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 2010-06-30   1760

[복지학교 후기 ②] 주거권 박탈과 가난의 되물림에 대하여


‘가난하여 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이 없어 가난하다.’
 


상식을 뒤집어 주는 이 문구는 주거 빈곤의 현실을 이야기해준다. 게다가 놀라지 마시라. 우리나라에서 집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은 무려 1,062채를 가지고 있다. 무려 1,062채!! 이렇듯 부동산 부자가 가진 집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지만 동 시대에 안정된 주거가 없어서 노숙, 쪽방, 고시원을 전전하는 사람의 수는 63,255명으로 추정된다. (‘08.8) 우리가 한마음이 되어 외쳤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 분노하여 개선하고자 나선 분이 바로 강연자이신 남철관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은 주거복지를 전문 분야로 활동하는 비영리법인 나눔과 미래에서 활동하고 계신다. 주로 재개발과 관련된 주거 빈곤 문제를 전문영역으로 활동하신다고 한다.


▲ 주거복지의 현실에 대해 강의해주신 남철관 선생님은 주거복지 운동단체인 나눔과 미래에서 활동하고 계신다.



강의의 시작은 ‘97년 외환위기 전과 후에 빈곤층의 삶에 있었던 중요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외환위기 전에는 빈곤층도 월급을 모아 집을 사고, 자식들을 공부시켜 성공시킬 수 있었던 사회라는 것이다. 실제 산동네에서도 누구네가 집을 샀다더라 누구네 애가 좋은 학교에 들어갔다더라 하는 미담들이 나오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택가격과 교육 환경의 변화, 부의 양극화 등으로 인해 이제는 과거의 미담이 나올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전을 희망이 있는 절대빈곤 상태였다면, 이후를 절망이 있는 상대빈곤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주거복지와 관련해서 들려주신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주택과 관련된 정책들이 서민이나 빈곤층을 위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이익을 위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정부는 빈곤층이 요구하는 저렴한 영구임대주택보다는 일정 부분 재정 부담을 할 수 있는 중산층을 위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점, 또 지역 재개발은 그 곳의 세입자들을 몰아내는 방향으로 추진된다는 것 등이다. 현실이 결코 아름답지 않음을 알려준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들도 월세가 너무 비싸서 입주자의 연체율이 20%를 상회한다고 하니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갖가지 사회 문제에 대한 사회복지계의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들려 주었다. ‘복지 마피아’ 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사회복지시설들이 자신들의 시설규모와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시설위주로 성장시키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보다 효과가 높은 탈시설화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바람이 뒤를 이었다. 일선의 사회복지사들 중 상당수가 전체적인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을 보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주거 정책이 잘못되어서 빈곤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은 그대로 두고 긴급복지서비스 제공이나 행정 업무에만 골몰한다는 것이다. 마치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나가고 있는 나무를 살려보겠다고 열심히 물을 주고 있는 경우라고나 할까?


▲ 남철관 선생님은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서비스제공이나 행정업무 자체보다 근본적인 주거정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또 사회복지업무를 할 때 나와 클라이언트를 구분해서 생각하지 말고 그들과 내가 하나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이 되어 평생에 걸쳐서 내 삶의 일부로서 지역복지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 있을 때 업무에서 오는 소진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의 지난 활동들을 통해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던 성과에 대해서도 들려주셨다. 공공임대주택의 연체료가 과다했던 것을 줄이는 방안과 고시원, 여관 등 비주거시설에 장기간 투숙하는 사람들에게도 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방안이 받아들여진 것 등이 그 예이다. 결과가 말해주듯 정책제안 활동은 분명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영역으로 보였다.


끝으로 주거복지가 결코 소수의 빈곤층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며 대학생들도 곧 독립하게 되면 임대라는 방법을 통해 주거를 해결해야 하기에 바로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셨다. 그리고 이를 대비해서 청약저축에는 꼭 가입하라는 현실적인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강의를 들으며, 현상과 본질이라는 화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매번 현상을 접하게 되는 사회복지사들이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찾아내고 해결하는 노력들을 기울인다면, 도저히 개선될 것 같지 않던 심각한 현상들이 어느새 눈녹듯 사라질 것 같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해보게 되었다. 현상에 속지 말고 본질에 충실하려 노력해야겠다.









이창욱(참여연대 3기 희망복지학교 참가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