈는 단순히 빈곤청년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구직을 했다는 것이 모든 문제를 풀어내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래 준비해서 들어간 직장을 금방 그만두고 나오는 청년들은 다 그 이유가 있다. 이와 연관되어 그런 청년들에게 그 직장에 계속 있어야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얼마나 적당한 것인지도 고민해보자. 대기업-중소기업이 임금과 생산성에서 상당히 양극화되어 있는데, 근로장려세제나 청년내일채움공제제도는 저생산성-저임금의 중소기업들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청년을 지원하는 더 과감한 발상은 안 될까?

 

2020년부터 시행할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도 그러하다. 중위소득 50-60% 이하에 있는 근로빈곤층을 대상으로 실업부조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반가운 계획이지만 동시에 우려스럽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는 어떠한 관계를 맺을 것인지 의문이다. 동시에 서구사회에서 실업부조와 관련되어 끊임없이 논의를 해 온 바 있으며, 그 끝에 핀란드에서는 기본소득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길을 우리가 봐왔을진대, 지금 시작하는 방식이 그 서구 경험의 초입에서 똑같은 경험을 밟아나갈 필요가 있을까? 유사한 이슈에 대해서 석재은(2018)은 ‘청장년 근로시민 기본소득이용권을 제안한 바 있다. 누구나 불안정노동 문제를 겪는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의 이용가능 기간을 정하고 청년기 2년 장년기 2년, 총 4년을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상상력의 부재, 아쉽다!

 

상상력과 새로운 세상을 여는 출발

평가를 하라고 부탁을 받으면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이 먼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소득보장정책이 다 문제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금의 확장,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 그리고 아동수당과 새로운 청년·장년을 위한 소득보장제도의 시작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당면했던 여러 이슈들을 풀어낼 실마리를 보였는가, 그런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가라는 점에서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아쉬운 점을 제시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소득보장정책을 경로의존적이고 수동적인 관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사회경제체제 속에서 개인들에게 안정성을 주면서 새로운 삶을 주체적으로 찾아나갈 수 있는 능동성까지는 보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나 소득주도성장론 등 다른 분야에서 과감하고 창의적 시도를 하는 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둘째, 소득보장제도를 능동적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나 상상력이 부족하다. 30대와 40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고, 제조업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일자리는 단순히 최저임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제대로 된 분석은 아직 없지만, 필자는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한다. 디지털 경제, 플랫폼 경제에 대한 소득보장제도의 장기적인 비전과 대안의 모습이 부족한 모습이다.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고 필요하면 함께 숙의하며 실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고용률’이나 ‘소득분배’에 대한 지표 관리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그림을 가지고 정책을 하시길 바란다. 지표 관리의 결과는 저소득층에 대한 임의적 제도 확장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빈곤층 및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은 중요하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보다 연대적이고 보편적 복지국가의 큰 틀 안에서 제도 확장을 고민하고 실행하자는 것이다. 넷째, 문재인 정부의 소득보장정책을 미래에 뒤돌아보았을 때 비난회피정치가 주를 이루었던 시기라는 평가, 중요한 정책과 개혁을 해야 하는데 실기(失期)를 했던 시기라는 평가를 듣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개혁에 대해서 더욱 과감하게 접근하시기를 바란다. 또한, 증세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묻고 1-2년이 걸려도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를 하시기를 기대한다.

 

3년이 남았고, 내년에는 국회의원 선거도 있다. 비난회피를 하려고 해도 비난을 받는 게 정치이며, 죽고자 했더니 살아나는 것이 정치이기도 하다. 후자를 택하시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석재은. (2018). 기본소득에 관한 다양한 제안의 평가와 과도기적 기본소득의 제안: 청장년 근로시민 기본소득이용권. 보건사회연구, 38(2), 10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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