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8 2018-05-01   1229

[복지칼럼] 주거와 복지를 하나로, 지원주택의 도입

주거와 복지를 하나로, 지원주택의 도입

 

김도희 |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

 

 

주거복지의 새로운 모델, 지원주택

주거기본법 제2조에 따르면, 주거권이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말한다. 나아가 현대사회적 관점에서 주거는 단순히 거주하는 장소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물리적 공간을 통해 다양한 상호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사회적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생활보장성, 안전성, 쾌적성, 능률성, 심미성, 경제성 등 여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장애인, 노인, 노숙인, 정신질환자들은 지하 단칸방에서, 시설에서, 거리에서, 쪽방에서, 병원에서 진정한 의미의 주거권을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공리적 논리로 주류사회에서 배제되는 이들의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주거는 일차적인 조건이다. 문제는 오랜 기간 홀로 시설에서, 거리에서, 병원에서 누군가의 보호 내지 통제 하에 지내 온 이들에게 갑자기 집다운 집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장애, 질병, 노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주거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탈시설, 탈노숙, 탈원화와 같은 변화의 추세와 맞물리면서 주거복지와 관련된 법과 제도가 다양하게 고안되고 있다. 지원주택 역시 그러한 노력의 한 갈래일 것이다. 

 

서비스가 붙은 집

지원주택은 집만 있으면 되는 것도 아니고, 서비스만 있으면 되는 것도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른바 ‘서비스가 붙은 집’이다. 즉, 지원주택제도는 서비스를 받으면 독립적 주거생활이 가능한 주거취약계층에게 주택과 아울러 주거유지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사회에서의 독립적 주거생활을 유지하도록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동안은 주거복지 영역에서마저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지원주택은 독립주거생활에 대한 욕구는 있으나 실행이 어려웠던 만성노숙인, 발달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에게도 서비스가 결합된 주택을 제공함으로써 기존에 없던 주거복지의 모델을 제시하고 지평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외국에서도 탈시설 ․ 탈노숙 ․ 탈원화가 진행될수록 가장 필요로 하게 되는 주거유형이 바로 지원주택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시범사업의 성격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 있지만, 앞으로는 지금의 시범적 차원을 넘어 제대로 사회에 정착해야 할 주거복지제도라고 할 수 있다. 

 

법제의 이원화

지난 2월 지원주택법제화추진위원회가 정식으로 발족되어 현재 지원주택제도를 법제화 하는 작업을 추진 중에 있다. 필자도 속해 있는 이 위원회에서는 당초에 지원주택특별법을 제정하려고 하였으나 하나의 법에 소관 부처가 둘이 된다는 고민이 있었다. 주택공급은 국토교통부, 지원서비스는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게 될 터인데, 법률 하나를 두 개의 부처에서 관장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었다. 몇 차례의 회의 끝에 공급적인 측면에서 가장 가까운 주거약자법을 손보고, 주거유지를 위한 지원서비스법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전자는 국토교통부, 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이원화 방안을 택하게 되었다. 지원주택이 시설 등과 가장 큰 차이점은 서비스를 받음에도 계약상의 임차인이 입주자 본인이라는 점이다. 이는 사소하게 보일 수 있지만 기존의 시설화 되어있는 전달체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지원주택 공급을 위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거약자법의 경우 기존의 주거약자법이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과 65세 이상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시행령에서 좀 더 범위가 넓어지지만) 홈리스와 정신질환자를 추가하기로 하였다. 또한 주거구매력이 낮은 주거약자를 위해 입주기간, 차임 등 임대조건을 입주자에게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하고, 정보접근성이 낮은 주거약자를 위해 주거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원활하게 제공하며, 주거편의성을 위한 편의시설과 향후 유니버설 디자인 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의 방향을 담았다. 무엇보다 서비스 제공하는 측면에서 또 다른 시설화가 되지 않도록 그 점을 가장 경계하고 또 강조하였다. 주거지원계획을 수립할 때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외에 각 지방정부의 시·도지사와 협의하도록 하였다. 결국 주거취약계층의 주거형편을 가까이서 챙기는 역할은 지방정부가 더 적합하며, 같은 주거약자용 주택이라도 각 지방정부의 인구구성이나 생활수준, 주거실태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의 부족은, 특히 수도권의 경우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법에서는 건설하는 임대주택의 일정비율 이상을 주거약자용 임대주택으로 의무화하고 있는데 현재 수도권은 8%, 비수도권은 5%로 되어 있다. 그러나 애초에 위 의무건설 비율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대비 너무나 낮게 산정되어 있다. 현행 주거약자용 주택의 지원대상만 하더라도 그 비율이 전체인구 대비 약 18.2%이다. 따라서 의무건설량을 현실화할 필요를 감안하여 임대주택 건설시 주거약자용 주택의 비율을 법에서 10% 이상으로 수정하였다. 

 

주거유지 지원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원서비스법의 경우 지원주택에서 제공되는 주거유지 지원서비스는 ①독립적인 주거생활 유지를 위한 상담 및 지원서비스, ②입주자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사회복지서비스, ③그밖에 각종 공공서비스이다. 이러한 지원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또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중복될 수 있으나, 향후 이 제도가 시행될 때에 해당 지자체 심사위원회를 통해서 서비스의 양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은 수급자의 욕구에 따른 선택과 자율적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여야 하고,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여서는 안 된다. 지원서비스 수급자와 지원인력은 서로 인격을 존중하고 신뢰하여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한다. 지원서비스 제공기관은 국가·지자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사회복지법인, 비영리법인, 그밖에 서비스 제공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된 기관·단체를 지정할 수 있다. 국가·지자체가 서비스 제공기관을 지정하는 경우에 그 사업에 필요한 경비 및 지원금,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교육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주거복지로드맵에서 매년 17만 가구, 5년간 총 85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만 현실화되더라도 지원주택제도의 청사진은 어둡지 않을 수 있다. 세계적인 탈시설, 탈노숙, 탈원화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고, 주거약자가 지역사회에서 존엄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지원주택제도가 안착되어 하루빨리 주거약자들의 주거권과 인간다운 주거생활이 보장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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