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3 2013-09-10   1107

[기획주제1] 주거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정책과제

주거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정책과제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1. 주거복지 유행시대

 

이제 주거복지는 우리 주택정책의 핵심 목표가 되었다. 올해 초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정부종합대책인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른바 ‘41일 부동산대책’)에서도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 확대, 주택바우처 도입, 대학생 전세임대 확대 등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이 중요한 꼭지를 차지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목표 연간 11만 호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더구나 주택바우처 제도는 선진국들도 198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화된 프로그램으로, 그 대상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서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는 박근혜 정부가 주거복지를 늘리고자 하는 특별한 의지를 가졌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이미 주거복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121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주택분야 공약은 역사상 처음으로 주요 정당들의 입장이 수렴되었던 바 있다.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모두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바우처제도를 도입하며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약간씩 물량 목표나 달성 시한에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주택을 복지수단으로 보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이른바 싱크로율로 따지자면 90% 이상 유사한 상태였다.


또 초등학교 무상급식 문제를 복지 포퓰리즘으로 보면서 서울시장직을 걸고 반대에 나섰던 오세훈 전 시장까지도 주택정책에 관한 한 보편적 복지를 추구했다. 오 전 시장이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이른바 시프트 주택으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바꾸자는 목표를 두었다. 중고소득층에게까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내 집이 아니어도 장기간(20년간)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그 자체가 과장광고이자 포퓰리즘인 것으로 판명되기는 했지만, 시프트 주택은 한동안 서민들의 가슴을 기대에 부풀게 만들었던 정책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진보보수, 야에 관계없이 주거복지 확대를 주택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더구나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들 중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확보했을 뿐 아니라, 현재 건립 중인 물량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역시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가장 먼저 바우처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한 때 서울시민의 40% 가깝게 판자촌에서 거주했던 것을 생각하면 가히 천지개벽에 가까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 아니면, 부동산 경기부양에만 골몰해 왔던 역대 정부들의 주택정책 기조를 생각하면, 뭔가 큰 축의 흐름이 변한 것은 분명하다. 그야말로 주거복지 전성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아직 체감할 수 없는 주거복지 효과

 

하지만 우리는 아직 주거복지 확대를 체감할 수 없다. 그렇게 공공임대주택이 많이 짓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들어갈 집은 보이지 않는다. 전세가 급격히 월세로 바뀌면서 저소득층들은 월 소득의 40%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지만(2012년 주거실태조사), 바우처도입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또한 전체 가구의 10% 이상이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지만(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그것이 주거복지정책 확대로 나아질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넘는 고시원, 쪽방 등 주택이외 거주자들의 생활(한국도시연구소 2011년 조사)은 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 것인가?

 

특히 정부가 주거복지 확대를 가장 중요한 주택정책 목표로 수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논리는 여전히 가격문제이다. 한 때는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문제였다면, 이제는 집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주거복지정책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보다 긴박하고 집중적인 정책 영역은 바로 집값 문제인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하우스푸어 문제야말로 표심을 움직이는 문제였다. 그만큼 국가적 자원 역시 이른바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집중 투입되고 있다. 취득세 감면, 양도세 한시 특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자금지원 등이 그런 것들이다. 모두들 언제쯤 집값이 바닥을 칠 것인가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주거복지의 양을 늘리는 데 급급하다 보니, 정작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입하고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명목 상 숫자만 많을 뿐 효과는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바우처라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이 전면 도입될 예정이지만, 과연 우리 상황에서 그 효과적, 효율적 시행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결국 그동안 누적되어 있던 주택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그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주거복지 패러다임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주거복지가 몇 개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늘리는 것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주택정책 자체를 복지와 권리의 시각에서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거복지가 주택시장, 주택정책 변화의 실질적인 중심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3. 주거복지정책이 생각해야 될 다섯 가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정책 목표의 명확화


공공임대주택이 유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늘리기가 쉽지 않은 주택이다. 더구나 이미 선진국들은 공공임대주택을 줄이기 시작한 시점에 사업에 착수함으로써 너무 높은 땅값, 나아가 아예 구하기 어려운 땅으로 인해 사업이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늘릴 것인가? 또한 어느 정도 확보하면 좋을 것인가?


사실 공공임대주택 물량 목표로 거론되고 있는 10%, 20% 모두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러면 현재 짓고 있는 물량까지 합해 6.5%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도대체 얼마를 목표로 하는 것이 맞을까?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몇 가지 분석적인 수치가 있다. 건설교통부, 국토연구원 등에서 국민임대주택을 필요로 하는 가구 수를 계산한 연구에 따르면 90150만 호가 필요하다고 한다. 분석 방법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015%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들 분석은 기본적으로 4분위 이하 서민층 중에서 임대주택을 원하거나 현재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가구를 수요계층으로 간주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분석 방법은 한계가 있다. 공급 지역, 입주계층, 공급 방식의 다원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공공임대주택은 지역별로 요구 사항이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예를 들면 주택보급률이 110% 가까이 되는 지방도시에서는 비록 빈곤층이 주거문제를 겪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신규 공공임대주택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기존 주택을 수리하여 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대도시 지역에서도 주거문제를 겪는 모든 가정이 반드시 공공임대주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신 가구라면 새로 짓는 아파트에 입주하기보다 기존 주택의 방 한 칸을 이용하는 것이 사회적 자원배분이라는 점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이 직접 땅을 구해서 새로 짓는 주택만 공공임대주택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세대·다가구 매입임대주택은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또 공공이 독채를 전세 내어 싼 값에 재임대하는 전세()임대주택도 있다. 나아가 민간주택과 계약을 맺고 일정 가격 이하로 임대할 경우 지원하는 계약임대주택(준 공공임대주택) 방식도 있을 수 있다. 독일식 사회주택 개념이다. 일본에서는 민간토지를 활용하여 공공이 주택을 건립한 후 임대주택으로 이용한 다음 일정기간 지난 후 돌려주는 방식도 있다. , 지역여건과 가구특성을 감안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공공임대주택을 지역별, 계층별, 유형별로 세분화해서 공급 목표를 정해야 한다. 직관적인 구상이지만 이런 방법을 제안해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2020년 무렵까지 10%의 가구가 살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 이상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방법이다. 또한 10%를 달성하는 데도 민간부문의 주택재고나 토지를 활용하는 매입임대주택, 전세()임대주택, 계약임대주택 등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각각 입주대상자를 특성화하고 운영방식도 다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직접 건설보다는 민간부문 재고를 재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부 지역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신축을 중단하거나, 더 나아가 매각을 통해 구조 조정할 필요도 있다. 대신 주택문제가 심각한 지역에 더 많이 확보토록 한다.

 
이와 함께 재정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도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비상식적으로 적게 지출해 왔다. 연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매년 10만 호를 공급할 때도 연간 1조 원 내외의 중앙정부 재정만 지출한 것이다. 실제로는 10조 원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을 어떻게 그렇게 적은 재정으로 해결했던 것일까? 여기에는 사업자인 LH 공사, SH 공사가 다른 택지개발이나 주택공급 사업을 벌이면서 얻은 수익으로 이른바 내부 교차보조를 하면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러고도 부족한 부분은 사업자가 국민주택기금을 빌려서 해결했다. 그러나 이 두 방식이 모두 한계에 봉착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교차보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국민주택기금도 이미 상환기간이 도래했기 때문에 추가 대출여력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 문제는 원칙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 정부 재정의 책임을 대폭 높여야 한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우리 같은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 사례는 없다. 우리는 고도성장 시기에 부동산 개발이익을 사업자가 갖는 대신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던 특별한 사례이다. 이제 과거와 같은 부동산 시장 환경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전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 이상 사업자에게 전가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적어도 소요 재원의 절반 정도는 중앙정부 재정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치권도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늘릴 수 있는 재원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주거복지 차원의 접근


공공임대주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가 낮고 양이 많더라도 그것이 일반 임대시장과 단절된 빈곤층만을 위한 주택인 한 그 나라의 전체적인 주거사정은 안정될 수 없다. 공공임대주택이 민간임대시장과 연속선상에서 운영될 때 전반적인 주거사정이 안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공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 나아가 자가 주택과의 일정한 역할분담과 균형 속에서 그 기능을 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간임대차 제도를 근대화시키지 않은 채 진행할 경우에는 공공임대에 입주하지 못한 빈곤층들이 더 나쁜 조건에서 민간임대에서 생활하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공공임대를 확충하는 외에도 민간임대도 규제와 지원을 통해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실제 선진국에서는 세를 놓는 여유주택은 무조건 임대전용주택으로 등록토록 하고 있으며, 이 경우에는 세입자의 자동 계약갱신권이 보장되어 있다. 이렇게 계약이 갱신될 때 대부분의 나라들은 일정 수준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 더구나 임대료 수준에 불만이 있을 경우 지역별로 설치된 임대료 사정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임대용으로 등록된 주택은 임대소득세를 부담하지만 동시에 정부의 임대주택 관련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지출하는 가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차액만큼을 지원하는 임대료 보조제도를 실시하는데, 이는 세놓은 가옥주에게도 도움이 된다. 요컨대 민간임대차 시장을 투명화, 공식화함으로써 세입자와 가옥주 모두 보호 및 지원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내실 있는 임대료 지원제도 도입


박근혜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주택바우처, , 임대료 보조제도의 도입은 분명 주거복지정책사에서 획기적인 진전이자 이정표가 될 것이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있음에도 부족한 물량으로 인해 입주를 못한 가구에 대해서는 형평성 차원에서 당장 필요한 정책이다. 또한 저소득층일수록 빠르게 전세에서 월세로 그 임대형태가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월세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은 체감 효과가 높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지역별 차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주거비를 차등화할 경우 생활보호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효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준비되고 있는 바우처 제도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된다는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민간임대시장의 대부분이 비공식, 비제도화되어 있고, 저소득층의 소득파악 수준도 낮은 상황에서 임대료소득을 정확히 파악해야 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할 경우, 관리가 쉽지 않고 이는 더 나아가 제도 자체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또한 뉴타운, 재개발 문제에 대한 공공적 대안이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저렴주택 재고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면, 주택바우처 도입이 오히려 시장왜곡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 임대료 보조와 같은 현금성 지원은 제도설계가 잘못되거나 성급하게 시행될 경우, 교정하는 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를 우려가 있다.


따라서 신중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적어도 23년간의 시범사업도 필수적이다. 이 기간 동안 몇 가지 모델을 실험하는데, 정률제, 정액제 등 다양한 방식의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지원 액수도 점진적으로 높여 가되, 지원 우선순위에 대한 집중 검토도 필요하다. , 소득, 임대료, 가구원 수 외에도 가족 형태,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 등 다양한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대차 시장을 투명화하는 것은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인 병행 과제이다. 임대차 등록제와 임대전용 주택 개념의 도입, 임대료 인상 상한제 도입 등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임대차 관련 제도들을 동시에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령자 주거의 유동화와 청년층 구매력 지원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기적을 이루었음에도, 그 기적의 주역들이 절반 가깝게 빈곤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소비는 참았고, 낮은 복지까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대신 자녀 교육에는 아낌없이 투자했고, 내 집 장만을 중산층이 되는 지름길을 여겼다.


집은 노후 연금을 대체하는 수단이었으며, 또한 가족이 결속력을 유지하는 일종의 담보물이었다. 특히 계속해서 오른 집값은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했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유독 심한 이러한 현상을 최근에 학자들은 자산기반 복지시스템(property-based welfare system)이라고 부르고 있다. 주택이라는 자산이 부실한 공공복지를 대체했으며, 자산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특유의 가족주의 복지체제를 강화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기반 복지시스템은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의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 유효성이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산가격의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자가소유율이 70%에 달하지만 빈곤율은 45%에 이르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자칫 자가마저 노후복지 수단으로 더 이상 기능하기 어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가족해체가 가속화되면서 자녀가 노후복지를 담보하던 시절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야말로 집만 가진 빈곤 노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2012년 대선에서 노인 기초연금이나 하우스푸어 대책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인층들은 그나마 자신의 주택을 월세로 운영하여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다시 청년층(, 자녀세대)과 일종의 세대 간 이해관계 충돌을 일으키는 지점이다. 청년층들은 불안정한 직장과 낮은 소득으로 인해 갈수록 주택구입이 어렵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노인세대의 주택가격을 더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집만 가진 빈곤 노인들의 주택을 어떻게 현금화할 것인가는 그야말로 국가적 현안이 되었다. 주택연금이 그 중 유용한 제도로 논의되고 있고, 가입연령이나 대상을 더 확대하는 식으로 보완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수익률이 더 떨어지는 모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코 완전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아직도 자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노인세대들에게는 심리적으로도 수용하기 쉽지 않다.


그동안 실제 필요에 비해 크고 비싼 집, , 자산가치가 높은 집을 선호했다면 이를 다운사이징하는 출구전략이 시급하다. 단독주택이라면 일부를 세놓을 수 있는 구조로 바꾸고, 중대형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2세대 거주주택으로 전환하는 등의 사업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청년들의 주택구매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도 주택시장의 건전성 차원에서는 중요하다. 새로운 구매수요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노인세대의 자산함정탈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가격에서 거품이 빠져나가는 추세에 맞춰, 청년들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도록 모기지 제도나 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이나 취득세 면제 등을 도입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주거복지 프로그램의 종합적인 연계와 효과적인 관리


이와 함께 공공임대주택 관리에 대해서도 혁신이 필요하다. 먼저,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입주우선 순위는 우리 사회가 권장하고 보호해야 될 가족형태를 우선에 두는데, 자녀와 부양 노인이 있는 가정이 우선적인 입주자격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장애인이나 한부모가정도 우선순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대신 단신가구의 경우는 우선순위를 늦출 뿐 아니라, 주택 형태, 이용 형태를 달리해서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원룸형 공공임대주택은 물론이고 부엌 등을 공유하여 사용하는 그룹홈 형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복잡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격, 임대료 체계를 전반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누가, 어느 시기에 공급한 공공임대주택 프로그램인가에 따라서 임대조건이 큰 차이를 보인다. 지역별 임대료 수준의 형평성도 심각하다. 수년 내에 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더 늦기 전에 관리체계의 형평성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원 등을 이유로 늦추면 늦출수록 제도 정비는 불가능하게 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도입을 앞두고 있는 임대료 보조제도와 공공임대주택을 연계하는 프로그램 관리가 필요하다. 공공임대라는 대표적인 공급자 보조정책과 임대료 보조라는 소비자 보조정책은 각각 관리주체와 재원이 다르기 때문에 마치 별 관계없는 정책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러나 수혜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둘은 동일한 범위에 놓인 정책들이다. 대상자의 욕구와 특성에 따라 가장 효과적이면서, 동시에 재정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식의 조합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도시재생 및 주거환경 개선 정책들도 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공간을 개량하는 정책들이지만, 결과적으로 주거비와 주거수준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로 나눠져 있고, 또 지방정부, LH공사, SH공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거복지정책 공급자와 관리자 문제도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주거복지정책의 지방화와 NGO 등 민간참여를 어느 수준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도 숙제이다. 당장 바우처제도를 도입할 경우, 그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현안이 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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